우크라군, 일부 도시서 반격 탈환…러시아군 정체

● WORLD 2022. 3. 24. 01:2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 수도 키이우 인근서 반격… 게릴라전 등으로 공략

러, 예상 밖 고전에 공습·원거리 타격 등 무차별 공격 나서

 

러군 공습에 화염이 치솟는 우크라 마리우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이 지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에 막혀 주요 정체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를 탈환하는 등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뚫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지상 작전보다는 원거리 폭격을 통해 주요 도시에 타격을 가하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쟁 개시 후 우크라이나 북부 일부와 동부 돈바스, 남부 흑해 연안 일부를 점령했지만 최근엔 대부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혀 거의 전진을 못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재블린 등 휴대용 로켓 등으로 러시아군의 탱크 등 군 병력을 기습 공격한 뒤 달아나는 게릴라 전술로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예상보다 고전하면서 준비해 간 보급에 문제가 생기자 심각한 사기 저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서방 언론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2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점령군의 탄약과 식량, 연료 등의 비축량은 사흘 치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서 나서 일부 전선에선 빼앗겼던 주요 도시를 탈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우폴의 산업단지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2일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의 소도시 마카리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키이우와 연결된 핵심 고속도로 한 곳의 통제권을 되찾고 러시아군의 키이우 서북부 포위를 막을 수 있었다고 국방부는 주장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나서 마카리우와 북서부 도시 모스천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CNN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군이 공략을 강화한 남부지역에서도 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동부 루한스크의 루비즈네, 세베로도네츠크 등지를 공격했으나 퇴치했고 마린카 지역에선 적군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러시아군이 점령지인 헤르손의 공항에 배치했던 헬기들을 모두 이동시켰다고 보도하며 이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나섰다고 해도 아직은 전세에 큰 변화가 생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러시아군은 지상 작전보다는 공습과 원거리 미사일 타격 등에 집중하며 키이우와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를 민간건물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히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 러시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지만 우크라이나로서도 마냥 이를 감수할 수만은 없어 협상장에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상전에서 고전하자 핵심 도시에 대한 포위전술과 원거리 공격으로 전환하는 '플랜B'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키이우 인근까지 진출한 러시아군은 최근엔 점령지 주변에 참호를 파거나 운송망을 개선하는 등 자체 정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정부는 일부 전선에선 지상전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 일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일부 전진했다"고 밝히고 "러시아군의 '특수 군사작전'은 철저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독일 dpa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선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 기능을 마비시켜 놓고 지상군을 시내 방향으로 전진시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ISW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포위망을 줄이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리우폴 이어 헤르손도 30만명 ‘재앙 위기’…식량·의약품 거의 동나

 

러 점령 20일째… 식량 · 의약품 부족

마리우폴 10만명도 대피 어려움 겪어

최대 항구도시 오데사 인근 전투 격렬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 20일째를 맞고 있는 우크라니아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21일(현지시각) 항의 시위대가 러시아군이 쏜 섬광 수류탄을 피하고 있다. 헤르손/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남동부 주요 도시 마리우폴에 이어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도 인도주의적 재앙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흑해 연안 최대 항구도시 오데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오데사 접근의 교두보가 되는 주변 지역에서도 전투가 격렬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연설에서 마리우폴이 폐허로 변했다며 도시 탈출을 원하는 이들이 10만명에 달하지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음식, 물, 의약품이 모두 동났다며 러시아가 “폭격 또는 의도적인 공포 조성”을 통해 인도주의 통로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과 피란민 탈출용 버스 운전사 등이 포로로 잡혔다며 큰 어려움 속에서도 이날 7026명이 가까스로 도시를 빠져나왔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흑해 인근 도시 헤르손도 도시 봉쇄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헤르손 주민 30만명이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외무부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어 식품 등이 거의 동 난 상태”라며 “러시아는 주민 대피를 위한 통로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헤르손은 흑해 연안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 인근의 주요 도시로, 러시아군의 점령 이후에도 주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1일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러시아군이 공중으로 위협사격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헤르손 현지 언론은 22일에도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고 러시아군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등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오데사 시내 주거 지역에 폭격을 가하는 등 이 도시에 대한 공세를 차츰 강화하는 가운데 오데사 진입의 핵심 통로가 되는 작은 도시 보즈네센스크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이틀동안 이 마을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낸 뒤 러시아군을 동쪽 100㎞ 밖으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예우헤니 벨리치코 시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주민들이 조직한 의용군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군을 격퇴했다며 “어떻게 우리가 이런 일을 해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벨리치코 시장은 러시아군이 조만간 다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번째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무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 난민기구는 21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주변 국가로 탈출한 피란민이 355만7245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0% 정도인 211만여명이 폴란드로 탈출했으며, 루마니아(54만여명), 몰도바(36만여명), 헝가리(31만여명)에도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머물고 있다. 러시아로 탈출한 피란민도 25만여명에 이른다고 난민기구는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 최초 흑인여성 대법관 인사청문회 이틀째

잭슨 대법관 후보자 지지 집회도 열려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가 22일(현지시각) 상원 법사위원회의 이틀째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메릴랜드 애비뉴에서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시민과 활동가들이 응원 메시지를 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집회는 진보정치를 촉진하는 지지단체인 대중민주주의센터가 마련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대법관 지명자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가 상원 법사위의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2일(현지시각) 의원들과의 본격적인 문답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잭슨 후보가 “우리는 모든 사람이 그들 스스로가 법원에 있는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수의 여성과 유색인종(대법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워낙 다양하기에 법원에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할 때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뒷받침된다”고도 말했다.

 

잭슨 후보는 청문회 첫날 머리발언을 통해 “만약 제가 인준된다면 저는 헌법과 지난 246년 동안 지속돼 온 미국 민주주의의 이 위대한 실험을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해 생산적으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당시부터 공약으로 여성 흑인 대법관 지명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사퇴를 공식화한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잭슨 후보자를 지명했다. 잭슨 후보자가 미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미 연방대법원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된다. 그가 대법관이 된다면 흑인 대법관으로는 세 번째이며 여성 대법관으로는 여섯 번째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이정아 기자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연방 항소법원 판사 출신인 잭슨 후보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최초의 여성 흑인 대법관으로 미국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또 여성 대법관으로는 6번째, 흑인 대법관으로는 세번째가 된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사고 사흘째, 산악 지역 구조 애먹어

추락하면서 폭발 추정…잔해 뿔뿔이

2분새 수직 낙하? 사고 원인 ‘미궁’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 부근에서 22일 한 주민이 초와 향을 켜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우저우/로이터 연합뉴스

 

132명이 탄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지 사흘째지만, 생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블랙박스(자동 기록장치)가 발견돼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3일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야산에 소방대원·경찰·인민해방군 등 수천여명의 구조 요원을 투입해 구조와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지형이 험한 오지인 탓에 현장 접근부터 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가 야산에 추락한 뒤 폭발한 것으로 추정돼, 항공기 잔해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생존자는 물론 희생자 유해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가 이날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인민일보>는 발견된 블랙박스가 비행 경로가 기록된 데이터기록기(FDR)인지, 조종석 대화기록기(CVR)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랙박스를 통해 미궁에 빠진 사고 원인을 일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응급처치지휘본부는 22일 밤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원인과 구조 작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주타오 민항국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며 “현재까지 확보한 정보로는 사고의 원인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블랙박스를 아직 수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000여m 상공에서 수직 낙하한 것으로 알려진 사고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 주임은 “사고기는 21일 오후 2시20분부터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교신에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오후 2시23분에 항공기의 레이더 신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추락하기 전 3분 동안 비정상적인 상황을 인지한 광저우 공항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긴급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항공기 항로추적 누리집 ‘플라이트 레이더24’를 보면, 21일 오후 1시15분 쿤밍 공항을 이륙해 광저우로 향하던 여객기는 1시간여 뒤 고도 8907m에서 비행하다가 오후 2시20분43초부터 급격히 고도가 낮아졌다. 이후 1분52초 뒤인 2시22분35초에 고도 983m를 기록하다가 사라졌다.

 

플라이트레이더24의 동방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고도 기록.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플라이트 레이더24’를 인용해 “조종사가 여객기 추락 직전 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후 2시21분55초 7425피트(2263m)에서 2시22분5초에 8600피트(2621m)까지 상승한 뒤 추락했다고 전했다. 추락 직전 10초 동안 약 358m를 상승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하얀 물체가 하늘에서 야산으로 수직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돌고 있지만, 이 영상이 실제 동방항공 여객기의 추락 모습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을 22일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우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류 부총리 등은 지난 21일 저녁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우저우에 도착해 탑승객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고 직후 “구조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사고로 4227일에 이르는 중국 여객기 무사고 운행기록이 깨졌다고 밝혔다. 2010년 8월24일 허난한공 여객기가 헤이룽장성 이춘시 린두공항에 착륙하다 지면에 부딪혀 두 동강 나면서 화재가 발생해 42명이 사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제이피모건(JPM) 통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이자 비용 전달

 

지난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국가부도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 한국의 외환위기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채무상환 유예) 선언과 달리 돈은 있지만 갚을 방법이 없어져서다.

 

당장 디폴트 위기는 넘겨

 

국가부도는 세가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사전에 갚기 어렵다고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하는 모라토리움과 국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신용평가사가 실질적인 부도라고 판단해 신용등급을 기술적 부도(selective dafault) 등급으로 강등하는 경우다. 러시아는 달러로 발행한 국고채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외환보유액이 약 6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대외 보유고는 동결됐고,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16일(현지시간)은 디폴트를 판가름짓는 날이었다.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인 1억1700만달러(약 1450억원)를 갚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8일 <시엔엔>(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달러로 이자를 지급했다. 러시아가 환거래은행인 제이피모건(JPM)을 통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이자 비용을 전달한 것이다. 이로써 당장은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초 달러를 쓸 수 없어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의 국고채 이자비용 등에 대한 금융제재가 5월25일까지 유예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국고채 상환 또는 이자 비용 지급 등에 대해서는 5월까지,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6월까지 금융제재에 예외를 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는 러시아가 달러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지급한 이자가 개별 투자자에게 바로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한 채권자가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채권자는 아직 이자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이자 비용이 시티은행까지 전달됐더라도 개별은행마다 준법규칙이 달라 지급에 대한 판단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시 영향은?

 

러시아가 디폴트에 처할 경우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여년 만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한 바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 최종 판단은 사실상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다. 채무불이행이 이뤄진 뒤 한달의 유예기간을 준 뒤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디폴트 선고를 내린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 제재로 충격을 입고 있지만 디폴트시 더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이미 달러당 루블 환율은 지난해 70루블에서 130루블까지 치솟는 등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석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이며, 3천억달러 이상의 외환 보유고가 동결돼 이를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러시아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7.0%로 예상하며 지난달 전망보다 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금융제재를 포함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고, 경기침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디폴트가 될 경우 수년 간 외국 자금을 활용할 수 없게 돼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 티머시 애시 분석가는 “디폴트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시엔엔>에 말했다.

 

반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아니다. 전세계 은행들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1200억달러로 작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고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에서 밝혔다.

 

케이비증권 정대호 분석가는 “디폴트가 일어나더라도 금융시스템에 가할 충격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동성이 부족해서 나타난 기존의 사례와 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보다 유럽은행 손실 흡수력 개선, 파급효과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대외적인 익스포저가 작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유럽 쪽 은행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대응 능력이 있는데다 이미 러시아 제재가 한달 가량 진행돼 시장에 반영돼 그 충격이 과거처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위기를 보면 파악되지 않는 곳에서 불거진 경우도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반역자·쓰레기" 외친 푸틴, 전쟁 중 장수까지 숙청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연방보안국장 등 체포

 "침공 후 고전하자 아첨에 '속았다' 깨달은듯"

  영 "러 최고사령부 불화"…푸틴 심리 두고 우려 지속

 "반역자·쓰레기" 외친 푸틴, 전쟁 중 장수까지 숙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이들을 두고 '반역자', '쓰레기'라 부르며 '정화'를 약속한 이후 군 고위 지휘관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러시아 수석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인 로만 가브릴로프 장군이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로제프는 체포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군사 정보를 유출해 인명 손실을 부른 혐의나 연료를 낭비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이번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며 "전쟁 중에 장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가브릴로프 장군이 과거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FSO의 사령관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국가경비대는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해왔으며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우크라이나 침공 전 첩보 작전을 담당했던 FSB의 국장과 부국장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 등 러시아의 두 언론인은 FSB 제5국의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 대령과 부책임자 아나톨리 볼류크가 부패와 정보 실패 혐의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기고한 글에서 "마침내 푸틴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인다"며 "그 부서는 푸틴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가브릴로프 장군을 포함해 고위 군사·정보 지휘관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방의 제재로 더욱 궁지에 몰리자 푸틴 대통령은 16일 TV 연설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자국민에 대한 비판에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진정한 애국자와 쓰레기, 배신자를 구별할 수 있고, 그들을 우연히 입안에 들어온 날파리처럼 뱉어낼 것"이라며 "이처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사회의 자체 정화는 우리나라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서방 군사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고립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국방부 제임스 히피 정무차관은 이러한 표현이 '광적'이고 '엄청나게 위험한' 것으로, 러시아 최고사령부에 실제 불화가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히피 차관은 "정말로 위험하다고 볼 만한 행동을 푸틴 대통령이 고려하도록 만드는 절박함이 있다"며 "그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절박해질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CNN은 많은 전문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국내에서 복수심에 불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탄압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을 위협하는 전략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푸틴 대통령이 잠재적인 반역자를 처리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법집행기관과 보안당국에 그들이 반대의견을 가진 인물을 다룰 더 큰 권한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냉전 역사학자인 세르게이 래드쳰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연설의 목적에 대해 공포를 심어주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R폴리티크의 타탸나 스타노바야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제가 보기에 푸틴과 함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의 연설은 절망, 격한 감정, 무력감이었다"고 썼다.

 

그는 "이것은 종말의 시작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의 팔을 비틀고 가두고 감옥에 가둘 것이지만, 이미 미래는 없다. 모든 게 부서지고 미끄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엘리자베스 브로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 연설이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고립돼있었는지를 보여준다며,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이제 곧 다가올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유럽우주국, 러시아와 함께 하려던 화성 탐사선 발사 않기로

 

러시아 제재 맞춰…다른 대안 찾기로

미국 협력 기대…2026년 이전 어려워

러 우주국장 “독자적으로 발사하겠다”

 

유럽우주국 화성탐사선 엑소마스의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 함께 올해 화성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를 발사하려던 계획을 공식 중단했다.

 

유럽우주국은 17일 22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유럽우주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비극적 결과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결정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알지만 유럽우주국은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 조처를 전폭적으로 준수한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올해 9월 중 화성 착륙선과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러시아의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엑소마스는 2018년 기술적 문제, 2020년 코로나19 발생에 이어 이번에 정치적 이유로 일정을 세번째 연기하게 됐다. 이로써 유럽우주국의 화성 탐사는 아무리 일러야 2024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태양 공전 주기가 2년인 화성은 적절한 탐사선 발사 시기가 2년마다 돌아온다.

 

                   러시아가 제작을 맡은 착륙 플랫폼 ‘카자초크’. 유럽우주국 제공

 

착륙선과 로켓 맡았던 러시아

 

엑소마스는 애초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되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는 엑소마스 프로그램에서 착륙선(카자초크)과 로켓(프로톤)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탐사차에도 러시아의 장비가 일부 실린다.

 

유럽우주국은 앞으로 엑소마스 프로그램을 계속할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신속 연구를 수행할 권한을 사무총장에게 부여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유럽 단독으로 할지, 아니면 다른 협력국들과 함께 추진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나사와 새롭게 협력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가 우리를 지원하겠다는 매우 강한 뜻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발사 일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2026년 이전은 아닐 것”이라며 “그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이 엑소마스 프로그램의 첫번째로 2016년에 발사한 화성 궤도위성. 유럽우주국 제공

 

러시아 로켓 이용한 발사 일정 모두 취소

 

러시아는 이에 대해 독자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주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슬픈 사건”이라며 “우리는 자체 착륙 모듈을 다시 만들고 이를 로켓 앙가라에 실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독자적으로 탐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은 또 지난달 말 러시아 로스코스모스가 프랑스령 기아나우주기지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킴에 따라 소유즈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인 5가지 위성 임무가 모두 보류됐으며, 대체 발사 계획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우주국과의 협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유럽우주국은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은 우주정거장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명목상 계속 운영한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