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누구
백인 남성에 교사·퇴역군인 출신
해리스 약점 보완할 적임자 평가

 
 
11월 미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팀 월즈(60·왼쪽) 미네소타 주지사로 확정했다. [워싱턴DC/AFP 연합]

 

미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함께 뛸 러닝 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는 2006년 공화당 성향이 짙은 미네소타주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해 현직 의원을 꺾고 당선되며 이변을 일으킨 인물이다. 교사, 유소년 풋볼팀 감독, 베테랑 출신이라는 경력이 눈에 띈다.

월즈 주지사는 미네소타주 하원 의원으로서 2016년까지 해당 지역구를 지켰으며, 2018년에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그는 주지사 재임 기간 다양한 진보 정책을 현실화했다. 총기 신원조사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성소수자 보호 확대, 저소득층을 위한 대학 등록금 면제를 실현하고 학교 무상 급식 등을 도입했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 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 [AFP 연합]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향과 미네소타주 만카토 등에서 교사로 일했다. 근무하던 고교에서 풋볼팀을 지도하기도 했다. 1999년 성소수자(LGBTQ+)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첫 동맹 그룹의 고문 역할을 맡았는데, 당시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기 훨씬 전이다. 고교 졸업 뒤부터 24년 동안 미 육군 주 방위군으로 복무, 유럽에 파병되기도 한 퇴역 군인이다. 또한 그는 백인 남성으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소수자 정체성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교사, 베테랑 경력 등을 가리키며 그의 ‘평범한’ 삶이 일반 유권자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네소타주를 방문했을 당시 월즈 주지사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같은 후줄근한 모자와 티셔츠 차림으로 지지자 앞에 서서 “해리스 부통령이 미네소타 여론조사에 10%포인트 앞섰다”(서베이 유에스에이, 7월22∼24일). 그가 오늘 여기에 왔지만 그는 2016년, 2020년에도 패배했고, 2024년에도 질 거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135만회를 넘긴 상태다.

지난달 29일 한 누리꾼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발언 영상 갈무리. 해당 영상은 조회 수 135만을 넘었다.

 

월즈 주지사와 함께 부통령 후보 최종 2인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 조시 셔피로(51)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그동안 지명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지목돼 왔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미시간·위스콘신과 함께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핵심 경합 주로 여겨진다. 유대인인 그는 가자 전쟁과 관련해 올봄 미국 대학생들의 반이스라엘 시위가 확산하자 반유대주의를 비판, 학생들에 대한 진압을 옹호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해리스 캠프 쪽에서 이점을 의식했을 수 있다.  < 노지원 기자 >

영국 13년만의 최악 폭동…극우파-헛소문 '합작품'

● WORLD 2024. 8. 7. 00:1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어린이댄스교실 희생자 추모 집회가 폭동으로
'범인은 무슬림' 허위정보 SNS 번지며 순식간에

당국, 범인 신상공개 했지만 사태 악화 못 막아
폭도들, 이슬람사원·망명 신청자 거주시설 공격

엿새 동안 폭력 혐의 378명 체포…경찰 다수 부상
"극우들 커밍아웃, 영국 젊은 층 국가주의 확산"

 

'13년 만에 최악'인 영국 폭동은 극우 세력과 허위 정보의 '합작품'이었다.

영국의 한 소도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단순 흉기 난동 살해 사건이 "범인은 무슬림"이란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등장하고 극우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토대로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를 앞장서서 자극하고 증폭함으로써 급기야 극우 폭력 시위를 촉발시켰다.

 

영국 사우스포트에 조성된  흉기 난동 살해 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 2024. 08. 05 [EPA=연합]

 

13년만 '최악 폭동'…극우·허위 정보 '합작품'

폭력 혐의 378명 체포…경찰도 수십 명 부상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에 따르면, 5일 현재 이번 폭동 사태와 관련해 378명이 체포됐으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6일간의 폭동진압 및 군중 해산 과정에서 수십 명의 경찰관이 벽돌과 병, 각목 등에 맞아 중경상을 입었다. 출범 한 달 만에 예기치 않은 폭동 사태를 맞이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폭동진압 전문 경찰 상비군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5일 긴급 각의를 주재한 스타머 총리는 이번 폭동을 "극우 폭력 행위"라면서 "그 동기가 무엇이든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스크나 우리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합법적인 모든 힘을 동원해 이들 (폭력)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는 모든 사람을 처벌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지난 29일 영국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테일러 스위프트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6∼9세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AP, 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건 발생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SNS에 17세 범인이 최근 영국에 온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 정보가 퍼졌다.

 

30일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반이민, 반이슬람 극우 폭력 시위 도중 경찰 밴이 불타고 있다. 2024.07.30 [AP=연합]

 

'범인은 무슬림' 허위 정보 SNS에 확산

추모 집회, 삽시간에 반이슬람 폭동 비화

코로나 팬데믹 봉쇄와 기후 대응에 반대 활동을 해온 팔로워 수만 명을 둔 한 여성이 최초로 자신의 'X'에 이런 글을 올렸다가 1시간 만에 삭제했지만, 그런 내용은 순식간에 SNS에 확산됐다. 그리고 영국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 X에 900만 명 팔로워를 둔 극우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가 유사한 허위 주장을 게시했다. 토미 로빈슨은 "영국인들이 정부에 배신당해 화가 났다"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박탈됐다"고 적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사건 발생 3시간도 안 돼 반이민, 반이슬람 콘텐츠로 유명한 '유로비전'이라는 X 계정에 범인이 "무슬림 이주민이란 주장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67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사건 당일인 29일 처음엔 피해자들을 위한 사우스포트 지역사회 주도의 추모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튿날인 30일에는 시위가 폭력성을 띠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앞에 세워진 경찰차와 일반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인근 건물의 벽을 허물어 경찰관들을 향해 벽돌을 던졌다.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하기도 했다. 영국 경찰은 시위의 배후에 토미 로빈슨이 공동 설립한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1일 런던 다우닝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8. 01 [EPA=연합]

 

영 경찰, 범인 신상 공개했으나 때늦어

스타머 "희생자 추모회 폭력으로 강탈"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영국 경찰 당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성년자인 범인의 신상 명세를 공개했다. 웨일스 카디프 태생인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이고 2013년 사우스포트 인근 마을 뱅크스로 이사와 살고 있고, 부모는 르완다 출신 기독교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는 SNS상의 거짓 정보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불 붙기 시작한 폭력 시위와 난동을 잠재우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X를 통해 "희생자 추모회를 폭력으로 강탈한 자들이 슬픔에 잠긴 지역사회를 모욕했다"고 극우 폭력 시위를 비판했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도 X에서 "영국의 거리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사우스포트의 비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우리 사회에 있어선 안 될 범죄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31일(현지시간) 밤 영국 하틀리풀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진 후 화염에 휩싸인 경찰차. 2024. 07. 31 [AP=연합]

 

이슬람사원·망명 신청자 거주시설 공격

영국 정부 "폭력 선동 SNS 콘텐츠 엄단"

금요일인 2일 밤부터 폭동은 수도 런던을 비롯해 리버풀·사우스포트·브리스틀 등으로 번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벽돌, 병, 의자를 던졌으며, 이슬람 사원과 경찰서, 도서관 등을 파괴하거나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일요일인 4일에는 망명 신청자 거주시설로 알려진 잉글랜드 로더험의 한 호텔에 난입을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호텔 창문을 깨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번 폭력 사태는 2011년 북부 런던에서 경찰에 의해 한 혼혈 남성이 살해되면서 촉발된 광범위한 폭동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4일 대국민 TV연설에서 로더험 호텔 공격과 관련해 "조직적인 불법 폭력 행위"라면서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이번 소요를 조장한 당신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타머 정부는 SNS에서 유포되는 폭력 선동 콘텐츠를 엄중 단속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피터 카일 기술혁신과학 장관이 X와 유튜브, 메타, 구글, 틱톡의 경영진과 각각 만나 온라인 폭력 콘텐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동 이후 카일 장관은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 증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활개 치거나 숨을 곳이 없도록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일 영국 앨더샷의 망명신청자 거주 호텔 옆에서 극우 단체 회원들이 반이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이 든 펼침막에는 "그들은 르완다로 가지 않고, 러시무어로 오고 있다"는 글귀가 씌어 있다.  2024. 08. 04 [AFP=연합]

 

"극우, 얼굴 숨기지 않고 커밍아웃"

"영국 젊은 층서 국가주의 태도 확산"

이번 폭동 사태에 대해 영국 레딩대의 로사 프리드먼 교수는 5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전 보수당 정부가 인종차별주의적 극우 그룹들과 공모한 결과다"라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숨기는 대신에 이제 커밍아웃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5일 자 기사에서 "이번 폭동은 영국,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극단적 국가주의적 태도가 점점 더 확산되고, 오랜 기간 지속돼온 이민자 통합이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한 관측통들을 인용해 "영국의 직면한 경제 침체와 시스템의 위기가 이런 이슈들로 인해 대중의 불만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이유 기자 >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대응 없이 갈 수 없다"
네타냐후 "이미 이란 악의 축과 다중전선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그린빌의 한 시장 앞을 지나고 있다. [그린빌/AP 연합]

 

이란이 자국의 수도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24시간 내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가 4일(현지시각)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이 이르면 5일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3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가 보복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그 공격의 정확한 시기는 모르나, 이르면 향후 24∼48시간 내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 맹방들과의 협력을 위한 전화회의를 소집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그들의 보복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마지막 외교 압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현지 시위대가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자국에서 하니예가 암살된 것과 관련,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테헤란 AP/연합]

 

미 국무부는 이런 보도를 확인하는 기자들 질문에 7개국 외교장관들의 화상 회의에서 “중동의 긴장 완화에 대한 긴급한 필요”를 논의했다는 발표문을 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5일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중동에서 사태 전개를 논의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통화해, 이란에게 보복을 자제하는 중재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메시지는 계속되고 있다. 요르단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에 외교장관을 파견해 중재에 나섰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만나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이란의 자제를 요청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하니야 암살은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의 큰 실수”라고 대답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이란 쪽은 타협의 여지는 없고, 이 암살에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파디 장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한 요르단 고위 관리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테헤란 로이터/연합]

 

이스라엘 쪽은 이미 이란과 그 동맹세력과의 “다중 전선 전쟁”에 있다고 밝히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주례 각의 시작에 앞서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의 악의 축에 대한 다중 전선 전쟁에 있다”며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들의 모든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어떤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적들에게 재차 말한다”며 “우리는 우리에 대해 어떤 쪽에서 오는 어떠한 침략에 대해 대응하고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명확해지면, 선제공격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은 테헤란 쪽이 공격을 감행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면 이란을 억제하려고 선제적 공격을 가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의에서 요아브 갈란드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 총참모총장,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수장 등 안보 수장들과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    < 정의길 기자 >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 총리궁 몰려들자 여동생과 함께 군용 헬기로 도주

 

육군참모총장 “하시나 총리 사임했다, 임시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할 것" 밝혀

 

4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다친 한 여성이 들것에 실려 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다카/AP 연합]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 군에 발포 명령을 내려 시민 최소 280여명을 숨지게 한 셰이크 하시나(76) 방글라데시 총리가 5일 사임을 발표하고 국외로 대피했다.

와케르우즈자만 방글라데시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하시나 총리가 사임했다”며 “임시 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방글라데시 일간 ‘프로톰 알로’가 보도했다. 하시나 총리는 정부의 ‘독립 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 부활에 반발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다카에 있는 총리궁으로 몰려들자 여동생 셰이크 레하나와 함께 군용 헬리콥터를 이용해 인도 서벵골로 떠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의 출국 소식이 알려진 뒤, 시위대는 총리 관저를 점거하기 위해 집결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하시나 총리가 대국민 연설을 녹음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는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

앞서 방글라데시 정부는 1971년 독립전쟁 참전 유공자들에게 공직의 30%를 배정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갖지 못한 이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18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이를 한차례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공자들과 후손들은 할당제를 복원하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 6월 다카고등법원이 ‘할당제 부활’을 허용한 뒤 시위가 촉발됐다. 최근 방글라데시는 청년 실업률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공무원 자리를 놓고, 수십만명의 청년들이 비좁은 문을 뚫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달부터 ‘할당제 부활’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군 병력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이날까지 최소 280명 이상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방글라데시 현지에서는 “하나, 둘, 셋, 넷, 하시나는 독재자다”라는 구호가 젊은층 사이에서 퍼졌고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물러난 하시나 총리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불리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1996년부터 2001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해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불과 한달 전만 해도 거리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홍석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