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11월 15일 자 표지. ⓒ 뉴스위크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며 그 내용을 번역해 홍보하면서 기사 내 김건희 여사 문제, 낮은 지지율, 한일관계 인식 등에 대한 내용은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내용을 빼면서 기사 문장을 잘라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아래 정책브리핑)은 지난 12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윤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소개했다. 대통령실 명의로 올라온 이 기사는 <뉴스위크> 인터뷰가 "4대 개혁 등 한국이 안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노력과 국내적 저항, 북한을 위시한 국제 환경의 난관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면서 "주요 기사 내용과 주요 일문일답 내용을 발췌해 소개힌다"라고 했다.

인터뷰는 <뉴스위크> 11월 15일자(11월 8일 게재)에 실린 것이다. 정책브리핑은 '발췌 소개'라고 밝히긴 했지만 인터뷰 기사 내용 대부분을 문장 그대로 번역해놔서, 마치 전체 번역본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 원문과 대조하니 정책브리핑에서 빠진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 파란색 글씨가 <뉴스위크> 기사).

국정브리핑 : "5년 단임제의 윤 대통령은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본래 이 부분의 문장은 훨씬 길다.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문제, 총선 패배 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뉴스위크> 기사 원문 내용은 빠진 것이다.

"임기를 5년만 수행할 수 있는 63세의 전직 검사 윤 대통령은 임기 중간에 다다르고 있다. 10월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지난 2022년 중반에 취임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인 20%에 머물렀다. 개혁에 대한 반발뿐 아니라, 그의 부인 김건희가 해온 역할이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제1야당에 패배한 점도 그가 필수적이라고 했던 개혁을 추진하는 데에 또다른 도전으로 작용한다."


국정브리핑 :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 해결이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의 목표이며 여성이 직장에서 만족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뉴스위크> 기사에서 이 문장의 앞에는 "5명의 남성 보좌진에 둘러싸인"(flanked by five male advisers)이라는 부분이 있다. 직장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이 인터뷰 현장에는 남자 참모들만 대동한 점을 지적한 걸로 보이는데, 정책브리핑은 인터뷰 기사 문장을 바꿔버렸다.

"윤 대통령은, 5명의 남성 보좌진에 둘러싸인 채, 인구 위기 해결이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의 목표이며 여성이 직장에서 만족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스위크> 인터뷰 내용을 발췌 번역해 전달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사 ⓒ 문화체육관광부


통째로 생략 : 윤 대통령의 가정생활 그리고 한일관계

정책브리핑의 소개 기사에서 통째로 생략된 단락도 있다. 이 부분의 소제목은 "윤석열의 가정 생활"이다.

"윤 대통령은 자녀를 갖지 않았다. 사무실 벽에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웃는 얼굴로 바닥에 앉아 강아지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집에서 개 6마리와 고양이 5마리를 키운다. 한국은 현재 어린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개를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에에 큰 정치적 공격을 초래하고 개혁 추진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윤 대통령 부인의 역할 문제다. 김건희는 주가조작 혐의와 크리스찬 디올 핸드백을 선물받은 혐의에 대해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야당은 김 여사의 행위에 대한 특별검사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영부인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문제화를 시도해 내 아내를 둘러싼 논란이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특검 임명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특검은 신뢰할 수 있는 위법행위가 있었다거나 수사검사의 공정성 훼손이 있을 때 임명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


한일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도 통째로 생략됐다.

윤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제국주의의 지배를 겪은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지금은 이전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더 낫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이 한국-일본 관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또,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공동의 안보 이익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국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북한도 그렇게 해왔으며 특히 러시아와 그렇게 해왔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군인도 지원했다고 한국 정부는 밝혔다.


정책브리핑에는 이와 함께 <뉴스위크> 인터뷰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대통령이 정말 하고싶었던 말'이란 제목의 칼럼도 실렸다.

이 칼럼을 쓴 하태원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은 "대통령 앞에는 메모지 한 장 놓여있지 않았다. 생각의 흐름에는 거침이 없었고, 인터뷰 내내 취재진의 끄덕임이 자주 느껴졌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정책브리핑에서는 정작 대통령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설명한 내용들과 질문들이 모두 전달되지는 않았다.                    < 오마이 안홍기 기자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13일 게재된, 뉴스위크 인터뷰 현장을 묘사한 ‘대통령이 정말 하고싶었던 말’ 제목의 칼럼. ⓒ 문화체육관광부

 

한동훈 가족 명의 '대통령 비방글' 논란 증폭... 말 아낀 한동훈 "법률위서 법적 대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4일 서울공항에서 페루 APEC정상회의와 브라질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환송행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가족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수백 건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이번 사건을 한 대표의 '온가족 드루킹 의혹'이라고 규정하면서 한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한 대표는 '당 차원의 법적 대응' 방침만 밝히고 있다.

14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결국 한동훈 대표는 '온가족 드루킹 의혹'에 대해 어떤 해명도 못 했다"며 "당원 게시판에 756개의 글을 올린 게 가족들이 맞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 가족들에게 글 썼냐고 물어보는 게 어렵나"라며 "가족이 맞나, 아닌가. 예스(Yes), 노(No) 중에서 대체 뭔가"라고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자기 명의는 (실제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고 하면서, 가족 명의는 부인하지 못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온가족 드루킹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당원들 정보는 마음대로 보면서, 한 대표 가족 정보만 확인할 수 없다는 법률자문위원회의 변명도 옹졸하고 구차하다. 의혹 몸통은 (한 대표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저를 고발하라" 장예찬의 도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14일 서울공항에서 페루 APEC정상회의와 브라질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환송행사에서 이륙하는 대통령전용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장 전 최고위원은 또 "7월부터 최영옥(한 대표 장모 이름) 계정이 당원 게시판에 수백 개의 글을 올렸다. 9월부터 '1일, 3게시물' 제한 조치가 실행되자 더 많은 글을 올리기 위해 다른 가족들 계정도 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정황과 4명이 주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데 대해 친한계 누구도 해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힘 없는 유튜버들만 고발하지 말고 '온가족 드루킹 의혹'을 말하는 저를 꼭 고발하라"며 "저를 고발하지 못 한다면 '온가족 드루킹 의혹'을 시인했다고 판단하겠다. 비겁하게 침묵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가족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전날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당원 익명게시판에 '개 목줄' 등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당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그럼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선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 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전 최고위원이 자신도 고발하라 대응한 것이다.

한 대표는 장 전 최고위원의 공격에 대해 주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으로 사실상 입장 표명을 대신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률자문위에서 허위 사실에 대해 법적 대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여러 가지 중요한 사안이 많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 조선혜 기자 >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개입 정황 언급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연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4일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시장 후보자 공천을 언급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공천을) 주는 게 좋지 않냐’ 말씀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궁금해할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을 얘기해줄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기자들이) 하도 질문 주셔서 기록 몇 개를 찾아봤는데, 대통령께서 공천 시기에 저에게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도 찾아봤다. (기록에서) 웃겨서 말도 안 나오는 것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표 시절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에게 공천 관련해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당연히 소통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흔한 케이스가 뭐냐면 누가 대통령과 여사의 의중이라고 팔아 공관위에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는 경우가 있을 때 ‘이 사람이 이런 소리하고 있던데 알아둬야 할 일이 있습니까’ 물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직후에 있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다 보니까, ‘대선 기여도’라는 모호한 기준을 공관위에서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2022년 5월9일, 이 의원이 먼저 명태균씨에게 ‘윤(대통령)이 김영선(전 의원) 경선하라는데요’라는 카카오톡을 보냈다는 명씨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시기 공천 관련해서 많은 말들이 횡행했고, 명 사장 본인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해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전혀’(라고 생각했고),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제가 공관위 쪽에 전해들었기라도 할텐데 그런 기류가 없었고 ‘공관위는 전반적으로 일상적인 절차로 진행한다’고 들어서, (명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 같아서 전달해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준석 “윤, 지방선거 때도 공천 언급”…김태우 구청장 추천한 듯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4일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시장 후보자 등의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야당에선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란 비판이 나왔는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공천을 상의한 시기가 윤 대통령의 취임 전이라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논란을 비켜가려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공천을) 주는 게 좋지 않냐’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나가)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을 얘기해줄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공천을 주라고 언급한 이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구청장은 공천을 받아 당선됐으나, 청와대 감찰반 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직을 상실했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는 김기현 당시 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 의원의 발언이 공개되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윤 대통령이 당시 당대표에게 공천을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간섭한 것으로,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공천 논의가 이뤄졌던 시기에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정확한 기억으로는 시도당 위원장이 ‘당대표가 자꾸 자기한테 태클을 건다’고 해서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저한테 ‘그건 시도당 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상황이었다”며 “제가 당선자에게 ‘시도당 위원장이 오히려 문제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고, (그렇다는 데) 저랑 원내대표의 뜻이 일치한다고 얘기해서 (당선자의) 그 뜻을 돌려세워 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기준들을 보면 (이런 소통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 대표랑 당선자가 공천을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당선자 신분이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여권의 주장과 ‘외압이 아니라 의견이라면 누구를 공천 주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는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법조계 쪽에서는 여전히 윤 대통령의 공천 관련 언급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자는 각종 지원을 받고, 정부 부처 보고받은 사람인데,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교통비 명목” 주장, 대가성 부인

 

 
 
         김건희 씨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로부터 두 차례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명씨는 지난 8~9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업체 코바나컨텐츠 봉투 사진을 제시받으며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았냐’는 질문을 받고 “두 번 정도 받았는데 기억나는 건 2021년 9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 여사에겐 적은 돈이었겠지만 나한텐 큰 돈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교통비 명목”이었다며 금품의 대가성을 부인했다고 한다.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2021년 9월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시점이다. 명씨는 실소유했다는 의심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대선 기간 동안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다수 실시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여사가 명씨의 이러한 도움을 인식하고 명씨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했다. ‘김 여사에게 돈봉투를 언제 받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명씨는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명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의원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정치적인 구속영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명태균, 차명폰으로 이준석·함성득과 통화…증거 인멸 우려”

“당 주요인사들에 김영선 공천 부탁 메시지도” 영장심사서 밝혀
 명씨 “차명폰, 기자 연락 몰려 지인·가족과 통화 어려워 사용”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검찰이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영장실질심사에서 그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함성득 경기대 교수 등과 통화했다고 밝히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4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명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명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 의원과 함 교수 등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 10월21일부터는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검찰은 명씨가 처남을 통해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한 행위 등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꼽았다. 검찰은 또 “철 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는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명씨가 공개한 것에 대해 “김 여사의 친오빠인 것을 알면서 윤 대통령으로 오해하게 언론플레이를 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명씨가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지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도록 한 뒤 공석이 된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그림을 설계했다고도 설명했다. 또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에게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주고 당시 당 주요 관계자들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도 공개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갑·을 관계이자 ‘정치적·경제적 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명씨가 선거 기획이나 판 짜는 일을 실제로 했다”고도 했다. 사실상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명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명씨에게 보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81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2억4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명씨가 이들을 위해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함 교수나 대구·경북 지역의 국회의원 등에게 공천을 부탁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검찰의 주장에 대해 명씨는 예비후보들이 제공한 2억4000만원을 자신은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돈을 빌린 것은 자신이 아니라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이라는 것이다. 명씨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차용증 등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 지난 대선 때 미래한국연구소가 81회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중 자체조사는 자신이 허경영 당시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전화홍보 영업으로 벌어들인 6000만원으로 일부 충당했다고 주장했다. 55회 공표조사의 경우 언론사 등 보도로 미래한국연구소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81차례 여론조사가 명씨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 등을 보낸 적은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연락이었을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세비 7600여만원도 앞서 김 전 의원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차명폰·선불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자 등의 연락이 몰려 가족·지인 등과 통화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등을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7600여만원, 두명의 지방선거 예비후보에게 총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의원과 두명의 예비후보 역시 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이나 내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겨레 정혜민  배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