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아이들 세뇌, 편향 역사관 주입"

리박스쿨 초등학생 극우 교육 영상
"이승만, 세종대왕·이순신만큼 위인"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제가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리박스쿨의 좋은 점입니다. 그 중에서 첫째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교육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제공 영상 켑처] 2025. 06. 01 시민언론 민들레

 

리박스쿨 극우 교육 영상 공개

"아이들에 편향된 역사관 주입"

 

더불어민주당의 신속대응단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수업 추정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교실 앞에 나와 한 발언이다. 이 영상에는 또한 다른 초등학생이 "제가 만약 이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살았을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리박스쿨 강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우리나라가 태어난 건국절은 언제인가요?"라고 물으니 학생들이 "48년 8월 15일이요"라는 내용도 나온다. 수업 말미에 이 남성은 "마지막 결론이에요. 같이 한번 읽어봅시다. 시작~"이라고 하자 교실 앞 화면에 쓰인 대로 "이승만 대통령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만큼 존경받아야 할 위인이다"라고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속대응단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어린이 합창단'이 윤석열 옹호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 캡처. 2025. 06. 01 [민주당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리박스쿨 어린이 합창단
윤석열 옹호 집회서 노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멋진 마스크 만들기'에서 학생들이 만든 마스크에는 차별금지법과 낙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리박스쿨 '어린이 역사합창단'이 윤석열 옹호 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송'과 '6·25 전쟁 영웅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사회자가 '역사교육을 잘 받으신 것 같은 데 어디서 받으셨느냐'고 하니까, 한 초등학생은 "리박스쿨의 강의를 듣고 바른 역사를 알게 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곤 "저희가 일어나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를 빼앗길 것 같아서"라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교육 영상. 학생들이 교실 정면 화면에 있는 내용을 교사로 보이는 한 남성의 지시에 따라 함께 큰 소리로 읽고 있다. [민주당 제공 영상 캡처] 2025. 06. 01. 시민언론 민들레

 

"이승만, 세종대왕·이순신만큼 위인"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이 학생은 '커서 어떤 직업을 통해 나라를 위해 일하겠느냐'고 묻자 "저는 바른 역사를 배우고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공개한 두 편의 영상과 관련해 민주당 신속대응단은 "어린아이들에게 특정한 사상을 담은 노래를 학습시키고 반복적으로 따라부르게 하는 모습, 특정한 집회에 아이들을 참석시켜 저런 노래를 부르게 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담겨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신속대응단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진실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아이의 모습, 이승만 대통령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만큼 존경받아야 될 위인이라고 가르치는 강사 등 아이들을 세뇌하고 편향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현장의 모습이 생생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교육 영상에서 참석 초등학생들이 만든 마스크들. [민주당 제공 영상 캠처] 2025. 06. 01 시민언론 민들레

 

민주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그 잔뿌리까지 추적할 것"

 

신속대응단은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단체와 강사들이 '늘봄 프로그램 교육'등을 통해 전국 초등학교에 침투해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그 잔뿌리까지 추적해야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민주당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리박스쿨은 이번 대선에서 '자손군'이란 댓글 공작팀을 운영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띄우고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을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 특히 자손군을 운영해온 리박스쿨은 김 후보도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유필승선거학교'에서 교육 수료 시 방과 후 돌봄 교실인 '늘봄 학교' 강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해 그간 초등학생에 대한 극우 세뇌 교육 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리박스쿨-김문수-전광훈 한통속?…"검은 관계 규명해야"

민주 "전직 국정원 직원들도 개입 의혹"
경찰, 댓글 공작 수사 착수…"가용 자원 총동원"

이재명 "국민의힘, 실질적 배후 의심"
국정원 댓글·국정교과서 '종합판'
"김문수, 비열한 내막 알고 있었나?"

 

6·3 대선판을 강타한 '리박스쿨'의 댓글 공작 파문이 경찰의 수사 착수로 새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자손군'이란 극우 성향의 리박스쿨 댓글 공작팀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직접 연관이 있는지를 신속히 확인하고자 1일 사건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 2대에 배당했다. 경찰은 이날 중 증거 취합과 고발인 조사를 끝내고 2일 경찰청의 향후 수사 계획을 밝힌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속대응단이 1일 공개한 리박스쿨 '어린이 합창단'이 윤석열 옹호 집회에서 노내를 부르는 영상 캡처. 2025. 06. 01 [민주당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리박스쿨' 댓글 공작 수사 착수
"경찰, 가용 자원 총동원 하겠다"

 

민주당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댓글로 나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약칭인 자손군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국힘 후보를 띄우고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을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 특히 자손군을 운영해온 리박스쿨과 김 후보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유필승선거학교'에서 교육 수료 시 방과 후 돌봄 교실인 '늘봄 학교' 강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해 그간 초등학생에 대한 극우 세뇌 교육 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전날 공직선거법상 유사 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 혐의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또한 1일 오전에는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야3당 의원들이 경찰청을 찾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리박스쿨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온라인 여론 공작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편향된 교육으로 아이들의 생각까지 조작하려 한 건 단순히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짓이 벌어진 만큼, 경찰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며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수사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6.1 연합

 

국정원 댓글·국정교과서 '종합판'
"김문수, 비열한 내막 알고 있었나?"

 

민주당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 주재로 긴급 본부장단 회의를 열었다. 윤 본부장은 "극우 여론조작 부대가 '자손군'이라는 이름으로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조작팀을 운영하고, 조작에 참여한 청년들을 가짜 자격증으로 초등 늘봄학교 강사로 투입해 우리 아이들에게 극우 세뇌 교육을 해왔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국민의힘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을 딴 운영단체 리박스쿨이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과 한 몸이라는 정황이 고구마 줄기 올라오듯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며 "불법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는 선거 부정 댓글 내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이명박(MB) 정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사태의 종합판이라 할만한 심각하고 충격적인 국헌 문란 사건"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윤 본부장은 "어린아이들을 더러운 사상공작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극우 내란 세력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며칠 전 늘봄 학교 대폭 확대 공약을 내놓은 국힘 김 후보에게 "비열한 내막을 알고도 동조했느냐"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극우 역사관을 주입하는 흉악하고 악질적인 교육 내란 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교육부 내에 리박스쿨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국회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밝혔다.

 

2019년 12월 25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2019 자유 대한민국 전국 연합 성탄축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25. 연합

 

전광훈-김문수-리박스쿨 한통속?
민주 "검은 관계 철저히 밝혀야"

 

윤 본부장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5월 27일 국힘 조정훈 의원 주선으로 이재명 후보 교육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했고, 앞서 23일에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포함된 자유대한민국수호여성연대라는 이름으로 이인선 의원 주선으로 소통관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윤 본부장은 "극우 역사관을 가르치는 손효숙 대표와 김문수 후보의 인연은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도에 따르면 당시 손 대표가 이끄는 장학회가 총선 대비 정치 교실을 운영했고, 그중 한 강의의 강사가 김문수 후보였다. 2020년 총선 당시에는 리박스쿨이 주관하는 선거사무원 모집 교육이 있었는데, 김문수TV가 협력사로 긴밀하게 참여한 인연도 확인된다"면서 "이런데도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리박스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리박스쿨에 며느리 양메리 씨가 강사로 있었던 전광훈 목사는 물론, 늘봄학교 확대를 공약한 김문수 후보 역시 리박스쿨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전광훈-김문수-리박스쿨의 검은 관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이틀 앞두고 '험지 공략'에 나선 1일 대구광역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6.1 연합

 

이재명 "헌정 파괴 내란 행위,
국힘, 실질적 배후 의심 된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경북 안동 유세에 앞서 진행한 유튜브 '오마이TV' 인터뷰에서 리박스쿨 댓글 공작 의혹을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라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국힘이 연관성을 부인하고 민주당의 대선 공작이라고 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엉뚱한 얘기를 끌어들여 허수아비를 만들어 공격하는 게 국민의힘의 전형적인 전략"이라며 "그냥 있는 일이 터진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 실체를 부인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리박스쿨에서 돌봄교사 양성을 빙자해 자격증을 엉터리로 주며 댓글을 쓰게 했다는 것 아닌가...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칭찬하고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치적 공격을 가한 것으로, 그 이익은 고스란히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익이 귀속된 국민의힘의 전력을 보면 국민의힘이 실질적 배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과거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고 있지 않았나. 또 국가기관을 동원한 '국정원 댓글 조작'도 있었다. 댓글 조작의 DNA를 가진 게 국민의힘"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란잔당 선거공작저지단 단장을 맡은 정성호·박선원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성향 단체 '리박스쿨' 관련 국민의힘을 향해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1 연합

 

전직 국정원 직원들 개입 의혹
"김문수, 관계 명확히 밝혀라"

 

또한 민주당 내란잔당 선거공작 저지단의 박선원 공동단장은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을 '사이버 내란'으로 규정한 뒤 "이번 반사회적 정치공작을 보면서 배후에 일부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과 맥이 닿아 있음에 주목했다"며 "이 같은 활동이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 혼자만의 독단적 판단이나 동기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공동단장은 "손효숙은 2019년부터 리박스쿨 명의로 교육을 실시해 300여명의 '구국지도자'를 양성하고, 2020년 총선에선 '자유필승선거학교'를 통해 1천여 명의 보수 선거운동원을 길러냈다"며 "이때 주요 강사는 국정원 간부 출신의 이희천씨로, 스카이데일리라는 극우 언론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흑색선전 성격의 칼럼을 86회 게재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이틀 앞두고 '험지 공략'에 나선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시의 웅부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성적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5.6.1 연합
 

그는 "또 다른 강사인 전직 국정원 출신 최모씨는 민간 정보기업을 설립한다는 목적하에 극우 보수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으며, 이 후보에 대해 드론 이용 암살을 선동하기도 했다"며 "단체별로 분업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학생인권특별법을 반대하며, 좌파 판사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활동을 서로 역할을 나눠 진행해 오고 있다. 최소 13개 단체가 서로 연대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선거공작 저지단의 정성호 총괄단장은 '김문수TV'가 리박스쿨 교육의 협력사로 기재된 것에 대해 "극우 보수를 키우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김 후보가 몰랐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면서 "선거운동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 이유 기자 >

 

댓글 조작팀에 김문수 연관됐나…"김문수TV 협력"

민주 "김문수 직접 연결 정황"…댓글팀 경찰 고발


'리박스쿨' 주관한 '자유필승선거학교' 문건 공개
2020년 4·15 총선 대비 선거사무원 교육생 모집

"후보자의 필승 위해 뛸 선거운동원 1천 명 육성"
인사동 H빌딩서 교육…댓글팀 '자손군'과 같은 곳

교장 고영주 변호사, 협력 기관 '김문수TV' 명시
"전광훈 관련 '너알아TV' 포함…연관 고리 의혹"
리박스쿨 대표 "여기서 뭐 하는지 김문수도 알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정준호 부단장과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을 방문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자손군'이라 불리는 댓글 조작팀을 운영해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25.5.31. 연합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위해 암약해온 '댓글 공작팀'의 실체가 폭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댓글팀이 김문수 후보와 직접 연결됐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김 후보 측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해도 불법성이 뚜렷해서 수사를 통한 본격적인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댓글팀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곧 경찰청을 방문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신속대응단은 31일 댓글 조작 활동을 벌인 '리박스쿨'과 김 후보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생 모집' 문건을 공개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성을 딴 '리박스쿨'은 겉으론 두 전직 대통령을 추앙하는 역사 교육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일명 '자손군'이라 불리는 댓글팀을 운영하고 있다. 자손군은 '댓글로 나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약칭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2월 자유필승선거학교 4기, 5기 교육생을 잇따라 모집했다. 각 기수별로 40명을 모집해 5일 50시간 동안 집중적인 선거사무원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2020년 4·15 총선에서 후보자의 필승을 위해 동고동락하며 뛰어 줄 선거운동원 양성" 및 "사상과 국가관이 정립된 직업 정치인으로서 자유대한민국 수호자가 되게 함"을 목적으로 표방했다.

 

또 "예비 보좌관 후보 180명 육성" "자원봉사 선거운동원 전국 1천 명 육성"을 목표로 삼고 20~40세대를 우선 선발하며 교육비는 무료라고 소개했다. 주관은 리박스쿨과 대한민국역사지킴이, 유권자선거연구소라는 단체이고 교육 장소는 '자손군' 교육장과 동일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H빌딩이다. 이 학교 교장은 검사장 출신의 극우 인사로 유명한 고영주 변호사로 돼 있다. 그런데 협력 기관에 '김문수TV'가 적시돼 있어, 김 후보가 이미 5년 전 극우 유튜버 활동을 할 때부터 연관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 신속대응단은 "문제는 선거사무원 전문교육을 리박스쿨이 주관하면서 김문수TV와 너알아TV 등을 협력 기관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라며 "앞서 김 후보 측은 리박스쿨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지만, 해당 문건은 양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공동 활동을 벌였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너알아TV는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이라며 "리박스쿨과 김문수, 전광훈 측이 어떤 연관 고리가 있고 왜 공동으로 선거사무원 교육을 실시했는지, 선거사무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강득구 단장은 "자손군의 댓글 조작은 보다 교묘해진 제2의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신속대응단은 31일 댓글 조작 활동을 벌인 '리박스쿨'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생 모집' 문건을 공개했다. 민주당 제공

 

앞서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잠입 취재를 통해 '자손군'이라는 댓글팀이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이재명·이준석 후보를 비방하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후보 비방에는 '커피 원가 120원 이재명이 경제 1도 모르는 X명이 소상공인들 다 X었다' 이런 댓글 방식이 동원됐다. 나아가 지난 27일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학부모 단체가 이재명 후보의 교육 관련 공약을 비판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 단체 소속 11명 중 5명이 자손군 소속 인사였고 심지어 결혼도 안 한 뉴스타파 기자를 학부모로 둔갑시켜 행사에 데려갔다고 폭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더 심각한 문제는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리박스쿨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합쳐서 '늘봄학교'란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내년엔 전국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리박스쿨 측의 교육을 수료하면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생 교육을 목적으로 한 자격증이니만큼 상당한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데도 뉴스타파 기자는 단 하루 만에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서 이곳 출신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어서 왜곡된 극우적 역사관을 초등학생들에게 주입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는 뉴스타파 기자가 '전광훈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 김문수 후보가 리박스쿨을 알고 있는지' 묻자 김 후보와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김 후보가 예전에 이 사무실에 온 적 있고 이곳에서 무얼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분(김문수)이 여기 아스팔트 현장에서 경기도지사 그만두시고 오랫동안 우리랑 시민운동을 같이 했다"며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활동을 오래전부터 인지한 것은 물론 일정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정황이 더욱 분명해진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잠입 취재를 통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이라는 댓글팀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고 30일 보도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이에 이재명 후보도 직접 나서 '반란 행위'라고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평택 배다리 생태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거기를 파보면 나라가 뒤집어질 중범죄 행위가 나올 것 같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댓글 조작하고 가짜뉴스 쓰고 그걸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선거 결과를 망치려고 하느냐"며 "반란 행위 아닌가? 용서할 수 있나? 마지막 잔뿌리까지 다 찾아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주 유세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과 연관돼 여론 조작을 체계적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 돈은 어디서 났을지, 국민의힘과 관련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라고 선대위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선대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극우 단체가 일상적이고 조직적인 여론 조작으로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여론조작 집단이 교육 현장에까지 침투해 어린 학생들에게 극우 사상을 주입하도록 도운 검은 권력은 누구인지도 밝혀내야 한다"며 "자손군의 대표는 김문수 후보가 사무실을 방문했고, 하는 일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조력을 넘어 사주, 설계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전했다.

 

김한나 선대위 대변인은 "김문수 후보는 내란 수괴 윤석열이 추진하고 극우 내란 세력이 잠식한 늘봄학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저의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서 직접 밝혀라. 여론 조작 부대가 '가짜 자격증'으로 학교에 침투해 조직적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극우 세뇌를 해왔다니 충격적"이라며 "국립대학과 업무 협약까지 거쳐 이미 다수의 극우 강사들이 초등학교에 늘봄 강사로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단체와 윤석열 내란 정권, 내란 공범 국민의힘의 유착 관계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미디어법률단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과 김 후보는 (해당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드루킹 댓글조작단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허위 사실로 해당 단체들과 국민의힘을 억지로 연관시키는 무리한 시도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당시 '김만배-신학림 가짜 인터뷰'를 통해 선거 개입을 시도했던 매체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뉴스타파와 민주당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쓴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민심을 왜곡할 수 있는 불공정 보도와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러시아·중국·EU·이스라엘 압박 전혀 안 통해
말 바꾸고 결정적 순간 물러서는 ‘겁쟁이’ 낙인
CNN “미 지탱한 동맹·국제무역 스스로 부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겁쟁이’ 딱지가 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연이은 ‘굴욕’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러시아는 들은 척도 않으며, 관세로 위협 중인 중국과 유럽은 강경하게 맞선다. 오랜 우방이었던 이스라엘조차 따로 논다.

 

CNN은 31일 트럼프가 외교 문제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기를 든 하버드대학교나 법원을 무릎 꿇리려 드는 것도 미국 내 이야기일 뿐,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그렇게 쉽게 위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트럼프의 말뿐인 압박에 흔들리지 않으며, 국익이나 혹은 자국 내 정치적 반발 탓에 트럼프가 원하는 결과에 협조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트럼프식 ‘매드맨 전략’ ‘거래의 기술’ 휴짓조각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을 자랑해 온 트럼프는 집권만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해 왔음에도, 실제로는 러시아의 강경한 요구에 늘 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무시당하고 모욕당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 언론은 트럼프를 결정적 순간에 물러서는(who always blinks) 말만 강경한 사람으로 묘사한다”고 시엔엔은 분석했다.

 

러시아는 입으로는 휴전 협상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연일 공세를 펼치며 점령 지역을 늘려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접경지인 우크라이나 수미주 11개 마을에 31일 민간인 대피령을 내려야만 했다. 유럽연합 등은 러시아가 휴전을 빙자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의심 중이다.

2025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 가판대에 놓인 일간지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최근 전화 통화를 다룬 표지가 전면에 실려 있다. 로이터 연합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엄포를 놓고 위협하여 빠른 결론을 압박하는 트럼프식 방식이 통 먹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무역 갈등 완화 협상에 나선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을 완화할 것을 기대했으나, 손에 쥔 것이 없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중국 기업에 대한 일부 핵심기술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며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 중이다. 시엔엔은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앞에 무릎 꿇는 모습만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중국 정치의 권위주의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과의 관세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발 물러섰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예 조치를 취하는 트럼프의 행동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는 뜻) 무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분노하게 했다.

 

영원한 우방일 줄 알았던 이스라엘도 트럼프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내 정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쉽사리 가자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이란 핵합의’는 중동에 핵 무장 국가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의 구상과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각국 정상들은 각자 이익을 추구하며, 미국 대통령의 단기적이고 거래에 가까운 목표에 좀처럼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예전엔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다’고 하면 일종의 상징적 의미라도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망신주면서 ‘백악관 회동’의 매력도 사라지고 말았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위협, 캐나다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발언, 세계에 인도적 지원을 줄이는 행보 등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시엔엔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오랫동안 국제사회에 이용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경멸하는 동맹과 국제무역 체계야말로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기반이었다. 트럼프는 모두 나에게 복종하라는 특유의 공격적 자세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마저 부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 한겨레 정유경 기자 > 

 

말 안 듣는 푸틴·시진핑·네타냐후…외교 좌절 커지는 트럼프

 
 

해결사 자처했지만 휴전 중재 잇딴 실패에 관세 전쟁서도 '굴욕'

"말만 강하다·늘 꽁무니 뺀다" 비꼼만 듣고 가시적 성과 없어


트럼프 젤렌스키 푸틴 대통령=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

 

 24시간에 끝낼 수 있다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 협상조차 제대로 열기가 어렵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관세전쟁을 벌였지만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오명만 얻었고, 오랜 우방이었던 이스라엘도 말을 듣지 않는다.

 

미국 CNN은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국제 무대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려 했지만 연일 '굴욕'만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좌절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피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휴전안까지 제시했지만 돌아온 건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러시아의 태도였다.

 

러시아 언론은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을 말만 세게 하고 결정적일 때는 물러서는 사람이라고까지 묘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P 연합]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를 퍼부으면 중국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적 타격이 커지면서 얻은 것도 없이 서둘러 중국과 관세 휴전에 들어가야 했고 기 싸움에서 밀렸다는 평가마저 받았다.

 

CNN은 이를 두고 "미국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만은 보여줄 수 없는 중국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와의 관세전쟁에서도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로 '타코'라는 비꼼마저 듣고 있다.

 

집권 1기 때부터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며 친분을 다졌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하고 있는데도 가자지구를 맹폭했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고 싶다며 설전까지 벌였다.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런 것처럼 네타냐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해도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가자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CNN은 이처럼 각국 정상들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단기적이고 거래적인 열망에 부응하는 대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유럽 등의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생각만큼 강하지는 않고 무시해도 큰 탈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잇달아 모욕하면서 백악관 방문의 매력조차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상대국 지도자를 작정하고 추궁하며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트럼프식 정상외교 문법에 한때 영광스러운 초대로 여겨졌던 백악관 방문이 이제는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4개월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전 세계를 공격했지만, 특별히 얻은 것은 없이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소프트파워'만 훼손한 셈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 연합 이신영 기자 >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선 ‘정탐용 부표’ 둘러싼 신경전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가 공개한 해양 관측 연구용 대형 부표.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방송 화면 갈무리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대형 철제구조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서해 공해상에 관측용 부표 3개를 추가로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의 ‘서해 내해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1일 군에 따르면 해군은 2023년 5월 이어도 서편 동경 123도선 부근에서 중국이 설치한 대형 부표 3기를 확인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서해 피엠제트 안팎에 해양 관측 명목으로 폭 3m, 높이 6m 크기의 관측 부표 10기를 설치했는데,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부표까지 더하면 총 13기가 서해에 설치되어 있다. 새로 부표가 설치된 곳은 중국 쪽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 공해 상인데, 그 가운데 하나는 한중 피엠제트 안쪽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부표들에 대해 중국 측은 해양·기상 관측 용도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앞서 중국은 심해 엉업 양식시설이라며 한중 피엠제트 내에 초대형 철제 구조물인 선란 1호와 2호를 설치했고, 지난 5월 말엔 군사 활동을 예고하며 피엠제트 일부 구역을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중국이 서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넓힐 ‘서해 내해화’를 위해 ‘회색지대 전략’(비군사적인 애매한 방법의 저강도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학원 등 연구기관들은 첨단 관측 장비를 탑재한 부표로 과학 연구를 실시한다면서, 부표들을 잇따라 공개해 왔다. 하지만 부표에 설치된 여러 첨단 장비들은 한국 함정이나 잠수함 탐지 등 군사적 목적에도 활용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피엠제트 내 중국 측의 구조물 무단 설치 등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해양주권 보호를 위해 유관부처·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은 서해상 배타적경제수역 경계선을 정하기 위해 현재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가 되지 않자, 우선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곳에 피엠제트를 설정해 어업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는 이미 중국의 부표를 둘러싼 외교, 안보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2023년 7월 이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일본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부표를 잇따라 설치했고, 일본은 외교 협상 때마다 강하게 항의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중국은 최근 이를 철거했고, 일본해상보안청은 중국이 일본배타적경제수역 안에 설치했던 부표를 모두 제거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기술, 경제 등 전면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조처로 해석된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미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서로 부표를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해경이 미국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이 대치하는 세컨드 토머스 숄 근처에 설치한 부표를 발견하기도 했다.

 

역설적인 것은 중국도 외국 정보기관이 중국의 정보를 탐지하거나 군사적 목표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중들이 수상한 부표를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국가안전부는 외국 세력들이 부표를 개조해 민감한 해양정보를 수진할 수 있다면서 “일부 적대 세력들이 부표를 심해의 ‘소리 없는 보초병’이나 ‘스파이’로 활용해, 우리의 민감한 해양 데이터를 훔치려 할 수 있다”면서 대중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수상한 부표를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요청하는 글을 위챗 공식 계정에 올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 박민희 기자 >

배우자 신분증으로 사전투표용지 스스로 발급해 대리투표,

오후 본인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하려다 적발돼

 
 
지난달 2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를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선거사무원 박씨가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배우자 명의로 대리투표를 한 혐의를 받는 선거사무원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염혜수 영장당직 판사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구청 소속 박아무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염 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소재 사전투표소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를 받는다. 낮 12시께 배우자 신분증으로 사전투표용지를 스스로 발급해 대리투표를 한 뒤, 오후 5시께 본인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하려 했다. 박씨는 두 차례 투표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참관인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현장에서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해 ‘당일에 대리투표를 결정한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순간에 잘못 선택을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불법인지 알고도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고, ‘배우자도 대리투표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모른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에서 성명을 사칭하거나 신분증명서를 위조·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표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씨는 강남구 보건소 보건행정과 소속 계약직 공무원이다. 이 사건 직후 강남구청은 박씨를 직위 해제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박씨를 해촉한 뒤 경찰에 고발했다.  < 임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