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능 드론 집단 공격에 조기경보 무력화

 
 
이스라엘 하이파 람밤 병원단지에서 13일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에 의한 부상자를 후송한 헬기 옆에서 한 이스라엘 병사가 귀를 막고 서있다. [로이터 연합]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하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단일 공격으로 당한 최대 피해이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뚫리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반격 능력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2일 이스라엘 북부 한 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4명의 병사가 사망하고 민간인 등 6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주요 항구이자 세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에서 남부로 33㎞ 떨어진 마을인 빈야미나에 인접한 한 기지가 공격받았고, 병사 4명의 사망 외에도 7명의 병사가 부상했다고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텔아비브와 하이파 사이에 있는 지역의 골라니 여단의 훈련장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은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를 폭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드론이 떼를 지어서” 이 기지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긴급구호청인 ‘마겐 다비드 아돔’(MDA)은 이 공격으로 중상 3명 등 61명이 부상했고 이 중 37명이 앰뷸런스나 헬기로 지역 병원 8곳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 기지가 레바논에서 날아온 저성능 드론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드론들은 상대적으로 정교하지 않은 무기임에도, 이스라엘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저녁 내내 텔레비전 속보, 소셜미디어의 포스팅, 온라인 보도 등으로 부상자들이 헬기와 긴급후송 차량을 이용해 이스라엘 북부 병원들로 이송되는 장면들이 전해졌다. 부상자 중 다수는 마을의 공동 식당에 있다가 갑자기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공동 식당의 천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서 큰 구멍이 나 있는 장면들이 올라와 있다.

이스라엘 구호 당국은 검열법에 따라 애초 사망자와 공격받은 기지를 밝히지 않았다가, 군 당국의 병사 사망 확인 뒤에야 이를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3주 전부터 레바논 남부 및 베이루트 등을 대대적으로 폭격한 이후 하이파 일대를 로켓포 등으로 공격하며 반격해왔다. 이스라엘은 매일 수십발의 헤즈볼라 로켓포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아왔으나, 몇발은 방공망을 통과해 시설물이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번 피해는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이후 지상전이 아닌 폭격으로 입은 피해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상전 초기 첫 본격적 교전에서는 하루 만에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 정의길 기자 >

한강 이은 겹경사 김주혜 "한국인의 뜨거운 영혼이 K문학의 힘"

 

 

2024 톨스토이상 수상자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을 쓴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주혜 작가 제공] 2024.10.12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한인 작가 김주혜(37)는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주혜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최근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주혜는 지난 10일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과 같은 날로, 한국 문학계에 또 하나의 경사다.

 

그는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한국 문학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 문학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범위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깊고, 깊고 뜨거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아주 선하지도, 아주 악하지도 않은 진정한 인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악한 인간도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하게 되고 연민하게 된다"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통을 내가 느끼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혜 작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주혜는 '작은 땅의 야수들'로 10일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2024.10.12
 

김주혜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은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적 서사를 담은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투쟁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냈다. 이는 김주혜가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김주혜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가난, 기아,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립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현대를 절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더 막막한 시대,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타심과 용기, 사랑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뤄냈다"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김주혜는 한국 역사를 알린 소설이 러시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뜻깊다고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설의 최고봉'이라 생각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작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이어서 더욱더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여러 번 읽었다. 글을 쓰다가 흐트러진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따라 썼다"며 톨스토이의 책을 보며 작문을 익혔다고 돌아봤다.

이어 "러시아와 한국의 감수성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학도 인도주의적, 인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주혜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 =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티긴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러시아어판의 번역을 맡았다. [김주혜 작가 제공] 2024.10.12

 

 

톨스토이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시상식에서 김주혜를 러시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했다.

이에 대해 김주혜는 "과찬을 받았다"며 "앞으로 그에 걸맞은 글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로 배경으로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다음 달 미국에서 출간된다. 한국에는 '밤새들의 도시'라는 제목으로 내년 상반기 다산북스를 통해 나온다.

그는 "내가 책 속에서 묘사한 러시아의 모습을 지금 모스크바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웃었다.  <모스크바=연합 최인영 특파원 >

미테구 “31일까지 철거 않으면 3000유로 과태료 부과” 코리아협 통보

 

"성폭력 피해여성 권리주장 소재 미테구에 영구적 설치할 이유는 없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 앞에 등장한 평화의 소녀상. 9월19일(현지시각)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150명가량이 참여해 미테구청에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 장예지 베를린 특파원
 

독일 베를린 내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구에서 결국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11일(현지시각) 확인됐다. 미테구는 소녀상 설치 연장이 “외교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절차적 문제와 함께 철거를 통보한 배경을 밝혔다.

소녀상을 설치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지난달 30일 보내온 철거명령 통지문을 이날 공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통보했던 철거 예정일인 지난달 28일에 앞서 소녀상 영구 존치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미테구는 “해당 신청은 기각되었다”며 △오는 31일까지 소녀상을 잔여물 없이 완전히 철거할 것과 △기간 내 철거하지 않을 시 3000유로(약 4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통보했다. 코리아협의회가 여기 응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과태료를 반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점도 철거 통지문에 명시됐다.

미테구의 이번 결정엔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가 고려됐다. 구청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한 독일의 외교적 이해관계를 두고 베를린 상원과 직접 논의했다고 통지문에 직접 밝혔다. 그 결과 소녀상 설치 기한 연장은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주의 특별한 외교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한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소녀상은 독일 연방공화국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독일 수도의 기억과 추모 문화에 직접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소녀상 비문의 문구를 변경해 보다 보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병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지난 5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소녀상 철거를 시사해 왔다.

미테구는 “베를린 상원은 소녀상 설치 추가 (연장)에 대한 동의를 거부했으며, 2015년 일본과 한국 간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보는 독일 연방정부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며 “독일과 일본 간의 추가적인 외교적 갈등과 협력 악화의 위험을 피하려 한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근거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는 합의안 내용이 이번 결정에 고려됐다는 것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이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적 갈등을 넘어 전시 성폭력 여성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테구는 “소녀상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재라고 일반화할 순 있지만, 이를 미테구에 영구적으로 설치할 명확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미테구의 슈테파니 램링거 구청장은 지난달 말 소녀상 설치 기한이 만료되기에 앞선 지난 7월 현 공공부지가 아닌 사유지로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코리아협의회는 “구체적인 대체 부지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소녀상과 가까이 위치해 있던 ‘위안부’ 박물관과 멀어진다면 이 문제를 알릴 교육적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구청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테구는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청은 “코리아협의회가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별도의 정식 공모 절차 없이 공공장소에 특정 예술품만 영구 설치할 순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G20 환경·기후 장관회의서 3년 만에 선언문 도출

● WORLD 2024. 10. 7. 12: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공해 생물다양성 보전 국제협약 비준 촉구 등 담겨

 
 
다음 달 18∼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여러 장관 회의가 열렸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환경·기후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피에이(EPA)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환경·기후 장관회의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약속하는 선언문이 지난 3일(현지시각) 채택됐다. 2021년 이탈리아에서 선언문이 채택된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선언문은 1992년 이곳에서 맺어진 유엔기후변화협약(‘리우협약’)의 정신을 되새기며, 전지구적으로 당면한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주요 20개국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6일 환경부는 밝혔다. 다음달 18∼19일 여기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및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 주요 환경·기후 분야의 국제회의와 협상에서 주요 20개국 의견으로 인용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번 장관회의 선언문이 국가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심해저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국제협약의 비준·이행, 생태계서비스지불제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 기상 이변에 대한 예방적 적응, 올해 중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해양 부문에서 ‘공해 생물다양성협약’이라고도 부르는 국제협약인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 협정’(BBNJ)의 조속한 비준 및 이행을 촉구했다. 이 협정은 2030년까지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인 공해·심해저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유엔 회원국들이 합의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다수 국가들에서 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부문에서는 제도 확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생태계서비스 보전 활동에 계약을 맺은 주민이나 토지소유자가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면 보상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주에서 시작해 올해 32개 지자체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후 적응 부문에서 기후변화의 적응을 위한 재원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폐기물 관리 및 순환경제 부문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대응을 위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목표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선언문 마지막에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협약 관련해 “올해 안에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만들 것을 노력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한국 대표단은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를 다음달 부산에서 개최하는 만큼 노르웨이,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20개국 회원국과의 양자면담을 통해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회원국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요 20개국 환경·기후 장관회의에는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표단을 이뤄 참석했다.  < 윤연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