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한국사2 교과서 9종 비교
첫 출간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위안부’ 비중도 상대적으로 작아

 
 
새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연합]
 

최근 역사 논쟁으로 집필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린 새 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교과서 가운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처음 출간한 한국학력평가원(평가원) 교과서가 필수 학습 요소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설명이 부실하고, 이승만 정권을 독재 정권이 아닌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검정을 통과한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역사 7종, 고등학교 한국사 9종으로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인다. 30일 한겨레는 고등학교 한국사2 교과서 전 종을 입수해 평가원 교과서와 비교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중·고등 역사 교과서 검정 기준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설명은 한국사 교과서에 필수로 들어가야 할 ‘성취기준별 학습 요소’ 가운데 하나다.

평가원 교과서는 ‘위안부’에 대해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참고 자료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는 등의 연습문제를 제시했지만, 두쪽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의 개념, 관련된 주요 인물,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와 역사 부정의 세계화 등을 다룬 동아출판사 교과서에 비하면 비중이 낮다. 리베르스쿨은 ‘강제 동원의 실상’ 활동 자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대 일본 총리들의 역사 왜곡 발언 등을 담고 성명서를 작성해보자고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의 ㄱ 역사 교사는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 다른 책들도 대체로 성 착취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을 하진 않지만, 활동 자료 등 ‘위안부’에 대해 다룬 분량이 비교적 적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이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었다. 여기에서 이 교과서는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 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주제 탐구라는 이름으로 이승만의 ‘정읍 발언’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도록 서술해, “만약 이승만이 남한 단독 정부론을 주장하지 않았다면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승만이 통일 정부가 아닌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유를 알아본다” 등의 질문과 지시문을 넣었다. 또한 이승만 정부에 대해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으나, ‘독재 정권’(해냄에듀), ‘독재 권력 구축’(미래엔), ‘장기 독재 체제’(씨마스)라고 쓴 다른 교과서와 차이가 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관련된 서술에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쓴 것은 다른 교과서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마련된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연구진은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동의 없이 추가하자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반발했다.

평가원 교과서에 대해 한 고등학교의 ㄴ 역사 교사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주제 탐구’, ‘역사 탐구’ 등 활동 자료로 넣었다. 해당 내용을 역사 교사가 어떻게 활용하고, 유도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신소윤 이우연 기자 >

‘뉴라이트 논란’ 한국사 교과서 필진, 2022년부터 ‘밑작업’

2년 전부터 뉴라이트 교과서 준비
“일본 악하고 조선 선하다는 서술은 소설”
“위안부는 성적 서비스 제공한 직업 여성”

 

친일·이승만 독재 등을 옹호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 등이 과거 학술세미나에서 뉴라이트 역사관을 교과서에 반영해 학교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과서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교수와 이병철 문명고 교사는 세미나에서 기존 역사 교과서 등에 대해 “편파적”, “민주화 세력이 좌편향된 교육을 학생에게 심었다” 등을 주장했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사)역사연구원의 5·6·7·8·11·12차 세미나 자료를 살펴보면, ‘교과서에 나타난 역사 왜곡’을 주제로 한 세차례 세미나에서는 물론 다른 세미나에서도 기존 역사 교과서를 줄곧 비판하는 주장이 많았다. 역사연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 전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가 이사장이며,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23년 10번 넘게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한국학력평가원 집필진인 이병철 문명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2022년 8월26일 (사)역사연구원 제7차 학술세미나에서 발제한 자료 가운데 일부.
 

구체적으로 이병철 교사는 2022년 8월26일 열린 7차 세미나에서 “민주화 세력이 방송 미디어를 통해 좌편향된 교육을 학생에게 심어 대한민국의 국가관과 자유 시장 체제를 뒤엎고 좌파 중심의 국가 주도 체제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티브이(TV)의 역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한 역사 지식의 전달·소비 실태와 문제점’을 발표해 이런 인식을 나타냈다. 김진홍 목사는 이날 ‘초대 말씀’을 통해 “역사 교사 제언대로 권토중래하여 다음 번 검정에는 이분들이 주축이 되어 검정교과서를 서너 종 출원했으면 한다”며 “혹 불합격하더라도 대안학교에서 그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담은 교과서를 준비해왔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저자인 배 교수(당시 숭의여고 교사)는 같은 해 9월23일 열린 세미나에 기존 역사 교과서를 “자유당 정부와 군인 정부 시절의 정책에 의해 민간인이 다치거나 죽게 된 아픈 과거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 난 한국사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또 “일본은 강자이자 악한 나라이며 조선은 약하고 선한 나라라는 도식적인 이분법으로 한국사 교과서 서술은 역사 서술이라기보다 자기 연민의 소설”이라며 “이를 편파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무엇에 대해 편파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학력평가원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교수가 2022년 9월23일 (사)역사연구원 제7차 학술세미나에서 발제한 자료 가운데 일부.
 

역사연구원의 수차례 세미나에선 이번 논란 대상인 한국사 교과서 저자뿐만 아니라 다른 토론자들도 문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역사 왜곡 비판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학)는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본 식민통치가 한민족의 근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소녀상 철거활동을 펼친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은 “교과서에 수록된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삭제해야 할 주제”라며 “(위안부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번 직업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교과서 전시본을 확인한 경기도의 한 고교 역사 교사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보면 본문에는 그렇게 비판해온 기존 교과서와 비슷한 서술을 하고, (탐구 활동 등) 일부분에서 자신들의 역사관이 녹아 있는 모습”이라며 “(이 교과서로는)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한 교과서들은 2일부터 전시 및 선정 과정을 거친 뒤 각 학교의 채택 상황에 따라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인다.   < 신소윤 기자 >

역사교과서 필진에 교육부 공무원? 결과 발표 앞두고 저자서 빠져

발표 9일 전까지 집필진에 청년보좌역 포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 부실’ 의혹 지적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1 교사용 교과서 집필진 명단.
 

친일 미화, 이승만 독재 옹호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학력평가원이 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교육부 청년보좌역이 검정 신청 당시부터 검정결과 발표 즈음인 지난달 21일까지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공무원이 검정교과서 저자명단에 포함됐던 것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별정직 6급 공무원)은 최근까지 해당 교과서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김 보좌역이 해당 교과서 저자에서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역사교사 출신인 김 보좌역은 자신의 교과서 집필 참여가 논란이 되자,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고를 쓴 바는 있는데, 지난해 11월7일 임용된 이후에는 일체 어떠한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저자에서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사퇴 처리가 된 것은 검정결과 발표(8월30일)와 근접한 시점으로, 이때까지 저자의 자격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일부 학교에 배포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1 ‘교육부 검정 선생님 연구용 도서’에 김 보좌역의 이름이 집필진 명단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 도서는 일반적으로 전시본이 배포된 뒤 해당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배포되는데, 이 책은 출판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제작해 일부 학교에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학교에 배포된 새 한국사 교과서 전시본 집필진 명단에는 김 보좌역은 빠져 있다.

애초에 김 보좌역이 ‘집필진’에 포함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교과서 검정업무를 대행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0월 발행한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 자료집을 보면,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및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닌 자”를 저작자 요건으로 두고 있다.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신청 기간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14일까지로, ‘검정 신청일 현재’ 김 보좌역은 ‘교육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저작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 쪽은 “검정 실시 공고에는 ‘교육부 소속이 아닌 자’를 저작자 요건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전직 교사는 “교과서 검정 전에 저자 이력을 검증할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자가 검정 신청 전에 출판사에 신상 정보를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은건지, 평가원이 검증을 부실하게 한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신소윤 기자 >

국회 청문회서 육사 31기 선배가 38기 후배에게…
안규백 "이런 시기에 계엄 검토라는 말이 나와요?"

김용현 청문회서 계엄 실행의지 두고 검증 이어져
추미애 "대통령실·국방부·방첩사까지 모두 충암고"
부승찬 "2017년과 비슷…777사령관도 충암 출신"

김용현 "지금 계엄한다면 국민도 군도 안 따를 것"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4.9.2. 국회방송
 

육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계엄과 관련해 100번이고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군에 검토를 시키라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이 북한과의 개전 가능성과 반국가세력 항전을 언급하고, 정치권에선 계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계엄 관련 언급이 계속해서 나오자,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이어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 전 장관과 "아주 친한 동기생"이라며 "계엄과 관련해서 수없이 이야기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군에서 계엄에 대해서 하도 (박근혜 탄핵으로) 시국이 시끄러우니까 검토한 것이지 그게 무슨 훈련도 아니"라며, 김 후보자를 향해 아직 후보자임에도 "장관님"이라고 호칭하며 "(계엄을) 검토하라고 시키라. 검토 100번 할 수 있다.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육사 31기 선배인 한 의원이 육사 후배인 김 후보자(38기)에게 계엄 검토를 공개적으로 부탁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이런 시기에 (계엄령) 검토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한 의원은 "뭐가 문제냐"고 맞섰다.

한 의원의 발언은 군에서 비상계획 차원에서 계엄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에 "제가 알기로는 최소한 2년에 한 번씩은 (계엄 계획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계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여당 국회의원이 공개된 청문회장에서 장관 후보자에게 계엄을 적극 검토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탄핵 등 국내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북한과의 국지도발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인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계엄 의심은 커지고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데, 이미 경찰을 통제하는 행안부 장관을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장관으로 채운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까지 충암고 출신으로 지명하면서 계엄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여기에 계엄 하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국군방첩사령관(옛 보안사령관, 기무사령관)까지 충암고 출신으로 채우면서 의심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군 안팎에선 여인형 현 방첩사령관을 계엄사령관 역할을 맡도록 차기 육군참모총장으로 진급시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엄을 100번이고 검토하라는 여당 의원의 언급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4.9.2. 국회방송
 

이날 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가 계엄 실행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검증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2016년 11월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계엄 문건을 처음 언급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항간에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가 그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령부, 수방사령부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충암고 학연, 육사 38기, 수방사 근무연을 중심으로 이른바 김용현의 3대 군벌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렇게 충암고 출신이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이 있었냐.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되는데 그 중에 (충암고 출신) 4명을 가지고 충암파, 충암파 하는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오후 질의에서 "계엄 관련해서 이야기하기는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동안 없었던 인사 시스템이 이뤄졌다. 우연이라 보기에는 황당한 경우다. 2017년 계엄 문건 당시와 인사 시스템적으로 너무 유사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 의원은 "합수단장(방첩사령관)부터 시작해서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행안부 장관, 국방부 장관, 777사령관 역시도 충암고 출신"이라며 "777사령부는 북한과 관련된 특수정보를 취급하지만 국내적으로 돌아섰을 때는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온 것처럼 통신을 전부 인터셉트(가로챔)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지적하고 검증하는 건 당연하다"며 "국회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런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는가.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는가. 안 따를 거 같다, 솔직히"라며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다고 생각한다.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과 언쟁을 벌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촛불혁명 당시 계엄도 구체적으로 몇 사단이 어디 위치하고 몇 사단이 어디 방어하고 액션 플랜(행동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그게 더 문제가 됐다"면서 "오늘 여야를 불문하고 계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냥 흘러나온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의원은 "(현재) 사회·정치적 분위기 흐름 자체가 촛불혁명 당시 여러가지 분위기(와 유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장관 후보자도 (의혹을)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확실하게 말하라"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확실히 (계엄을 건의할 생각이) 없다"며 재차 계엄 의혹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4.9.2. 국회방송
 

한편 이날 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의 뒤를 이을 신임 경호처장에 충암고 출신인 이충호 전 제주경찰청장을 검토 중이라는 연합뉴스TV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윤 대통령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합수본부장을 맡을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충암고이고, 경호처장까지 충암고"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경호처장 인선과 관련한 보도로 논란이 되자, 이충호 전 청장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2017년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
박근혜 탄핵 부결시 ‘야당 의원 체포’ 내용 담겨

한동훈 “불체포 특권 포기” 준비된 발언에
이재명, ‘야당 의원 선택적 체포’ 가능성 짚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에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령 준비 의혹’을 거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국기 문란”이라며 전면 공세를 시작했다. 이 대표와의 비공개 회담으로 용산을 긴장시켰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악수하고 헤어진 지 하루 만에 ‘이재명 때리기’ 선봉에 서며 대통령실과 보폭을 맞췄다.

하루 만에 공세 전환한 한동훈

한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대통령이 저희 모르게 계엄을 준비한다는 것인가. (그 말이) 맞는다면 심각한 일 아닌가. 근거를 제시해달라. 이 정도 거짓말이면 국기 문란”이라고 맹공했다. 전날 여야 대표회담 머리발언에서 이 대표는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했지만, 한 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상식적이지 않은 거짓 정치 공세”라며 이 대표를 비난했다.

그랬던 한 대표가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자 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까지 이 대표의 계엄 발언을 줄줄이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이 대표 발언을 신호탄으로 민주당이 ‘윤석열 탄핵소추-군부 친위 계엄 의혹’을 공식화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가 군내 ‘충암파’ 라인을 통해 계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이어졌다.

앞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럽게 교체하고, 대통령은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을 했다. 이런 정권의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 준비설 정보를 입수해 제보했던 사람 중 하나다. 박근혜 정권이 강력히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계엄 발언 왜 나왔나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계엄 발언을 비판하며 “이런 차원에서 제가 면책특권 남용 제한 문제를 법률로써 하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회담에서 “남용되고 있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를 (판례가 아닌)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 여야 대표회담을 복기해 보면, 이 대표가 계엄을 언급한 맥락은 한 대표의 ‘준비된 발언’에 대한 ‘돌발적 대응’ 성격이 짙다. 한 대표는 미리 써온 머리발언 자료를 보며 국회의원 불체포·면책특권 포기 등을 정치개혁안으로 제안한 뒤 갑자기 이 대표의 재판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준비된 도발’인 셈이다.

반면 사전에 준비한 자료 없이 머리발언을 한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에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국가로 흘러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한 대표 도발을 맞받았다. 검찰을 앞세운 차별적 법 적용 논란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특권만 내려놓으면 야당에 대한 선택적 표적 수사와 체포·구속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회 견제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며 이 대표는 “종전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용산은 왜 발끈했을까

이 대표가 말한 “종전 계엄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비밀리에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이다. 지난 2월 검찰은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내란 예비·음모 혐의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이를 근거로 민주당이 또다시 터무니없는 ‘계엄 준비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작성된 계엄령 검토 문건 내용은 △계엄 선포 △단계별 조치 △계엄 시행 준비 착수일까지 자세히 담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군이 탱크 등을 동원해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 등을 진압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비밀리에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 일부 내용.

· 현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의결 정족수 충족, 계엄 해제 가능.

- 국회의원 총 299명 중 진보성향 의원 160여명, 보수성향 의원 130여명

·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 계엄사령부,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구속수사 등 엄중처리 관련 경고문 발표

- 합수단,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 집중점거 후 사법처리

 

군이 치안유지 등을 담당하는 계엄은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수반한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 등으로 선포 요건과 절차, 해제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는 야당 국회의원을 각종 계엄령 위반으로 구속해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도록 막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인 2023년 3월, 조 전 사령관은 5년여 만에 갑자기 귀국했다. 야권은 귀국 배경을 두고 정권교체 뒤 사법처리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 기대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월 조 전 사령관의 내란예비·음모 등은 무혐의 처분하고 직권남용 혐의만 기소했다.

두 차례의 경비계엄, 모두 비상계엄으로 이어져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군이 치안을 맡는 ‘경비계엄’ 정도를 언급했을 것으로 본다. 계엄법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을 규정하고 있는데, 경비계엄은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돼 있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9일간, 10·26 사건 이튿날인 1979년 10월27일부터 1981년 1월24일까지 439일간 전국(제주 제외)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게 마지막이었다. 경비계엄은 1960년 4·19혁명 때와 1961년 5·16 군사반란 때 선포됐는데, 두 차례 모두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다. 즉 경비계엄만 독자적으로 발동된 경우는 없는 셈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와 달리 사방이 트여있어 경찰력만으로는 대규모 시위·소요 등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군이 내부적으로 경비계엄 수준의 계엄 계획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인 셈이다. 경비계엄이 비상계엄으로 확대되면 치안 외에도 행정·사법 전 영역을 군이 관장하게 된다. 2017년 기무사가 작성했던 계엄령 검토 문건 역시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순으로 격상한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국방·안보라인을 전격 교체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다. 보수언론에서도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인사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때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는 해체 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국군방첩사령부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 김남일 기자 >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 "전환점 될 듯"
‘협상 실패 책임’ 네타냐후 퇴진 촉구도

 
 
1일(현지시각)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한 휴전 촉구 시위가 열렸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 시민 70만명이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고 1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로, 휴전 협상 실패로 인질이 끝내 사망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만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대 55만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는 70만명에 이르렀다고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 관계자가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전쟁 시작 11개월 만에 가장 큰 시위”라며 “시위자들은 (이번 시위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 주민 슐로미트 하코헨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이 아닌 자신들의 (권력) 보호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 멈추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고속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등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거나 광장에 모인 시위대에 섬광탄을 쏘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이번 시위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흐 지하터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과 카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스 로바노프(32), 알모그 사루시(25), 오리 다니노(25) 등이 사살된 채 발견됐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주검을 수습하기 2~3일 전 인질들이 근거리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 중 3명은 지난 7월 논의된 휴전 협상 단계에 따라 석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더 커졌다. 

 
1일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인 히스타드루트는 2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서며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한때 텔아비브 벤구리온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이착륙도 멈췄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강조하면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납치된 인질들을 살해한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지도자에게 말한다. 당신들의 삶은 이제 몰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 내각 내 의견 대립도 드러나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지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켜 이곳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인질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가 반발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면서 반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밀어붙이자 “도덕적 수치”라고 비난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가자전쟁 시작 이후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됐고 251명이 인질로 잡혔다. 아직 97명이 억류돼 있지만 이들 가운데 3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109명은 임시 휴전 전후로 풀려났고, 생존한 채 구조된 이는 8명뿐이다. 37명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지도부는 이들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 최우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