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봉기 당시 다마스쿠스 수용소 책임자

독 망명생활 중 재소자 출신 시리아인 눈에 띄어 체포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비밀보안기관 소속이었던 안와르 라슬란(마스크 벗은 이)가 13일 독일 코블렌츠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코블렌츠/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서 살인과 고문 등을 저지른 비밀보안기구 인사가 독일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아사드 정권 고위인사의 반인도 범죄에 단죄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독일 코블렌츠 고등법원은 13일(현지시각) 다마스쿠스에서 알 카티브 수용소 운영을 맡아온 비밀보안기구 소속 안와르 라슬란 전 대령(5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라슬란은 시리아에서 봉기가 일어났던 2011년 4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알 카티브 수용소 책임자로 있으면서 27명을 살해하고 재소자 4천여명을 고문한 반인도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소자들은 조사를 받는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문당했다”고 밝혔다. 또 “전기충격도 쓰였고 성폭력도 자행됐고, 많은 재소자가 옆방에서 고문받으며 지르는 고통 소리를 끊임없이 들었다”며 이들 재소자에게는 의료 접근권이 거부되고 적절한 음식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에서는 알 카티브 교도소 재소자들을 비롯해 80명 이상의 증인이 법정 증언을 했다.

 

라슬란의 변호인은 “그가 직접 고문을 하거나 고문을 지시 또는 승인한 적도 없으며, 오히려 재소자에 가혹행위를 한 병사를 벌준 적도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가 고문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책임질 위치에 있었다고 논박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고문을 하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됐다. 고문은 몇십 년 동안 훈련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라슬란에 대한 재판은 7년 전 우연히 독일 베를린의 어떤 가게에서 알 카티브 수용소 재소자 출신인 안와르 알-부니가 그를 알아보면서 시작됐다. 라슬란은 2012년 시리아를 떠나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뒤 독일에 거주하고 있었다. 알-부니는 2006년 다마스쿠스에서 체포돼 5년간 알 카티브 수용소에서 복역했다. 베를린에서 아슬란을 알아본 그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2019년 라슬란을 체포했다. 라슬란은 이듬해 4월 또 다른 아사드 정권의 하위직 인사 에야드 알-가리브(44)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알-가리브는 지난해 시위참가자를 체포해 수용소로 보낸 혐의가 인정돼 4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봉기가 전국을 휩쓸자 강력한 유혈 진압으로 맞섰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인권 관측소’(SOHR)에 따르면, 적어도 6만명이 아사드 정권의 수용소에서 고문과 가혹한 수용조건으로 살해됐다.

 

현재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알-부니는 이날 재판에 대해 “시리아의 미래와 정의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미첼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기념비적인 도약”이라고 반겼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는 “역사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잔혹한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논평했다. 박병수 기자

중국인 여성 변호사 의회에서 의원 등 정치인과 교류 경고

 

통상 ‘빅벤’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타워의 모습. 지난 13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방첩·보안기관이 13일 의회에 중국 스파이 활동 경계령을 내렸다. 방첩기관의 이례적인 경고에 영국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국내정보국(MI5)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인 여성 변호사 크리스틴 리가 영국 의회에서 의원 등 정치인과 교류하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경고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국내정보국에 따르면, 그는 2014년 말 세운 법률회사 ‘크리스티 리 앤드 코’를 통해 중국과 홍콩의 외국인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정치인들에게 70만파운드(11억원) 이상 기부했다.

 

특히 노동당 배리 가디너 의원은 5년 동안 42만파운드(6억8천만원)를 받았다. 또 리의 아들은 가디너 의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나중에 일정 관리자로 채용됐다. 이에 대해 가디너 의원은 여러 해 동안 리의 활동에 대해 국내정보국에 알려왔으며 리의 기부금은 의회의 연구 조사에 쓰였다고 해명했다. 또 리의 아들은 의원실 일을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에드 데이비도 연립정부 장관 시절 5천파운드(814만원)를 기부받았다.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가 2013년 받은 기부금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정보국의 리에 대한 경계령은 그가 기밀 탈취와 같은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비밀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내정보국이 특정 개인에 대해 경계령을 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비비시>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과거 러시아가 의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이제 중국이 가장 큰 우려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리는 의원들과의 교류 활동에 대해 “영국의 중국인을 대변하고 다양성을 증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항변했다고 국내정보국은 밝혔다. 그러나 국내정보국은 리의 활동이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와 비밀스러운 협력하에 수행됐으며 중국과 홍콩의 외국인들에게 자금지원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는 영국 정치환경을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영향력 있는 인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정보국은 리가 영국의 정치권 전반에 걸쳐 광범한 인사와 연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6 대 3 결정으로 정부 조처 무효화

“코로나는 가정, 학교 등 모든 곳에”

정부 지원 의료시설에는 의무화 유지

바이든 “기업들, 의무화 동참하길”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 로이터 연합뉴스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처가 연방대법원에서 가로막혔다. 다만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의료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백신 의무화는 유지됐다.

 

대법원은 이날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지난해 11월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시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마스크를 쓰도록 한 조처를 대법관 6 대 3의 의견으로 무효화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반대했다.

 

다수 대법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백신 의무화 조처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가 직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대법관들은 “코로나19는 가정, 학교, 스포츠 행사,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에서 퍼진다”며 “코로나19가 많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이긴 하지만, 그것은 대개 직업재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위험”은 여럿이 함께 쓰는 실내 공간에서 더욱 높아진다고 반박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하급심들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행정 권한으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늘리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좌절됐다. 미국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약 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 뒤 성명을 내어 “대법원이 결정했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건강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주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대통령이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00인 이상 기업들 가운데 3분의 1이 백신 의무화에 동참했다면서, “기업 지도자들이 당장 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유통 기한 짧아 접종 어렵다” 거부

냉장 시설 부족해 받지 못하기도

많은 물량 한꺼번에 보내 창고에 쌓여

가난한 나라 인구의 8%만 1차 접종

 

네발 카트만두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폐기가 임박한 백신을 개도국에 보내는 데다가 보관 시설도 부족해 개도국에 대한 백신 공급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폐기를 앞둔 백신 제공과 보관 시설 부족 등으로 여전히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이 13일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개도국에 공급된 백신 가운데 지난달 수령을 거부당한 물량이 1억회 접종분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부분은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이어서 거부당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유니세프의 공급 담당 책임자 에틀레바 카딜리는 많은 개도국이 백신을 보관할 냉장 시설도 부족해 백신 수령을 늦추는 실정이라고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금까지 코백스가 공급한 물량은 144개국에 9억8700만회 접종분이다.

 

유니세프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백신 가운데 1500만회 접종분이 수령을 거부당했다며 이 가운데 4분의 3은 유통 기한이 10주도 남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고 밝혔다.

 

케냐 보건부 대변인 음부루구 기쿤다는 유통 기한이 임박한 백신을 받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보관 시설의 백신을 접종 시설까지 운송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거부감이 큰 데다가 의료 시설도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탓에 접종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백신도 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케어’는 유니세프의 공급·사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90개국에서 6억8100만회 접종분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케어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 큰 나라를 포함한 30개국은 공급 받은 백신 가운데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코백스와 협력하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가비)의 대변인은 지난해 4분기, 특히 12월에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된 탓에 보관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공급되는 백신은 유통 기한이 긴 것들이어서 앞으로는 접종하지 않고 버려지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부유한 나라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67%인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1회 접종을 끝낸 인구도 전체의 8%에 불과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