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학살 진두지휘 네타냐후 '국제전범' 공식 낙인

● WORLD 2024. 11. 23. 02:4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ICC, '미국 믿고 만행' 네타냐후 '체포영장'


굶기기·살인·박해·의도적인 민간인 공격
미국 "거부"…주요 서방국 "존중·이행"
체포 가능성 작지만 운신의 폭은 제약

서방국의 무기·자금 지원 제동 가능성
'나치 홀로코스트' 독일은 아직 침묵

 

가자 학살극을 진두지휘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마침내 '전범'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뒷배를 믿고 폭주해왔던 이스라엘 정상이 ICC의 수배 대상이 된 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의 회담 중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상의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가자지구 내 테러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023.10.19. EPA 연합
 

'미국 믿고 만행' 네타냐후에 '체포영장'

발버둥에도 결국 '국제 전범' 공식 낙인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네타냐후(75)와 범행 당시 국방장관인 요아브 갈란트(66)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5월 20일 재판소의 카림 칸 수석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최소한 작년 10월 8일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네타냐후와 갈란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은 굶기기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인과 박해, 다른 잔혹한 행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공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범죄 혐의에 가자 민간인 주민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도 추가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모두 연료, 전기는 물론 식량, 물, 의약품 및 의료 용품 제공을 포함한 생존 필수품을 가자 민간인 주민에게서 의도적으로 박탈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가자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분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에서의 사망자는 4만40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는 1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가자 전역이 초토화돼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뀌었으며, 주민들은 생사를 오가는 극한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9월 30일 집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함께 숨진 열살의 팔레스타인 소녀 라샤와 열한살의 오빠 아흐메드. 2024. 11. 03 [알자지라 기사 캡처]
 

굶기기·살인·박해·의도적인 민간인 공격

"정치적 맥락에서 가자 주민 표적 삼아"

재판부는 "식량과 물, 전기, 연료. 그리고 특정 의료 용품의 부족이 민간인 주민의 일부를 파괴하는 생활 여건을 만들었고, 그 결과 영양실조와 탈수로 인해 숨진 어린이들을 포함해 민간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들은 정치적이거나 국가적인 맥락에서 가자 주민을 표적으로 삼았고, 그렇기에 '박해'라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심리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관련 사건을 다룰 사법관할권이 ICC에 없다는 주장을 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이미 2021년 가자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까지 관할권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ICC는 작년 10·7 기습 테러를 자행한 혐의로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마스 지도부의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외르도 함께 영장이 청구됐으나 추후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돼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데이프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하마스는 데이프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1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11. 21 [로이터=연합]
 

체포 가능성 작지만 운신 폭 크게 제약

서방국의 무기·자금 지원 제동 걸릴 듯

ICC 설립의 법적 근거로 1998년 채택된 '로마규정'(Rome Statute)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124개 당사국은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자국을 방문할 때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혐의로 역시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례를 고려하면 영장 집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운신의 폭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때 당사국이었던 이스라엘과 미국이 2002년, 수단은 2008년, 러시아는 2016년에 탈퇴했다. 중국은 가입한 적이 없다.

뭣보다 ICC의 이번 결정은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가자에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저지렀다는 사실을 국제사회를 향해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가자 대학살에도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며 막대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온 독일, 영국 등 서방국들의 행보에 일정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을 무시하고 기존의 졍책을 고집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반인도 범죄와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칸 수석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국은 재판부의 이들 명령을 존중하고 준수해 로마규정에 대한 공약에 부응해달라"며 네타냐후 등에 영장 집행을 호소했다. 그는 "가자와 서안에서 폭력이 확산하고, 인도적 접근이 더 축소되고, 국제적 범죄 혐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데이르 알-발라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식량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 11. 18 [AFP=연합]
 

네타냐후 "반유대주의적 조치" 반발

바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같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그 영원한 뒷배인 미국은 ICC의 영장 발부에 거세게 반발했다.

네타냐후는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자연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반유대주의적 조치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갈란트도 'X'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 살인과 테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ICC의 결정과 관련해 "(칸)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받고자 서두른 것과 이런 결론에 이른 절차적 오류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ICC는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 전혀 없다"라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언제나 함께해 이스라엘 안보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7일 제79차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사우디아리비아 중심의 '축복의 연대'와 이란-시리아 중심의 '저주의 연대'가 있다면서  사우디에게 이스라엘과 합세해 이란을 제압하자는 '새로운 중동'(New Middle East)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2024. 09. 27 [AP=연합]
 

팔레스타인 포함해 아랍·중동국들 환영

PA "국제법에 대한 희망·신뢰 보여줘"

당연히 팔레스타인은 환영하고 나섰다. 서안을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국제법과 그 기구들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보여준다"며 ICC 당사국들에게 "네타냐후, 갈란트와의 접촉 및 회동 차단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정의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데이프에 대한 영장 발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요르단과 튀르키예 등 아랍·중동권 국가들은 ICC 결정을 환영하고 이행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작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와 관련해 정의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다"라면서 모든 조약 당사국에 체포영장 집행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미시간대의 앤아버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11. 21 [로이터=연합]
 

주요 서방국, 미국과 달리 "존중하고 이행"

EU 보렐 "정치적 결정 아냐…구속력 있다"

주요 서방 동맹국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거부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며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는 구속력 있는 결정인 만큼,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이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의 크리스토프 르무안느 대변인은 "ICC 규정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말했고, 영국 총리 대변인은 "영국은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국영 RAI TV에 "우리는 그들을 체포해야만 한다"며, 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카스파르 펠드캄프 외교장관은 "ICC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체포영장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총리는 이번 ICC 결정이 "대단히 중요한 걸음이다"라면서 "긴급하게" ICC 결정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다이예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직후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2024. 11. 21 [AP=연합]
 

스위스 "네타냐후 입국 시 체포·송환"

'나치 홀로코스트' 독일은 아직 침묵

스위스도 ICC 당사국의 의무가 있는 만큼 네타냐후 등이 입국하면 체포해 넘기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모두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캐나다는 국제법정의 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총장 대변인을 통해 ICC 판결의 작업과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정권 당시 유대인을 상대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탓에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자행하는 또다른 홀로코스트에 방관하며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 옹호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독일의 올라프 숄츠 정권의 반응은 아직 없다.

그러나 헝가리,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 극우 정권들은 로마규정 당사국이면서도 이번 ICC 결정에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거나 "터무니없다" 또는 "심대한 이견"이란 부정적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는 제노사이드,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창설된 세계 최초의 상설 재판소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한국 뒤통수 쳤다

● WORLD 2024. 11. 23. 02: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지난 20일 주일본 중국대사관 주최 ‘일중 상주 기자 교환 60주년 기념·일중 미디어·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일본 외무성 정무관.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열리는 강제동원 피해자 추도식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대표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극우 성향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외무성은 22일 이쿠이나 아키코(生稻晃子) 정무관이 오는 24일 니가타현 사도섬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외무성 정무관은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한다.

이 추도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찬성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 하지만 개최자가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로, 일본 정부 행사는 아니다. 민간 행사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등재 찬성 조건이었던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전시물 설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기에 추도식에 대한 기대도 크진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무성의'를 넘어 뒤통수를 쳤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전쟁 범죄 반성과 관련된 활동 이력은 알려진 게 없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자민당 소속 참의원으로 지난 2022년 선거에서 당선해 이달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외무성 정무관을 맡았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은 선거 직후인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선거 당시 <마이니치 신문>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중 '한일관계는 징용공과 위안부의 문제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관계 개선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쿠이나 정무관은 "'대립 문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한다"라고 답했다. 또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드는 헌법 개정에도 찬성했다.


사도광산 관광코스 중 하나인 ‘도유갱’ 코스의 모습. 골든사도 누리집 갈무리 ⓒ 골든사도 누리집
 


일본 정부 대표 인사의 추도사 내용이 사도광산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의사 혹은 성의를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를 극우 성향 정치인이 맡게 된 것이다. 더욱이, 추도식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도 참석할 예정이다.

피해자 유족의 참석 경비도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돼 있는 등 현재까지 일본 측의 '성의 표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 유족을 행사에 참석하게 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 오마이 안홍기 기자 >

 

‘야스쿠니 참배’ 인사 온다는 사도광산 추도식…‘굴욕 외교’ 상징될 판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이쿠이나 아키코 페이스북
 

외교부가 22일 오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려던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브리핑을 취소했다. 외교부의 조처는 일본 정부가 24일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극우 인사를 보낸다고 발표한 뒤에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브리핑 취소를 공지했다. 브리핑 예정 시각을 불과 5분 앞둔 시점이었다. 외교부는 브리핑 취소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취재진에 “현재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는 사정이 됐다"고 했다.

외교부의 브리핑 취소에는 24일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참배 각료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보낸다고 발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결정은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로한다는 추도식의 의미에 전혀 맞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찬성하면서 “외교 성과”로 내세웠던 추도식이 ‘굴욕외교’의 상징으로 전락할 판이다. 추도식은 24일 오후 1시부터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일본 유명 걸그룹 ‘오냥코 클럽' 멤버 출신 아이돌로, 배우로도 인기를 끌었다. 2022년 참의원(상원) 의원으로 처음 당선되었고, 이달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제2차 내각에서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그는 의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려스럽다. 참의원 선거 전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 ‘한일이 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계속 대립하고 있는 데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립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지난 21일 외무성 부대신과 정무관 이·취임식에 참석해서는 “내년은 전후 80년, 그리고 일-한(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지만 한국이나 중국과는 많은 과제가 있는 만큼, 일본으로서 할 말은 확실히 하고 일본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무관은 차관급 인사로 외무대신(장관), 외무부대신(차관) 바로 아랫급이다. 일본 외무성에는 3명의 정무관이 있고 이쿠이나 정무관과 다른 1명은 야스쿠니 참배자이지만, 그렇지 않은 정무관도 있다.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무관 이상 참석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확답을 미뤄오다가 추도식을 이틀 남기고 결국 극우 인사를 보내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일본이 왜 유독 야스쿠니 참배자를 일본 정부 대표로 보내기로 결정했는지,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자들의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외교부는 이날 밤 늦게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하여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측에 강조해 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동 정무관은 일본 정부대표로서 추도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치다.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 가운데 또다른 하나인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전시도 ‘강제동원’ 표현이 빠진 데 이어, 추도식마저도 정부 설명과는 다른 석연치 않은 행사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야스쿠니 참배 인사가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직 이 행사의 성격과 추도사의 내용도 불분명하다. 한일 정부간 합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이 계속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쪽에서는 이 행사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 추도와는 무관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는 행사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행사 명칭에 ‘감사’라는 취지의 표현을 넣겠다고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포함된 추도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해 우여곡절 끝에 ‘사도광산 추도식’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결정되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하나즈미 히데요 일본 니가타현 지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도식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을 관련된 분들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 추도식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행사라는 인식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인데 일본 중앙 정부 차원이 아닌 니가타현의 지자체 관계자와 민간단체 등이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22일까지도 추도사 내용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과연 이 행사가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찬성 당시 국민에게 설명한 ‘강제동원 피해자를 애도하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추도식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1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일본측 실행위원회가 조선인 희생자 가족 초청도 하지 않아 한국 정부가 참석 의사를 밝힌 유가족들의 경비도 모두 부담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성과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는 당시 사도광산 등재에 찬성하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는 추모식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추도식이 ‘굴욕 외교’의 상징이자, 강제동원 피해 유가족들을 들러리 세우고 모독하는 행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도광산에서는 조선인 1500명 이상이 강제동원되어 노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은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제대로 추모하지 않는 행사라면 정부가 추도식 참석 자체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일본과 협의 결과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추도식 불참도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일측과 협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

미국 중동 정책의 '최대 걸림돌' 사우디


사우디-이란-중국, 리야드서 '3자 공동위'
빈살만, 트럼프 복귀에도 이란 동행 선택

제노사이드 자행 네타냐후에 공동 대응
군 수뇌 이란 방문, 합동 해군훈련 제안
"모든 레벨서 직접 소통하고 상호 협력"

 

중동 질서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략적 선택을 내린 듯하다. 이스라엘이 13개월 넘게 가자 학살극을 지속하고 레바논, 시리아까지 공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방치, 방조하자 이스라엘이 아닌 이란, 미국이 아닌 중국과 손을 잡는 모양새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 협의 최종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한 왕이 중앙위 국무원 등 중국 관계자들(중앙) 모습. 2023.03.11. 신화 연합
 

사우디-이란-중국 리야드서 '3자 공동위'

"모든 레벨서 직접 소통, 상호 협력"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19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사우디, 이란, 중국의 '3자 공동위원회' 회의다. 사우디의 SPA, 이란의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사우디의 왈레드 빈 압둘카림 엘케레이지 외교 차관, 이란의 마지드 타키 라반치 정무 담당 외교 차관, 그리고 중국의 덩리 외교 부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번 '3자 공동위'는 이는 작년 3월 10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오랜 적대 관계를 끝내고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발표했던 '베이징 협정'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후속 작업의 일환이다. 작년 12월 15일 베이징에서 장관급 1차 공동위에 이어 이번이 2차 회의다.

이 협정은 양국의 수교를 성사시키고도 미국의 견제로 유명무실해진 듯했지만, 가자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극을 계기로 되살아난 형국이다.

회의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주권과 독립, 안보에 대한 상호 존중을 강조한 뒤 베이징 협정의 전면적 이행과 함께 유엔헌장, 이슬람협력기구(OIC) 헌장, 국제법 준수를 통한 근린 관계 강화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한 세계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모든 레벨에서 양국 간 직접 소통과 상호 협력 기회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6일 제다에서 열린 제다안보개발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빈살만, 이스라엘과 선 긋고 이란 선택

제노사이드 자행 네타냐후에 공동 대응

이는 이슬람 시아파 수장인 이란이 과거에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 왕정을 흔들려고 했던 이른바 '이슬람 혁명 수출 정책'을 포기함으로써 안보 측면에서 사우디를 안심시켜 화해하는 한편, 양국이 종파를 뛰어넘어 무슬림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하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유대 극우 정권에 공동 대응하자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3국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최근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에 대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지속적 폭력이 해양 안전을 포함해 지역 및 글로벌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아랍·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깨고 주변국에 위협을 가하는 '주범'이 다름 아닌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임을 분명히 규정한 것이다.

 

중부 가자시티의 알-잘라아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주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2024. 11 . 18 [AFP=연합]
 

중국의 역할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SPA와 IRN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란은 작년 3월 베이징 협정 성사 과정은 물론 그 후속 작업에서도 중국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이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제고하고자 취한 조치들을 계속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포함해 3국이 정치,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도 합의했다.

회의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이중과세방지협정 서명 의지를 밝히는 한편, 사우디-이란 합동미디어위원회의 첫 개최와 더불어, 사우디 외교부 산하 외교연구원(PSAIDS)과 이란 외교부 산하 정치국제문제연구소(IPIS) 간의 양해각서 체결을 환영했다. 또한 올해에 각각 8만5000명과 5만2000명이 넘는 이란인들이 무슬림의 성지순례 행사인 하지와 움라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영사 서비스가 개선되고 양국 간 민간 교류가 확대된 사실에도 주목했다.

 

사우디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11일 수도 리야드로 아랍과 이슬람권의 정상들을 초청해 긴급 합동회의를 주최했다.  2024. 11. 11 [SPA=연합]
 

사우디, 숙적 이란과 군사 협력에 나서

군 수뇌 이란 방문, 합동 해군훈련 제안

이번 사우디-이란-중국의 '3국 공동위' 개최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이란과의 동행을 위해 최근 사우디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취한 일련의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그 대표적 사례 두 가지만 꼽자면, 하나는 이란과의 군사 협력 강화다. 지난 10일 사우디 군 수뇌부의 이란 방문 허용과 홍해에서 이란 해군과의 합동 훈련 제안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홍해는 '연합해군'(CMF)이라는 미국 주도의 38개국 해군연합체가 2001년부터 이미 활동 중인 곳이어서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는 빈살만이 11일 리야드로 아랍·이슬람 정상들을 긴급 소집해 합동 정상회의를 개최한 일이다. 미국을 믿고 제멋대로 학살을 자행하고 군사력 우위를 앞세워 전방위로 확전을 시도하는 이스라엘 극우 정권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아랍·이슬람 정상들은 전문과 38개 항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 △ 가자, 레바논, 시리아에서 자행된 이스라엘의 공격 강력 규탄 △ 즉각적 휴전과 함께 팔레스타인 등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아랍 영토 철수 △ 동예루살렘 수도의 팔레스타인국가 창설과 두 국가 해법 지지 등을 결의했다. 사분오열됐던 아랍·중동지역 나라들이 빈살만의 주도 아래 모처럼 단합을 과시한 셈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고 있다. 2024. 07. 26 [AP=연합]
 

트럼프 복귀 알면서도 이란과 동행 선택

중동서 미국 위상 추락… 중국 반사이익

특히 집권 1기 때 친이스라엘, 반이란, 팔레스타인 무시 정책을 폈고 중국을 주적으로 삼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두 달 뒤면 백악관에 복귀할 것을 알면서도 사우디의 빈살만이 이스라엘과 선을 긋고, 오랜 숙적이었던 이란과의 동행을 선택함으로써 중동 질서의 격변을 예고한다. 기존의 이란이 아니라 사우디가 이젠 아예 미국과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새로운 중동정책'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 가는 양상이다.

한편 시진핑의 중국은 작년 3월 베이징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를 성공적으로 중재하고 '3자 공동위'에 동참함으로써 후속 지원도 계속하는 한편, 7월 23일 베이징에서 오랜 분열과 갈등을 빚어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집권당 파타 등 14개 정파를 중재해 '분열 종식과 팔레스타인 민족 단결 강화에 관한 베이징 선언'을 끌어냈다. 아랍·중동에서 날로 위상이 추락하는 미국과 꾸준하게 위상을 높이는 중국이 대조적이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핵전쟁의 문턱 넘어가나... 우크라이나 전쟁 새 국면

● WORLD 2024. 11. 21. 02: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 ATACMS 6기 공격…러 핵사용 준비 돌입


바이든, 스스로 금지한 대인지뢰도 우크라에 공급
임기 말 연거푸 금기 해제…책임은 후임 트럼프에

 

우크라이나가 결국 러시아 영토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우크라전이 핵전쟁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번 공격은 비핵국가(우크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재래식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무기 사용 조건이 된다고 규정한 러시아의 개정 핵교리에 따라 핵무기 사용의 조건이 된다. 1000일을 넘긴 우크라전이 '루비콘강'을 건너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군이 19일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이를 전한 AP통신은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텔레그램 채널이 발표한 것으로 비디오 촬영 장소와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4.11.19. A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사거리 300km의 ATACMS 지대지 미사일. [AP=연합]
 

미-우크라 "러시아 위협 두럽지 않다"

19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군이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 미사일 6기를 우크라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3시 25분 발사된 5기는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명중했고, 나머지 1발도 손상을 입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에이태큼스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에 단행된 것이다. 크렘린궁은 마침 이날 새 핵교리를 발표했지만, 개정 내용은 이미 지난 9월 25일 공개됐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크렘린궁이 새 핵교리 발표와 관련해 한 발언에 불행히도 놀라지 않는다"라면서 러시아에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수사(말)를 중단할 걸" 거듭 촉구했다. 우크라 정부도 일단 러시아의 핵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내보였다. 이날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 외교장관은 "그들(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관련 공개적 발언(레토릭)은 협박에 불과하다"라면서 "우리는 무력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연합뉴스)

러시아는 단호한 입장을 내보이는 동시에 핵사용에 필요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우크라가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미국과 나토 등) 동맹국이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와 나토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핵폭발에 대비한 이동식 방공시설(KUB-M)의 양산에 돌입했음을 공개했다.

KUB-M은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와 방사능은 물론, 에이태큼스 미사일처럼 재래식 무기의 폭발 및 화재, 자연재해 등의 위험으로부터 48시간 보호할 수 있다. 컨테이너 형태로 개당 54명을 수용하며 필요시 모듈을 추가한다. 러시아가 핵교리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근의 러시아군 병사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읽힌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시설을 공개한 것. 러시아는 중력탄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까지 다양한 전술, 전략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5월 9일 모스크바 도심에서 벌어진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Yars).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략무기의 하나다. 2024.5.9. AFP 연합
 

핵규범 없는 세계에 던진 공포

퇴임 두 달을 남기고 개전 33개월 동안 미국 스스로 금기시했던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공격을 허용한 바이든의 결정은 국제 핵규범이 무너진 상황에서 핵전쟁의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 미·러 간 중거리 핵전력(INF) 협정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 철회로 폐기됐지만, 바이든은 취임 뒤 이를 복원하지 않았다. 바이든 임기 중에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핵감축 규범인 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2)마저 중단됐다. 바이든은 취임 한 달 뒤인 2021년 2월 러시아와 START2의 연장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전 개전 뒤 군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허리를 끊어놓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1일 국정연설에서 협정의 핵심 요소인 상호 핵사찰을 중단함으로서 유명무실해졌다. 협정 유효기간이 5년인 START2는 2026년 2월 만료된다.

우크라전 조기 종전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불과 두 달 남긴 시점에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크라전 종전과 핵무기 규범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되, 독립적인 이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 INF만 일방적으로 철회한 게 아니다. START2의 만료 한 달 전 퇴임할 때까지 협상 재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바이든의 결정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지난 9월 25일 핵교리 개정을 발표하면서 공개적으로 내놓은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러시아의 실제 핵무기 사용 여부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 후과로 인한 책임을 떠맡기 전에 백악관을 떠난다. 러-우 전쟁을 핵전쟁으로 비화시킬 결정을 내려놓고 책임은 후임, 트럼프2 행정부에 미룬 꼴이다.

러시아 대통령의 수행원이 항상 휴대하는 핵가방 체게트(Cheget). 유사시 총사령부에 핵무기 발사를 지시하는 통신수단이다. 위키페디아

바이든의 막판 무리수는 19일에도 계속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행정부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 사실을 뉴욕타임스에 흘렸다면, 이번엔 워싱턴포스트(WP)이다. 이는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본인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일단 매설하면 오랜 세월 동안 군인과 민간인 피해를 낳는다는 이유로 본인이 설정한 금지선을 지워버린 것이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기준, 대략 300만 개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바이든은 잇달아 두 개의 금지선을 넘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언론에 흘리는 방식이었다. 대인지뢰 공급으로 인한 인명피해 역시 자신의 퇴임 뒤에나 벌어질 일. 단순히 우크라의 주권을 지켜주기 위한 숭고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는 까닭이다. 60일 뒤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낼 그가 세계에 선사한, 그 뒤끝이 오래 갈 '더러운 선물'이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미국-러시아 전략무기감축협상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