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폭로

공기 통과지독한 독감보다 위험” 1월말 이미 국가 위협보고받고

“4월이면 사라질 것. 독감의 일종등 공개적으로는 축소 발언 이어가

"김정은, 장성택 처형한 후 머리없는 시신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전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공개적으로는 일부러 축소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워터게이트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이를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국민을 속였다고 공격하며 대선 쟁점화를 시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은 오는 15일 발간될 우드워드 책의 주요 내용을 미리 입수해 9(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에 바탕했다.

책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121)된 지 일주일 뒤인 1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것은 당신이 대통령 재임 중 직면하는 최대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에 동의하면서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맞먹는 보건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뒤인 27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코로나19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이건 치명적인 것이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이틀 뒤 시점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보다도 코로나19 얘기를 해서 우드워드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공기를 통과한다. 물건을 만지지 않고 공기만 들이마셔도 통과되는 것이라며 매우 까다롭다. 지독한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며 전염력이 강하고 위험하다는 점을 사태 초반부터 인식했다는 얘기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해온 것과 다르다. 대외적으로 그는 더운 날씨로 4월에는 사라질 것”(210), “독감의 일종이다. 미국인들에게 미칠 위험은 매우 낮다”(226)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9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나는 항상 그걸 낮춰 말하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러고 싶다왜냐면 패닉(극심한 공황 상태)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우드워드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45), “너무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 것”(413)이라고 말하면서, 공개적으로는 사라지고 있다”(617)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초부터 코로나19 위협 축소 대신 엄격한 봉쇄와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했다면 미국인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시엔엔>(CNN)은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359000여명, 사망자는 19만여명으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코로나19)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 국민에 대한 생사가 걸린 배신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결책을 담은 과학을 무시하고 경멸했다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은 113일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쟁점화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국민들이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우리는 자신감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반박했다.

우드워드가 국민 안전과 연결되는 이같은 내용을 더 일찍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 27통의 내용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8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뒤인 그해 1225일 보낸 편지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 한 번의 역사적 만남을 원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답신에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는 당신과 나라고 적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사이의 특별한 우정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630일 판문점 회동 직후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 타임스> 1면 사본과 함께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재임 시절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장에게 트럼프는 위험하다.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우리가 집단행동을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고위 인사들의 부정적 평가도 담겨 있다.

18차례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끝에 우드워드가 내린 결론은 트럼프야말로 문 뒤에 숨은 다이너마이트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 없는 시신이 북한 고위 간부들에게 전시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이 신간 '격노' 발췌본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서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말한다. 모든 걸 말해줬다"면서 장성택 처형 내용을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바로 계단에 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의미하면서 얘기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처형 후 본보기로 시신을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건물 계단에 내버려 뒀다는 의미로 보인다.

장성택은 201312월에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됐다. 그에게는 반역과 부패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북한이 장성택 처형에 대공포를 사용했다는 여러 보도가 있었지만, 어떻게 처형됐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고 AFP는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친밀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장성택 참수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로 끝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일화도 우드워드에게 얘기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시설 폐기와 관련, 김 위원장에게 5(site)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은 북한의 핵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곳이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또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더 이상의 양보를 제의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나는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회담은 결렬됐지만,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몇 달 후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전격 회동한 뒤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주장했다고 AFP는 전했다. 양 정상은 작년 630DMZ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발을 디딘 첫 미국 대통령이 된 당시 만남 이틀 뒤에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당신의 나라로 건너간 것은 영광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의 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빅딜"을 성사시키라고 촉구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으나 미국 측은 나머지에 대해서도 추가 폐기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검사 정기인사 뒤 이례적 발령. 법무부 추 장관이 고심 끝 발탁

 

지난해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임은정 검사.

 

검찰 내부고발에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에서 감찰 업무를 맡게 됐다. 지난달 말 마무리된 검찰 정기인사 이후의 이례적인 원포인트인사다.

법무부는 10일 임 검사를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하고 감찰 정책 및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검찰상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검찰조직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고, 감찰 보직도 여러 차례 희망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지검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이 적발됐는데도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등이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며 당시 검찰 수뇌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검사장 인사에 반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공개 비판했던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을 향해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원색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는 그의 공개발언이 거칠다는 이유로 일정한 비토 정서가 존재한다. 이번 인사로 임 검사는 오는 14일부터 대검 감찰부에 소속돼 한동수 감찰부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한 부장은 검·언 유착 의혹과 한명숙 사건 관련 검사 감찰 문제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하기도 했다.

검찰의 한 간부검사는 검찰 내부의 신망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게 감찰 보직이라며 임 검사가 대검 감찰로 간다는 얘기가 검찰인사 전부터 돌았는데 왜 정기인사 뒤에 발령을 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께서 임 검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을 잘 알고 있다. 적절한 모양새에 대해 고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김태규 기자 >



신장위구르에서 촬영하고 크레딧에 공안국 감사

인권침해 의혹 심각한데, 영화가 이를 옹호비판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즈니 영화 뮬란 공개 행사에서 주연배우 유이페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주연 배우의 반 홍콩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디즈니 신작 영화 <뮬란>이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들이 자국 자본이 찍은 중국을 소재로 한 영화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새로 논란이 이는 지점은 촬영지와 엔딩 크레딧 부분이다. 훈족의 침입을 막는 설화 속 중국 여성 뮬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시안, 둔황, 뉴질랜드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지역이다.

특히 영화가 끝난 뒤 제작진 이름 등이 나오는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해 준 중국 당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 공산당 홍보과투르판시 공안국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중국 북서부 변방에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이른바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위구르족을 강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이는 지역이다. 20097월 위구르족과 한족 간에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난 뒤 탄압이 강화됐으며, 한족을 이곳으로 대거 이주시키는 등 강력한 동화 정책을 펴고 있다.

<AP> 통신은 9일 디즈니의 뮬란이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날 뮬란 보이콧 운동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뮬란이)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같은 날 뮬란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통해 디즈니는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오는 11일 뮬란의 핵심 타깃인 중국 시장 개봉을 앞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뮬란 제작비로 2억달러(2357억원)를 투입한 디즈니가 중국 시장 흥행을 위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공화당 아칸소)8일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고 비판했다.

홍콩 민주화운동가 조슈아 웡이 지난 5뮬란 보이콧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뮬란이 한창 제작중일 때는 중국계 미국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한 홍콩 경찰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해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이페이는 지난해 81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쳐도 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적힌 사진을 게시하고 ‘#我也支持香港警察(나도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다음날 오전에는 서로 생각이 다르면 나쁜 감정 없이 헤어지면 된다는 글도 남겼다.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의 범죄자 송환법에 맞서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뮬란>11일 중국 개봉을 앞두고 홍콩과 대만, 타이(태국) 등에서 보이콧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조슈아 웡은 최근 소셜미디어서비스를 통해 디즈니는 중국 정부에 굽신거릴 뿐만 아니라, 류이페이는 공개적으로 홍콩에서 경찰들이 저질렀던 무자비한 행위들에 대해 옹호했다나는 인권을 믿는 여러분 모두가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과 타이 누리꾼들도 <뮬란> 보이콧에 동참했다. 홍콩과 대만, 타이 누리꾼들은 각국의 시위 등에 공감하면서 이른바 밀크티 동맹을 맺고 있다. 17<뮬란> 개봉을 앞둔 국내에서도 일부 보이콧 운동이 일고 있다. < 최현준 기자 >



피고인 소생 가능성 희박”..검찰 연명치료 기간 일주일

배심원 9유죄만장일치..“인간의 생명은 가장 존엄

 

춘천지방법원.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재판장 진원두)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5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64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56)의 기도에 삽관된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완전히 뽑아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이씨 쪽은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들이 연명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모습과 가족 모두가 심리적·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이에 아내는 가족들에게 종종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 우리는 나중에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사는 아들과 중국에 사는 딸이 주택 구매 등을 위해 대출을 받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데 하루 203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 부담도 범행 이유로 작용했다고 진술했다.

이씨 쪽은 아내가 죽음에 이른 데에는 병원 쪽 과실도 있다는 주장도 폈다. 사건 당일 오전 930분께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호흡기를 뗀 뒤 의료진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온 뒤로 의료진이 인공호흡장치를 다시 삽관하지 않는 등 응급조처를 하지 않아 아내가 30분 뒤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씨 쪽 법률대리인은 장치를 삽관하라는 담당 의사와 보호자가 재 삽관을 거부한다는 다른 의료진 간 의견 충돌로 피해자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으나, 이씨는 재 삽관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변론했다. 이씨 쪽은 의료진 과실을 탓하기보단 양형 참작사유로 고려해 달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뇌 손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는 데다 이씨 가족이 병원 쪽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여부를 문의했음에도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가량 루게릭병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남편의 호흡기를 제거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판례를 들어 더 강한 형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아내에게 미안하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을 선택했고, 3명은 징역 4,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 박수혁 기자 >

 

"편히 쉬어, 죄는 내가 안고 갈게" 중환자 아내 호흡기 뗀 남편

소생가능성이 없는 아내 인공호흡기 부착을 제거한 남편이 징역5년을 살게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여보, 편히 쉬어. 죄는 내가 다 안고 갈게", "엄마는 편하게 보내자. 죄가 된다면 내가 안고 가마"

지난해 6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 중국 교포 이모(59)씨는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해 연명하던 아내(56)의 호흡기를 뗐다.

죄는 자신이 다 안고 가겠다는 혼잣말을 끝으로 호흡기를 뗀 뒤 불과 30분 뒤 아내는 저산소증으로 숨졌다.

살인죄로 불구속기소 된 이씨는 10일 법정에 섰고,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이씨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요양보호사로 일한 부부 "내가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마"

이씨는 아내와 1985년 중국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수발하느라 힘들었지만 이겨냈고,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한국에는 아내가 2016년 먼저 입국했다. 이씨는 아내를 뒤따라 2018년 한국에 들어왔고, 두 사람은 경북 김천시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주로 치매 환자부터 노인, 중증 환자 등을 24시간 돌봤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으나 숙식이 제공되는 요양보호사는 이씨 부부에게 최적의 직업이었고, 힘들 때마다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버텼다.

이씨 부부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들이 연명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모습과 가족 모두가 심리적·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아내는 종종 남편에게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 나중에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고 했다.

아내는 부부간 대화에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도 "나중에 내가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라"고 일렀다.

말이 씨가 됐을까. 2019529일 오후 1시께 아내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빈 병실에서 땀과 눈물을 흘린 상태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이씨는 곧장 아내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게 했으나 병명이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해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가 있는 대구지역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병명이나 원인은 나오지 않았고, 의료진은 이씨 가족에게 회복이 어렵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이렇다 할 아내의 병명이나 원인이 나오지 않자 같은 달 31일 아들이 사는 천안지역 한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나흘 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내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완전히 뽑아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했다.

병원은 이씨를 고발했고, 검찰은 호흡기를 제거하면 아내가 숨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경제적 부담 컸다" 선처 호소했으나"생명 경시" 징역 5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씨는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에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점, 하루에 20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호소했다.

내국인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데 월급보다 많은 병원비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컸으며, 한국에 사는 아들이 얼마 전 딸을 얻어 집을 사기 위해 적지 않은 대출을 받는 등 넉넉지 않아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이씨 측은 아내가 죽음에 이른 데에는 '병원 측 과실'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사건 당일 오전 930분께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호흡기를 뗀 뒤 의료진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온 뒤로 의료진이 인공호흡장치를 다시 삽관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아내가 30분 뒤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장치를 삽관하라'는 담당 의사와 '보호자가 재삽관을 거부한다'는 다른 의료진 간 의견 충돌로 피해자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으나, 이씨는 재삽관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변론했다.

이씨 측은 의료진 과실을 탓하기보단 양형 참작 사유로 고려해 달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아보지도 않고, 섣불리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씨는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했기에 상태만 봐도 안다"고 반박했으나 검찰은 "전문 의료인도 아닌 피고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검찰은 '뇌 손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는 데다 이씨 가족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도 법적 절차를 기다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2년가량 루게릭병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남편의 호흡기를 제거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판례를 들어 더 강한 형이 내려져야 한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은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을 선택했고, 3명은 징역 4,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