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병력 8500명에 비상대기령

  유럽 유사시 파병 준비 태세 돌입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에 군비 지원

“집단안보 강화, 신속대응군 준비”

 나토-러, 지중해 대규모 훈련도 벌여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지난 18일 러시아군 장갑차 행렬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본토 주둔 병력 8500명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그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서유럽 동맹들은 동유럽에 군사장비를 보내고, 지중해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각각 대규모 훈련에 나서는 등 냉전을 방불케 하는 무력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나토의 신속대응군 가동에 대비해 미군 8500명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 상황 악화로 나토의 신속대응군이 가동되면 미국은 여단급 전투부대와 병참, 의료, 항공, 정보, 감시, 정찰, 운송 등의 군사력을 유럽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4만명 규모로 가동되는 나토 신속대응군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지금처럼 규모가 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지중해에서 진행되는 나토의 ‘넵튠 스트라이크 22’ 훈련에 미국의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전단이 참여한다며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미국 항모 전단이 나토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된다”며 “우리(나토)의 동쪽 측면 국가들(동유럽)의 안보를 지원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나토에 속한 서유럽 회원국들은 이날도 동유럽에 대한 군사장비 배치 계획을 쏟아냈다. 덴마크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러시아가 면해 있는 발트해에 프리깃함을 투입하고 리투아니아에는 F-16 전투기 4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해안을 이루는 흑해에 프리깃함, 불가리아에는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불가리아에 F-35 전투기 2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루마니아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나토 신속대응군 가동 가능성을 띄우는 미국과 서유럽의 움직임은 나토의 집단안보 시스템을 가동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전 회원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집단안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안보 개념의 핵심인 나토 조약 제5조는 개별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발트 3국과 폴란드에 파견된 4개 나토 전투그룹의 보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면한 국경에 병력을 집중시키며 시작된 이번 대치는 미-소가 존멸을 놓고 대립하던 냉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움직임은 동유럽 신규 회원국들을 안심시키고, 러시아에는 집단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해 침공 의지를 꺾으려는 이중 목적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럽 국가 및 나토 수뇌부와의 화상회의를 마친 뒤 “모든 유럽 지도자들과 완벽한 (의견의) 만장일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에서 강경 메시지를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군이 전격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토의 비상한 대응을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은 미국과 나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이 나토와의 갈등 심화에 대해 “러시아가 아니라 나토와 미국이 하는 짓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6천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전쟁 임박설을 유발한 러시아는 지중해에서 함정 140척과 병력 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나토가 각각 진행하는 지중해 훈련은 전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기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우크라 위기의 연원…미국, ‘나토 동진 안 한다’ 약속했나?

 

1990년 냉전해체·독일 통일 협상 때

미·독 “나토 동진 않는다” 구두 약속

구속력 있는 서면 약속은 이뤄지지 않아

30년 흐른 지금까지 미-러 분쟁 불씨 돼

 

1991년 8월1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 주변 도로에서 시민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소련 공산당 강경파 쪽 탱크의 진입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유럽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발생한 ‘핵심 원인’은 냉전 해체 이후 끊임 없이 이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미국은 당시 소련과 협상에서 나토의 확장 금지에 대한 ‘공식 보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서독의 지도자들은 소련과 협상 과정에서 그런 언급을 했고, 이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소련의 양해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소련은 서구의 선의를 믿었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나토는 2차대전 직후인 1949년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만든 집단안보기구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냉전 시기 “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애초 목적인 소련의 위협을 성공적으로 막았을 뿐 아니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에 녹아 들게 하고, 미국을 확실히 유럽에 붙들어 매는 등 여러 면에서 훌륭히 기능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40년의 세월이 흘러 19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됐다. 냉전이 종식되며, 독일 통일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독일의 운명을 정할 핵심 변수는 소련의 반응이었다. 서독은 통일을 목표로 주변국들과 적극적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권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고르바초프는 냉전 이후 소련의 안전 보장을 위해선 서구의 군사동맹인 나토가 현재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봤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당시 서독 외무장관은 1990년 2월6일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교장관에게 “나토는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의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일 뒤인 2월9일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를 직접 만났다. 베이커는 “최종 결과: 통일 독일은 (정치적으로) 변화된 나토에 고정된다. ’나토의 관할 영역은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말을 직접 메모했다. 회담 뒤 베이커 장관은 곧 소련을 방문하는 헬무트 콜 서독 총리에게 비밀 편지를 전했다.

 

이 편지에서 베이커는 자신이 고르바초프에게 한 제안을 밝혔다. “통일 독일이 나토 밖에 있기를 선호하는가, 그래서 독일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나토의 관할권이 현재 영역에서 ’한 치도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보장 하에서 통일 독일이 나토와 엮여있기를 원하는가?” 고르바초프는 “나토의 영역 확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이 되어도 나토가 동독으로 확장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매파들은 베이커-고르바초프의 타협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나토가 어떻게 한 나라의 반쪽에만 적용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는 편지를 써 콜 총리에게 보냈다. 나토가 동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이커는 ‘나아갈 수 없다’, 부시는 ‘나아갈 수 있다’. 콜에게 미국의 서로 다른 입장이 전달된 것이다.

 

탈냉전시대 협상 파트너였연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2001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바르비카에 있는 옐친의 집에서 만나 옐친의 부인 나이나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반갑게 껴안고 있다. 바르비카/AP 연합

 

콜은 모스크바를 설득하기 위해 베이커의 온건한 의견을 따랐다. 그에 따라 “본질적으로 나토는 동독의 현 영토로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없다”고 약속했다. 이 얘기를 들은 고르바초프는 독일의 통일을 지지하기로 한다. 그날 밤 콜은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추운 붉은광장을 밤새 산책했다. 이 과정에 서면합의는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격노했다. 2월24~25일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이뤄진 콜과 회담에서 “빌어먹을! (냉전에서) 우리가 이기고 저들이 졌다. 소련이 패배의 아가리에서 벗어나 승리를 낚아채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서독이 “두둑한 주머니”를 갖고 있으니, “소련이 (동독에서) 나가도록 매수하라”고 말했다. 부시는 ‘소련군이 철수한 뒤 통일 독일은 미군이 주둔하는 나토 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독일 통일에 소극적인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을 달랬다.

 

독일 통일이 시작된데다 소련의 내정까지 불안해지며, 고르바초프는 무력해졌다. 콜은 1990년 7월부터 9월까지 철수하는 소련군에게 총 150억마르크를 제공했다. 또, 동독에 나토 군과 핵무기 배치를 제한한다는 체면치레용 약속도 했다. 이 모든 약속이 상호 신뢰에 기초한 구두 약속이었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나토 확장에 대한 서면으로 된 어떤 공식 보장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중견 간부가 현지에서 지켜봤다. 그는 “어떻게 소련이 동유럽에서 지위를 잃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탄하며 동독을 떠났다. 새로운 비극의 씨앗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했다.

 

역사의 패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2014년 러시아 언론 <리아 노보스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당시 베이커와 회담에서 “나토의 군사시설이 전진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군 병력이 독일 통일 뒤에도 동독 영토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또 1999년 이후 많은 나라들이 나토 가입을 결정한 일들은 “1990년에 우리에게 했던 언명과 보장들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시의 뒤를 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애초 나토 확장에 신중한 자세였다. 소련과 국경을 마주한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전례 따라 외국군과 핵무기 배치를 금지한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동유럽 국가나 옛 소련 국가들에 적용하려 했다. 그에 따라 ‘평화를 위한 동반자’(PfP) 프로그램을 1994년 만들어 이들 국가를 가입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소련 해체 뒤 경제난 때문에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모스크바 대통령 별장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태우고 1956년형 볼가를 운전해 보이던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워싱턴의 매파들은 이런 조처는 러시아에게 나토 확장에 대한 비토권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도 1차 체첸 내전을 강경 진압해 강경파들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워싱턴에서 ‘신봉쇄’라는 개념이 나왔고, 11월 중간선거에서 나토 확장을 공약으로 내 건 공화당이 승리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12월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하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사임했다.

 

1999년 3월 마침내 폴란드·체코·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했다. 한달 뒤인 4월 나토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옛 소련 공화국에 속했던 나라를 포함한 9개국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11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옐친은 “미국은 유럽에 있지 않다. 유럽은 유럽인들이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나토가 러시아에 근접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회담장을 나서며 푸틴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집권 후 동진해 오는 나토 확장에 맞서기 위해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을 일으켰다. 푸틴은 지난 12월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우리를 속였다. 단호하고, 뻔뻔하게 나토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나토는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그럴 수 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나토 역시 누리집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나토 동맹은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된다. 나토가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한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한 장담이 동맹의 합의나 나토의 공식 조약을 대체할 순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길 기자

워싱턴디시 검찰 등 4곳서 제기

과태료 부과 · 데이터 회수 요구

구글 “이용자에 통제권 있어” 반박

전문가들 “다른 기술 동원땐 가능”

 

구글 로고.

 

구글이 앱 이용자 위치 무단 추적 혐의로 미국 지방정부 4곳의 검찰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용자가 앱의 위치정보 기록 기능을 꺼놓은 상태에서도 구글이 다른 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계속 이용자 위치를 추적했다는 것이다. 이용자 위치 정보는 사생활을 드러내는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2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DC)와 워싱턴·텍사스·인디애나주 검찰총장은 이용자들의 위치를 동의 없이 수집한 혐의로 구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칼 라신 워싱턴디시 검찰총장은 소장에서 “구글이 지난 2014∼2019년 스마트폰과 웹브라우저의 ‘위치정보 이력’(Location History) 설정을 통해 위치 수집 기능을 꺼놓은 이용자들의 위치를 추적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위치 정보 기록 설정을 해제하면 이용자들이 어느 장소에 갔는지 저장하지 않겠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위치 정보를 수집·저장해왔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검찰은 구글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 수집한 위치 정보 데이터에 대한 회수 조처를 내릴 것을 각 지방법원에 요구했다.

 

지방정부 검찰은 구글이 이용자 위치 추적을 위해 검색엔진·지도·유튜브 등 자사 앱 뿐 아니라 와이파이 접속 정보 등까지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라신 총장은 소장에서 “이용자 기기가 구글 앱의 위치정보 접근을 거부하도록 설정됐더라도, 구글은 이용자 위치를 특정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스마트폰 앱의 이용자 동의 없는 위치 추적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단말기의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 기능을 끄더라도 블루투스·와이파이 접속 정보 등으로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피에스 외에도 이들(블루투스·와이파이 접속 등) 정보를 동시에 활용하면 이용자가 건물 내 몇 층에 있는지 등 구체적인 위치 정보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어 “운영사가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스마트폰 전원 자체를 끄는 것 이외에는 이를 차단하기 어렵다”며 “법률적 제재와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등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고발에 대해 구글은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호세 카스타녜다 구글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자사 제품에 프라이버시 기능을 탑재했으며, (이용자들에게) 위치 정보에 대한 철저한 통제권을 제공해왔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앞으로 5개월간 장비 미세조정…6월부터 우주 관측 가능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궤도 배치 상상도 [NASA 제공]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 망원경인 '제임스 웹 망원경'(JWST)이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관측 궤도에 안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4일 웹 망원경이 지상관제소의 명령에 따라 5분가량 추진로켓을 가동해 최종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5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30일 만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성명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하면서 "올여름 웹 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가 나오길 학수고대한다"고 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네 배 이상 되는 웹 망원경 관측 궤도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 라그랑주 점'(L2)으로 7t에 달하는 망원경이 안정적으로 태양 궤도를 돌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다.

 

웹 망원경은 L2 주변을 180일마다 80만㎞의 작은 원을 그리며 공전하는 지구에 맞춰 태양궤도를 돌게 된다.

 

 웹 망원경의 발사 이후 궤적과 L2 궤도(오른쪽 원) 진입 [NASA 제공]

 

태양에서 바라본다면 지구 뒤편에 숨어 열에 민감한 웹 망원경이 초저온 상태에서 최적의 관측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태양광 패널을 지속해서 충전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선택된 궤도다.

 

L2 궤도 안착으로 역대 가장 어려운 우주 전개와 배치로 평가받는 '고비'를 모두 넘긴 웹 망원경은 앞으로 약 5개월에 걸쳐 6.5m의 주경과 부경, 과학 장비 등을 미세조정한다.

 

핵심 장비인 주경은 18개의 육각형 금 코팅 베릴륨 거울로 구성됐는데 원형대로 펼치기만 했을 뿐 뒷면의 구동장치를 작동해 하나의 거울처럼 움직이도록 정밀조정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내주에 망원경을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초저온 상태(-240℃)가 되면 큰곰자리의 항성 HD-84406에 초점을 맞춰 주경 정밀조정이 시작되며, 약 3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웹 망원경은 오는 6월부터 우주 관측에 나설 수 있다.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투입된 웹 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성능을 바탕으로 적외선으로 우주 가스와 먼지구름을 뚫고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1세대 은하를 관측한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고 은하의 분포를 파악함으로써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또 외계행성 대기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인지도 파악하는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웹 망원경의 설계수명 10년을 훨씬 넘겨 20년까지도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 530㎞ 궤도에 배치돼 우주 유영을 통해 5차례에 걸쳐 수리가 이뤄지며 32년째 활약 중인 허블 망원경과는 달리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번 고장이 나면 수리가 불가능하다.

 

‘우주 척후병’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지상 망원경에 포착

 

달보다 4배 더 먼 곳에 보낸 ‘우주 척후병’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궤도에 안착

지상 천체망원경에 희미한 점으로 잡혀

 

 사진 중앙의 작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점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다. 가상망원경 프로젝트 제공

 

“태초의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달보다 4배 먼 우주 공간으로 보낸 인류 최고의 우주 척후병.”

 

위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흰색 작은 점의 실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지상 천체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희미한 모습을 포착했다.

 

제임스웹은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적외선을 이용해 빅뱅 이후 탄생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 캐나다가 함께 만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연구·개발과 제작에 25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가 투입됐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인 ‘가상 망원경 프로젝트’(Virtual Telescope Project)를 통해 찍은 것이다. 로마 인근에 설치된 이 온라인 관측소는 지름 17인치(43cm)와 14인치(35cm) 망원경 2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진은 17인치 망원경 ‘엘레나’로 찍은 것이다. 노출 시간은 300초.

 

이탈리아 온라인 관측 프로그램 ‘가상망원경 프로젝트’의 망원경. 가상망원경프로젝트.

 

제임스웹은 지구를 출발한 지 한 달만인 25일 새벽 4시(한국시각)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에 도착했다. 사진을 촬영할 당시 제임스웹의 위치는 지구에서 140만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우주선이 최소한의 연료로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라그랑주점이 5곳이 있는데, 제임스웹이 도착한 곳은 제2 라그랑주점(L2)이다. 이곳은 태양을 기준으로 볼 때 지구 뒤쪽에 있다.

 

제임스웹은 라그랑주점을 원을 그리며 돌면서 3주에 한 번꼴로 내부에 탑재된 추진기를 작동시켜 궤도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제임스웹은 앞으로도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의 준비 작업을 더 마쳐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6월 말이나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지금부터 3개월간은 18개의 주거울 조각들을 미세조정해 18개가 완벽하게 같은 지점을 향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나사는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5~10년이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적어도 10년, 최대 20년까지 망원경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실은 142kg의 추진제 가운데 32%만 사용한 상태다. 곽노필 기자

“더 많은 변이 나타날 이상적 조건 갖춰져”

백신접종 70% 등 이뤄야 ‘비상사태 종식’ 예상

미국, 확진자 감소하나 사망자는 계속 증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24일 오미크론이 마지막 코로나19 변이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4일 오미크론이 마지막 코로나19 변이라고 생각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나간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한 보건기구 이사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고 “세계적으로 더 많은 변이가 나타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전세계에서 거의 600만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서 규율과 단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올해 중반까지 세계 모든 나라가 인구의 70%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등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면 “연내에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와 함께 살며 이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코로나19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뜻은 아니다.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일주일에 거의 5천명씩 숨지는 걸 용납한다는 뜻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에 앞서 기자 회견을 열어 독일이 세계보건기구의 최대 기부국이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건기구에 재정 지원을 가장 많이 하던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구가 친 중국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세계보건기구 복귀를 지시했다.

 

한편, 80만명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7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 타임스> 집계 기준으로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69만448명을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9만9744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 15일 80만506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사망자는 거의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7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가 이날 2200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9월23일의 2078명보다 100명 이상 많은 것이다. 기존 최고치는 지난해 1월의 3300명이다. 와파 엘사르 컬럼비아대학 의대 교수는 “중증 환자들의 병원 입원이 길어지면서, 사망자가 감소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