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서 22일까지…바이든 첫날 연설, 해리스 대선길 열어

대규모 친 팔레스타인 시위 긴장 고조…"수만 명 운집할 것"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연합]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 공식 확정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 오후 개막한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나흘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각각 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추인한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민주당은 이달 초 화상 호명투표를 통해 지난 5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월즈 주지사를 지명했다.

민주당의 간판이 된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전대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등극하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본격적인 열전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을 위해'라는 구호를 기치로 내세운 19일 전대 첫날 행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사로 나서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 예정이다.

당 안팎의 고령 우려에도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아 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13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지자 지난달 21일 후보 자리에서 내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재임 시절 자신의 주요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자신의 뒤를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및 중산층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대권 가도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어주는 자리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시카고 로이터=연합]
 

이날 행사에서는 또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연설한다.

둘째 날인 20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셋째 날에는 월즈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다. 같은 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연단에 선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인 22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하고 대선 승리의 각오를 다지며 전당대회 행사는 정점을 찍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둘째날인 20일에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위스콘신 밀워키를 방문해 유세를 갖는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18일엔 월즈 주지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를 누비며 유세를 벌인 바 있다.

위스콘신 역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과 함께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블루월'(blue wall·민주당이 이전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비록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앞선다는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대선 승리에 대한 민주당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전대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장 주변에서 예고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전역의 20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 측은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할 예정이라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시카고에 차와 기차, 대절 버스 등을 통해 모일 것이며, 2.4마일(3.9㎞)가량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CNN에 출연해 "평화로운 시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시카고=연합 김경희 김동현 특파원 >

도쿄신문 보도… 일본정부 학살 인정않는 태도 같은 맥락

추도식 실행위 "조선인 희생자 명확히 언급하고 추도해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EPA 연합]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올해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도쿄도 당국은 이달 초순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던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에 지난 14일 팩스를 보내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고이케 지사는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개최되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지 않게 됐다.

3선 지사인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올해는 실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도쿄대 교수와 직원들도 "살해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도문 송부를 요청하는 서한을 도쿄도에 제출했으나, 고이케 지사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도쿄도는 고이케 지사가 올해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같은 날 동일한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를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을 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에 대응해 실행위원회는 항의문을 보낼 방침이다.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대지진 전체 희생자가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학살된 조선인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추도의 뜻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최소 6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 학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지만, 이를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간토 학살 관련 단행본 '지진과 학살 1923-2024'를 펴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는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학살은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이 토대가 돼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학자 다수가 이미 사실로 인정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정확히 사실을 전달한다. 그것을 반복한다. 우직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한정적이어도 그것이 학살과 전쟁을 저지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도쿄=연합 박상현 특파원 >

15일 방위상과 경제안보상 등 현직각료와 78명의 의원들
한국정부 유감 표명, 성찰 반성 촉구했으나 공허한 울림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야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15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등 현직 각료들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외에 78명의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하라 방위상,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등 참배

일본의 ‘종전일’(패전일)인 이날 기하라 방위상은 도쿄 구단기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기자단에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정성을 바치고 존숭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로 다마구시(신사에 바치는 예물)를 사서 바쳤다. 그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직 방위상으로서는 기시 노부오가 2021년 8월 13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했고, 방위청 시절인 2002년 8월 15일에 나카타니 겐 당시 방위청장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신토 사제(오른쪽)를 따라가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또 현직 각료이자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차기 총리 지망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도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참배 뒤 “국책에 따라 순국하신 분들의 영령에 대해 존숭의 염으로 감사의 마음을 받치고 왔다”고 했다.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포스트 기시다’ 인물들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뱌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도 역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될 기시다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사비를 들여 다마구시를 바쳤다.

 

8월 15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지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모인 우경단체 회원들이 일본 국기를 들고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일본 패전 79주년인 8월 15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4.8.15. AFP 연합
 

한국 외교부 유감 표명하며 성찰과 반성 촉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하라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급 인물이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하고 있는 데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 과제들이 얽힌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그 동안 일본정부 입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온 상황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해 일본정부 관료들에 충격을 안겼으며, 그들은 총리가 교체될 경우 이제끼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번 총재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 신생 자민당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열린 선거, 무엇보다 자유활달한 논전이 중요하다.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 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다. 나는 오는 총재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초저금리 완화정책에서 벗어나는 탈'아베노믹스' 시동, 임금인상 등 경제 살리기와 원전 재가동, 적 기지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국방)비 대폭 증액, 그리고 주요 7개국(G7)과의 외교 성과 등을 거론하면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자찬했으나,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집권 2년 만에 물러난 뒤 정권을 탈환한 이후의 자민당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다.

특히 자민당 내 파벌들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지지율은 20%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 동안 집권 연장 의지를 보여 온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불출마 결정을 한 것은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그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승산이 없고 자칫 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당내 여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모테기 도시미치 당 간사장과 아소 다로 당 부총재와 손을 잡고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협력을 얻어 기존 우익 아베 정권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왔으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수습책으로 파벌들의 해체를 선언하고 정치자금규정법을 개정하는 등의 쇄신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바뀐 게 없다는 비판 속에 밑바닥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자민당은 지난 4월 28일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자당 후보를 내세운 시마네 1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배했으며, 후보를 내지도 못한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까지 전패했다. 7월 7일의 도쿄도 지사 선거와 같이 치러진 도의회 보궐선거에서도 고전해,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퍼졌다.

기시다가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민당이 산다면서 자신의 사퇴가 그 최초의 한 걸음이라고 한 것을 두고, 자민당이 선거 간판 얼굴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는 자민당이 체질을 바꾸는 환골탈태가 아니라,  퇴행적 체질을 그대로 온존시키면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만 살짝 바꾸는 이제까지의 낡은 행태를 되풀이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정치인들

모테기 간사장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벌(아소파. 54명)을 이끌고 있는 아소 부총재가 차기 자민당 총재 간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앞에 든 몇 사람 외에 간사장을 지낸 이시바 시게루, 가미카와 요코 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상, 그리고 3년 전 기시다에게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다.

이들 가운데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사람은 이시바 시게루지만, 그는 자민당 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제1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선거 승리자가 곧 다음 총리가 된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국회의원들과, 같은 수의 당원 및 당우(黨友)의 투표로 뽑기 때문에 당내 지지도가 낮은 이시바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한승동 기자 >

한여름밤의 ‘감동 드라마’…남북 셀카에 “올림픽 정신 보여줘”

 

 

숨가쁘게 달려온 2024 파리올림픽이 보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2일(한국시각) 새벽 폐막했다. 한국에 100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파리올림픽은 끝났지만 선수들의 도전은 다음 올림픽을 향해 계속된다. 위부터 우상혁, 반효진, 탁구 혼합복식 시상대에 선 선수들. [파리/강창광 기자,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 폐막했다. 대한체육회가 내건 목표(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훌쩍 넘은 데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의구심을 확신으로 뒤집은 선봉장에는 ‘총·칼·활’이 있었다. 사격·펜싱·양궁에서 금메달 10개가 나왔다. 양궁 김우진은 대회 3관왕(개인·혼성·단체)에 오르며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5개)로 우뚝 섰다. 사격에선 2007년생 16살 반효진(여자 공기소총 10m)이 한국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역대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리스트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고 흘린 눈물은 금빛 메달 못지않게 빛났다. 늘 환하게 웃어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이 붙은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7위를 한 뒤 펑펑 울었다.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다. 슬럼프에 빠져 좌절하던 그에게 손 내밀어 이끌어준 김도균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스포츠여서 가능했던 훈훈한 장면은 희망을 안겼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임종훈·신유빈(동메달)이 북한(은메달)·중국(금메달) 선수들과 셀피(셀카)를 찍는 장면에 전세계인들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며 감격했다. 복싱 여자 54㎏에서 임애지와 함께 나란히 동메달을 딴 북한의 방철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냉랭했다. 하지만 둘이 서로 안아줬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애지가 “비밀로 하겠다”고 답하자 방철미는 미소를 보이며 분위기를 데웠다. 이제 웃음과 눈물, 감동을 뒤로하고 4년 뒤를 기약한다. 2028년 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 파리=장필수 기자 >

 

이념·가치 둘러싸고 분열…‘세계 축소판’ 파리올림픽

 
 
미국 남자 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파리/AFP 연합]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친 2024 파리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열렸다. 파리 시내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가득했고, 실제 대회 기간 통신망과 철도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개회식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이념과 가치를 둘러싸고 갈수록 더 분열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출전을 불허했지만,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의 참여는 허가했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등이 열릴 때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까지 더해져 아랍·중동권에서 비판 목소리가 특히 컸다.

아랍·중동권에서는 올림픽이 보편적 가치를 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구적 가치만을 대변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던 대회 개회식은 성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무슬림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히잡을 쓸 수 없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사실상 무슬림을 배제하는 대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일부 무슬림은 에스엔에스(SNS)에서 대회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개회식 등에서 파리올림픽이 보여준 가치에 대해서는 서구권에서도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해왔던 이들을 비롯해 우파와 가톨릭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을 통해 “국제 올림픽 운동이 체면을 잃고, 때로는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적 표현의 희생자가 됐다”는 논평을 냈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의 문화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알제리 복싱 국가대표 이만 칼리프가 9일(현지시각)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에서 중국 양류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런 논란의 정점은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 이만 칼리프(25)와 대만 린위팅(28)에 대한 공격이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엑스와이(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두 선수가 여성임을 명확하게 확인했고, 이후 국제복싱협회 검사의 신빙성에 대한 의혹도 커졌지만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서구권에서는 각종 정치인과 유명인이 이 문제를 쟁점화했고, 아랍·중동권에서는 서방이 아랍 여성(칼리프)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점점 더 이런 갈등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열린 도쿄 대회를 기점으로 성평등, 인종차별 반대 등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선 보편적 가치라는 이유로 조금씩 빗장을 풀었다. 이를 두고 여러 집단에서 ‘왜 우리 목소리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이준희 기자 >

‘파리 폐막식’ 날아다닌 톰 크루즈…올림픽기 넘겨받고 LA 앞으로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케이블을 타고 스타디움 천장에서 하강하는 스턴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크루즈는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올림픽기를 건네받았다. [생드니 AP/연합]

 

“빰 빰 빠밤, 빰 빠 빠밤∼”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무대가 됐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스다디움 지붕에 나타난 것이다.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스턴트 공연을 선보이며 등장하고 있다. [파리/연합]

 

밝은 조명이 그가 선 곳을 비추자 관중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크루즈는 관중들을 내려다본 뒤 지상으로 내려오는 대담한 스턴트를 선보이며 올림픽기를 넘겨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스타디움을 빠져갔다. 이후 대형 화면에 나타난 그는 대서양을 넘어 엘에이(LA)의 랜드마크인 할리우드 간판 앞에 도착했다.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지인 미국(LA)의 배우 톰 크루즈가 공중에서 스턴트 낙하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이 4년 뒤 엘에이 올림픽을 기약하며 11일(현지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폐막식은 각국 선수단이 자국 국기를 들고 차례로 입장하며 막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태권도 박태준(남자 57㎏ 금메달)과 복싱 임애지(여자 54㎏ 동메달)가 폐막식 기수를 맡아 행진했다. 북한 선수단 기수는 리세웅과 김미래가 맡았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0㎏에서 동메달을 딴 리세웅은 인공기를 힘차게 흔들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스타디움 내 대형 스크린에서는 북한 선수단이 휴대전화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해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받은 올림픽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크루즈는 케이블을 타고 스타디움 천장에서 하강하는 스턴트 공연을 선보였다. [생드니 로이터/연합]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오륜기를 뒤에 매단 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고 있다. 차기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루즈는 이날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오륜기를 건네받았다. [생드니 로이터/연합]
 

폐막식은 올림픽이 잊힌 미래에서 온 탐험가가 차례로 오륜을 발견한다는 내용의 공연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스타드 드 프랑스 공중에 오륜이 완성되는 순간, 동그란 지붕을 타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프랑스의 ‘국민 밴드’ 피닉스의 공연이 열렸고, 수많은 선수단이 단상 주변에 모여 축제를 즐겼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최초로 여자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폐회식에서 했다. 역대 올림픽 폐막식 시상식의 주인공은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마라톤을 여자 마라톤보다 일찍 시작했고, 여자 마라톤을 폐막식 당일 치렀다. 42.195㎞를 완주한 영웅들은 주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 앞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금메달은 시판 하산(네덜란드), 은메달은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동메달은 헬렌 오비리(케냐)에게 돌아갔다.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각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단상에 올랐고, 관중들과 선수단의 축하를 받았다.

파리올림픽은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역대 올림픽 중 최초로 센강에서 선수들을 태운 크루즈들이 행진하는 방식의 야외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고, 약 1만500여명의 선수가 32개 종목 329개 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 파리=장필수 기자 >

[국가별 메달 수]

   
1
USA
 
 
 
⁨40⁩ gold medals ⁨44⁩ silver medals ⁨42⁩ bronze medals ⁨126⁩ total medals  
2
CHN
 
 
 
⁨40⁩ gold medals ⁨27⁩ silver medals ⁨24⁩ bronze medals ⁨91⁩ total medals  
3
GBR
 
 
 
⁨14⁩ gold medals ⁨22⁩ silver medals ⁨29⁩ bronze medals ⁨65⁩ total medals  
4
FRA
 
 
 
⁨16⁩ gold medals ⁨26⁩ silver medals ⁨22⁩ bronze medals ⁨64⁩ total medals  
5
AUS
 
 
 
⁨18⁩ gold medals ⁨19⁩ silver medals ⁨16⁩ bronze medals ⁨53⁩ total medals  
6
JPN
 
 
 
⁨20⁩ gold medals ⁨12⁩ silver medals ⁨13⁩ bronze medals ⁨45⁩ total medals  
7
ITA
 
 
 
⁨12⁩ gold medals ⁨13⁩ silver medals ⁨15⁩ bronze medals ⁨40⁩ total medals  
8
NED
 
 
 
⁨15⁩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2⁩ bronze medals ⁨34⁩ total medals  
9
GER
 
 
 
⁨12⁩ gold medals ⁨13⁩ silver medals ⁨8⁩ bronze medals ⁨33⁩ total medals  
10
KOR
 
 
 
⁨13⁩ gold medals ⁨9⁩ silver medals ⁨10⁩ bronze medals ⁨32⁩ total medals  
11
CAN
 
 
 
⁨9⁩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1⁩ bronze medals ⁨27⁩ total medals  
12
NZL
 
 
 
⁨10⁩ gold medals ⁨7⁩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20⁩ total medals  
13
BRA
 
 
 
⁨3⁩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0⁩ bronze medals ⁨20⁩ total medals  
14
HUN
 
 
 
⁨6⁩ gold medals ⁨7⁩ silver medals ⁨6⁩ bronze medals ⁨19⁩ total medals  
15
ESP
 
 
 
⁨5⁩ gold medals ⁨4⁩ silver medals ⁨9⁩ bronze medals ⁨18⁩ total medals  
16
UZB
 
 
 
⁨8⁩ gold medals ⁨2⁩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3⁩ total medals  
17
IRI
 
 
 
⁨3⁩ gold medals ⁨6⁩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2⁩ total medals  
18
UKR
 
 
 
⁨3⁩ gold medals ⁨5⁩ silver medals ⁨4⁩ bronze medals ⁨12⁩ total medals  
19
SWE
 
 
 
⁨4⁩ gold medals ⁨4⁩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1⁩ total medals  
20
KEN
 
 
 
⁨4⁩ gold medals ⁨2⁩ silver medals ⁨5⁩ bronze medals ⁨11⁩ total med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