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지난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항소심 등 향후 재판의 속도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확정 판결?
선거법 270조에선 선거범과 공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6·3·3 규정’이다. 선거 관련 분쟁을 빠르게 해소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도입된 조항이지만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실상 사문화한 상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2022년 9월 기소된 뒤 2년2개월 만에야 1심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9월 전국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강행규정 기한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은 늦어도 내년 중에는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1심에서 광범위한 증인신문이 이뤄졌고, 조 대법원장이 법 준수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6·3·3 규정에 준하게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항소심에서 결론 바뀔까
이 대표가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급심에서 전무 무죄가 나거나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1심과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면 항소심이 이를 쉽게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를 남겼다. 1심의 양형 판단을 항소심이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은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형량이다. 선거법 양형기준을 보면 ‘당선목적 허위사실 공표’는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벌금 200만~800만원이다. 여기에 허위사실이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거나 “전파성이 매우 높은”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8개월~2년, 벌금 500만~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 이하의 형량을 받아내려면 감경요소(벌금 70만~300만원)를 적용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의 감경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양형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감경요소(특별양형인자) 중 이 대표에게 적용 가능한 항목은 “허위사실 공표 정도가 약한 경우”뿐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범행 내용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 “범행의 죄책과 범정(범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고 적시하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전례가 흔치 않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 유지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선무효형을 피하려면 무죄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 시기 후보 발언에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며 이 대표는 낙선자 신분”이라며 “가능성은 적지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당선무효형 이하가 선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살렸던 대법 판례 있었지만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은 1심 유죄 근거가 된 허위사실 유포의 목적과 즉흥성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유죄가 인정된 발언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4단계 종상향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법원은 당시 용도 변경이 성남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이 발언을 허위로 봤다. 이어 이 대표가 국감 전후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라고 발언한 점 등을 들어 이런 허위발언이 선거법에서 처벌하는 ‘당선 목적’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춰서 미리 준비한 팻말까지 들고 발언했으므로 즉흥적 답변도 아니라고 보았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킬 때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고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토론회는 제한된 시간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판례를 바꾸면서 무죄 판단을 내놓았고, 이 대표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은 사전 준비 정황이 뚜렷해 즉흥적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후보자 토론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한겨레 장현은 정환봉 오연서 기자 >
“2019년 김건희 씨 요청으로 처음 만나 무속인 등 조언 구하는 사람 7~8명 더 있어” 국힘 의원 “알고 있었다”…용산, 해명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2024년 10월9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라오스 쪽 인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씨가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에 처할 때마다 거취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다는 명리학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 명리학자는 김 씨가 공적인 결정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명리학자 류아무개씨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의 ‘ㅇㅇ학술원’에서 한겨레21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공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김 씨가 의견을 물어왔다”며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상담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장이 좀 시끄러웠다. (김건희 여사가) 감방 가니 안 가니, 그때 상담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다. 류씨는 주로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강남에 ‘ㅇㅇ학술원’을 열었고, 대중 강연,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나 보수 유튜버의 유튜브 방송 출연 등을 하며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류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예측, 박근혜 대통령 당선 예측, 안철수 대선 후보 사퇴 예측’ 등 “무수한 예측을 정확하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씨가 류씨에게 처음 연락한 시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무렵이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이 된 윤 대통령은 이른바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이 갈등이 이어지던 2019년 말 류씨는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사주를 풀면서 “윤 총장이 대통령 사주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본 김 씨가 류씨에게 연락해 “만날 수 없겠느냐”고 했고, 곧바로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처음 만나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사주풀이를 해준 것을 시작으로 김 씨와의 인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한겨레21과 만난 자리에서 류씨는 김건희 씨의 사주풀이를 보여주며 김 씨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 등을 정확히 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씨가 공개한 김건희 씨 사주. 그는 김 여사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 등을 정확히 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진산 기자
류씨는 이후 김 씨를 최소 5~6번 이상 상담해주었는데, 김 씨가 류씨에게 자동삭제 타이머가 설정되어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했고, 류씨가 이에 대답해줬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윤 갈등’이 한참이던 무렵에는 “(김 씨가) 윤 총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물어,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2021년 초에는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와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2021년 말 대선 전략을 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전 대표가 갈등하다 이 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잠행했을 무렵에는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김 씨가 류씨에게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류씨는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라고 말하며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당시 김 씨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씨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씨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을 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명리학자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이다. 김 씨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하기도 했다.
류씨는 김건희 씨가 공적인 문제나 결정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본인 외에도 더 있다고 안다.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풍수나 관상, 사주나 미래 예측 등 주술의 분야별로 조언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초기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던 한 인사도 한겨레21과 만나 “김 씨가 중요한 자리(인사)를 고려할 때 사주를 즐겨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을 뽑을때 이력서를 봤는데, 이력서에는 사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어서 무당을 통한 사주를 본다는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건희 씨를 오랫동안 지켜본 국민의힘 출신 한 국회의원은 “캠프나 인수위원회 시절 그런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굉장히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국정운영이 있어왔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최소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후 줄곧 역술인에게 의존해 온 김 씨의 결정에 따라 진로 선택을 해왔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은 17일 류씨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 한겨레 김완 곽진산 기자 >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 대변인이 지난 1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모습. AP 연합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석 대변인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구 밀집 지역인 라스 알 나바아 지역에 있는 건물을 공습해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 대변인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헤즈볼라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공습 전 대피령을 내려왔는데 이번엔 대피령은 없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그가 숨진 라스 알 나바아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빈번하게 공습을 하는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서 피란 온 이들이 많은 곳으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아피프는 헤즈볼라의 수석 대변인으로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 마나르 방송 운영을 담당한 적도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위협을 제거하겠다며 레바논을 융단 폭격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헤즈볼라의 생각을 외부에 전달하는 주요 통로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27일 헤즈볼라를 30년 이상 이끌었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그리고 이후 후계자로 꼽히던 하셈 사피에딘 등을 폭격으로 숨지게 했다. 지난달부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도 침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피프는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즐비한 베이루트 외곽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지 못할 것이며 헤즈볼라는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충분한 무기와 물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그의 사망에 대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군사 분야 뿐 아니라 조직의 행정 분야 당국자도 추적한다는 방침”이라며 “이스라엘은 경제·사회·정치·군사 분야 헤즈볼라 모든 능력을 쇠퇴시키려 한다”고 짚었다. < 한겨레 조기원 기자 >
"우리는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서방 진영의 주장만 난무하지 그걸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이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공식으로 담긴 것이다. 특히 세 정상은 북·러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해 북한군 파병을 재차 기정사실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연합
한미일 정상 성명 "북 파병 결정" 공식화
미국 "북한 위협, 가장 심도 있게 논의"
지난 10월 4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가 북한군 파병설을 처음으로 지핀 이후 한 달 보름여만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파병설을 증폭시켰고 뒤늦게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진영도 모두 가세했다. 3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을 계기로 이날 페루 리마에서 약 40분간 만났다.
공동성명에는 작년 8·18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급진전해온 3국 안보·국방 협력 제도화에 대한 평가와 전반적 3국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한미일 사무국' 설립, 중국을 겨냥한 남중국해와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한 3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이 담겼지만, 예상대로 북한군 파병,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3국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된 의제는 증대되고 있는 북한 위협"이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논의된 북한의 주요 위협으로 미사일, 핵 역량, 그리고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됐다는 1만 명 넘는 북한군 문제를 포함한 북·러협력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시진핑, APEC서 2년 만에 회담
윤 "북·러 협력, 한반도 불안정 야기"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 문제를 보는 세 정상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 "우리는 그들이 전투에 관여하기 위해 간 것으로 추정한다" △ "러·북 간의 증대되는 연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등을 소개했다. 정작 당사자인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이 '이미 파견'됐는지에 가타부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2년 만에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북·러 협력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군사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거론한 뒤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서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 관련 발언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57여단 소속 병사들이 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4. 11. 14 [EPA=연합]
윤, 트럼프 취임 전 살상무기 제공하나
미·나토, 거리 둔 채 한국 개입은 환영
분명한 것은 한미 모두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고리로 삼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방어용·공격용 모두 포함) 제공과 유사시 한국군 파병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내에서 설사 북한군이 실제로 파병됐다고 해도 그것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한국의 안보와 무슨 직접적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을 무마하고자 △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 등의 논리를 구사하며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우크라 지원에 '한계'에 봉착한 바이든 정권의 요구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윤 정권의 필요가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일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날 3국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사무국' 설치에 합의해 트럼프 복귀 이후에도 3국 협력 제도화를 되돌릴 수 없게 '대못'을 박듯이, 한국의 살상무기 제공과 유사시 파병도 비슷한 맥락에서 결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하면 "24시간 안에 해결하겠다"면서 누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의지를 밝힌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를 공유했다는 바이든의 요구를 수용해 전쟁을 확전시키는 쪽으로 '베팅'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점이다.
두 달 후면 취임할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도 모른 채 큰일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도 나토 등 유럽도 자신들은 거리를 둔 채 한국의 개입을 바라는 형국이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
다급한 우크라이나, 주한 대사마저 등장
서방 주장만 난무…'결정적 증거'는 없어
다급한 우크라이나는 온갖 확인하기 힘든 정보를 뿌리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까지 나섰다.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과의 충돌은 이미 발생했으며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통제 관리 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정보를 여러분과 처음으로 공유한다"며 "북한군 장교들로 구성된 북한 통제 관리 센터에는 현재 참모 3명과 여단장 4명 등 7명의 장군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 제93 특수부대 여단은 쿠르스크주 레치사 마을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배치됐다"며 "여기에는 제1대대와 제3대대, 그리고 지휘부에 장교 72명을 포함한 총 876명의 군인이 있다"고도 했다. 이 정도로 세세하게 파악했다면 우크라 정보 능력은 세계 최고일텐데, 주장과 말 뿐이지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영상과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곤 조만간 우크라 정부 대표단의 방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장비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
반트럼프든 친트럼프든 '의중 파악' 먼저
국제 정세 변화를 거스르는 윤석열 외교
백악관 재입성 이후 트럼프가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집권 1기의 대외 정책을 2기에는 더한층 강화하고, 이를 위해 바이든과는 정반대로 러시아와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현시점에선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 '낡은 동아줄'인 바이든을 부여잡고 우크라 전쟁 개입을 타진하고, 트럼프의 주 표적이 될 시진핑과는 하필 이 시점에 만나 '반트럼프'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듯한 모양새를 과시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난 2년 반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가치 외교'란 미명 아래 반중 일변도 정책을 펴오더니 아주 예민한 시점인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인 모습을 보여서다. 뭔가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최소한 두 달은 함부로 움직일 때가 아니다.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이다. 반트럼프를 하든, 친트럼프를 하든, 반중을 하든, 친중을 하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국익 외교를 하든, 그다음의 일이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트럼프 취임 전에…한미일 정상 ‘준동맹체체’ 대못 박기
경제·안보 협력 강화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 합의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준동맹체제 확립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한미연합사+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중국 견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에 참석 중인 한미일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각)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에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체제 확립
한미일 경제 군사안보 협력의 조정 창구 역할을 할 3국간 연락사무국은 지난 5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무차관협의회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주도로 논의된 바 있다.
연락사무국 설치를 서두른 것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차 정부(트럼프 2.0) 출범 전에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자신이 주도한 한미일 협력체제(‘준동맹체제’)가 트럼프 2.0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중대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체제가) 항구적으로 존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강화(유착)를 고리로 한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는 중국이 미일동맹의 최대 경쟁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일동맹 주도의 기존질서 유지와 안정을 고수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2023년 8월의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국의 준동맹적 협력체제는 향후 적어도 1년에 한 차례씩은 정례적으로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돼 있으며, 이번이 그 첫 번째 회담이다.
3국간 여러 협력안건들을 정리하고 진척상황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될 3국간 연락사무국은 3국 정부 내의 담당자들이 돌아가며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11월 3일에 촬영된 한국 국방부 경유 미국 공군 제공 사진. 미국 공군 B-1B 폭격기(오른쪽),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아래),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중앙), 미국 공군 F-16 전투기(좌)가 제주도 동부 영공에서 합동 항공 훈련을 하는 동안 편대를 지어 비행하는 모습. 한국, 일본, 미국은 11월 3일에 중폭격기가 포함된 합동 항공 훈련을 실시했다고 군은 밝혔다.2024.11.3. 연합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한편 주일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체제 통합을 위해 신설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통합군사령부’를 도쿄 도심 롯폰기에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미군 기관지 역할을 하는 군사전문지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주일 미군이 도쿄도 훗사시 등에 흩어져 있는 요코다 기지 내의 주일 미군사령부를 도쿄 중심부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의 미군기지 ‘아카사카 프레스센터’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성조지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주일 미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은 미국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통제 제휴(통합지휘체제) 강화를 위해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신설하는 등 주일 미군을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일 미군사령부가 롯폰기로 이전할 경우 일본 방위성과 30여 km 떨어져 있는 주일 미군사령부가 방위성과 4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주일 비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과 함께 추진될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의 체제 전환은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지휘권을 일부를 이양받아 독자적인 작전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일본이 내년 봄에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한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함께 일본 현지 사정에 맞는 작전을 미일 양군이 펼칠 수 있는 통합지휘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말 도쿄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2+2(외교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주일 미군의 통합사령부 신설에 합의했으며,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과 이를 통한 미일 양군의 통합지휘체제 강화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일 양군 통합지휘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부회’ 설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해군의 강습상륙함 마라도(LPH-6112)가 11월 7일 목요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2024.11.7. UPI 연합
한미연합사+한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한미연합사 등을 통해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통합지휘체제를 갖추고 있는 한국은 지난 10월 ‘전략사령부’를 신설해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과 한국의 재래식 무기체계를 통합한 연합작전체제를 강화했다.
내년 봄에 일본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가 신설되고 롯폰기로 이전할 주일 미군사령부가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 재편될 경우 한미일 안보군사 통합지휘체제 한층 더 강화돼, 사실상 미국이 통합 지휘하는 한미일 준동맹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이 준동맹체제의 틀을 내년 초 트럼프 정권 출범 전까지 굳히고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으로의 정권교체 뒤에도 이를 수정하거나 해체할 수 없는 이른바 ‘불가역적인’ 체제로 확정할 심산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