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경합주 여론조사 갈수록 열세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콩코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을 떠나며 주먹을 높이 쳐들고 있다. [콩코드/AP 연합]
 

트럼프 승리를 예측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해리스’ 맞대결 성사 이후 처음으로 자사 예측모델에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해리스를 제쳤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 승리확률은 이날 현재 54%로, 일주일 전보다 6% 포인트 급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한 달 동안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에서의 리드가 꾸준히 줄어든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며 “여전히 대선은 거의 동전 던지기와 같지만, 이제는 트럼프 쪽으로 약간 기울었다”라고 전했다. 전날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도 자체 예측 결과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승리할 확률이 52%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해리스가 전국 총득표에서 앞설 확률은 74%로 예측됐다. 하지만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세가 약간 강화되면서 승리 확률이 치솟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배경으로 짚었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두 달 동안 정체 상태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8월 최저 45%에서 현재 47%로 올랐다. 덕분에 전국 예상 득표율 격차는 최대 3.7%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줄었다.

해리스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갈수록 열세를 보이면서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전국 득표율 격차는 최소 2.5%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 8월엔 해리스가 전국 득표율에서 트럼프를 1.8%포인트만 앞서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조사 상 수치가 박빙이라는 게 실제 선거도 박빙이라는 걸 보장하지 않는다”며 “오차범위 내에서의 변동만으로도 승리 후보가 경합주를 싹쓸이해 넉넉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2016년 트럼프, 2020년 바이든처럼 승리 후보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50%”라고 덧붙였다. < 김원철 기자 >

“미시간·위스콘신 중 트럼프에 넘어갈 우려”

"정치와 거리두던 빌 게이츠, 해리스 지지 단체에 690억원 기부"

 
18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 행사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해리스는 20일까지 미시간주의 주요 지역에서 유세를 했다. [그랜드래피즈/AFP 연합]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선거인단 226명을 확보한 거로 간주된다. ‘191(확실·SOLID)+34(유력·LIKELY)+1(가능·LEAN)’ 등이다. 과반인 270명에 44명 모자라는 수치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주를 뜻하는 ‘블루 월’, 위스콘신(10명)·미시간(15명)·펜실베이니아(19명)에 걸린 선거인단 수가 정확히 44명이다. 3개 주만 가져오면 이긴다는 뜻이다. 이들 3개 주가 따로 움직인 건 1988년 대선이 마지막이다. 이후 대선에선 늘 같은 후보를 택했다.

해리스 캠프 내부에서 ‘블루 월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비시(NBC)는 22일(현지시각) 복수의 캠프 인사들을 인용해 “미시간(15명)이나 위스콘신(10명) 중 하나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캠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며 “이 경우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를 확보하더라도, 나머지 경합주 1~2개를 추가로 가져와야 한다”고 보도했다.

균열의 핵심은 미시간이다. 이곳엔 아랍계 및 무슬림 인구가 많다. 해리스 캠프의 고위 인사는 엔비시(NBC) 방송에 특히 미시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해리스 캠프의 공식 입장은 다르다. 캠프 대변인 로렌 힛은 해리스가 앞서는 디트로이트 뉴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며 “우리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위스콘신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엔비시에 말했다.

다른 두 명의 인사는 미시간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도 “모든 주가 경합 중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다른 경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다른 경로’도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19명)를 가져가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노스캐롤라이나(16명)+네바다(6명)’ 조합의 승리로 선거인단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해 전망도 점점 덜 낙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리스 캠프의 한 고위 인사는 “7개 주 중 노스캐롤라이나가 약간 뒤처지는 것 같다”고 엔비시에 말했다. 허리케인 헐린 이후 이 지역에 만연한 허위 정보 등의 여파로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너무 박빙이기 때문에 개표가 끝날 때까지 결과를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해리스 캠프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맷 바레토는 이 방송에 “현재 해리스는 블루월 3개 주 모두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3개 주 모두 1~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 김원철 기자 >

 

빌 게이츠, 과거엔 "정치 인플루언서 아냐"…블룸버그 · 두 자녀 영향 변화

NYT에 "이번 선거는 달라"…"의료개선 · 빈곤퇴치 의지 후보 지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가 빌 게이츠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약 5천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에 관해 잘 아는 인사 3명을 인용, 게이츠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중 하나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또 이는 과거 정치 기부와는 거리를 둬 왔던 그의 방침에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퓨처 포워드의 주요 지지자인 전 뉴욕시장 마이크 블룸버그 등의 동료들과 해리스 부통령 지지에 관해 얘기해왔다고 한다. 게이츠와 블룸버그는 자선 활동과 공중보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함께 활동해온 오랜 친구다.

게이츠의 기부금은 퓨처 포워드의 비영리 부서 '퓨처 포워드 USA 액션'에 전달됐다. 기부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단체 성격상 게이츠의 기부 사실은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보유 자산은 약 1천620억달러(약 224조원)로 추정된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당 측 지인들과 기부자들로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라며 기부를 권유받았지만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그는 2019년 "거액 정치 기부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 기부) 유혹을 느낄 때가 있고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큰 확성기를 쥐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올여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에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political influencer)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어느 행정부와도 협력하는 재단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해리스 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바이든·해리스 정부에서 해온 기후변화 업무를 높이 평가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또 전 부인과 공동으로 세운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가족계획 및 세계 보건 프로그램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한다.

 

빌 게이츠

 

게이츠의 정치 기부에는 두 자녀 로리와 피비 게이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와 피비는 민주당에 기부해왔고, 부모들이 정치 기부를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이츠의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역시 이번 선거에서 정치 기부에 적극 나섰으며, 퓨처 포워드의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NYT의 보도에 대한 답변에서 기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초당적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과 전세계에서 의료 개선, 빈곤 감소, 기후 변화 퇴치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서 지도자들과 함께 일한 오랜 역사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며 "미국인들과 전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NYT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공개석상에선 대선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해리스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재무장관 등을 맡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

트럼프 "믿기지않는 일"  통화 반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AP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총리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공개적으로 말한 내용을 되풀이했다"며 "이스라엘은 미국 행정부가 제기한 문제를 고려하지만 결국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가자지구 종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고 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하마스와의 휴전을 압박하고 확전을 반대한 바이든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소도시 래트로브 유세에서 "비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별칭)가 오늘 나에게 전화해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며 "그가 바이든의 조언을 들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안보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복 공격에 대한 재보복 공격 준비를 계속하는 가운데 열리는 회의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 요하네스버그=연합 유현민 특파원 >

[2024 미국 대선과 미디어]

트럼프 지지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분석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 사진=flickr
 
 

어떤 여론 전문가도 승패를 예측하지 못할 만큼 두 후보가 팽팽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폴리마켓(Polymarket)이다. 폴리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예측시장인 폴리마켓에서는 스포츠 경기부터 연예인의 사생활, 심지어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까지 다양한 일의 결과에 베팅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미국 대선의 결과인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요 선거의 결과에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이곳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측이 빗나갈 때가 종종 있어도 현재로서는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폴리마켓과 같은 베팅 사이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누구나 돈이 걸린 문제에서는 현실적이 된다”라는 오래된 가정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길 거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결과에 자기 돈을 걸고 예측하라면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60%로 보는 폴리마켓의 예측은 지지율 50%인 여론조사보다 정확할까?

 

▲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사진=폴리마켓 홈페이지 갈무리
 

폴리마켓은 주식 시장처럼 지분(share)를 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승리 가능성이 60%인 트럼프에 1주를 베팅하려면 60센트를 내고, 40%인 해리스에 베팅하려면 40센트를 내야 한다. 자기가 베팅한 후보가 승리하면 1주당 1달러를 받고, 패하면 돈을 모두 잃는다. 이런 도박 시장이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람들이 돈을 잃지 않는 것이 게임의 목표라고 가정했을 때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팬데믹 중에 밈(meme) 주식의 등장을 목격했다. 게임스톱 같은 한물간 기업의 주식이 거기에 강한 향수를 느끼는 개미 투자자들의 ‘작전’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식시장의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소셜 투자’라는 말도 나왔지만, 사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펀드를 응징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그렇게 오른 주식을 팔아 돈을 번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 아니다.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투자라는 형식을 사용해 자기의 견해를 표현하는 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렇게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폴리마켓이 돈을 따려는 냉정한 도박사의 정신으로 베팅하는 곳으로 보기 힘든 이유는 곳곳에 있다. 원래 미국에서는 선거를 두고 베팅을 하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이번 달에 들어서 합법화되었다. 애초에 선거 결과 베팅이 불법이었던 이유는 그게 민주주의 절차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는데, 합법이 되었다고 그런 위험이 사라진 게 아니다. 특히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갑부 피터 틸이 폴리마켓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트럼프의 당선을 위한 선거 운동에 발벗고 뛰어든 일론 머스크가 “폴리마켓이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런 의심은 더 커진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폴리마켓의 성격상 이곳에 베팅하는 사람들 중에는 트럼프 지지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스톱 같은 주식을 사들이며 밈 주식 현상을 만들어 낸 바로 그 집단이다. 크립토(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 이들의 표를 가져 오기 위해 “크립토는 우리의 미래”이며 미국을 암호 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들이 트럼프에 베팅하는 행동이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기 힘들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심을 낳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수상한 “고래”의 존재다. 고래(whale)는 투자시장에서 큰 금액으로 매수나 매도를 해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대형 투자자를 말하는데, 폴리마켓에서 승률의 변동을 관찰한 사람들은 특정 투자자가 거액을 동원한 집중 매입으로 트럼프의 승률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프레디(Fredi)9999’라는 이 투자자의 기록을 보면 지난주 화요일까지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쪽에 87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억 원을 베팅했다.

▲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사진=flickr
 

그만한 돈을 베팅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프레디9999가 갑부이며, 어쩌면 일론 머스크나 그의 대리인일 수 있다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개인이 아닌 여러 투자자의 연합이라면 갑부라고 추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프레디9999의 베팅을 추적한 한 도박꾼의 분석에 따르면 그가 복수의 계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같은 시점에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슷한 액수를 꺼내어 트럼프에 베팅을 하는 계정이 최소 4개가 있다는 것. 이 계정들의 베팅액은 3000억 달러(약 41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고래가 트럼프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큰 손실이 예상되는 기업이나 업종에 있는 사람이 손실 위험을 분산(hedge)하기 위해서 거액의 베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 분산의 의도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트럼프가 베팅 사이트에서 유리하다는 뉴스가 나오면 모두가 그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 트럼프에게 모멘텀이 생겼다고 믿게 되고, 그 결과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사진=폴리마켓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지난 7일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가 약간 더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공유한 지 2분만에 폴리마켓에서 해리스에 2% 앞서던 트럼프가 격차를 10% 벌렸고, 머스크가 폴리마켓의 변화를 다시 소셜에서 공유하면서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재 폴리마켓에서 60대 40으로 나오는 두 후보의 승률 차이는 그 이후에 생긴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실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밈 주식 열풍에 참여한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지만, 자기는 좋은 취지에 동참했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폴리마켓에서 지지 후보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할지 지켜볼 일이다.        < 박상현 오터레터(OTTER LETTER)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