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의 재대결, 전쟁 공포에 떠는 동유럽

● WORLD 2022. 1. 29. 01:3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운명은?

 

러, 12만 병력 우크라이나 둘러싸 “북·동·남쪽에서 공격 가능 상황”

나토군도 8500명 배치 일촉즉발 ‘두 세계 충돌’로 유럽 전역 불안

 

러시아군이 지난 26일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쿠즈민스키 지역에서 궤도형 다목적 수륙 양용 장갑차(MT-LB)를 앞세워 전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변에,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면 ‘전운이 감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8500명이 우크라이나 일대에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옛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로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알라르 카리스 대통령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토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에 나토군이 더 주둔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임자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가 발트해 이웃 나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취임한 카리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 쪽으로 훌쩍 더 다가섰다.

 

고래싸움에 끼인 옛 소련권 국가들

 

리투아니아는 미국산 스팅어 휴대용 방공시스템과 열영상탐지기 등 군 장비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미국산 장비의 제3국 이전을 승인해 리투아니아가 대전차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소련에 1940년 강제병합됐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을 보며 어느 때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하다. 세 나라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 그에 맞서는 서방, 그 사이에 낀 옛소련권 국가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벨라루스다. 친서방 발트국가들과 달리 크렘린에 찰싹 달라붙은 벨라루스야말로 ‘푸틴의 야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줄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러시아군 병력 12만명가량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에도 7~10개 대대 약 4200~9000명과 수호이 전투기들을 이동시켰다. 미국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크라이나를 북쪽, 동쪽, 남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의 우파 분석가들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더릭 케이건과 전쟁연구소의 조지 바로스는 의회전문지 <더 힐> 기고에서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폴란드와 발트 3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거 없는 선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푸틴은 2000년 취임한 이래로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다시 연합국가로 묶는 구상을 지지했으며 이미 몇년 전부터 벨라루스에 공군기지를 설치하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에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 앞에서 미적거렸지만, 거센 민주화 시위에 부딪힌 뒤 루카셴코 대통령은 크렘린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다. 2021년 11월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연합을 비롯해 크렘린이 요구해온 협정들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핵무기다. 올해 2월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벨라루스의 새 헌법 초안은 ‘중립’과 ‘비핵화’라는 현행 헌법의 핵심 조항들을 무력화했다.

 

푸틴은 소련의 해체를 ‘굴욕의 역사’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동유럽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걸까.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이 무리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도박은 푸틴의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인들 다수가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다. 푸틴에게,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역사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남의 나라’가 아니다.

 

위험한 군사 배치를 감행하면서 푸틴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나토가 더는 동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않는 것,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남겨두라는 것이다. 팽창주의라기보다는 ‘원래 우리 것인 지역을 넘보지 말라’는 위협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분노할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야심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세력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니 나토는 너무 설치지 말고, 미국은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크렘린은 계속 발신해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개입한 것도 러시아의 세력권을 세계에 확인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뜻이 없어 보인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푸틴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돈줄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가치는 떨어졌고 루블화도 폭락 중이다.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나토군을 내보내고 싶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히려 나토의 보호를 요구하는 역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도 부담은 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만일 우크라이나를 건드리더라도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것이라면서 군사적 대응과는 선을 그었다. 유럽과 미국의 시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유럽연합 상임의장국 임기를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가 만나 휴전을 이끌어냈는데, 그 전례를 살린 ‘4자 회담’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유럽 뒤흔드는 두 세계관의 대결

 

독일도 미국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발트국가인 에스토니아는 미국산 무기뿐 아니라 러시아제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옛동독에서 핀란드로, 다시 에스토니아로 소유권이 이전된 곡사포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데에는 독일이 승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최근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주변국들로 퍼져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몇몇 독일 언론에는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주는 것을 숄츠 정부가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전운’만으로도 세계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동유럽을 뒤덮은 이 위기를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을 뒤흔들 수 있는 두 세계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불독 정신’을 배워 러시아에 맞서자는 글이 실렸다. 45년의 냉전은 진작 끝났고 그 후 다시 30년이 지나갔지만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사람들의 운명은 여전히 두 냉전국들에 달려 있는 듯하다. ‘두 세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바이든 “러시아, 2월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뚜렷”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경고

"땅 얼어붙었을 때 공격 개시" 전망

크렘린 “미국과 대화는 계속하겠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27일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인 동부 루한스크에 설치된 참호 안을 걷고 있다. 루한스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가 2월 중순까지의 시점에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미국이 모종의 정보 판단을 거쳐 이런 경고를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땅이 얼어붙으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북쪽에서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무거운 군장비 이동에 적절한 조건 형성을 기다리고 있다며,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가 점유하던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이 진입한 시점도 2월 말이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군사원조를 비롯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의 확고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경제 지원도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소집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31일에 열린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 이상의 병력을 집결한 것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엔 헌장에 대한 분명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전날 미국과 나토가 나토의 추가 동진 금지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하는 회신을 보낸 것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낙관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화를 계속하겠다며 “그게 우리와 미국 양쪽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푸틴·마크롱,  러 '안전보장안' 등 우크라 위기 해법 논의

푸틴 "미 · 나토 답변서 러 우려 고려안돼…검토 뒤 향후 조치 결정"

 

 푸틴 대통령(왼쪽)과 마크롱 대통령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에 긴 통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이고 법률로 명시된 안전보장 제공 문제가 대화의 주요 주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과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협상과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 결과 등에 기반해 이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 측이 26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받은 (러시아 제안) 안전보장 협정 초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며, 그 뒤 (러시아의) 추가 행동에 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의 답변에서 나토 확장 금지와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배치 나토 군사력 및 인프라의 1997년 수준 회귀와 같은 러시아의 원칙적 우려가 고려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나토 양자 기본 문서 등에 명시된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 즉 '누구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신의 안보를 강화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와 같은 핵심적 문제를 무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공화국과 루칸스크공화국 당국과의 직접 대화 추진과 돈바스 지역 특수지위에 대한 법적 보장 조항 등의 철저한 이행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 정상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국 정상 정책보좌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해당 형식의 틀 내에서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이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소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대표 회담을 일컫는다.

 

4개국 정상이 지난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이 참석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 뒤 중화기 철수, 러시아와의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와 지방 선거 실시 등을 규정한 민스크 협정에 서명했으나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돈바스 지역의 자치 지위 허용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입장차가 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 4개국 정상 정책 보좌관들은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해 돈바스 분쟁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주 뒤 베를린에서 다시 회동하기로 했다.

독~러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이해관계에

2차대전뒤 무기공여 금지원칙 겹쳐 애매한 태도 지속

 

우크라이나군이 26일 볼린주에서 대공 훈련을 벌이면서 스트렐라-10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우크라이나 위기’를 지켜보는 독일의 ‘애매한 모습’에 독일 국내는 물론 주변국에서 다양한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는 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독-러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길이 1222㎞)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선 관계를 통해 실현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시절인 2015년 공사가 시작돼 지난해 9월 완공된 뒤 가동 개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 사업에 대해선, 구상 단계부터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너무 의존하게 돼 전략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경유하지 않고 발트해 해저를 따라 두 나라를 직접 연결해 폴란드, 우크라이나, 발트 3국 등도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독일 국내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가스관이 도착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주는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등의 이유로 노르트스트림2를 포기하기 어렵다. 이곳은 ‘신호등 연정’을 통해 지난해 11월 말 집권한 여당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급박해지자 독일의 애매한 입장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독일 언론들은 정부가 ‘불분명한 태도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정부는 미국의 신용을 잃고 나토에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독일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 불가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폴란드·라트비아 등 주변국도 독일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태도가 분명치 않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독일은 현재 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 역시 주변국의 눈총을 받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17일 키예프를 방문했지만, “외교는 현재 최고조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무기 원조를 완곡히 거절했다.

 

26일 독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물품이 결정됐다. 군용 헬멧 5000개였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독일이 다음엔 뭘 지원할 것인가, 베개인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미얀마 쿠데타 1년] 군부 1인자 민 아웅 흘라잉 누구?

군부 정권서 총사령관으로 두각

2017년 로힝야족 갈등·학살 주도

 

수치 정권 타격 노리다 불발되자

총선 민심 뒤집고 시민들에 총구

아들·며느리 동원해 이권 등 독점

 

26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총리실에서 훈 센 총리(왼쪽)가 미얀마 쿠데타 군정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훈 센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7~8일 자신의 미얀마 방문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했다. 캄보디아 정부 제공

 

지난 7일 미얀마를 전격 방문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총사령관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전세계에 공개됐다.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합법 정부를 전복한 ‘미얀마의 1인자’ 민 아웅 흘라잉이 처음 외국 정상과 회담에 나선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미얀마가 지난해 4월 합의한 △폭력행위의 즉각 정지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내 ‘모든 관계자’에 대한 면담 허용 등 5개 항목의 이행을 이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26일에도 화상 회담을 여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여전히 짙은 베일에 싸인 민 아웅 흘라잉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56년 7월에 태어난 민 아웅 흘라잉은 2002년 미얀마 북부 샨주의 지역 사령관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0년 군부 정권 때 합동참모총장직을 수행하며 당시 군의 1인자였던 탄 슈웨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 의장의 후임자로 지목됐다. 이어 2011년 테인 세인 과도정권에서 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야욕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 8월 서북부 라카인 지역에서 발생한 로힝야족과 미얀마인의 충돌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불교도(미얀마)와 무슬림(로힝야) 간의 종교적·종족적인 갈등으로 증폭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얀마군은 이 사태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학살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은 민 아웅 흘라잉이 아닌 수치 국가고문에게 집중됐다. 결국, 2019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에 피고로 출두하면서 ‘평화’를 상징했던 수치의 신화가 상처 입게 된다. 지금 와 돌아보면, 수치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군부의 철저한 노림수였다.

 

수치 고문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지만, 국내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출두해 수모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책임 있는 지지자로서 비치게 된다. 그 결과 2020년 11월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은 83%의 높은 지지율로 압승을 거뒀다. 민 아웅 흘라잉은 더 이상 정권 장악을 위한 야욕을 참지 못하고 쿠데타를 결심하게 된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1년 뒤 총선을 치르고 민정 이양을 하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준비 기간은 2년6개월 연장돼, 총선은 2023년 8월에나 치를 수 있다. 미얀마의 ‘신군부’ 민 아웅 흘라잉의 독재를 향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었다.

 

민 아웅 흘라잉은 권력은 물론 재산에 대해서도 엄청난 야욕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아들 아웅 피애 손(36)은 양곤의 심장이라 불리는 슈웨다곤 사원 근처에서 고급 갤러리 식당 겸 미술 전시관, 서부 유명 해안가에 고급 리조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건설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약품 회사를 설립해 모든 수입 약품의 허가 업무 독점 대행을 맡고 있다. 며느리인 묘 야더나 타이크는 양곤 밍갈라돈 지역 내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부지 개발 사업을 하고 있고, 딸인 킨 티리 테 몬(37)과 함께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영화 사업도 독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최근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을 해산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조 민 툰 군 대변인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27일치)과 한 인터뷰에서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 것이지만 “총선 때까지 민족민주동맹을 해산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미얀마 군부가 수치 고문만 제거하면 당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곤/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길윤형 기자

 

“포스코 인터내셔널,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과 단절을!”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106개 한국시민사회단체들

포스코 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사업 중단 촉구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회원들이 27일 오전 미얀마 군부 쿠데타 1년(오는 1일)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내 106개 단체가 모인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1주기(오는 1일)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미얀마 가스전에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관련기사: 미얀마 쿠테타 1년…시민단체 “포스코, 쿠데타 세력과 단절하라”)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포스코 그룹의 글로벌 인프라부문 계열사이다.

 

이들은 미얀마 석유가스공사(MOGE)와 슈웨 가스전 사업을 하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쿠데타 세력의 인권 유린에 눈감고 계속해서 가스 수익금을 쿠데타 세력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 토탈과 미국 셰브런은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인권과 법치가 훼손됐다며 사업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시민모임은 “지난 1년간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포스코 인터내셔널을 규탄한다”며 “쿠데타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가스 수익금의 에스크로 계좌(제3의 계좌) 예치, 가스수송 파이프라인 사업의 배당금 지급 유예 등을 포함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미국과 유럽, 미얀마 등 23개 단체와 함께 미얀마 쿠데타 세력의 자금줄인 가스 수익금의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미국과 프랑스 정부에도 보내고, 이날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슈웨 가스전 대금 지급 중단을 촉구하는 전 세계 시민 9만5251명의 서명도 사쪽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김명진 기자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회원들이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회원들이 27일 오전 미얀마 군부 쿠데타 1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쿠데타 세력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 EU,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안 합의 근접”

● WORLD 2022. 1. 27. 06: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FT “미 관리 ‘고무적 의견 수렴 있었다’”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제재안 거론

블룸버그 “독일, 에너지 분야 예외 요구”

 

 25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친러시아 반군이 활동하는 도네츠크 인근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러시아 금융기관을 겨냥한 금융 제재안을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미 행정부 관리들이 대 러시아 경제제재 특히 금융 분야 제재와 관련해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 사이에 “매우 고무적인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미국과 유럽연합 간에 △러시아 금융기관 및 국유기업의 규모 △조처 강도 △즉각성 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합의에 근접한 제재안의 구체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의회에서 추진되는 러시아 최대 은행이자 국영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등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고 있어, 이들 대형 금융기관을 겨냥한 제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그와 함께 첨단기술 관련 수출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해 제재 조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이 많은 유럽연합 쪽은 대 러시아 추가 경제 제재안에 대해 미국과 완전히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다. 한 유럽연합 당국자는 신문에 미국 당국자가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금융 제재에 대해 “막후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25일 독일 정부가 일부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금지 및 자산 동결 등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에너지 분야는 추가 제재의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푸틴의 ‘전쟁’, 시진핑의 ‘올림픽’

 

대규모 병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며 미국·유럽과 대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된 이후 시진핑 주석이 외국 정상과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대한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공식·비공식으로 동참한 나라는 14개국뿐이지만, 지금까지 직접 정상이 참석하겠다고 밝힌 나라도 러시아, 파키스탄, 폴란드, 몽골과 중앙아 5개국 등 10개국뿐이다. 코로나와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푸틴의 참석은 시진핑에겐 천군만마의 특별한 ‘선물’이다.

 

푸틴으로서도 시진핑과의 공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러시아의 경제력으로는 미국과 유럽에 맞설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력과 중국의 경제력을 결합해, 유라시아의 서쪽과 동쪽에서 동시에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든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푸틴과 시진핑의 계산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위축시키고 ‘소련의 영향권’을 회복한다면, 시진핑도 같은 방법으로 대만을 볼모로 동아시아에서 영향권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행동을 지지했고, 푸틴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푸틴이 그동안 올림픽을 기습 침공의 계기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베이징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전쟁이 벌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푸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돌아가 조지아 침공을 지휘했고, 2014년 자국에서 개최한 소치겨울올림픽 폐막 며칠 뒤 기습적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푸틴과 시진핑의 장기 과제는 미국의 달러 패권 흔들기이다.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제3자(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며 양국 무역에서는 달러가 아닌 위안과 루블 결제를 늘리겠다고 했다. 단기간에 달러 패권을 흔들지는 못할지라도, 미국이 금융 제재로 두 나라의 행동을 제약하는 데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은 분명하다. 미국이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오히려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무기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공조다.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 지원, 미얀마 군사 쿠데타 옹호 등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거부권을 이용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북한이 새해 들어 극초음속미사일 연속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 뒤, 미국이 안보리에서 규탄 성명을 내려는 시도도 중국과 러시아가 막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질서 흔들기의 파장을 가장 주도면밀하게 읽고 있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일 것이다. 새해 들어 벌써 다섯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 카드까지 꺼냈다. 북한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해도 안보리가 대응할 수 있을까. 박민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