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대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행정관, 공과대학 게시판 등에 '국민의 적 윤석열을 타도하자'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또 게재됐다. 지난 8일, 13일에 이어 세 번째 대자보다. 이번 대자보를 게시한 학생은 "앞서 붙은 대자보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행정관, 공과대학 총 네 곳의 게시판에 '국민의 적 윤석열을 타도하자'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생활과학대학과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부생 두 명이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앉아 전횡하는 윤석열은 국민의 공적"이라며 "스스로 물러나라. 그리하지 않으면 분노한 국민의 손으로 타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의 죄가 매우 많아서 하나씩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이미 (그 죄가) 두루 알려져 있어 분명하지 않은 바가 없으므로 간단히 적는다"라며 ▲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 R&D 예산 삭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 명태균씨 국정 개입 의혹 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실정과 무도함에 국민은 지쳐버렸다"며 "지난 대선, 국민 여론을 어떻게 조작했을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며 "대한민국은 공화국이고 왕이 되려 하는 대통령이 설 자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탄핵이든 개헌이든 빠르게 정권 종식해야"

대자보를 작성한 A씨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의 폭정,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등으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며 "먼저 대자보를 쓴 다른 학생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 저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자보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서울대 출신이란 게) 정말 부끄럽고 더 이상 우리 학교에서 이런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윤 대통령을 탄핵하든 (임기 단축) 개헌을 하든 이 정권을 빠르게 종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윤석열 동문의 퇴진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지난 8일자 대자보가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어 있다. 
 


한편 지난 8일에도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윤석열 동문의 퇴진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평범한 학부생' 명의로 학생회관·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게재됐다(관련기사 :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https://omn.kr/2axj0).

지난 13일엔 '윤석열 퇴진 대학생 운동본부'와 '윤석열 탄핵 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농성단'이 서울대 내 버스정류장에 "윤석열과 하루도 더 함께 할 수 없다", "끌어내리자" 등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게재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라" 전국 대학교에 붙은 윤석열 탄핵 대자보들 https://omn.kr/2aysx).

아래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대에 게재된 대자보 전문이다.                    <  오마이 박수림 기자 >

국민의 적 윤석열을 타도하자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앉아 전횡하는 윤석열은 국민의 공적이다. 윤석열의 죄가 매우 많아서 하나씩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라거니와 이미 두루 알려져 있어 분명하지 않은 바가 없으므로 간단히 적는다. 말 같지 않은 해명으로 국민에게 청력 테스트를 시키며 지록위마의 고사를 상기시키고, 한낱 똥별 놈을 감싸려고 채수근 상병의 억울한 죽음과 박정훈 대령의 충정에 모욕을 주며, 미래 성장 동력인 자연과학과 공학에는 R&D 예산 삭감의 치명타를 날리더니, 심지어는 괜한 이웃 나라의 심기를 건드려 적의 동맹을 만들어 주고, 공연히 남의 나라 전쟁에 참견하여 전쟁의 참화를 불러오고 있다. 윤석열의 실정과 무도함에 국민은 지쳐버렸다. 집권 이후 이룬 것이 무엇이 있나? 매번 전 정권 탓만 하고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명태균 같은 정치 잡상인을 권력 속에 초청한 것은 참을 수가 없을 따름이다. 지난 대선, 국민 여론을 어떻게 조작했을는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다. 왕이 되려 하는 대통령이 설 자리는 없다. 국민의 신뢰가 바닥나고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이 윤석열을 믿지 않으니, 아직 존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국민의 적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라. 그리하지 않으면 분노한 국민의 손으로 타도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부 재학 우국 청년-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 저널리즘 권력에 봉사하는 저널리즘 언론은 저널리즘이 아니고 언론이 아닙니다."(정동영 의원)


언론인 출신 야당 의원들이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해 내린 공동된 평가는 '언론인으로서 기본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출연한 대통령과의 대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민을 속인 것", "아부의 기술", "김건희브로드캐스팅",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오랜 기간 MBC기자였던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아부는 인간의 본능이고 아부는 기술"이라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을 이야기했다. 정 의원은 "기자 지망생들에게 필독서가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리라고 하는 책"이라면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리 핵심 원칙 10가지를 서술하는데 그 중에 1번, 2번이 뭐냐 하면 독자와 시청자를 속이지 말라, 절대로 조작하지 말라 이 두 가지"라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은 "디올백을 조마한 파우치라고 돌려 말한 것은 명백히 시청자를 속인 것, 조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박 후보자의 '파우치' 발언에 사과하라면서 "사과할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권력에 대한 아부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KBS의 명예를 실추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국민의 눈높이에 이것은 부정확한 표현"이라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 권력에 봉사하는 언론은 저널리즘이 아니고 언론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JTBC 앵커 출신인 이정헌 의원은 '대통령과의 대담' 방송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당시 박장범 앵커의 잚못된 행동과 멘트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이정헌 의원은 박 후보자가 당시 대통령 국무회의실 자리에 앉으면서 "영광이다"라고 말한 것은 앵커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서 영광이라고 하는 표현을 쓰는 순간에 기자로서 앵커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언론인의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기 마련"이라며 "드라마 사극에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하는 그 단어를 보는 듯한 깜짝 놀랄 만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조그마한' 등으로 말한 것에 대해선 "조그마한 이라고 하는 표현 자체가 김건희 여사의 가방 수수와 관련된 의혹을 축소하려고 하는 의도"라며 "아무리 변명을 하신다고 하더라도 제가 앵커를 해봐서 안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여당에선 이 사안을 정치 공작이라고 부른다'고 질문한 것에 대해 이 의원은 "어떤 의혹이라든지 논란이 있을 사안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이 인터뷰가 답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까지 먼저 하는 것"이라며 "공작 희생자, 이런 것들을 키워드를 던져줘버리는 거고 인터뷰이(대통령)는 그 키워드를 받아가지고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차 기자도 이렇게 질문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YTN 기자 출신인 노종면 의원도 "파우치, 그 상품에 부여된 그 상품명을 몰라서 질의를 하겠나, 보도에서 어떤 의미로 표현돼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하면 영수증까지 공개된 금액이 있다, 300만 원(가방값)을 언급하지도 않고, 고가 양주 화장품 등도 다 공개됐던 상황,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우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분을 오랜기간 기자와 앵커를 하신 분이 모른다면 이 자리에 있어선 더더욱 안된다"라고 했다.

OBS 기자 출신인 이훈기 의원도 "박장범 앵커 때문에 KBS가 김건희브로드캐스팅시스템(KBS)이 됐다"면서 "KBS를 수십년 후퇴시키고 KBS 가치를 수조 원 훼손시켰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박장범 후보는 기자로서 능력이 전혀 없다, 30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기자상 탄 거 있냐고 하니 자료를 못 준다"면서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이나 하다못해 이달의 기자상이나 방송기자상 한 번도 탄 적이 없다, 30년 기자 하면서 이달의 기자상 한번 못탔다는 것은 기자였던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오마이 신상호 기자 >

 

‘디올백 사과 의향’ 질문했다더니…박장범 “기억 오류” 말 바꾸기

‘특별대담 편집의혹’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 “‘명품백 사과’ 당연히 질문…대통령 사과는 안 해”
방송분에 해당 질문 없어…논란 일자 “질문 안 했다”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당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 대통령한테 사과 의향을 질문했다고 밝힌 뒤 ‘편집 의혹’이 불거지자 “기억이 잘못됐다.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실제 방송에는 해당 질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한국방송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대목을 편집 과정에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 후보자는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께서 사과하실 생각이 있는지도 질문했으면 좋았겠다’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야당에서는 줄기차게 사과를 요구한다. 대통령은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당연히 물어봤고, 그 당시만 해도 대통령은 사과를 안 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수준에서 답변이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지난 2월7일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분에는 해당 대목이 없었다. 당시 박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여당의 평가에 동의하는가’ 등의 질문은 던졌으나, ‘야당의 사과 요구’와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치공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2월4일 대담이 녹화됐고 방영(7일) 전 3일 동안 편집이 이루어졌다. (박 후보자가 사과와 관련해 질문했다는) 그 부분이 삭제됐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종면 의원 역시 “(대담 방송의) 편집 전 원본을 국회에서 비공개로라도 검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디올 백’을 들어 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연합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 대담 ‘편집 의혹’과 관련해 “이 부분은 (제가 청문회에서) 잘못된 말씀을 드린 것이니 정정하고 사과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진상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박 후보자는 “제 기억이 잘못됐다. 현장에서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대담 총 녹화 시간과 방송 시간 차이만큼의 편집된 내용, 2월4일 녹화 당시 방송 큐시트를 제출해달라”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한 일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하고 해당 상품명이 파우치”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박 후보자는 ‘파우치 표현은 아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정동영 의원의 지적에 “파우치는 팩트다. 기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팩트 파인딩’이다. 공식 명칭이 ‘디올 파우치’다”라며 정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한겨레 박강수 기자 >

민주 “명태균, 지도 보며 부지 포함된다 해”
창원 산단 부지 ‘땅 점’ 의혹 추가 제기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박균택 의원과 김용만, 김승원, 이성윤, 박정현, 서영교, 이연희,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 송재범 공익제보조사본부장 등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예화랑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기간 불법 선거사무소 운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예화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비밀 선거사무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현재 리모델링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김봉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가로수팀’이라는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했고 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상조사단은 명태균씨의 창원 산단 ‘땅점’ 의혹도 제기했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수세에 몰리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의 불법 의혹을 들춰내는 데 더 당력을 모으는 모양새다.

서영교 진상조사단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전체회의에서 “원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 선거사무소, 중앙당과 시도당을 제외한 다른 선거 사무소는 불법”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예화랑’이라는 강남 소재 불법 선거 사무소에서 정책과 선거조직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나고, 선거 계획을 짰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절친인 연세대 로스쿨 이철호 교수의 이야기에 의하면 양재동에도 (불법 선거사무소가)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만 의원은 화랑을 무상으로 대여해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곳이 “‘가로수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수많은 물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수뢰후부당처사죄도 있고, 공무원이 될 사람이 뇌물을 먼저 받는 사전수뢰죄도 같이 검토돼야 하는 시점”이라며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진상조사단은 회의에 앞서 이 화랑을 방문했다. 송재봉 의원은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만 봐도 ‘예화랑’이라는 표시(간판)가 확인됐는데, 오늘 가보니까 다 없어지고 펜스를 쳐놓아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라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한다며 이런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증거인멸죄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명태균씨의 경남 창원 산업단지 부지 선정 개입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염태영 의원은 “(창원 산단 발표 전에) 명태균씨와 친분 있는 명아무개씨가 창원시 의창구 화양리에 9필지, 2억6천만원 상당의 땅을 구매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제보자로부터 ‘땅 점’을 봐줬다는 증언이 있다”며 “땅 투기하는 사람들이 매물 주소를 물어보면 명태균씨가 지도를 보면서 산단에 포함된다 안 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공익제보자가 증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산단 위치를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창원시장 출신인 허성무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창원산단 부지를 실사할 때 명태균씨가 현장 점검을 같이 했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이때 부지는 창원대 인근 그린벨트와 창원시 대산면, 북면 일대 307만평이었다. 그런데 (실제 발표에선) 이 부지들은 극히 일부분 말고는 모두 빠지고, 그보다 동쪽으로 이동한 완전히 새로운 100만평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는 국토부의 현장 실사가 없었다. 100만평이 넘는 곳을 산단으로 지정하면서 국토부가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과정에서 명씨가 창원시 부시장과 담당국장을 불러 지시·협의하고 계획을 수립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했다.

진상조사단은 제기된 각종 의혹의 고발장을 작성하고, 상설특검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원 의원은 “창원지검이 ‘명태균 게이트’를 정치자금법에 국한해서 수사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민주당 법률국과 힘을 모아 여론조사 조작, 공천 개입, 창원산단 선정 관련한 국가기밀 누설, 돈봉투, 예화랑 등 불법 선거사무소 설치, 국민의힘 당내 경선 방해 등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작성 중이고 완성되는 대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진상조사단은 더 확실하게 꼼꼼하게 활동할 것이며 상설특검도 언제든 출범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대통령 부부' 친분 과시…공천 개입 수사로 확대


명 "윤석열은 장님 무사, 마누라 덕에 대통령 돼" 
"윤석열 지방에 갈 때면 윤석열 마누라랑 놀았다"
명이 직접 김건희한테 사람을 데려가 소개시켜

대통령실 '2021년 11월 경선 이후' 연락 안 했다고?
'도이치모터스 대책회의'도 알고 있었던 명태균
민주당 "모든 방법으로 김건희-명 관계 밝히겠다"

 

 

창원지검이 명태균 게이트를 정치자금법 위반에서 공천 개입으로 확대해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관계가 다수의 녹취록과 영상 등 증거로 남아 있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을 넘겨 받아 조사할 예정이다. 

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 등 6명 이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표 창원시장, 국민의힘 정진석 전 공천관리위원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등 5명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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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명 씨가 구속된 이후 남긴 진술과 녹취록 등 공천 개입의 증거가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명 씨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도 끊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녹취록에는 이들의 관계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 씨와 지인의 2022년 3월 전화 녹취록에는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인이 교육 위원장을 했잖아. 그래서 김건희 사모가 학력 부풀리기부터 학력 위조까지 나왔잖아요. 그러면 유은혜가 가만히 있겠어요? 그런데 조해진이 민주당 것을 다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유은혜가 교육부 장관 하는 것을 막은 거예요…내가 조 의원을 보고 (김건희 한테) 이야기를 해 줬지. 김건희 집 식당에 가서 내가 김건희 사모 모시고 왔는데. 김건희하고 윤석열이는 나를 왜 쓰는데. 내가 정확하게 봤잖아. 윤석열은 장님 무사라 사람을 볼 줄 모르고. 마누라 때문에 대통령 된 것이고."(2022년 3월 초)

해당 녹취는 명 씨가 김건희 씨 학력 위조 파문이 불거졌을 때 자신이 나서서 당시 교육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조해진 전 의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씨를 조 전 의원 등과 직접 만나게 해준 것도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 씨는 윤 대통령 보다 김건희 씨와 훨씬 가까운 사이였을 뿐 아니라, 김건희 씨가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없을 때 서울 가서 아크로비스타 가서 윤석열 마누라랑 놀고 있어. 빙신같이 사람 그 많은 곳에서 뻘짓하고 있노. 어차피 윤석열 지 마누라 말만 듣는데."(2022년 3월 초)

명 씨는 실제 윤 대통령이 지방에 가면 아크로비스타를 가서 김건희 씨를 만나 인사나 공천과 관련된 언급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조 전 의원과 함께 당시 국민의힘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김건희 씨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당시 후보 비서실장으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임명 못 하도록 막았다고도 했다.

"조 전 의원이랑 옆방에 왔는데 사모가 와서 인사하래. 박완수도 작년 8월에 자기가 윤석열 만나는 게 꿈이라고 해서 윤석열 집에 가서 같이 술 마시고 왔어. 가능성이 제로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도지사 하게) 해줘야지. 그래서 윤한홍은 (경남지사) 더 이상 못 나가요. 나중에 봐요. 윤한홍은 내 때문에 잘렸어…그래서 내가 윤(석열) 총장한테 윤한홍 나가면 어부지리로 민주당이 된다고 그랬지. 그래서 청와대 데려가라고 했어."(2022년 3월 초)

명 씨에 따르면 박 도지사는 명 씨의 소개로 윤 대통령 집에서 대통령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명 씨는 자신 덕분에 박 위원장이 경남도지사가 됐다고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명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 씨는 후보 비서실장 인선과 경남지사 선거에도 개입한 셈이 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11월 대선 경선 후엔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앞선 녹취록은 모두 2022년 3월 초에 녹음된 것이다.

녹취록 외에도 윤석열 부부와 명 씨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는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명 씨는 구속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을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2024.10.21. 연합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내부신고자인 강혜경 씨로부터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 씨는 <MBC라디오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명 씨가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인 2022년 6월 초 무렵에 의원 사무실에서 나한테 김건희 여사한테 금일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며 "교통비라고 들은 적은 없다. 나는 격려금 정도라고 안다"고 말했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도 강 씨와 마찬가지로 명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돈을 받았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소장도 명 씨가 받은 금액이 500만 원이라고 했다. 

돈 거래뿐만이 아니다. 명 씨가 대선 당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비밀 대책회의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명 씨는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였던 A씨와 2021년 12월에 아크로비스타 지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했다. A씨는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 등 명목으로 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민들레 DB
 

김 전 소장은 "명 씨가 공천 시점에 김건희 여사를 소개해 준다고 A씨를 데리고 아크로비스타까지 갔다. 그런데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전 소장에 따르면 당시 명 씨는 '(김건희 영부인이) 도이치모터스 서면조사 대책 회의로 변호사들과 교수가 와서 못 만났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시기 김건희 씨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 내용은 도이치모터스를 알게 된 과정, 계좌를 맡기고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경위, 주식을 매각한 과정, 사건 경위에 대한 간략한 입장이었다. 시기적으로 김 전 소장의 증언을 뒷받침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1년에 명태균 씨와 함께 찍힌 영상. 2024.11.18. MBC뉴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친분이 뒷받침되는 영상도 확보됐다. MBC에 따르면 2021년 9월 18일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경남 김해에 방문했다.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윤 대통령 뒤에 반팔 차림의 남성이 보이는데, 이 사람이 명 씨다. 명 씨는 경호원 바로 뒤에서 윤 대통령을 따라다닌다.

비슷한 시기 촬영했다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도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보인다. 윤 후보가 10여 명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나누고 있고, 명 씨는 윤 대통령 바로 옆에 있다. 명 씨가 소개를 하고 윤 대통령은 명함을 교환하고 악수를 한다. 대부분 영남 지역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다. 

이 자리에는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였던 배모 씨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모 씨로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고 명 씨 등에게 각각 1억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명 씨 등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 받았지만 기각됐다. 

명 씨가 KTX 특별동차(대통령 전용 열차)를 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명 씨는 2022년 6월 13일 김건희 씨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 명 씨가 특별동차를 함께 탔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 연구소장은 "명 씨가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타봤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을 한 하루 전날에)김건희 여사가 김해에 봉하 마을에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가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당시 특별동차에 민간인이 동승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관계자들도 기억을 못 한다면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특별동차를 단독 이용했는지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왼쪽부터 안태준, 이연희, 윤종군, 정준호)들이 명태균 씨의 KTX 대통령 특별열차 탑승 의혹 관련 서울역 승강장을 방문, 발언하고 있다. 2024.11.13. 연합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의 '커넥션'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야권에서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서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1년 뒤에나 알려졌다"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비에 부쳐진 사안은 명 씨는 알고 있었다. 도대체 김 여사는 명 씨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냐"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녹취, 봉하마을 방문 시 명 씨가 대통령 전용 열차에 동승했다는 의혹, 명 씨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며 "검찰은 더 이상 변죽만 울리지 말고 김 여사를 수사하라"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