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병력 8500명에 비상대기령

  유럽 유사시 파병 준비 태세 돌입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에 군비 지원

“집단안보 강화, 신속대응군 준비”

 나토-러, 지중해 대규모 훈련도 벌여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지난 18일 러시아군 장갑차 행렬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본토 주둔 병력 8500명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서유럽 동맹들은 동유럽에 군사장비를 보내고, 지중해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각각 대규모 훈련에 나서는 등 냉전을 방불케 하는 무력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나토의 신속대응군 가동에 대비해 미군 8500명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상황 악화로 나토의 신속대응군이 가동되면 미국은 여단급 전투부대와 병참, 의료, 항공, 정보, 감시, 정찰, 운송 등의 군사력을 유럽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4만명 규모로 가동되는 나토 신속대응군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지금처럼 규모가 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지중해에서 진행되는 나토의 ‘넵튠 스트라이크 22’ 훈련에 미국의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전단이 참여한다며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미국 항모 전단이 나토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된다”며 “우리(나토)의 동쪽 측면 국가들(동유럽)의 안보를 지원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나토에 속한 서유럽 회원국들은 이날도 동유럽에 대한 군사장비 배치 계획을 쏟아냈다. 덴마크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러시아가 면해 있는 발트해에 프리깃함을 투입하고 리투아니아에는 F-16 전투기 4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해안을 이루는 흑해에 프리깃함, 불가리아에는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에 F-35 전투기 2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루마니아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나토 신속대응군 가동 가능성을 띄우는 미국과 서유럽의 움직임은 나토의 집단안보 시스템을 가동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전 회원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집단안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안보 개념의 핵심인 나토 조약 제5조는 개별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발트 3국과 폴란드에 파견된 4개 나토 전투그룹의 보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면한 국경에 병력을 집중시키며 시작된 이번 대치는 미-소가 존멸을 놓고 대립하던 냉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움직임은 동유럽 신규 회원국들을 안심시키고, 러시아에는 집단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해 침공 의지를 꺾으려는 이중 목적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럽 국가 및 나토 수뇌부와의 화상회의를 마친 뒤 “모든 유럽 지도자들과 완벽한 (의견의) 만장일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에서 강경 메시지를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군이 전격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토의 비상한 대응을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은 미국과 나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이 나토와의 갈등 심화에 대해 “러시아가 아니라 나토와 미국이 하는 짓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6천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전쟁 임박설을 유발한 러시아는 지중해에서 함정 140척과 병력 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나토가 각각 진행하는 지중해 훈련은 전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기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우크라 위기의 연원…미국, ‘나토 동진 안 한다’ 약속했나?

 

1990년 냉전해체·독일 통일 협상 때

미·독 “나토 동진 않는다” 구두 약속

구속력 있는 서면 약속은 이뤄지지 않아

30년 흐른 지금까지 미-러 분쟁 불씨 돼

 

1991년 8월1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 주변 도로에서 시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소련 공산당 강경파 쪽 탱크의 진입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유럽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발생한 ‘핵심 원인’은 냉전 해체 이후 끊임 없이 이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미국은 당시 소련과 협상에서 나토의 확장 금지에 대한 ‘공식 보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서독의 지도자들은 소련과 협상 과정에서 그런 언급을 했고, 이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소련의 양해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소련은 서구의 선의를 믿었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나토는 2차대전 직후인 1949년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만든 집단안보기구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냉전 시기 “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애초 목적인 소련의 위협을 성공적으로 막았을 뿐 아니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에 녹아 들게 하고, 미국을 확실히 유럽에 붙들어 매는 등 여러 면에서 훌륭히 기능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40년의 세월이 흘러 19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됐다. 냉전이 종식되며, 독일 통일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독일의 운명을 정할 핵심 변수는 소련의 반응이었다. 서독은 통일을 목표로 주변국들과 적극적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권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고르바초프는 냉전 이후 소련의 안전 보장을 위해선 서구의 군사동맹인 나토가 현재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봤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당시 서독 외무장관은 1990년 2월6일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교장관에게 “나토는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의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일 뒤인 2월9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났다. 베이커는 “최종 결과: 통일 독일은 (정치적으로) 변화된 나토에 고정된다. ’나토의 관할 영역은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말을 직접 메모했다. 회담 뒤 베이커 장관은 곧 소련을 방문하는 헬무트 콜 서독 총리에게 비밀 편지를 전했다.

 

이 편지에서 베이커는 자신이 고르바초프에게 한 제안을 밝혔다. “통일 독일이 나토 밖에 있기를 선호하는가, 그래서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나토의 관할권이 현재 영역에서 ’한 치도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보장 하에서 통일 독일이 나토와 엮여있기를 원하는가?” 고르바초프는 “나토의 영역 확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이 되어도 나토가 동독으로 확장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매파들은 베이커-고르바초프의 타협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나토가 어떻게 한 나라의 반쪽에만 적용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는 편지를 써 콜 총리에게 보냈다. 나토가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이커는 ‘나아갈 수 없다’, 부시는 ‘나아갈 수 있다’. 콜에게 미국의 서로 다른 입장이 전달된 것이다.

 

탈냉전시대 협상 파트너였연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2001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바르비카에 있는 옐친의 집에서 만나 옐친의 부인 나이나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반갑게 껴안고 있다. 바르비카/AP 연합

 

콜은 모스크바를 설득하기 위해 베이커의 온건한 의견을 따랐다. 그에 따라 “본질적으로 나토는 동독의 현 영토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없다”고 약속했다. 이 얘기를 들은 고르바초프는 독일의 통일을 지지하기로 한다. 그날 밤 콜은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추운 붉은광장을 밤새 산책했다. 이 과정에 서면합의는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격노했다. 2월24~25일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이뤄진 콜과 회담에서 “빌어먹을! (냉전에서) 우리가 이기고 저들이 졌다. 소련이 패배의 아가리에서 벗어나 승리를 낚아채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서독이 “두둑한 주머니”를 갖고 있으니, “소련이 (동독에서) 나가도록 매수하라”고 말했다. 부시는 ‘소련군이 철수한 뒤 통일 독일은 미군이 주둔하는 나토 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독일 통일에 소극적인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을 달랬다.

 

독일 통일이 시작된데다 소련의 내정까지 불안해지며, 고르바초프는 무력해졌다. 콜은 1990년 7월부터 9월까지 철수하는 소련군에게 총 150억마르크를 제공했다. 또, 동독에 나토 군과 핵무기 배치를 제한한다는 체면치레용 약속도 했다. 이 모든 약속이 상호 신뢰에 기초한 구두 약속이었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나토 확장에 대한 서면으로 된 어떤 공식 보장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중견 간부가 현지에서 지켜봤다. 그는 “어떻게 소련이 동유럽에서 지위를 잃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탄하며 동독을 떠났다. 새로운 비극의 씨앗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했다.

 

역사의 패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2014년 러시아 언론 <리아 노보스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당시 베이커와 회담에서 “나토의 군사시설이 전진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군 병력이 독일 통일 뒤에도 동독 영토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또 1999년 이후 많은 나라들이 나토 가입을 결정한 일들은 “1990년에 우리에게 했던 언명과 보장들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시의 뒤를 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애초 나토 확장에 신중한 자세였다. 소련과 국경을 마주한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전례 따라 외국군과 핵무기 배치를 금지한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동유럽 국가나 옛 소련 국가들에 적용하려 했다. 그에 따라 ‘평화를 위한 동반자’(PfP) 프로그램을 1994년 만들어 이들 국가를 가입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소련 해체 뒤 경제난 때문에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모스크바 대통령 별장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태우고 1956년형 볼가를 운전해 보이던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워싱턴의 매파들은 이런 조처는 러시아에게 나토 확장에 대한 비토권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도 1차 체첸 내전을 강경 진압해 강경파들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워싱턴에서 ‘신봉쇄’라는 개념이 나왔고, 11월 중간선거에서 나토 확장을 공약으로 내 건 공화당이 승리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12월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하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사임했다.

 

1999년 3월 마침내 폴란드·체코·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했다. 한달 뒤인 4월 나토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옛 소련 공화국에 속했던 나라를 포함한 9개국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11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옐친은 “미국은 유럽에 있지 않다. 유럽은 유럽인들이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나토가 러시아에 근접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회담장을 나서며 푸틴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집권 후 동진해 오는 나토 확장에 맞서기 위해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을 일으켰다. 푸틴은 지난 12월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우리를 속였다. 단호하고, 뻔뻔하게 나토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나토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그럴 수 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나토 역시 누리집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나토 동맹은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된다. 나토가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한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한 장담이 동맹의 합의나 나토의 공식 조약을 대체할 순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길 기자

  미국 전날 대사관 직원 가족 철수령…EU "똑같이 하지 않을 것"

"호주도 외교관 가족 철수 시작"…프랑스, 우크라 여행 자제 권고

 

'러시아 침공 우려' 속 대피호서 전선 살피는 우크라이나 군인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영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철수를 시작했다.

 

BBC는 24일 영국 외교관들에게 구체적으로 위협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약 절반이 영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은 계속 열어두고 필수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비필수 인력을 철수하고 대사관은 정상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인력은 자발적으로 출국해도 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위협이 지속함에 따라 23일부로 미 정부가 직접 고용한 인력에 자발적 출국을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소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에 출국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은 계속 운영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상당한 규모의 군사 행동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를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재지정했다.

 

호주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정부도 키예프 주재 자국 외교관 가족들의 철수를 시작했고,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하도록 촉구했다.

 

호주 정부는 "현지 상황 때문에 영사서비스와 영사조력 제공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말도록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1천400명 정도의 호주인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24일 EU는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외교관들의 가족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미국이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우리는 똑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떠한 구체적인 이유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외교부는 비필수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은 피하도록 자국민에게 권고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리투아니아 이어 슬로베니아도 대만 밀착 행보

얀샤 총리 “대만은 민주국가, 독립 선택하면 존중”

리투아니아 보복 조처…산업 공급망까지 영향 확대

유럽연합, 장기간 피해온 ‘중국이란 현실’ 앞으로

 

지난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대만대표처 현판 앞에 양쪽 국기가 내걸려 있다. 빌뉴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리투아니아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슬로베니아가 대만과 상호 대표처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베니아의 움직임은 리투아니아와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무역제재까지 가한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잇단 ‘소국의 역습’에 중국식 ‘강압 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 17일 인도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표처 설치와 관련해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가 쏟아낸 발언은 여러모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대만을 “민주 국가”라고 불렀고, “대만 국민이 독립을 원한다면, 슬로베니아는 그들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한 나라는 바티칸을 포함해 모두 14개국에 불과하다.

 

얀샤 총리는 나아가 지난해 ‘대만대표처’ 설치 이후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 리투아니아의 상황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표현했다. 그는 “유럽 국가 상당수가 대만과 일정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명칭 사용에 차이는 있지만 리투아니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유럽 각국이 대만과 외교적 접촉을 할 때마다 항의를 해왔지만, 리투아니아 사례처럼 대응한 전례는 없다.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독립을 위해 싸워온 작은 나라를 고립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해 7월 ‘대만’의 대표처 설치 요청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 ‘대만’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타이베이’란 이름을 선호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리투아니아 쪽은 ‘하나의 중국’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승인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 삼국은 러시아의 지배로 고통당한 역사가 길어 인권침해나 패권주의적 움직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중국은 즉각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리투아니아 대사도 추방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인 리투아니아행 화물 열차 운행도 중단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만대표처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공식 개설되자 양국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고, 리투아니아산 상품의 수입 통관도 봉쇄했다. 인구가 약 280만명에 불과한 리투아니아를 본보기 삼아 전체 유럽 국가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럼에도 ‘도미노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인구 200만명 남짓한 슬로베니아가 리투아니아의 행보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들이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이유는 중국과 경제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합무역정보(WITS)를 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슬로베니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2억9천만달러, 수입액은 약 23억3천만달러다. 각각 전체 수출액과 수입액의 약 0.8%와 6% 수준이다. 같은 해 리투아니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약 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0.9%, 수입은 약 10억달러로 전체의 2.9%에 그친다. 중국의 ‘보복’으로 잃을 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중국의 대응 방식 역시 달라졌다. 그동안 중국의 ‘보복 조처’는 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해 이뤄졌다. 2010년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이유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을 둘러싸고 1년여 전부터 관계가 틀어진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무역보복에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 대해선 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6일치에서 “냉전 시절 소련도 못 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무역대표는 지난달 24일 독일 <디벨트>와 한 인터뷰에서 “리투아니아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출 봉쇄가 갈수록 여타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국 관세당국은 리투아니아산 부품이 들어간 여타 유럽 국가의 제품에 대해서도 통관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외교 채널을 동원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패할 것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 제소도 별도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얀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슬로베니아의 ‘트럼프’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대만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충격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것은 유럽연합의 이후 행보다 그동안 말로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 공급망이 흔들리는 터에 슬로베니아까지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되면,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인구 200만명대의 두 소국이 마주한 상황이 ‘중국이란 현실’을 외면해온 유럽연합 전체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FT “미 관리 ‘고무적 의견 수렴 있었다’”

러시아 대형 금융기관 제재안 거론

블룸버그 “독일, 에너지 분야 예외 요구”

 

 25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친러시아 반군이 활동하는 도네츠크 인근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러시아 금융기관을 겨냥한 금융 제재안을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미 행정부 관리들이 대 러시아 경제제재 특히 금융 분야 제재와 관련해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 사이에 “매우 고무적인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미국과 유럽연합 간에 △러시아 금융기관 및 국유기업의 규모 △조처 강도 △즉각성 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합의에 근접한 제재안의 구체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의회에서 추진되는 러시아 최대 은행이자 국영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등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고 있어, 이들 대형 금융기관을 겨냥한 제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그와 함께 첨단기술 관련 수출 규제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해 제재 조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이 많은 유럽연합 쪽은 대 러시아 추가 경제 제재안에 대해 미국과 완전히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다. 한 유럽연합 당국자는 신문에 미국 당국자가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금융 제재에 대해 “막후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25일 독일 정부가 일부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금지 및 자산 동결 등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에너지 분야는 추가 제재의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푸틴의 ‘전쟁’, 시진핑의 ‘올림픽’

 

대규모 병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며 미국·유럽과 대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된 이후 시진핑 주석이 외국 정상과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대한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공식·비공식으로 동참한 나라는 14개국뿐이지만, 지금까지 직접 정상이 참석하겠다고 밝힌 나라도 러시아, 파키스탄, 폴란드, 몽골과 중앙아 5개국 등 10개국뿐이다. 코로나와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속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푸틴의 참석은 시진핑에겐 천군만마의 특별한 ‘선물’이다.

 

푸틴으로서도 시진핑과의 공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러시아의 경제력으로는 미국과 유럽에 맞설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력과 중국의 경제력을 결합해, 유라시아의 서쪽과 동쪽에서 동시에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든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푸틴과 시진핑의 계산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위축시키고 ‘소련의 영향권’을 회복한다면, 시진핑도 같은 방법으로 대만을 볼모로 동아시아에서 영향권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행동을 지지했고, 푸틴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푸틴이 그동안 올림픽을 기습 침공의 계기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베이징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전쟁이 벌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푸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돌아가 조지아 침공을 지휘했고, 2014년 자국에서 개최한 소치겨울올림픽 폐막 며칠 뒤 기습적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푸틴과 시진핑의 장기 과제는 미국의 달러 패권 흔들기이다.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제3자(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며 양국 무역에서는 달러가 아닌 위안과 루블 결제를 늘리겠다고 했다. 단기간에 달러 패권을 흔들지는 못할지라도, 미국이 금융 제재로 두 나라의 행동을 제약하는 데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은 분명하다. 미국이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오히려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무기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공조다.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 지원, 미얀마 군사 쿠데타 옹호 등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거부권을 이용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북한이 새해 들어 극초음속미사일 연속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 뒤, 미국이 안보리에서 규탄 성명을 내려는 시도도 중국과 러시아가 막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질서 흔들기의 파장을 가장 주도면밀하게 읽고 있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일 것이다. 새해 들어 벌써 다섯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 카드까지 꺼냈다. 북한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해도 안보리가 대응할 수 있을까.    박민희 논설위원

 

미군 비상대기, 나토 집단안보 대응…우크라 놓고 군사 대치 심화

 

미 본토 병력 8500명에 비상대기령

유럽 유사시 파병 준비 태세 돌입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에 군비 지원

“집단안보 강화, 신속대응군 준비”

나토-러, 지중해 대규모 훈련도 벌여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지난 18일 러시아군 장갑차 행렬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본토 주둔 병력 8500명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서유럽 동맹들은 동유럽에 군사장비를 보내고, 지중해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각각 대규모 훈련에 나서는 등 냉전을 방불케 하는 무력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나토의 신속대응군 가동에 대비해 미군 8500명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상황 악화로 나토의 신속대응군이 가동되면 미국은 여단급 전투부대와 병참, 의료, 항공, 정보, 감시, 정찰, 운송 등의 군사력을 유럽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4만명 규모로 가동되는 나토 신속대응군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지금처럼 규모가 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지중해에서 진행되는 나토의 ‘넵튠 스트라이크 22’ 훈련에 미국의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전단이 참여한다며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미국 항모 전단이 나토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된다”며 “우리(나토)의 동쪽 측면 국가들(동유럽)의 안보를 지원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나토에 속한 서유럽 회원국들은 이날도 동유럽에 대한 군사장비 배치 계획을 쏟아냈다. 덴마크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러시아가 면해 있는 발트해에 프리깃함을 투입하고 리투아니아에는 F-16 전투기 4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해안을 이루는 흑해에 프리깃함, 불가리아에는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에 F-35 전투기 2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루마니아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나토 신속대응군 가동 가능성을 띄우는 미국과 서유럽의 움직임은 나토의 집단안보 시스템을 가동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전 회원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집단안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안보 개념의 핵심인 나토 조약 제5조는 개별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발트 3국과 폴란드에 파견된 4개 나토 전투그룹의 보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면한 국경에 병력을 집중시키며 시작된 이번 대치는 미-소가 존멸을 놓고 대립하던 냉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움직임은 동유럽 신규 회원국들을 안심시키고, 러시아에는 집단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해 침공 의지를 꺾으려는 이중 목적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럽 국가 및 나토 수뇌부와의 화상회의를 마친 뒤 “모든 유럽 지도자들과 완벽한 (의견의) 만장일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에서 강경 메시지를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군이 전격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토의 비상한 대응을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은 미국과 나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이 나토와의 갈등 심화에 대해 “러시아가 아니라 나토와 미국이 하는 짓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6천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전쟁 임박설을 유발한 러시아는 지중해에서 함정 140척과 병력 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나토가 각각 진행하는 지중해 훈련은 전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기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우크라 위기의 연원…미국, ‘나토 동진 안 한다’ 약속했나?

 

1990년 냉전해체 · 독일 통일 협상 때

미 · 독 “나토 동진 않는다” 구두 약속

구속력 있는 서면 약속은 이뤄지지 않아

30년 흐른 지금까지 미-러 분쟁 불씨 돼

 

1991년 8월1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 주변 도로에서 시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소련 공산당 강경파 쪽 탱크의 진입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유럽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발생한 ‘핵심 원인’은 냉전 해체 이후 끊임 없이 이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미국은 당시 소련과 협상에서 나토의 확장 금지에 대한 ‘공식 보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서독의 지도자들은 소련과 협상 과정에서 그런 언급을 했고, 이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소련의 양해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소련은 서구의 선의를 믿었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나토는 2차대전 직후인 1949년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만든 집단안보기구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냉전 시기 “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애초 목적인 소련의 위협을 성공적으로 막았을 뿐 아니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에 녹아 들게 하고, 미국을 확실히 유럽에 붙들어 매는 등 여러 면에서 훌륭히 기능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40년의 세월이 흘러 19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됐다. 냉전이 종식되며, 독일 통일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독일의 운명을 정할 핵심 변수는 소련의 반응이었다. 서독은 통일을 목표로 주변국들과 적극적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권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고르바초프는 냉전 이후 소련의 안전 보장을 위해선 서구의 군사동맹인 나토가 현재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봤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당시 서독 외무장관은 1990년 2월6일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교장관에게 “나토는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의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일 뒤인 2월9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났다. 베이커는 “최종 결과: 통일 독일은 (정치적으로) 변화된 나토에 고정된다. ’나토의 관할 영역은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말을 직접 메모했다. 회담 뒤 베이커 장관은 곧 소련을 방문하는 헬무트 콜 서독 총리에게 비밀 편지를 전했다.

 

이 편지에서 베이커는 자신이 고르바초프에게 한 제안을 밝혔다. “통일 독일이 나토 밖에 있기를 선호하는가, 그래서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나토의 관할권이 현재 영역에서 ’한 치도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보장 하에서 통일 독일이 나토와 엮여있기를 원하는가?” 고르바초프는 “나토의 영역 확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이 되어도 나토가 동독으로 확장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매파들은 베이커-고르바초프의 타협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나토가 어떻게 한 나라의 반쪽에만 적용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는 편지를 써 콜 총리에게 보냈다. 나토가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이커는 ‘나아갈 수 없다’, 부시는 ‘나아갈 수 있다’. 콜에게 미국의 서로 다른 입장이 전달된 것이다.

 

탈냉전시대 협상 파트너였연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2001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바르비카에 있는 옐친의 집에서 만나 옐친의 부인 나이나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반갑게 껴안고 있다. 바르비카/AP 연합

 

콜은 모스크바를 설득하기 위해 베이커의 온건한 의견을 따랐다. 그에 따라 “본질적으로 나토는 동독의 현 영토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없다”고 약속했다. 이 얘기를 들은 고르바초프는 독일의 통일을 지지하기로 한다. 그날 밤 콜은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추운 붉은광장을 밤새 산책했다. 이 과정에 서면합의는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격노했다. 2월24~25일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이뤄진 콜과 회담에서 “빌어먹을! (냉전에서) 우리가 이기고 저들이 졌다. 소련이 패배의 아가리에서 벗어나 승리를 낚아채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서독이 “두둑한 주머니”를 갖고 있으니, “소련이 (동독에서) 나가도록 매수하라”고 말했다. 부시는 ‘소련군이 철수한 뒤 통일 독일은 미군이 주둔하는 나토 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독일 통일에 소극적인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을 달랬다.

 

독일 통일이 시작된데다 소련의 내정까지 불안해지며, 고르바초프는 무력해졌다. 콜은 1990년 7월부터 9월까지 철수하는 소련군에게 총 150억마르크를 제공했다. 또, 동독에 나토 군과 핵무기 배치를 제한한다는 체면치레용 약속도 했다. 이 모든 약속이 상호 신뢰에 기초한 구두 약속이었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나토 확장에 대한 서면으로 된 어떤 공식 보장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중견 간부가 현지에서 지켜봤다. 그는 “어떻게 소련이 동유럽에서 지위를 잃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탄하며 동독을 떠났다. 새로운 비극의 씨앗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했다.

 

역사의 패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2014년 러시아 언론 <리아 노보스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당시 베이커와 회담에서 “나토의 군사시설이 전진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군 병력이 독일 통일 뒤에도 동독 영토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또 1999년 이후 많은 나라들이 나토 가입을 결정한 일들은 “1990년에 우리에게 했던 언명과 보장들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시의 뒤를 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애초 나토 확장에 신중한 자세였다. 소련과 국경을 마주한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전례 따라 외국군과 핵무기 배치를 금지한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동유럽 국가나 옛 소련 국가들에 적용하려 했다. 그에 따라 ‘평화를 위한 동반자’(PfP) 프로그램을 1994년 만들어 이들 국가를 가입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소련 해체 뒤 경제난 때문에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모스크바 대통령 별장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태우고 1956년형 볼가를 운전해 보이던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워싱턴의 매파들은 이런 조처는 러시아에게 나토 확장에 대한 비토권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도 1차 체첸 내전을 강경 진압해 강경파들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워싱턴에서 ‘신봉쇄’라는 개념이 나왔고, 11월 중간선거에서 나토 확장을 공약으로 내 건 공화당이 승리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12월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하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사임했다.

 

1999년 3월 마침내 폴란드·체코·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했다. 한달 뒤인 4월 나토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옛 소련 공화국에 속했던 나라를 포함한 9개국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11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옐친은 “미국은 유럽에 있지 않다. 유럽은 유럽인들이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나토가 러시아에 근접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회담장을 나서며 푸틴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집권 후 동진해 오는 나토 확장에 맞서기 위해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을 일으켰다. 푸틴은 지난 12월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우리를 속였다. 단호하고, 뻔뻔하게 나토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나토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그럴 수 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나토 역시 누리집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나토 동맹은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된다. 나토가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한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한 장담이 동맹의 합의나 나토의 공식 조약을 대체할 순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길 기자

 

러 침공 대비? “우크라이나 미대사관, 비필수 인력 철수 요청”

CNN “러 침공 대비, 외교관 가족들도”

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

발트3국도 미제 대전차·대공미사일 제공키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공개한 “살상용 무기” 공수 장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비필수 인력과 직원 가족의 철수를 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등,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미국 쪽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시엔엔>(CNN)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모든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의 철수를 허가해달라고 국무부에 요청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외교 공관의 비필수 인력이나 직원 가족 철수는 전쟁 발발 등 심각한 위험 가능성에 대비하는 조처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안전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할 때를 대비해 비상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발표할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부터 외교관 가족 철수를 개시할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런 조처는 과잉 반응이라는 입장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무기 제공 사실을 공수 장면 사진과 함께 트위터로 공개했다. 미국대사관은 “수송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의 최전방 방어자들을 위한 탄약 등 거의 20만파운드(약 90톤)에 이르는 살상용 무기가 포함됐다”며 “이는 러시아의 증가하는 침공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돕겠다는 미국의 약속 이행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옛 소련 공화국들이었으나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미국의 승인을 얻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국 국방장관들은 21일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우리의 일치된 약속”을 지키려고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발트 3국의 미국산 무기 우크라이나 이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영국 외무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 수립 기도”

러시아 지지 인물로 무라예프 전 의원 지목

무라예프, “멍청하고 터무니 없는 주장”

독일 해군 지휘관은 푸틴 두둔하다 사퇴

독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안해”

 

미국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2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주권 옹호 시위에서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참가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려고 러시아가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가 친러시아 지도자를 키에프에 앉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구체적으로 예브게니 무라예프(45) 전 의원을 러시아가 선호하는 지도자 후보로 지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실명까지 거론한 영국 외무부의 성명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영국 외무부는 또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다른 정치인들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4명을 거론했다. 이들은 2014년 총리 대행을 맡은 바 있는 세르기니 아르부조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클루예프, 미콜라 아자로프 전 총리, 국가안보·국방회의 사무차장 출신의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다. 시브코비치는 지난 20일 미국 재무부로부터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오늘 공개된 정보는 우크라이나를 전복하려는 러시아의 활동 범위를 보여준다”며 “러시아는 긴장을 낮추고 침략과 허위정보 유포 작전을 중단하는 한편 외교적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세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2년 의원으로 처음 당선되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무라예프는 2018년 ‘나시’라는 당을 창당했다. 그는 이듬해 이 당을 이끌고 총선에 나섰으나 정당 득표율이 5%에 미달하면서 의원 자리를 잃었다. 방송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2024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3%로 7위를 기록한 바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무라예프는 영국 외무부의 주장을 “멍청하고 터무니 없는 소리”로 일축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무라예프는 “4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있고 러시아에 있는 아버지의 재산이 동결된 상황”이라며 “이런 처지의 사람으로서, 외무부의 주장에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또다른 독립 방송 채널을 폐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음모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주권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외무부의 발표가 “허위 정보”라며 “영국은 도발 행위를 멈추고 터무니없는 주장 유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독일 해군 최고 지휘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사퇴하는 등 독일에서는 대러시아 대응을 놓고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카이하임 쇤바흐 독일 해군 중장은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존중받는 것”이라며 “그가 요구하는 대로 존중해주는 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에 대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2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쇤바흐의 발언이 독일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무기 공급을 시작한 미국·영국과 거리를 뒀다. 크리스틴 람브레흐트 국방부 장관은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 인터뷰에서 “우리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무기를 공급하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 독일의 정책임을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우리는 (독일 대사를 불러) 방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에 깊은 실망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쇤바흐의 크림 반도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