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당국 예비조사 결론

"러시아가 GPS 교란"…전문가 "동체 손상 대공미사일 피격과 흡사"

카자흐, 두번째 블랙박스·통신 내용 확보…격추설엔 "긍정도 부정도 못 해"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동체 [로이터=연합]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 미사일 때문이라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예비조사 결과 추락한 자국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이었다.

여객기는 그러나 도중에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고 카스피해 동쪽으로 건너간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그래픽]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상황

 

이와 관련해 WSJ은 사고 원인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해당 여객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GPS를 교란했다고 전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오인 격추설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조사 전부터 제기돼왔다.

여객기가 지나던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고, 여객기 추락이 발생하기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미국 등은 당시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작동 중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초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 난 구멍을 근거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코발렌코는 "여객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됐고 그로즈니에 비상착륙 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난 것을 들어 미사일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동체 [AFP=연합]
 

추락 현장 사진 등을 보면 비행기 앞부분 절반은 파괴됐지만 꼬리 쪽은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는데, 꼬리 쪽에는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맞아 생긴 듯한 충돌 자국과 작은 구멍들이 가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사 활동을 추적하는 비영리 조사단체 '분쟁정보팀'(CIT)의 루슬란 레비예프는 "비행기 동체에 난 구멍은 공대공 미사일에 탑재되는 종류의 발사체와 '판시르-S1'와 같은 방공 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대공 미사일로 인해 받은 충격과 매우 유사하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솔루션도 당시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보면 여객기가 어떠한 종류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러시아 국영방송 RT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하강을 두 번 시도했지만 두 번 다 다시 상승했고, 세 번째 하강 시도 시에 자신과 다른 승객들이 객실 밖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섣부른 추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객기 추락지인 카자흐스탄도 격추설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카자흐스탄 교통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사고 사망자 38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으며 이 중 10구는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여객기 추락 현장 인근에서 두 번째 블랙박스를 발견해 수거했으며, 여객기가 추락한 곳 인근 악타우 공항과 추락 여객기 사이의 통신 내용도 확보한 상황이라며 항공 사고 조사 부서에서 첫번째 블랙박스 등과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 조사 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모두 특정 정부(아제르바이잔) 소식통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러시아 미사일이 여객기 추락의 원인이라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도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네기 멜런 유라시아 센터의 자우르 시리예브 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은 단순히 러시아의 사과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착륙 요청에 거부되고 GPS가 교란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원한다"라고 분석했다.    < 연합 이도연 박의래 기자 > 

 

"최초 생포 사례"…치료 여부·현재 상태 등은 미확인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포로 사진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 중 1명을 생포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국가정보원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국정원은 27일 북한군 1명을 쿠르스크 전장에서 생포했다는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방국 정보기관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부상을 입은 북한군 1명이 생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후속 상황을 면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는 2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수행 중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며 이 병사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 속 남성은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로 보이지만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와 현재 상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병사가 실제 북한 병사로 확인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최초의 북한 병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1만1천 명 이상의 병사를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북한군을 포함한 대규모 병력을 집결해 쿠르스크 탈환을 시도하면서 양측은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전선에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 전사자 등 피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DIU)은 최근 북한군과 러시아군으로 혼성 편성된 공수부대와 해병대가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치명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은 쿠르스크의 탁 트인 지형 때문에 우크라이나 드론에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쿠르스크에서 죽거나 다친 북한군이 3천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발표대로라면 파병된 북한 병력 가운데 최소 4분의 1이 손실을 본 셈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북한군 장병이 현대전, 특히 드론에 경험이 거의 없다며 2차 세계대전 때나 볼 법한 원시적 전술을 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군이 대규모 사상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술을 거의 변경하지 않은 채 보병 진격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스크에 배치돼 드론에 맞서 싸우는 북한군 병사들 [우크라이나군 배포 영상 캡처]

 

한편, 국정원이 북한군 포로 생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한국 정부가 신문 등을 위해 인력을 파견하거나 포로가 한국에 귀순을 요청하면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정원은 지난 10월 29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투항했을 경우 소통할 우리 측 요원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국감에서 북한군의 귀순 요청 시 정부 대응에 대해 "국제법·국내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에 고민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귀순 요청을 검토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 연합 고일환 오수진 이도연 기자 > 

요원 2명, 몽골 정부인사 상대로 사전 공작하다 체포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직접 소명, 송환 요청해 풀려나

 

12·3 내란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공작 요원들이 지난달 말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현지 정보기관에 체포됐다 풀려난 사실이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주몽골 북한대사관과 접촉하기 위해 몽골 정부 쪽 인사를 상대로 공작을 벌이다 현지 정보기관에 붙잡혔다고 한다. 한겨레와 접촉한 군 관계자들은 이들의 임무가 계엄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북풍 공작’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보사 요원들이 몽골에 파견된 시기가 비상계엄 선포 10여일 전이고, 최근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서도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북한 공격 유도’라는 메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정보사 소속 ㄱ 중령과 ㄴ 소령은 지난달 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로 출장을 갔다. 울란바토르에는 주몽골 한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모두 위치해 있다. 이들의 임무는 북한대사관과 접촉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 군 관계자는 “정보사 담당 처장인 ㄷ 대령이 이번 공작을 총괄했는데, 그가 검토한 출장보고서에 ‘북한대사관’이 공작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의 임무는 현지의 북한대사관과 연락선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실제 접촉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정보원으로 추정되는 몽골 정부 쪽 관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몽골 정보기관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몽골 정보기관은 이들이 여행 비수기인 한겨울에 관광 비자로 들어온 뒤 입국 목적과 무관한 정부 인사 등을 빈번히 만나고 다니는 것을 수상히 여겨 이들을 체포했다고 한다.

몽골 정보당국은 ㄱ 중령과 ㄴ 소령을 억류한 뒤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신분 확인을 요청했고, 정보사는 ‘소속 요원이 맞으니 한국으로 송환해달라’는 공문을 몽골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구명 활동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직접 맡았다고 한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은 몽골에서 보통의 간첩죄 사범들처럼 장기간 구금되지 않고 조기에 풀려날 수 있었다. 이는 문 사령관이 직접 소명을 하고 송환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귀국 뒤 국가정보원에서 몽골 입국과 체포 경위를 조사받은 뒤 현업에 복귀했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이 현지에서 북한대사관과 접촉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공작 업무의 특성상 당사자와 직속 보고라인이 아니면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적인 첩보 수집 차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난 7월 비밀요원(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정보사는 외국에서 활동하던 블랙요원들을 급히 국내로 복귀시켰고, 이후로도 정보 요원의 국외 출장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시기상 정말 급하고 특별한 임무가 아니면 몽골로 요원을 출장 보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문 사령관이 직접 구명에 나선 것만 봐도 매우 중대한 임무였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문 사령관은 지난 5월 몽골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의 몽골 출장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등장하는 메모들이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엔엘엘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합참 전투통제실(지하벙커)에서 이뤄진 대북 전술토의에서 ‘오물풍선 부양 원점 타격’을 주장했으나, 합참 지휘부의 반대로 불발됐다는 의혹도 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접경지대에서 북한과 군사적 충돌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여러 경로로 구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보사는 한겨레의 사실 확인 요청에 “문 사령관이 지난 5월 몽골을 다녀온 사실은 있다”면서도 ‘ㄱ 중령과 ㄴ 소령이 몽골에서 체포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했다.   < 한겨레 신형철 김채운 이주빈 권혁철 기자 >

윤, 안보실장 교체 하루 전 통보…계엄 판 깔기 ‘번갯불 인사’였다

김용현 국방장관 앉히려 외교안보 라인 연쇄이동
‘안보 컨트롤타워’ 장호진 임명 7개월만에 밀려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인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지난 8월 갑자기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인사 발표 하루 전 교체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의 핵심 책임자인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26일 여권 내부 설명을 종합하면, 장호진 전 실장은 지난 8월11일 낮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안보실장에 임명된 지 7개월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2일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안보실장으로 연쇄 이동시켰다. ‘군 출신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전격 교체에 나선 것이다. 당시 경호처장 후임은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을 하루아침에 교체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당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실장이 교체될 이유가 없어서 다들 의아해했다”며 “더욱이 실장 교체 시 수석이나 비서관 등도 연쇄 이동이 있을 수 있어 안보실장 교체를 하루 전날에 통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급박하게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수장에 앉히면서 연쇄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 등에서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얘기하자, 이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 전 장관은 ‘블랙요원 유출’ 보안 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이번 계엄의 실무 책임자였던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직무 배제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신 전 장관이 안보실로 옮겨가면서 이런 계획은 무산됐다. 대통령실에 있던 인사는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으로 보내는 인사가 매우 특이했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염두에 둔 것 같다”며 “신원식은 계엄에 반대했으니 안보실장으로 발령을 낸 뒤 지근거리에서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김병주 “정보사, 계엄요원 일부 중국·러시아어 능통자 뽑은 정황”

김용현 ‘부정선거에 해외조직 관여’ 주장 뒷받침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17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당시 국군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에 투입될 블랙요원 중 일부를 중국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인물로 선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문화방송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에 38명 블랙요원을 선발할 때도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잘하는 인원을 뽑은 정황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38명의 블랙요원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경기 성남시 판교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100여단에 모였던 정보사 요원들을 말한다.

김 의원은 정보사 요원들의 임무에 대해 “평상시 같으면 정보사 블랙요원들이 몽골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가서 북한 정보, 비밀 정보를 빼내는 활동을 한다”면서도 “비상계엄을 앞두고 얼마 전에 이런 게 있었다는 것은 비상계엄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전날 김용현 전 국방장관 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방첩사 외에 정보사 요원들도 수사2단에 포함시켰다”며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해외조직이 선거부정에 관여한 정황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어제 김용현 변호인단에서 부정선거 조작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한 정황도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능통자도 뽑았다고 이야기 했다)”며 “도대체 중국하고 러시아하고 공작이 뭐가 있지 비상계엄인가 했는데 어제 변호인이 이실직고하는 것 같더라”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백령도 일대에서 국정원이 707특임단의 협조를 받아서 북한 쓰레기 풍선을 레이싱 드론으로 수차례 격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707(특임단)이 드론하고 관계가 있는 부대가 아닌데 지금은 백령도 일대에서 북풍을 유도했다는 그런 메모도 노상원 메모장에 나오지 않았냐”며 “지금은 기존의 군사활동할 때와 다르게 북풍이든 남쪽에서 자작극이든 (해서) 비상계엄의 대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과 의혹이 다 일어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해 한·미동맹에 “상당히 금이 갔다고 본다. 그것도 복원하려면 몇 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형적으로 군사동맹에는 큰 변화는 없겠지만 내면적인 신뢰는 많이 깨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우리 군사 활동이나 이런 걸 더 체크를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 우리에 대한 정보 수집, 도청이 됐든 그런 활동을 더 활발히 해서 모니터링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

“세상에 ‘경고성 계엄’이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김경호 선임기자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를 오래 하다 보니, 국민을 피의자로 보고 이 세상을 만만하게 본 것 같다”며 “그러니까 목숨을 걸어야 할 사안(비상계엄 선포)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편집장은 27일 오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분(윤 대통령)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도 총을 잡고 나라를 지킨 경험이 없으면 총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총을 가진 집단인 군대를 동원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고, 더구나 헌법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계엄에) 실패하면 대부분 사형되든지 아니면 그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상에 ‘경고성 계엄’이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대통령이 보수의 “제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조 전 편집장은 “보수는 유능하고 예절바른(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은) 잘 속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없고, 무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 안 간 대통령이 이번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보여준 건 코미디 아니냐, 무능하면 보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지목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 일부 중에서도 상당히 지능이나 이런 데서 문제가 있는 소수 집단만의 의혹”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 의혹을 완전히 과장해 계엄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의혹 제기 탓에) 잠잠하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이제 살판났다 하며 들고 일어났다”며 “여기(부정선거론자들)에 이분(윤 대통령)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공천권이라는 기득권”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지방선거,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계산인) 것 아니겠냐”며 “그래서 제가 (국민의힘을) 웰빙 토호당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서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박수부대 역할만 해왔다”고 말했다.

조 전 편집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만 배쯤 엄중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켜달라고 요구했던 권성동 의원이 지금 그보다 만 배나 엄중한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나선 것은 코미디”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권 의원은 당시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