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블럭 남성, 준비한 기름 붓고 불붙은 종이 던져


폭도들에게 손짓해 일제히 자리 옮기기도
구속된 극우 유튜버, 가족 통해 옥중편지 유포
"담대하게 싸우겠다" "한뜻으로 단결하자"
"구속자 돕자" 대놓고 변호사 비용 모금도

 

투블럭 머리를 한 남성이 서부지법에서 깨진 창 너머로 기름을 부은 뒤 종이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5.01.24. 제이컴퍼니_정치시사 영상 갈무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폭도 58명이 구속됐다. '주도자'로 보이는 방화범도 뒤늦게 체포됐다. 폭도들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우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획적인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극우 유튜버들이 구속된 폭도들을 위한 변호사비나 후원금을 모집하는 등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찰은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 방화를 시도한 '검은색 코트를 입고 투블럭 머리를 한 남성(이하 투블럭 남성)'을 서부지법 폭력 사태의 주도 인물이라고 꼽고 있다. 투블럭 남성은 지난 22일 공동주거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제이컴퍼니_정치시사' 유튜브 영상에는 투블럭남이 방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영상 속의 투블럭 남성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건물  복도에서 다른 남성들과 함께 서 있다가 주머니에서 노란색 병을 꺼냈다. 투블럭 남성은 주위 눈치를 살피면서 "나오지, 기름"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여 노란색 병에 액체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투블럭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노란색 병을 옆에 있는 남성에게 건넸고, 그는 건물 내부에 있는 깨진 창문 안으로 노란색 병 속에 들어있는 인화성 액체를 뿌렸다. 이후 투블럭 남성은 종이에 불을 붙인 뒤 기름이 뿌려진 깨진 창틀 너머로 던졌다. 그는 창문 너머에 불이 붙었는지를 확인한 뒤 자리를 떴다. 노란색 기름병, 종이, 라이터까지 준비한 것으로 '우발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당시 서부지법 내부에는 직원 20여 명이 옥상에 대피한 상황이었다. 만약 방화가 커졌으면 끔찍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블럭남은 자리를 이동하며 폭도들에게 지시를 하듯 손짓을 했고, 폭도들은 그의 지시에 맞춰 일제히 자리를 옮겼다. 계획적인 폭동이란 명확한 증거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구속된 유튜버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글을 유튜브 커뮤니티에 남기고 있다.

 

극우 유튜버 A 씨는 커뮤니티에 올린 '옥중편지'에서 서부지법 폭동으로 경찰청에 소환됐다며 "강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에 맞서 싸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폭동 사태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스마트폰 포렌식을 받고 왔다"며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되어야 한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 이준우 미디어특위 위원도 방문해 만나 격려했다"고 하며 구속된 상황에서도 선동을 이어갔다. 해당 글은 A 씨의 가족이 남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 B 씨는 구속된 유튜버들의 변호사 비용 후원을 유도했다. B 씨는 "2030 청년들이 모아서 변호사 비용을 도와줘야 한다"며 "뜻이 있는 사람은 함께 해달라"고 구속된 유튜버의 개인 계좌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여론전을 해야 한다"며 "법원이 편파적으로 판결하니 국민이 뚜껑 열려 화난 것"이라고 폭도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이어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대법원, ‘접지 않은 투표지 당연히 나올 수 있어’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조용해지는 짤.JPG’?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앞서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을 때 접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단지 기표 내용이 보이지 않게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특히 관외사전 투표의 경우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으면서 아예 접으라는 지침이 없다는 사실도 자세히 살펴봤다. ☞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체

 

나아가서, 윤석열 측 대리인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탄핵심판이라는 본안과 전혀 무관한 부정선거 관련 장광설을 풀어놓으면서 늘어놓은 여러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투표지의 출처 구분이 확인되는 유일한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원래, 당연히, 자연스럽게 빳빳할 수밖에 없는 투표지를 갖고 접힌 자국이 없으니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우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가 아니어서 봉투에 넣지 않고 그냥 투표함에 넣는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접지 않고 넣어도 된다. 중앙선관위도 계속 그렇게 알려왔다. 완전히 접어야만 한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이야말로 거짓인 것이다.

 

대법원, ‘접지 않은 투표지 당연히 나올 수 있어’

 

한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접히지 않은 투표지’로서 지금도 가장 많이 문제 삼고 있는 사진들은 그 절대다수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와 구리 선거구에서의 투표지들이다.

 

실제 윤석열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PPT로 ‘빳빳한 투표지’라며 제시한 여러 사진들도, 지난 회에서 살펴봤던 사진 단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20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등에서 제시됐던 사진들이다.

 

2020년 총선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해당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이자, 이후 부정선거 원조 전도사 격이 된 민경욱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민경욱은 최종 대법원까지 가면서 재검표를 거치고 자신이 추천한 전문가까지 법정 감정인으로 참여시키며 분투했지만, 완벽하게 패소했다. 그가 무차별로 제기했던 여러 부정선거 의혹들 중 단 하나도 판결에서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주장했던 의혹들 중 ‘빳빳한 투표지’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지난 회에서 필자가 설명한 내용 그대로다.

 

선거인이 투표지를 접지 않은 채로 투표함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고, 관외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이 사건 선거 지역구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어 있는 후보자가 4명에 불과하여 접지 않고도 회송용 봉투에 투입할 수 있음” - 대법원 판결 ‘2020수30’, ‘2020수5028’

 

대법원 ‘2020수30’, ‘2020수5028’ 선거무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보도자료.

 

위 화면의 문서는 민경욱이 제기한 선거무효소송과, 그 비슷한 시기에 제기된 다른 소송까지 2건에 대해 대법원이 같은 날에 선고를 내리면서, 그 판결들에 대한 설명으로 공식적으로 공개한 보도자료의 내용 일부다.

이를 조금 더 쉬운 말로 풀자면 이런 뜻이다.

  1. 일반 투표를 해도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2. 관외사전 투표지들은 후보가 4명뿐이라 투표지가 짧아 회송용 봉투에 넣을 때 접을 필요가 없었다.

지난회에서 설명한 그대로다.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등의 관외 사전투표지들이 원래 접히지 않은 상태로 봉투에 넣어져서 왔고 그래서 그것들을 가지런히 정렬한 모습은 당연히 접은 자국이 없는 ‘빳빳한 신권’ 상태인 것이다.

 

더욱이 그보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공직선거법과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관외사전 투표가 아닌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반드시 접어서 넣을 의무는 없기 때문에 투표지를 접지 않고 투입한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궁극적인 대답에 이르게 된다. 접지 않은 투표지는 원래부터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그러면 이제, 실제 민경욱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했던 사진들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살펴보자.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한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하나. 민경욱.

딱 보기에도 거의 완벽하게 빳빳하다. 고무줄로 묶인 부분 외에는 휘어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바로 완벽하게 빳빳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 관외사전 투표로 받은 봉투에서 꺼낸 투표지로 보인다.

(참고로, 민경욱이 빳빳하다고 제시한 수많은 사진들 중에는 이 사진만큼 완벽하게 빳빳하지는 않은 사진들도 많다. 이런 ‘덜 빳빳한 투표지’ 사례들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따져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잘 보면, 이 사진에 보이는 세 투표지 묶음들 중 기호1번이 찍힌 투표지는 한 묶음 뿐이고 다른 두 묶음은 2번 민경욱에 기표되어 있다. 혹시 민경욱 자신도 부정선거의 수혜자인가?

 

물론 이 사진에는 앞서 관외사전 투표에서 나온 투표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집계전’ 종이가 함께 찍히지 않아 최종 확인은 어렵다. 하지만 민경욱은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대해서도 부정선거라며 언론들에게 ‘빳빳한 투표지’ 사진을 제시했던 사례가 있다.

 

아래 사진은 당시 민경욱이 부정선거의 추가 증거라며 제시한 청주상당구을 선거구의 투표지다.

 

민경욱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내놓았던 청주상당구을 선거구 투표지 묶음.

 

여기서 왼쪽의 하늘색 집계전 종이를 보시라. ‘유효투표집계전’이라고 된 제목 바로 아래에 ‘선거일’, ‘관내사전’, ‘관외사전’의 세 가지 체크 표시 란이 있고, ‘관외사전’에 체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지난회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분류에 네번째 체크 란으로 ‘재외’가 추가된 것은 22대 총선부터였다.)

 

역시나, 한번도 접힌 적이 없는 관외사전 투표지인 이유로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다. 게다가 보다시피 이 선거구 투표지도 후보자 수가 5명에 불과해 투표지가 짧다. 회송용 봉투에 접지 않고 그대로 넣는 것이 상식적인 투표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긴 봉투에 짧은 종이를 넣으면서 일부러 접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당시 민경욱은 ‘관외사전’ 투표지가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남의 선거구 투표지까지 부정선거 증거라며 주장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자신의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투표지들을 확인할 때도 함께 있는 집계전들에 뻔히 ‘관외사전’ 체크가 된 것을 보고도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지배적인 것이다.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그러면, 후보자가 최대 몇 명인 경우까지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을까? 일단 회송용 봉투와 투표지 모두, 좁은 쪽의 폭은 규격이 알려져 있지만 긴 쪽의 길이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추정치를 생각해봤다. 일단 찾아낸 정보로는 투표지는 좁은 쪽인 가로 폭이 100mm로 규정되어 있고, 봉투는 좁은 쪽이 120mm였다.

 

먼저 회송용 봉투의 길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아래 사진을 참고했다. 여러 회송용 봉투 사진들 중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직각으로 위에서 찍은 것으로 보여 사진의 봉투 가로세로 비율로부터 길이를 알아냈을 때 비교적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고 봉투의 가로 길이를 추정해보면, 회송용 봉투의 길이는 (접는 날개 부분을 제외하고) 대략 240mm 정도로 보인다. (회송용 봉투를 찍은 덜 직각의 다른 여러 사진들도 살펴봤는데 역시 비슷했다.) 즉 투표지는 길이로 최대 240mm 이내의 투표지는 접지 않고 이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다.

 

관외사전 투표용 회송용 봉투. 사이드저널.

 

그러면 투표지 길이는 어떨까. 투표지는 각각의 선거구 후보자 숫자에 따라 더 길어지지만, 21대와 22대 총선 당시 각 선관위들이 제시한 투표지 모형들과 투표지 촬영 사진들 중 비교적 가로세로 비율이 잘 맞는 사진들을 참고하면, 투표지 길이는 후보자가 5명일 경우 160mm 정도, 6명일 경우 180mm 정도, 7명일 경우 200mm 정도, 8명일 경우 220mm 정도가 된다.

(후보자가 6명인 투표지 모형의 후보자간 간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늘려본 것으로, 후보자 수가 많을 때 간격을 줄인다면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 실제 비례대표 투표지의 경우 정당 수가 너무 많아 지역구 투표지보다 간격을 크게 줄여 인쇄되기도 했다.)

 

즉 후보자가 8명인 경우까지는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상식에 따르더라도, 봉투보다 작은 종이를 봉투에 넣으면서 일부러 접어서 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실적 사례와 비교하자면, 조의금이나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는 일과 비슷하다.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으면서 일부러 지폐를 반으로 접어서 넣어본 분, 단 한 분이라도 있을까.

 

2020년 총선에서 관외사전 투표지에 대해 음모론이 제기됐던 사례들은 필자가 찾아본 한 전부 후보자 수 6명 이하였다. 인천연수구을, 구리시는 후보자가 4명이어서 투표지가 160mm에 불과했고, 청주상당구을도 후보자 5명으로 180mm로 역시 짧았다.

 

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짜 투표지’라고 제시하는 접힌 자국 있는 사진들, 즉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투표지’는 대부분 후보자가 많아서 길이가 긴 투표지들이다. 관외사전 투표라도 접어서 넣을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이런 경우 ‘ㅇㅇ 선거구에서는 빳빳한 가짜 투표지는 단 하나도 안나왔더라’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 투표지 사진도 부정선거 증거라며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이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투표지다. 그런데 사진이 비스듬하게 찍혀서 일견 길어보이지만 실제로는 후보자가 6명밖에 되지 않는 짧은 투표지다. 거기에 매우 빳빳해보이는 외관을 감안하면 관외사전 투표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부정선거 증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투표지 사진.

 

게다가, 이 양쪽 투표지 묶음들 모두 1번이 아닌 2번 ‘김은혜’에 기표가 되어 있다. 이미 소분되어 고무줄 묶음된 것을 다시 고무줄로 묶은 것을 봤을 때 이미 분류가 끝난 것이고, 따라서 이 투표지들은 전부 김은혜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로 보인다. 이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오히려 정반대의 사례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당사자인 김은혜 후보는 자신에게 투표된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 음모론자들은 투표지의 가장 기본인 기표가 어디에 되어 있는지조차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부정선거 증거라며 내세우고 있다. 음모론에 눈이 먼 것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

 

아래 사진도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퍼져나간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커뮤니티 사용자가 MLBPARK에 게시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 붙여놓은 제목부터 가관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이란다. (조용해지기는커녕 웃음부터 나와서 작성자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일부 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라는 제목을 붙여 주장하는 두 투표지 사진들. MLBPARK 게시 사진.

 

보다시피 이 사진을 편집해 올린 사용자는 위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보이고 아래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안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려 친절하게도 각각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놓았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봐도 두 투표지에 매우 중요한 차이들이 있다. 위 투표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길고 아래 투표지는 짧다. 위 투표지 사진의 후보 수를 세어보면 12명이나 된다. 반면 아래 투표지는 후보가 4명 뿐이다.

 

즉 위의 투표지는 앞서 살펴봤듯 회송용 봉투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설사 관외사전 투표로 투표하더라도 반드시 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표지 묶음 아래의 푸른 색 ‘집계전’ 종이를 보면 떡하니 ‘관내사전’에 체크되어 있다. 즉 봉투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함에 바로 투입된 투표지들인 것이다.

 

반면, 아래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다. 그리고 보다시피 후보자가 4명으로 짧은 투표지다. 그래서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는 ‘신권 같이 빳빳한’ 투표지인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해당 사진에는 ‘관외사전’으로 표시된 집계전이 보이지 않음에도 필자가 관외사전 투표지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원본 사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구리시 부정투표의 증거라며 제시된 사진이다. 그 원본 사진이 바로 다음의 사진들 중 왼쪽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도 투표지들이 묶인 상태와 배치, 고무밴드가 묶인 위치 등을 비교해 보면 동일한 투표지 묶음들을 연이어 찍은 사진들임을 알 수 있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 구리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이 사진이 ‘관외사전투표지’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박주현 페이스북.

 

이렇게 구리시 관외사전 투표지 사진들을 제시하며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을 늘어놨던 사람은, 민경욱과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잘 알려진 박주현 변호사다. 이 사진들은 그가 2020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 글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공개했던 사진이다. (조선일보에 저 사진이 첨부된 기사는 지금도 조회가 된다.)

 

그는 위 사진을 첨부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가 어떻게 이렇게 신권지폐처럼 빳빳할 수 있을까요?”라면서, 스스로 관외사전 투표지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 투표지 묶음들은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즉 박주현은 적어도 이 의혹을 제기한 2020년 5월 당시에는 관외사전 투표지는 원래 접히지 않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음모론을 제기할 속셈이었다면 굳이 스스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라는 핵심 팩트를 공개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나아가서,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빳빳한 용지들은 모두 하나같이 1번에 기표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이면서 동시에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분류가 끝나 후보자별로 묶인 묶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회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2020년 총선 집계에 따르면, 해당 구리시 선거구에서는 관외사전 투표 투표지가 총 8,714장 나왔고, 그중 1번에 찍은 투표지가 5,758장, 2번에 찍은 투표지는 2,594장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양이다. 즉 이 박 변호사는 이 8700여 장의 투표지가 모두 모인 관외사전 투표지들 중에서 1번 윤호중 후보에 찍은 5700여 장의 투표지들의 묶음 일부만 보고는, ‘다 1번이더라’라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필자는 박주현이 총 8700여 장의 관외사전 투표지들을 충분히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금 설명했듯 관외사전 투표지가 총 8700여 장이고 그중엔 2번을 찍은 2600 장 가까이 있었다는 중앙선관위 집계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1번을 찍은 5700여 장 외에 분명 2번 찍은 2600 장 가까운 투표지가 더 있었기 때문에 선관위가 투표 집계에 ‘2번 후보 2,594’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주현이 주장한대로 2번을 찍은 2600 장이 없는데도 선관위가 그렇게 집계했다면, 오히려 박주현이 주장하는 취지와 정반대로 1번 민주당 후보가 부정선거의 불이익을 입은 정반대의 부정선거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막 질러대기 전에 좀 제대로 뒤져보시지 그랬나.

 

요컨대, 2번 투표지가 2600여 장이라는 선관위 집계와 달리 박 변호사가 본 투표지는 전부 1번이었다는 그 주장 자체가, 전체 관외사전 투표지 묶음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는 전부 1번이더라며 허풍 혹은 거짓말을 했다는 확실한 반증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주현이 2020년에 올린 위 사진은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에도 아래와 같이 변형되어 돌아다녔다. 보다시피 “4.15 총선때 나온 사전투표지 상태. 2024.4.10 총선때는…이런 인쇄된 투표지 무더기 나오지 않도록 경찰 철통감시 필요”라고 써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에 퍼뜨린 엉터리 ‘부정선거 증거’ 사진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부정선거 증거라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때는 박주현이 선거무효소송에서 완패하면서 관외사전 투표지는 후보자가 적어 짧을 경우 원래 접히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 내용까지 확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전혀 바로잡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2차 음모론까지 다시 퍼져나간 것이다.

 

접힌 자국 없이 빳빳하다는 이유로 ‘부정선거 증거’로 몰린 사진들은 음모론자들 사이에 넘쳐난다. 아래는 그중에서 함께 찍힌 집계전에 버젓이 ‘관외사전’ 체크가 되어 있는 사진들이다.

 

또한번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지는 회송용 봉투에 담겨 투표함에 넣고 개표 현장에서 봉투를 뜯기 때문에 원래 접히지도 않고 가장자리가 닳지도 않는다.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해진다. 은행에서 받은 신권 지폐를 그대로 축의금 봉투에 넣었다면 그 봉투를 뜯었을 때도 역시 빳빳한 신권이다. 접히지도 구겨지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관외사전 투표지의 경우 해당 투표지의 후보자 수가 적을 경우엔 접히지 않은 빳빳한 상태가 오히려 정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논리적∙상식적으로도 당연하고, 선거무효소송을 맡은 법원이 직접 살펴보고 검증한 결과도 같았으며, 해당 증거 사진이라는 것들을 우리가 함께 직접 눈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관외사전 투표지’만이 ‘빳빳한 투표지’ 음모론의 전부는 아니다. 이는 절반의 요인일 뿐 나머지 절반의 요인이 더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사무실 앞에 보란듯 '천공 인터뷰' 기사 전시


'중국인 99명 체포' 보도근거 묻자 "나가라"
보도한 기자, 여러 매체 전전…신뢰 논란 이력
수상한 익명 취재원…국정원 퇴직요원 가능성
권영해 안기부장 중심의 반공 파벌 인맥일 수도

대표 2명 중 1명은 국새 사기 옹호한 특이 이력
다른 대표 1명은, 하나재단 직장 내 성희롱 파문

선관위·주한미군 "거짓뉴스" 비판에도 못들은 척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2025.1.19. 연합 [공동취재]
 

지난 19일 새벽 벌어진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20세기 중반 이승만 정부 때 활약하던 서북청년단같은 극우 깡패집단이나 80년대에 횡행하던 백골단의 폭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의 재등장이었다. 대체 이러한 일들이 왜 벌어졌고 이들의 배후는 누구이고 어떤 집단인지 집요한 추적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주의는 가끔씩 감기에 걸린 듯 재채기를 하고 종종 비틀거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회복해왔고 단단해져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폭동세력에 대한 관용없는 처벌, 올바른 분석과 대책이다. 

 

권력감시 탐사보도 그룹 <워치독>은 '폭동의 배후'를 쫓는다. 가장 먼저 '부정선거 음모론' 가짜뉴스의 진원지인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를 짚기로 했다. 이 매체를 누가 만들었고 뒤에서 지원해왔는지 살폈다. 가짜뉴스 의혹을 받고 있는 매체 기자들을 만났고, 해당 언론사 관련 정보를 샅샅이 추적했다. 취재 결과, 극단적 반공주의에 심취한 언론인들, 국정원 퇴직 요원들, 신천지와 전광훈 등 극우종교집단, 국민의힘 내란 세력들이 <스카이데일리> 주변에 짙게 어른거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매체는 단순한 음모론자들이 아니라 왜곡된 신념으로 무장한 극우 정치집단의 확성기 같은 곳으로 분석된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본사. 2025.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스카이데일리> 찾아가보니…'천공 인터뷰' 홍보하듯 문 앞에

 

"주한미군이 무슨 SNS에 입장을 밝힙니까. 정말 주한미군 책임자가 쓴 글인지 확인됐어요? 저희는 그게 더 의심스럽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사무실 앞에서 맞닥뜨린 이 언론사의 경영 책임자는 해명보다는 주장을 쏟아내기 바빴다. 표정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무거웠다. <스카이데일리>의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근 건물에서 계엄군이 주한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중국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는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SNS(X, 옛 트위터)에 지난 20일 "완전한 허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 매체 책임자라며 기자들 앞에 나선 이 남성은 반박과 보도 근거를 설명하기보다는 "주한미군 같은 곳에서 SNS에 입장을 낼 리가 없다. 취재원은 밝힐 수 없고 반론권 행사도 하지 않겠다"고 한 뒤 더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쓴 허겸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사무실 바깥 복도에 서 있는 <워치독> 취재진을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문은 이내 굳게 닫혔고 취재진은 퇴거를 요구받았다.

 

<스카이데일리> 사무실 문 앞 복도에는 이들 매체가 발행한 신문들이 전시되듯 여러 개 펼쳐져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가당찮아…임기 다 채운다" 라는 제목의 천공 단독 인터뷰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6월3일자 발행 신문, "선관위·거야 폭주…헌정질서 몰락 부른다"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12월23일자 발행 신문,  "트럼프는 부정선거 가만두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12월27일자 발행 신문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법원 폭동을 일으킨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러한 보도들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쳤던 구호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는 서울 서부지법 앞에서 외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음모론 배후는 밝혀질 수 있을까.

 

파문을 일으킨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 온라인 뉴스 및 지면. 2025.1.24. 워치독설 방송 갈무리

 

언론계 "허겸 기자, 이직 잦고 기사 신뢰도 문제 많았다"

 

<스카이데일리>의 이번 음모론성 보도의 출처는 겉으로는 '소식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익명의 기사 댓글이 발단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시사주간지 <시사인(IN)>이 보도한 '12.3, 선관위 연수원서 실무자-민간인 90여명 감금 정황'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에 "그 민간인이라는게 중국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최상단에 게재됐다. 이어 다음 날 구독자가 150만 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신인균 국방TV'가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감금된 사람들이 중국인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전하고, <스카이데일리>는 같은 날 칼럼을 통해 "수원 선관위 연수원의 중국인 해커부대 90명이 누구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선관위가 해당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고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는 선관위 승진자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공무원 88명, 외부강사 8명 등 총 96명이 숙박하고 있었고 계엄군이 청사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한·미 군 당국이 경기 수원시 선거관리연수원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들(99명)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기사를 부정한 지난 20일에도 이 매체는 "중국인 간첩 혐의자 중 우선 체포대상 인물이 주일미군기지를 거쳐 미국 본토로 압송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취재의 출처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즉 익명의 전언뿐이었다.

 

2016년 연합뉴스 기사를 악용한 스카이데일리 영상. 스카이데일리가 유튜브에 올린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 영상에 등장하는 사진은 연합뉴스가 2016년 10월 12일 보도한 불법조업 중국선원 사진이다. 연합뉴스는 당시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해경에 붙잡힌 중국어선 선원들이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로 들어와 검역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을 2025년 중국인 간첩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2025.1.24. 연합
 

미국에서 <뉴스버스>에 기사를 보내온 이상연 기자는 <스카이데일리>의 비상적인 보도의 배경과 관련해 해당 기자 개인의 성향도 짚었다. 이상연 기자는 문제의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에 대해 "애틀랜타와 워싱턴DC의 한인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민경욱 전 의원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관련 기사를 보도해왔다"고 밝혔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허 기자는 뉴시스 사회부 시경캡(경찰팀장)과 법조팀장, 국제부 시드니 특파원, 호주동아일보, 재외동포신문 편집국장, 애틀랜타 중앙일보 편집데스크, 워싱턴 중앙일보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기자 경력으로 봤을 때 이직이 매우 잦은 편이다. 미주에서 활동하는 한 기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허겸 기자가 미주 중앙일보 시절 민경욱을 쫓아다녔다. 미주 중앙일보에서도 내부에서 기사 신뢰성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최종적으로 파이어(Fire, 해고) 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가짜뉴스의 배경을 허겸 기자 개인의 특이한 정치 성향 탓으로만 분석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 기자는 2015년 <재외동포신문>이란 곳에서 근무한 이력이 확인된다. 이때 허 기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관련 눈에 띌 정도의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 그는 이 시장을 인터뷰 한 보도에서 "이재명은 무상복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실천 중인 정치인"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기고한 시민기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허 기자가 과거에 쓰던 이메일과 거의 같은 형식의 아이디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온 흔적들을 찾았는데 주로 그가 과거 거주했던 호주 소식이나 노조 소식, 진보 성향의 글 등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 허겸 기자가 보이고 있는 극우적 성향과 달리 10여 년 전에는 진보적 가치들에 더 귀기울였던 흔적들이다.

 

허겸 기자가 재외동포신문 근무 시절인 2015년 6월 25일 작성한 이재명 대표 인터뷰 기사. 무상복지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실천 중인 정치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2025.1.24. 재외동포신문 갈무리
 

또 허겸 기자는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활동한 경력이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취재 인맥이 미국 쪽이나 정보 계통 관계자들에게 닿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받는 정보의 신뢰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기사에 밝힌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누구일까.

 

'스카이데일리 익명의 소식통'은 국정원 퇴직 요원들일 가능성

 

그 흔적은 '중국인 간첩 일부가 미국 본토로 압송됐다'는 주장을 펼친 지난 20일자 <스카이데일리> 기사에서 일부 확인 가능하다. 허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 준 복수의 소식통은 본지의 '5·18 진실 찾기'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신뢰를 쌓은 국내 정보 계통 관계자들"이라고 밝혔다. 허 기자는 지난해 '5·18 진실 찾기'라는 제목의 기획을 통해 지만원 씨나 이순자 씨(전두환 부인) 등의 인터뷰를 싣거나 '5·18 북한 개입설' 등을 주장해 왔는데, 특히 '북한 개입설'의 출처는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라고 스스로 보도에서 밝혔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비록 안기부(현 국정원)를 나온지 오래 됐지만 그의 안기부 인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카이데일리>가 접촉했다는 '정통한 소식통'이 바로 현 국정원 내 극단적 반공주의 세력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한 때 국내 정보 계통 최상위에 있었던 인물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1994~1998년 안기부장을 지낸 권 전 부장은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대선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공작'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재미교포 윤홍준 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했다. 또 권 부장은 판문점 총격 사건을 일으켜달라고 북쪽 인사에게 부탁한 이른바 '총풍' 사건에도 연루됐다. 그는 김대중 정부 들어, 검찰에 구속됐고 1999년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스카이데일리 허겸기자가 쓴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특별대담 형식의 인터뷰 기사. 2025.1.24. 스카이데일리 갈무리
 

김대중 정부 때 안기부가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간판이 바뀌고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개혁이 이뤄졌지만, 국정원 내에는 여전히 '반공주의 파벌'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맹목적인 반공주의자인 이들은 퇴직자인 이른바 '오비(OB, Old Boy)'들과도 소통하며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신봉하는 극우수구 세력들 사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권 전 부장을 중심으로 한 국정원 반공 파벌 인맥이 허 기자의 취재원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12·3 내란 사태에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정보사 OB들의 개입이 확인된 바 있다. 왜곡된 '반공 신념'으로 뭉친 정보 계통 OB들이 곳곳에서 암약하는 시기에 '문제의 부정선거 음모론 기사'가 유통되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문 부호를 남긴다.

 

스카이데일리 곳곳 신천지·전광훈·천공·세계일보의 흔적들

 

<스카이데일리> 매체를 이끌어가는 임원진과 개별 기자들의 성향도 이번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특히 극우 성향의 종교집단과 밀접해 보이는데 지난해 6월 이 매체의 등기상 대표이사인 조정진 발행인 겸 편집인은 윤 대통령 부부 멘토로 알려진 천공(본명 이천공)과 특별대담을 하고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천공은 해당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당하지 않고 임기 5년을 다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3일자 스카이데일리 지면. 이 매체 발행인 겸 편집인이 조정진 씨가 천공(본명 이천공)과 인터뷰한 내용이 1면에 실려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또 지난 2023년까지 특정 기자들이 신천지예수교(신천지)와 관련된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올리기도 했는데 이들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도 제법 깊은 듯 하다. 유튜브 채널 <전광훈TV>는 최근 "주말에 스카이데일리에서 강한 것(보도)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고 방송을 해 전 목사 쪽과 이 매체가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른바 극우 성향 종교들과의 교집합에 공교롭게 <스카이데일리>가 있는 것이다.

 

또 이 매체를 운영하는 경영진들은 국민의힘 극우 인사들과 가깝다는 게 언론계의 전언이다. 이 매체는 의료·보건 매체에서 활동했던 민경두 전 대표가 2011년에 세운 인터넷 신문이다. 민 전 대표 등에 대해 잘 아는 한 언론사 부장은 <워치독>에 "스카이데일리는 물주인 민 전 대표가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정치 출마를 목적으로 세운 언론사"며 "민 전 대표의 약점을 잡은 현 조정진 대표가 지분을 얻어서 현재는 대표이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등기상 회사가 '스카이데일리닷컴'과 '스카이데일리' 2개로 나뉘어 존재한다. 민 전 대표는 등기상 현재 사내이사로 물러나 있고, 2021~2022년경 민 전 대표가 영입한 조정진·조민호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이 각각 스카이데일리닷컴과 스카이데일리 대표를 맡고 있다. 

 

조정진·조민호 두 대표의 이력도 특이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많다. 두 사람은 모두 통일교 계열인 세계일보에서 '파워 게임'에 밀려난 이들로 분류된다. 특히 세계일보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을 단독 보도한 뒤, 50여 일 만에 회장 교체 보도가 나오는 등 적잖은 내홍에 시달린다. 당시 조민호 전 위원은 사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학자 총재(문선명 아내)가 공식적으로 (나를) 사장으로 임명했다"면서, 일부 언론에 임의로 보도자료를 뿌려 파문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경영권 탈취 시도 및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 반발했고, 이에 조민호 전 위원과 이를 도운 조정진 전 위원 모두 자택대기 명령을 받았다. 대표 각각의 면모도 눈 여겨볼 만하다.

 

스카이데일리 닷컴 법인 등기. 세계일보 논설위원 출신 조정진 대표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스카이데일리닷컴의 조정진 대표는 세계일보 시절 주로 문화부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 시절 대한민국 4대 국새(옥새) 제작 여론 조성에 상당히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대 국새는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장인이라던 민홍규 씨는 전통 방식으로 국새(옥새)를 제작한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속여 거액을 받아챙긴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그러나 조 대표는 민 씨를 희생양이라고 두둔하며 <누가 국새를 삼켰는가>라는 책까지 펴냈다. 또한 조 대표는 통일부 출입을 하기도 했는데, 반공 성향의 기사를 많이 썼다고 한다. 조 대표와 함께 근무한 전직 세계일보 기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편집회의에서 만나면 조정진은 '김정일 동선을 다 알고 있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통일부를 출입하면서도 반공 성향의 기사를 많이 썼다"고 떠올렸다.

 

조민호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조 대표에게 임명장을 준 이는 2023년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겸직이 되지 않지만 조 대표는 스카이데일리 대표를 등기한 상태로 임명장을 받아 재단 이사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조 대표는 경고에도 여전히 등기에서 이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또한 조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통일부 감사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인 조 대표는 아내가 제왕절개를 했다는 직원의 말에 '그게 뭐 애를 낳은거냐, 박스에 꺼낸거지'라고 폭언을 하고 반바지 입은 여직원에게는 '반바지 입었네'라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 북한이탈주민 직원을 '바퀴벌레'라고 하거나, 특정 국회의원 이름을 언급하며 '걸레'라고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통일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조민호 대표에 대한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인 스카이데일리 조민호 대표. 최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임 등 중징계 권고를 통일부로부터 받았다. 2025.1.24. 워치독설 방송화면 갈무리
 

"중국간첩 체포" 근거 내놓을까? '518 음모론' 보도 근거도 경찰에 뭉개

 

<스카이데일리>는 과연 이번 법원 폭동까지 낳은 '부정선거 음모론' 보도를 도운 '정보기관 소식통'이 누군지 경찰이나 판사에게 밝힐까. 이점을 예측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흔적이 있다. 지난해 1월과 10월 광주광역시와 5·18기념재단은 "5·18 북한 개입설"을 보도한 허겸 기자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허겸 기자는 지난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워치독> 취재 결과, 허겸 기자는 지금까지도 경찰에 북한 개입설의 근거나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18 재단 관계자는 "허겸 기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는 받았다. 경찰은 기자에게 취재 근거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안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겸 기자에 대해 경찰은 이번에 큰 논란이 된 기사를 쓴 당사자인 것을 재차 파악했고, 끝까지 허 기자가 취재 근거자료를 내지 않으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뷰 중인 스카이데일리 직원. 자신을 경영지원실장이라고만 소개한 남성은 워치독 취재진에게 "주한미군 같은 곳에서 SNS에 입장을 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뿐 아니라 전 세계 미군이 SNS로 주기적으로 공개 메시지를 내고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워치독>은 <스카이데일리>와 허겸 기자에게 반론을 듣기 위해 찾아갔으나, 직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취재진을 몸으로 밀어내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제대로 된 입장을 듣기 어려웠다. 다만, 경영지원실장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취재진에게 "'독자께 알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취재 과정은 당연히 적절한 경로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허겸 기자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40년 경력의 기자라고 밝힌 한 남성은 취재진에 "허겸 기자가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대신 설명했다.

<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

 

2025 Korean Seollal Celebration 한인 4단체 공동주최로 마련 

한인회, 한인양자회, 온주한국학교연합회, 한카시니어협회 공동

 

전통명절인 설날(1.29)을 맞아 토론토 한인회와 한인단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2025 설날 대잔치’(Korean Seollal Celebration)가 2월1일(토) 낮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한인회(회장 김정희)와 캐나다 한인양자회(회장 김만홍), 캐나다 온타리오 한국학교연합회(회장 신옥연), 한카 시니어협회(회장 이우훈) 등 한인 4개 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설날 대잔치는 2월1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번 설날행사 프로그램은 ‘까치까치 설날은’ 노래를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세배하기, 음식 만들기, 한글학교 핵생들의 다양한 활동 등이 진행되고,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설날 대잔치에 참여를 원할 경우 한인회, 혹은 각 주최단체에 1월27일(월) 오후 5시까지 신청해 참석등록을 하면 된다. 아울러 행사에 참석할 때는 한복을 입고 오는 것이 권장된다.

 

이번 ’설날 대잔치’는 동포들이 한마음으로 단합해 중국계 문화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Lunar New Year 행사와 구별해 한인사회의 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을 더 많이 알리고 즐기면서 모든 연령대가 함께 어울리는 한국인들의 명절 민속행사로 캐나다 내에 자리매김하는 시작점이 되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인회가 설명했다.

< 문의: 토론토 한인회 416-383-0777, admin@kccatoronto.ca 및 각 참여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