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8개월 합격점만장일치로 집권 사민당 대표에

세계 최연소121년 당 역사에서 두 번 째 여성 대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3일 탐페레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탐페레/AP 연합뉴스

 

핀란드의 서른다섯살 총리 산나 마린이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핀란드 사회민주당이 23(현지시각) 남서부 탐페레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마린을 당대표로 선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121년 사민당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표다. 그는 지난해 12월 총리로 선출됐으며, 현역 세계 최연소 정상이었다. 다만 몇주 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34)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현역 최연소 정상 자리는 내줬다. 마린이 총리로 선출된 뒤에도 사회민주당 대표는 안티 린네 전 총리가 맡고 있었으나, 마린 총리가 집권 8개월 만에 집권당 대표 자리도 거머쥐었다.

핀란드 역사상 최연소 그리고 세번째 여성 총리인 마린의 집권 8개월 평가는 긍정적이다. 집권 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맞았으나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연합(EU) 통계를 보면, 지난 2주간 핀란드의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5.5명으로 프랑스(59.8), 독일(19.6), 스웨덴(36.6) 등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보다 적다. <에이피> 통신은 사회민주당 득표율이 지난해 총선 때 17.7%였으나 최근 지지율은 20% 이상이라고 전했다.

마린 총리는 여성 동성 커플 가정에서 자랐으며, 가족 중 대학을 졸업한 유일한 인물이다. 유복한 가정은 아니었고, 고교 졸업 뒤 잠시 판매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블로그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웃 나라 에스토니아의 극우 정당인 국민보수당(EKRE) 출신 내무부 장관 마르트 헬메가 지난해 판매원이 총리가 됐다며 조롱하자, 그는 트위터에 가난한 가정 아이가 교육을 받고 인생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핀란드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마린은 5개 정당 연립 정부를 이끌고 있으며, 출범 당시 이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었다. 1906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 투표권을 인정할 만큼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 핀란드의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도좌파 성향 사민당은 핀란드 복지국가 모델을 이끌어온 전통적 주요 정당이지만 최근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의 약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핀란드인당 지지율은 지난해 한때 20%를 넘어 사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사민당이 지지율 1위 정당 지위를 되찾았지만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는 여전히 과제다. < 조기원 기자 >


메르스 · 사스는 설사, 코로나는 구토 먼저

"이처럼 증상이 다양한 감염증 본 적 없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는 현재 코로나19의 증상으로 11가지가 공식 등록돼 있다.

이 기관은 처음엔 발열(오한), 기침, 호흡 곤란만 증상 목록에 올렸으나 감염자 임상 사례가 늘고 바이러스 연구가 진행되면서 근육통, 두통, 미각 또는 후각 상실, 인후통을 추가한 데 이어 피로, 콧물, 메스꺼움(구토), 설사까지 추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처럼 증상이 다양한 감염 질환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발열은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이다.

그런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호흡기 감염 질환 임상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여러 증상은 일정한 순서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증상의 발현 순서는 인플루엔자(독감)는 물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질환과도 조금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증상 발현 초기 단계는 열에서 시작해 기침과 근육통을 거쳐 메스꺼움이나 구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사 순으로 진행된다. 증상 자체에서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현 순서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는 다르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메르스·사스는 설사 먼저, 코로나19는 구토 먼저

최근 학제간 공개 학술저널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 등에 보고된 57천여명의 중국 환자 사례 데이터와 미국 미시간대의 인플루엔자 환자 2천여명, 중국과 캐나다 토론토 지역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환자 수백명, 중국과 한국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수백명에 관한 데이터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땐 기침으로 시작해 고열로 이어졌다. 메르스와 사스는 초기 증상은 코로나19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증상의 전개 과정이 달랐다. 메르스와 사스는 상부 위장관의 증상인 메스꺼움이나 구토보다 하부 위장관의 증상인 설사가 먼저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는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설사보다 먼저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기에 설사를 경험한 환자들은 나중에 폐렴이나 호흡부전을 겪었다"며 설사 증상은 중증 진행의 예고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환자에선 발열 전에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다만 분석 데이터에서 설사 환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매우 낮았다.

다른 증상이 있더라도 네 가지 증상 순서는 불변

서던캘리포니아대 컴퓨터생물학과 생물정보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논문 제1저자 조지프 라슨은 "증상의 순서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 각각의 질환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는 걸 안다는 건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를 좀 더 빨리 가려낼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이는 좀 더 나은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후통, 두통, 피로 등 다른 증상이 추가 발현되는 경우에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네 가지 초기 증상의 순서는 그대로 유지됐다. 인후통과 두통 등의 증상은 기침과 메스꺼움 증상 사이에 주로 나타났다.

반면 인플루엔자의 경우엔 기침 또는 근육통, 두통, 인후통, 발열, 설사나 구토(메스꺼움) 순서로 증상이 발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코로나19 증상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기침,호흡곤란, 발열 또는 오한, 미각 및 후각 상실, 구토 또는 설사, 근육통.

이번에 확인한 증상 발현 순서로 볼 때 체온 측정은 증상 초기에 감염자를 가려내는 데 유효한 방법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찾아내 대처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 곽노필 기자 >

피로 · 호흡곤란 · 탈모 후유증 코로나, 완치가 끝이 아니다

미 중증 환자 87%가 후유증만성피로 · 호흡곤란 · 관절통증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이정환(25)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두어달 뒤에 6월 음성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방역당국은 그를 완치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씨는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치료 중 생긴 심한 탈모 증상 때문에 아직 피부과에 다니지만 원인은 모른다. 감염 뒤 2주간 열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결과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이씨는 24치료를 위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약 칼레트라를 먹으면서 극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렸고 순식간에 몸무게가 7가량 줄었다. 젊은 분들 중엔 코로나19 증상을 가볍게 생각하고 생활방역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고통을 너무 잘 알기에 주변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판정을 받은 뒤에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나 확진 통계 중심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목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정부가 밝힌 완치자는 14219명이다.

특히 부산 47번째 확진자로 후유증을 페이스북에 구체적으로 공개해 관심을 모은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완치자보단 회복자생존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완치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회복하고 퇴원한 지 170일이 훌쩍 지났지만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박 교수가 겪고 있는 증상은 크게 다섯가지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만성피로’, 앉아만 있어도 불편한 가슴 통증위장 통증’, 피부가 검붉게 변한 피부질환’,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를 호소했다. 그는 증상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강의를 하기 어려워 1년 휴직도 고려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후유증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143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125(87.4%)이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앓은 걸로 조사됐다. 만성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 통증(21.7%) 등이다. 후각 마비, 두통, 식욕부진, 기침, 현기증 등의 후유증도 보고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1% 미만의 환자는 폐 조직이 망가져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사후) 모니터링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증환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미열·피로·기침 등을 겪어 감염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들은 사전 방역과 확진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교수는 후유증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등에 연락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국가 주도로 후유증을 겪는 코로나19 회복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스페인에서 치료를 받은 곽아무개(58)씨는 현지 병원이 경과를 관리해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회복해 음성 판정을 받은 곽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극심하게 나빠진 간 수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음성 판정 뒤에도 병원에서 혈액 검사 등 추적관리를 해주고 있는데 추가 비용 없이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직 국내에선 코로나19 치료 이후의 추적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미국이나 유럽처럼 중증환자가 많았던 곳을 보면 중증환자의 후유증이 많이 보고되지만 아직 국내에선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선 확산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추적관리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호 기자 >


재택근무 가능자만 살아남는 코로나-19 ‘K자형 회복우려

도심 공동화하면서 현장 근무자와 중소 상인은 고용 불안 가중

고용정책 변화 없는 한 ‘1 99’의 격차 사회 더욱 굳어질 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텅 빈 영국 런던의 사무실 건물. 재택근무와 자동화가 노동 양극화를 재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자동화 도입이 늘면서 이런 추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부 전문직과 나머지의 격차가 급격하게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계 등 전문직 인력은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를 유지하는 반면 판매원·잡역부·비서 등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양극화 현상, 이른바 케이(K)자형 회복우려가 높아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23일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자동화나 정보기술 도입 추세가 저임금 일자리를 몰아내는 강력한 촉진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화가 중산층의 임금 정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특히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육체 노동자들만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자를 줄이고 출장도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면서 숙박과 접객 업종도 고통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역 검색 및 예약 서비스 업체 옐프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이후 완전히 문을 닫은 식당, 체력단련시설, 상점 등 중소 사업체가 73천곳에 이른다. 코로나19가 중소 사업자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지만,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아직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은,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면서 대기업들의 재택근무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잉 등 15개 미 대기업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업체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57%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들 15개 회사의 고용 인원은 260만명에 이른다.

유럽 상황도 비슷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의 은행, 자산관리업체, 보험사 등이 재택근무를 속속 연장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금융기업 냇웨스트와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은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내년 초까지 연장했고 투자신탁회사 슈로더 등 많은 기업도 재택근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연봉이 높은 금융계나 대기업 종사자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은 주변 상권에 끼치는 영향이 중소기업에 비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노동의 미래연구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오터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든 뒤에도 노동 양극화가 완화되지 않을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오터 교수는 이런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고소득자들의 도심 주거지 탈출을 꼽았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심 대신 값도 싸고 주거 환경도 좋은 전원 지역으로 대거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선진 경제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재촉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의 경우, 기업 인건비 부문의 실효 세율은 지난 40년 동안 25%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소프트웨어나 장비 투자 부문의 실효 세율은 2000년대 초 20%를 넘었지만 지금은 5%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고용 촉진책을 적극 시행하지 않는 한 자동화가 고용을 위축시키는 추세를 막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신기섭 기자 >

           

폭우에 코로나 재확산, ‘복합재난에 죽을 맛벼랑 끝취약계층

코로나 실직내몰린 비정규직·자영업자 등 직격탄깊어진 민생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시행 중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채 수습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가파른 속도로 재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5일 태풍 바비상륙까지 예고되면서 지난 코로나19 1차 확산때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생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에서 노점을 하는 씨의 하루 벌이는 지난해까지 4만원 안팎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돈을 손에 쥘 날이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잦아들고 휴가철이 되면서 행인들의 지갑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씨는 24<한겨레>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4만원 정도 벌었다면 지금은 1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마저도 폭우가 내릴 땐 손님이 끊겨 장사를 아예 하지 못했다그야말로 사는 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겨우 월세를 낸 뒤 월세가 밀린 처지라 그는 집주인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을 설명하면서 소비·수출 등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뒤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던 신용카드 승인액이 7월 들어 4.8%(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에 쏟아진 물폭탄과 코로나19 재확산이 다시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대학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씨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적자 때문에 더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반토막 난데다, 장마 땐 가게 앞을 오가는 행인도 없어서 수입이 ‘0’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의류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복철씨는 코로나19 1차 확산 때 수입이 30%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는데, 폭우로 다시 발걸음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새 7명이던 직원은 2명까지 줄었다.

코로나 실직이 길어진 이들은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 대학 시간강사 씨는 학교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 강의로 이뤄져 1학기 수입이 한달 30~40만원 선에 그쳤다고 호소했다. 그가 나가던 강의는 대부분 폐강된 상태다. 2학기 들어 대면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면 수입이 회복될 거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3단계로 격상하면 줄줄이 극장 문을 닫아야 할 공연계도 시름이 깊다. ‘극단 와이(Y)’의 연출가인 강윤지씨는 9월 공연을 앞두고 여러 달 준비한 공연을 전면 취소해야 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연을 취소하면 정부 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강씨는 지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면 몇개월 동안 공연을 준비해온 무대·의상 디자이너, 작가, 배우, 연출가 모두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등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공동운영위원장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땐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에 다소 국지적으로 나타난 반면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민생 타격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박윤경 채윤태 기자 >


[칼럼] 우물에 독 퍼부은 자, 그 옆의 바람잡이들

              

목사라는 전씨의 발언과 행태는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궤변과 기행에 맞장구쳐주며 극우에 한표를 구걸했다. 전씨 일파가 온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 푸는걸 방조하던 언론이 이젠 코로나 정치운운하며 대놓고 감싼다.

         

지난 7개월여, 일자리 끊기고 학교 문 닫는 고통까지 감내하며 온 국민이 버텨온 보람도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광화문 집회전광훈의 책임이 도드라진다. 목사라는 전씨가 오래전부터 해온 발언과 보여온 행태는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통령에게 × ×’ 하는 건 기본이고 하나님 까불면 죽어운운하는 망언까지 쏟아내자 한 기독교단체는 규탄 논평을 냈다. 지난해 1221일 집회에선 ‘5·16으로 나라 바로 세운 군대가 문재인을 체포하라며 위험한 선동 발언을 했다. 103일 집회를 앞두고는 순교할 사람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순국결사대라 쓴 옷 입은 이들을 앞세워 청와대로 향했다. 시위대 선두는 사다리 타고 청와대 담장을 넘겠다며 각목까지 휘둘렀다.

막말이나 폭력의 피해는 현장에 그치지만 바이러스는 엔(n)차 감염으로 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전씨는 보건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회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혹세무민하더니 결국 코로나 확산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마지막까지 자기 교회가 바이러스 퍼붓는 테러를 당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실제론 그들이 온 국민에게 바이러스 테러를 가한 꼴이 됐다. 24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만 875명에 이른다.

개신교계에서 비주류 목회자였던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질 것이라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이후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며 극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가 막말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옆에서 바람 잡던 이들이 여럿이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그가 준비한 무대에 올라 궤변과 기행에 맞장구쳐주며 극우에 한표를 구걸했다. 전씨와 함께 여러 무대에 오른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심재철·김진태 등 여러 정치인이 여전히 미래통합당에 몸담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8·15 집회에 당 차원에서 참가하진 않았지만 전·현직 의원들의 개인적 참가는 막지 않았다. 코로나로 위험하니 참석하지 말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으니 공당으로서 바이러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구보수 언론 역시 전씨의 막가는 행태를 경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겼다. 지난해 6월부터 전씨 일파가 청와대 인근에 천막 치고 장기 농성에 들어가자 소음 공해와 교통 방해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았다.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탄원하고 주민들이 청원을 넣는데도 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조나 진보단체 집회엔 사소한 시빗거리도 침소봉대해 비판하던 <조선일보>는 청와대 앞에서 각목 휘두르며 난동 부리는 전씨 일파를 두둔하고 나섰다. ‘폭력집회라 비판하는 여당을 오히려 비난했다. 그러고는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이 아니다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전면 인터뷰로 그의 망동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가 전씨를 제대로 비판한 건 딱 한번.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계 독자정당을 만들자 칼럼에서 보수 대통합을 흩트리지 말라고 한 게 전부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일정을 잡자 조··동은 다시 이들에게 지면을 내줬다. 코로나 확산으로 서울시가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온 국민이 걱정하는데도 조선일보는 광화문으로 모이라는 광고를 3개 면이나 실어줬다. 집회 뒤엔 정부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가짜뉴스 광고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전씨 일파의 막가파식 행태를 비난하기는커녕 비난하니까 숨지 않느냐며 오히려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연일 코로나 정치라며 방역 문제에까지 정치 프레임을 씌웠다. 그러자 전씨 일파 역시 경찰과 총리까지 고발하겠다며 정쟁화에 나섰다. 전씨 일파가 온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 퍼붓는걸 뻔히 보면서도 방조하던 언론이 아예 대놓고 공조하는 모양새다.

광화문 집회는 부정선거 규탄을 내세운 단체의 신청을 법원이 허가하는 바람에 커졌다. 조선일보는 선관위가 정권 하수인으로 비치신뢰를 잃었다며 연이은 칼럼으로 이들의 터무니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논쟁거리로 키웠다. 집회를 허가한 판사가 이 글들을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회까지 집회의 자유란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하는가. 판사 해임을 청원한 27만명이 던지는 질문이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해도, 정부 공격에 맞장구치느라 정치 목사바이러스 테러까지 감싸는 게 과연 언론이 할 일인가. 여기엔 조선일보가 대답해야 한다.

< 김이택 한겨레신문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