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법안 7번째 거부권
민주당 “내란 동조 자인한 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며 국회에서 내란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해 폐기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정치적 역풍 등을 우려해 당장 탄핵소추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정부로 이송되어 왔던 특검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이전 특검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두번째 특검법을 대폭 수정했음에도 여전히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국회에서 대승적으로 논의해달라”고 또다시 공을 돌린 것이다.

 

“윤 재판 진행중…특검 필요성 판단 어렵다”는 최 대행

 

최 대행은 그러면서 “치열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특별검사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보완됐지만, 여전히 내용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헌법질서와 국익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특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수색 및 검증까지 제한하는 강한 보호 규정을 두고 있는 ‘위치와 장소에 관한 국가 비밀’은 한 번 유출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검찰이 이미 내란 기수(실행에 옮겨 결과가 발생한 것) 혐의로 기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익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함께 균형 있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칫 정상적인 군사 작전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 대비 태세가 위축될 수 있고, 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그들의 명예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 중인 권한대행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6표→1표→?…내란 특검법 폐기 수순이라는 국힘

 

국민의힘은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모두 갖춘 결정이자, 대한민국의 법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결단”(김대식 원내대변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 기소’로 특검법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0일 동안 112억원이나 들여 특검해서 뭘 더 밝혀내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기 대선을 위한 ‘내란 특검 쇼’를 하겠다는 것으로서 역대급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내란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1차 내란특검법은 지난해 12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3명 중 찬성 195표, 반대 86표, 기권 2표로 가결된 바 있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8일 치러진 재표결에선 찬성 198표, 반대 101표로 폐기됐다. 내란 특검법을 공동 발의한 야 6당이 192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6표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후 여당의 뜻을 수용해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한 2차 내란 특검법은 지난 17일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4명 가운데 찬성 188표, 반대 86표로 가결돼 오히려 찬성표가 줄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만 여권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이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데다 여당 지지율이 계엄령 이전으로 회복돼 여당 내에서 재표결 시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2차 내란 특검법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은 “재의결(재표결)하면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 특검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한 국민의힘 의원도 한겨레에 “윤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한 특검이었는데 (이미) 기소가 되지 않았나. 민주당도 특검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반대 뜻을 내비쳤다.

 

혁신·진보 “최상목 탄핵 즉각 추진”…민주 일단 ‘경고’만

 

야권에서는 “특검의 칼날이 윤 대통령을 넘어 자신까지 겨누게 될까 두려운 것이냐”, “대통령 놀음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란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대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최 대행을 즉각 탄핵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최 대행 탄핵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대행 탄핵의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역풍도 우려되는 까닭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최 대행에 엄중 경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여당 내 합리적인 의원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나래  신민정  엄지원 기자 >

 

최상목을 언제까지 놔둬야 하나 …안철수는 또 '철수'

'내란 특검법' 또 훼방…한 달간 거부권 행사 7번

소극적 권한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안 하면서
적극적 권한행사 남발하는 해괴한 '대통령 놀이'

국힘 요구 대부분 반영한 수정안에도 막무가내
'여야 합의' '국가기밀' '위헌' 타령 반복 생트집
민주 "특검이 자신 겨눌까 두렵나"…탄핵엔 신중

다음 대행도 '윤석열 아바타', 재표결 통과에 주력
국힘 이탈표는 글쎄…안철수도 입장 바꿔 "반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1.31. 연합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결과는 역시 뻔했다. 생선(특검법)은 싱싱한 상태로 소비자(국민)에게 전달되는 대신 마구 물어뜯긴 끝에 뼈만 남아 쓰레기통에 버려질(폐기) 위기에 놓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를 통과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해 또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무려 7회(내란 특검법만 2회)에 걸쳐 법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벌써 노무현(6회), 박근혜(2회), 이명박(1회) 대통령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고 노태우 대통령(7회)과는 동률이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내 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사법부 영역인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권한행사는 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하는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권한행사는 멋대로 남발하는 최 대행의 해괴한 '대통령 놀이'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수사 및 체포의 중요 고비마다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책임감 있는 결단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방해 공작만 벌여온 최 대행을 지켜보며 시민들의 '내란성 스트레스'는 커져만 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나경원 의원 등이 체포 저지에 나섰다가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특검법에 거부권을 휘두른 이유 또한 얼토당토않다. 최 대행은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의 요청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검찰이 이미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조치로 얻을 수 있는 실익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함께 균형 있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을 고려했다면 내란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특검법 수용이 마땅하다. 이는 특검 도입을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윤 대통령을 사력을 다해 비호하며 헌법재판소와 법원마저 백안시하는 '내란옹호당'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찬성할 가능성은 전무한데도 최 대행이 매번 '여야 합의' 타령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하는 것은 야권과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특검법에 위헌적 요소는 처음부터 없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대부분 반영해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하고 수사 인력‧기간‧대상을 모두 대폭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는데도 '위헌' 타령을 되풀이한 것 역시 기만 술책이다.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의견을 담아 국가기밀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지만 어차피 생트집을 잡기로 작정한 최 대행은 어떻게든 특검 수사를 차단할 이유만 만들어냈다. 구구절절 늘어놓은 다른 거부권 사유들 또한 말장난이긴 마찬가지다.

 

야6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내란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왼쪽부터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진보당 전종덕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2025.1.9 [공동취재] 연합
 

야권은 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예산 확보' 문건을 전달받은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자로서 사실상 자기 자신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키며 '내란 대행'의 작태를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상목 대행은 차라리 솔직해지라. 여야 합의 불발도, 윤석열 구속 기소 상황도, 위헌성과 국가기밀 유출 우려도 모두 핑계"라며 "특검의 칼날이 윤석열을 넘어 자신까지 겨누게 될까 두려운 것 아닌가?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에게 받은 지시 문건을 '읽지 않았다'는 자신의 발언이 검증될까 겁나는 것 아닌가?"라고 캐물었다.

 

그러면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12월 3일 밤 본인의 묵인과 방조 책임을 감추고 싶어 특검을 거부했겠지만 오늘의 선택으로 정체를 분명히 드러냈다.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대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경고한 대로 최상목 대행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12.7. 연합

 

다만 민주당은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최 대행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국정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한덕수 총리에 이은 연쇄 탄핵이 자칫 정부‧여당과 언론에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선동의 빌미를 줘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행을 탄핵한다고 해도 다음 권한대행 승계자가 최 대행보다 협조적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결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음 순번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고 그 다음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애초에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아바타'들로 구성된 탓에 내란 사태 극복에 별 의지가 없거나 기회주의적 보신에 급급한 인물만 가득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결국 내란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200석을 확보해 통과시키는 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재표결을 서두르지 않고 국민의힘 비주류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면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설득 작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명으로 진행된 지난달 17일 첫 표결 때 여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조차 "특검은 수사를 하는 곳인데 지금은 수사가 끝나고 재판으로 넘어갔다"며 "(재표결 시) 찬성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바꿔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조국혁신당 차규근(왼쪽부터)·정춘생·강경숙·이해민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31. 연합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진보적 야당들에서는 최 대행을 당장 탄핵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단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행이 내란 종식에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끝내 걷어찼다. 내란 가담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국정 안정을 핑계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인 윤석열 '내란수괴 대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조국혁신당의 인내도 이제 끝났다. 조국혁신당은 최상목 권한대행을 확실한 내란 사태 가담자이자 내부자로 규정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면서 "최상목 대행은 대통령 놀음을 이제 그만 내려놓길 바란다. 조국혁신당은 최 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불응시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할 것임을 밝힌다. 민주당의 조속한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 동참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다음 달 3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최상목이 임의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위헌 행위가 확정될 것이다. 내란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권한대행이 헌법을 우습게 아니 탄핵 추진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며 "경제부총리의 무능력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전부터 곤두박질친 경제성적표로도 충분히 입증됐다. 국회가 탄핵소추라는 징계를 주저할 경우 최상목은 더욱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정혜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최상목은 사실상 본인이 내란 범죄 가담자임을 인증하며 '내란 은폐 대행'으로 전락했다. 민주주의도, 삼권분립도, 법치도 다 부정한 역대 최악의 권한대행"이라며 "저자가 권좌에 앉아 '소통령 놀이'하는 꼴을 더 두고 볼 수 없다. 야권이 힘을 합쳐 최상목 탄핵을 즉각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연 9차 범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2.1. 연합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도 최 대행의 즉각 사퇴 또는 탄핵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에서 "특검이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독립성을 갖고 공소 유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특검 도입의 필요성이 크다"며 "억지 주장으로 내란 범죄를 옹호하는 최상목 권한대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주권자 시민의 명령으로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계속 버틴다면 국회에서 탄핵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최상목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1차 특검법을 거부하고 시간을 끌더니, 국민의힘 요구를 상당수 반영해 수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내란 특검의 수사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며 "끝까지 무책임하고 기회주의 행태를 보이는 최상목은 즉각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최상목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모든 역량을 발휘해 내란 특검법 재의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도 성명에서 "최상목은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며 '내란 대행'임을 자처했다. 이런 자가 권한대행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내란범들과 극우세력들이 마음껏 폭동을 치며 활개를 치는 것"이라며 "지금 국정 안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하루라도 빨리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최상목은 국정 안정화의 길이 아니라 내란 지속, 내란 옹호의 길을 택했다. 더 두고 볼 것 없다. 탄핵이 답이다"라고 단언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내란특검법 또 거부한 최상목에 야권 “특검 칼날 두렵나”

혁신·진보당 “최상목 탄핵 즉각 추진”
민주, 실익 없다 판단 일단 “경고”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야권에서는 “특검의 칼날이 윤석열 대통령을 넘어 자신까지 겨누게 될까 두려운 것이냐” “대통령 놀음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소수정당이 최 대행의 탄핵소추를 주장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내란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주장했던대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비판했다. 최 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전달한 지시 문건(쪽지)을 읽지 않았다며, 내란 가담 가능성을 부정해왔는데,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반대의 정황이 드러날까봐 특검에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내란 특검법에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했고,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안을 담아 국가기밀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다”며 “그런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위헌성과 국가기밀 유출 우려를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먹였다. 대놓고 대국민 사기를 치겠다는 뜻이냐”고 규탄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최 대행을 즉각 탄핵하자고 주장했다. 혁신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최상목 대행은 내란수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부터, 체포 협조 지시는커녕, 경호처의 불법 저항을 방관하며 오히려 불법 저항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며 “국정 안정을 핑계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인 윤석열 ‘내란수괴 대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최 대행을 확실한 내란 사태의 가담자이자 내부자로 규정한다. 조국혁신당은 최 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불응시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도 “최 대행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최상목 대행은 내란의 주요임무 종사자로 지목되어 왔다”며 “야권이 힘을 합쳐, 최상목 탄핵을 즉각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최 대행 탄핵에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탄핵해도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역풍도 우려되는 까닭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최 대행에 엄중 경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여당 내 합리적인 의원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검찰, ‘윤 체포 저지’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또 반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대통령경호처의 ‘강경충성파’로 꼽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다시 반려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하면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지 일주일 만이다.

 

검찰은 경찰 특수단이 추가로 적용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보완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새로 입건된 혐의와 관련한 법 규정을 확인할 부분이 있어 그런 것들을 포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김 차장에 대해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만 범죄사실에 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반려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찰은 애초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만 담겼던 △비화폰 서버 삭제 지시 등 증거인멸 △영장 방해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직원에 대한 직무배제 혐의 등을 범죄 사실로 추가하면서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형법의 직권남용죄는 실제 증거인멸이나 직무배제 등의 ‘행위‘가 있어야 성립되지만 대통령경호법에서는 ‘직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해, 법조계 일각에선 증거인멸이나 직무배제 ‘시도’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일부 4일부터 적용…긴급 회견, "국내산 구매, 국내서 휴가를"

 

                        1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기자회견하는 트뤼도 총리 [로이터 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자 이에 대응해 대미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1천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천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나머지 1천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21일 후부터 발효된다고 그는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 핵심 광물, 에너지 조달 및 기타 파트너십 등과 관련된 조치를 포함해 여러 비관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들에게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캐나다에서 휴가를 보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그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곧 그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 

 

트럼프의 '약한 고리'…캐나다 원유에만 25%→10% 관세 수위조절

美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지만 40%는 수입 의존…이중 60%가 캐나다산

트럼프 지지 기반인 석유·가스업계, 관세 부과에 우려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폭탄'에 일종의 '열외' 품목이 있다.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에만 25%가 아닌 10%의 '낮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서는 '수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미국의 경제적 구조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맥락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지만 실제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국의 정유시설은 다양한 종류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석유업계와 에너지정보국 등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처리되는 전체 원유의 약 40%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캐나다산은 수입 원유의 약 60%를 차지한다. 반면 멕시코산 원유의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캐나다산 원유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고스란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가 정보업체 OPIS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원유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중서부 지역의 유가가 15∼20센트(약 200∼300원)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1일 기준으로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10달러(약 4천520원) 수준이다.

 

에너지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석유·가스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7천500만 달러(약 1천90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와 화석연료 확대 등 업계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에너지 업계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미국 연료 및 석유화학 제조업 협회의 쳇 톰슨 대표는 1일 성명을 내고 "소비자들이 충격을 실감하기 전에 원유와 정유, 석유화학 제품에서 관세가 사라질 수 있도록 북미의 이웃이 조속히 합의하길 희망한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 연합 고동욱 기자 > 

 

캐나다 · 멕시코 '보복관세' 맞대응 예고…치킨게임 치닫나

캐나다 "원한 건 아니지만 행동할 것" 배수진…과도한 美의존 탓에 균열 조짐도

멕시코 "맞고만 있지 않을 것"…트럼프 1기 때 경험 토대로 보복관세 품목 준비

 

31일(현지시간) 연설하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 [토론토 로이터=연합]

 

◇ '51번째 주' 언급으로 자존심 상한 캐나다 보복 관세 '만지작'

 

트럼프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취지의 굴욕적 언급까지 들었던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 관세'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도 "우리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트럼프)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하며 '배수진'을 쳤다.

 

트뤼도 총리는 이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향후 정부 결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10개 안팎의 구체적인 보복 관세 부과 품목 리스트를 이미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여기에는 플로리다산 오렌지주스, 켄터키산 버번위스키 등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방송 BBC는 전했다.

 

캐나다 매체들은 관세 대상 상품 액 규모가 370억 달러(54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역시 지난 27일 성명에서 "반격은 일대일 맞대응 방식으로 정확하고 고통스럽게 표적을 설정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한 맞대응을 주장했다.

 

프릴랜드 전 부총리는 나아가 "플로리다 오렌지 재배자, 위스콘신 낙농가, 미시간 식기세척기 제조업체 등"을 주 타깃으로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또 테슬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또 다른 총리 후보 마크 카니 역시 "퀘벡의 대(對)미국 수력 수출 중단"을 보복 카드로 쓸 만한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멕시코-미국-캐나다 국기[로이터 연합]

 

다만, 캐나다의 경우 복잡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나친 미국 의존도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5천927억 캐나다달러(약 600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며, 관세와 보복 관세 부과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동차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캐나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25% 관세가 캐나다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으며, GDP가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유 지역인 앨버타주의 다니엘 스미스 주지사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캐나다 내에서 일사불란한 대응 태세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캐나다 원유 수출 물량의 97%는 미국으로 향한다.

 

중앙은행인 캐나다 은행은 지난 29일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은 첫해 2.5%포인트, 이듬해 1.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취임 100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멕시코 대통령 [AP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된 멕시코와 캐나다가 31일(현지시간) '보복 관세'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북미 대륙 관세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국경을 맞댄 이웃을 적으로 돌리며 먼저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정부의 '도발'에 멕시코와 캐나다가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를 갖추면서 결국 승자 없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포드 공장 전경 [콰티틀란이스카이 로이터=연합]

 

◇ 맷집 세진 멕시코, '트럼프 텃밭' 정밀 조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찌감치 "맞고만 잊지 않겠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같은 규모의 대응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멕시코는 우선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제 발등 찍기로 끝날 수 있는 어리석은 조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와중에 멕시코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를 위시한 미국 기업들에 되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면서도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국이지만, 멕시코가 경제적 약세 국면도 아니다"라며,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고리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역내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던 7년 전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2018년 5월 31일 트럼프 1기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철강류를 넘어 농축산물에까지 대응 관세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6천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짚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에 보복관세 대상으로 겨냥하는 제품을 눈여겨 볼만하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31일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집중된 러스트 벨트와 농업 지역을 정밀 조준하고 있다"면서 "이는 페냐 니에토 전 정부에서도 먹혔던 전략"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그루포 모델로 맥주 공장에 설치된 코로나 광고판 [멕시코시티 AFP=연합]

 

멕시코의 맷집이 예전보다 세졌다는 점도 무시 못 할 대목이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2023년 기준 4천901억 달러(685조원 상당)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천554억 달러(357조원 상당)로, 무역흑자 폭이 상당하다.

 

아직 집계 중인 올해 성적표 역시 낙관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와 엘피난시에로 등 현지 경제전문 매체들은 예상한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끌어 올렸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분쟁화할 소지도 있다.

 

2026년 이행사항 재검토를 앞둔 USMCA에는 역내 생산 시 가치 비중 충족을 통해 미국에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관세는 USMCA 자유무역협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라며 "멕시코는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연합 이재림 기자 >

관세전쟁 개시...캐나다 멕시코 수입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는 10%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백악관이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31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시행되는 보복성 관세다. 특정 품목 면제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기자들에게 “내일(1일)부터 해당 관세가 시행될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불법 이민 및 펜타닐 밀수를 막기 위한 조치로 관세 인상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를 중과세 예외 품목으로 분류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리빗 대변인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대해선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이 3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은 캐나다에서 하루 약 460만 배럴, 멕시코에서 56만3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약 1350만 배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가 달러 대체 통화를 도입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관세 위협을 이어갔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체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 국적자도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고 미 백악관이 31일(현지 시각) 밝혔다. 백악관 엑스(X) 갈무리
 

미국 백악관이 1월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실적을 홍보하면서 한국 국적자 체포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이 체포된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용감한 이민세관단속국(ICE·아이시디) 요원들은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계속 체포하고 있다”면서 “지난 1월 28일 애틀랜타의 이민세관단속국은 노골적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자료를 소지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 시민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과 함께 멕시코, 과테말라 출신 불법 체류자 등 체포 사실을 밝히면서 “만약 당신이 범죄를 저지른 불법 외국인이라면 체포돼 추방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체포한 한국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게시물을 보면 한국 국적자 임아무개씨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을 받았다. 임씨의 구체적인 체류 상황이나 체포 경위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상 최대의 추방 작전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남부 국경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내 정확한 한국인 불법 체류자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10만∼15만명 정도 수준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김해정 기자 >

 

트럼프 행정부, 남서부 국경에 ‘불법이민 단속’ 군인 1500명 파견

협조 않는 주 정부에게 연방정부에 대한 음모죄 적용 검토

 
 
한 주 방위군이 21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국경 장벽 구간을 따라 순찰하고 있다. 브라운스빌/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남서부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해 미 행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병력 15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불법이민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주 정부 등에게 연방정부에 대한 음모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미국 입국을 기다리던 난민들의 항공편도 취소됐다.

 

로버트 살래세스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22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이날부터 남서부 국경에 병력 1500명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배치된 주 방위군과 예비군 2500명에 더해지는 숫자다. 이날 발표는 초기 조치이며 더 많은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군이 최대 1만명의 병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경 감시 강화를 위해 유인 항공기나 무인기 동원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에도 국방부는 7000명 이상의 병력을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파견한 바 있다.

 

파견된 병력은 일단 수송, 장벽 건설 등 국경순찰대 지원 업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민병대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고 규정한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국내법 집행에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 문제에 반란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부 국경에 미군 배치를 시작할 경우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배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정책을 보면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수천 명의 미군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중 보건을 이유로 이민자 입국을 차단하라는 지시도 내려갔다. 워싱턴포스트는 관세국경보호청(CBP) 고위 간부들에게 이날 배포된 문건에 ‘전염병이 존재하는 국가를 통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민자 입국을 차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때도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자 공중 보건 사유로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는 ‘타이틀 42’ 조치가 발동된 적이 있다.

 

난민들의 미국 입국 항공편도 취소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정해진 절차를 완료하고 미국 입국을 앞두고 있던 난민들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이번 조치로 약 1만명의 미국 입국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베네수엘라, 시리아, 미얀마 등 국가에서 자격이 있는 사람을 추려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미국 입국을 허용해왔다.

 

체포도 본격화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33시간 사이에 불법 이주민 460명을 체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뒤 “‘피난처'를 제공하는 도시들은 더 많은 감시 요원과 더 많은 체포를 보게 될 것이다. 게임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단속에 저항하는 주 및 지방 정부들에게 ‘연방정부의 합법적 기능을 방해한다’며 음모죄 적용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 차관 대행은 전날 법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합법적인 이민자 단속 지시에 저항하는 공무원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의회는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 관련 법안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켰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