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는 극우 지지층 눈치를 살피며 윤석열 탄핵심판 결과주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의 모습.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이 22일 조기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우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조기대선을 향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엠비엔(MBN) 유튜브에 출연해 “저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니까 저한테 출마 여부를 묻는 건 별로 필요 없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한발 더 나가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층한테 ‘제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는 그 얘기를 해야된다”라며 “우리가 정권을 빼앗겨서 대한민국이 위험해진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저를 지지해 달라”고도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4선 서울시장으로서 꾸준히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은 제 개인 것이 아닌 일종의 공공재”라며 “이런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아예 “차기 대선후보 자격”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 초청으로 8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적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3%)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의 뒤를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7%), 홍 시장(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오 시장(4%) 등 순이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 헌재 반박에 “내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발 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에 나섰다.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절친’ 사이라며 “(문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을 다룰 자격이 있냐”고 운을 떼더니, 헌재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직접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재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의 모친상에 조문했다’며 두 사람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헌재가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고 반박하자 “내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며 발을 뺐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등 사법부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헌재소장 권한대행-야당 대표의 유착’ 가능성을 부추기며 극렬 지지자들의 선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재를 방문했다. 헌재 사무처장 등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부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만남은 불발됐다. 권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의원이면 당연히 만나야 한다”며 “헌재가 면담 자체를 거부한 것은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아니면 말고’식 헌재소장 권한대행-야당 대표 유착 의혹

 

권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을 거듭 제기하며 헌재의 탄핵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문 대행은 이 대표와 절친이고, 누구보다 가깝다”며 “문 대행은 평상시 헌재 관계자들에게 정치 평론을 많이 하고, 정부·여당 비판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행이) 이 대표와 친분에 대해 과시도 많이 하고, 자랑도 많이 했다. 이 대표의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상가 방문한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진행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이 문제에) 명확히 답변해야 헌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헌재는 곧바로 “문 대행은 이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을 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자 “문 대행이 (이 대표와의) 친분 때문에 (이 대표 모친상에) 가봐야 하는데 헌법재판관이어서 못 가서 아쉬워했다는 얘기를 (내가) 잘못 전해들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은 끝내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사법연수원) 18기 고위직 출신에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했다”며 “나머지 부분은 반박이 없으니까 (가까운 사이인 걸) 시인한 거 아니냐. 틀리면 (문상 여부에 대해서만) 반박했겠냐, 정치평론하듯 정부·여당 비판한 것 등도 다 반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폭동 뒤 ‘애국 청년학도들 헌재로 집결하라’는 의견광고

 

당 안에선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헌재에 대한 신뢰도를 흔드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 폭동이 일어났는데, 지도부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극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권 원내대표가 헌재를 찾아가 탄핵심판 공정성에 의문을 던진 이날, 조선일보에는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광 등 8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한면 짜리 의견광고가 게재됐다. 이 의견광고에는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애국 청년학도들’을 향해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영남 재선 의원은 “지금은 당 지도부가 발언에 신중할 때다.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제기해서 지지자를 더 자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가능성 살펴봐야 한다” 목소리 표면화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의원 중에서도 부정선거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 분들이 있고, 저 역시도 선거를 치러보면 ‘이거 이상한 데’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으로 부정선거가 없었단 것을 분명히 밝혀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당 차원에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일축해왔으나, 윤 대통령은 물론 일부 지지층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자 검증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민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방에 연일 부정선거 관련 기사를 공유한다고 한다. 보다 못한 한 중진 의원은 이에 “이 방에선 부정선거와 관련된 논의가 더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을 보면,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간 거 같다”며 “이대로면 대선 필패”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헌재 앞 국힘 ‘시간끌기 전략’…문형배 문제삼더니 “탄핵 남용” 주장

헌재 몰려가 ‘문형배-이재명 친분설’ 언급
“탄핵심판 스스로 기피 신청해야” 압박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10여명이 2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지만, 헌재 쪽은 “협의된 바 없다”며 출입을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친분관계를 의심하며, “사실이면 최소한 탄핵 심판을 기피해야한다”고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장동혁·송석준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이들은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및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분 의혹 등을 추궁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외부 일정과 변론 일정이 있어서 면담이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 출입을 저지당한 권 원내대표는 건물 밖에서 압박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헌재에 면담을 요청했는데 전면 거부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의 입법 독주와 탄핵소추권 남용의 반작용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이뤄졌다고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만큼,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뤄지고 대통령 탄핵소추사건 결론이 나야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고, 헌정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소장대행은 이 대표와 절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 소장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사건 진행 과정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고, 명확히 답변해야만 헌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적 탄핵소추인인 이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 만약 제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소장은 최소한 재판 기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헌재 공격” “판사·민주당 의원 살해” 예고 글 올린 3명 검거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과 유리창 등을 파손한 19일 오후 건설업자가 깨진 창문의 블라인드를 제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판사와 국회의원을 살해하겠다거나 헌법재판소 등을 공격하겠다는 예고 글을 쓴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은 22일 “헌법재판소·법원·국회·경찰 등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 대상 흉악범죄를 예고하는 글·영상 게시 행위는 심각한 범죄”라며 “55건 수사에 착수해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피의자들을 신속히 검거해 엄정 사법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검거된 3명은 각각 △윤석열 대통령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특정해 살인 예고 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살인 예고 글 △헌법재판소·대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공격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향해 살해 위협을 한 이들도 고발됐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중 쇠파이프 등을 들고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며 “죽이자”,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이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보복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 한겨레 임재희 기자 >

 

노상원도 불출석 ... 곽종근-홍장원 등 윤석열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확인

내란 국조특위 첫 청문회

 
 
김성훈 경호차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첫 국회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파괴 행위를 입증하는 증언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주요 증인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은 증언을 거부하거나 핵심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22일 열린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쪽이 곽종근한테 체포·구금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어제 헌재에서 말했다’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지난해) 12월9일 검찰조사에서 그런 내용을 검사한테 얘기하고 자술서를 작성했고, 12월10일 (국회 국방위에서도) 그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도 주요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비상계엄 이후) 저녁 10시53분께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말한 내용)”이라며 거듭 확인해줬다.

 

특위는 이날 여당 위원들의 반대 속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 7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날 오후 2시까지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제외한 6명은 끝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민 전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형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 시작 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증인들이 기립해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할 때도 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2월3일 23시47분, 소방청장에게 (한겨레신문 등 5곳의)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바 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비상계엄 직후 동선이나 경찰 지휘부와의 소통 여부를 묻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문에 총 여덟차례 증언을 거부했다.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차장도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에게 경호처가 비화폰을 지급한 적 있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버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18일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 차장 등에게 총기 사용이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기재한 바 있지만, 김 차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한겨레  기민도 김채운 신민정 기자 >

 

“조 원장님, 국정원 사랑하시잖아요? 넘버2를 이렇게 경질하시면…”

홍장원 1차장, 청문회서 조태용에 작심발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정치 중립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신을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장이 저에 대해 인사권자(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것”이라며 “무고이며 인사제청권의 남용”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종료 직전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제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원장과 관련되고, 국정원의 앞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주시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국정원장께서 (제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한 것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국정원법에도 없고 국정원직원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임의적,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법 제11조2항에 정치활동 관여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데 자신의 발언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이어 “12월6일 있었던 저에 대한 경질은 원천 무효이고 불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장을 고발하거나 행정소청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이 ‘아침 티타임에서 의견을 달라’고 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 걸로 저를 정치관여 금지 위반이라고 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창의적이고 자율적 사고(에 바탕한) 대화를 나눠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이 말한 ‘아이디어’란 그가 비상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조태용 원장에게 “야당 대표에게도 ‘한반도 안보상황을 국정원이 잘 관리하고 있고, 해외 쪽과도 소통하고 국내 사회질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화 한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다. 홍 전 차장의 말은 ‘조 원장이 매일 아침 티타임 때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번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 국정원을 사랑하시잖아요. 우리 국정원을 위해서 ‘넘버2’를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발전을 위해서 (청문회 끝나고) 돌아가시는 길에 (제 말을)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조 원장은 “저한테도 발언 기회를 꼭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전에 조 원장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며 “2차 청문회에 나와서 발언하라”고 한 뒤 청문회를 산회했다.  < 기민도 기자 >

 

 계엄 이튿날 ‘삼청동 안가’ 4인 회동, 이상민이 소집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내란’ 이튿날인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 4명이 모인 ‘삼청동 안가 회동’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소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임의 성격이 불분명한 안가 회동에서 실패한 내란의 후속 대책이 논의됐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를 ‘충암파’ 이 전 장관이 주도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누가 모이자고 했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상민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12월4일 밤 이 전 장관과 박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이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은 드러났지만,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무슨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계엄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계엄 관련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는데 새로운 계엄(2차 계엄)을 생각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 수습책을 논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다 끝났는데 무슨 대처를 하겠나. 우리끼리 무슨 사후 수습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12월3일 밤 한겨레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튿날인 12월4일 삼청동 안가 회동까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12월5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옹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도 거부하고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수사 제대로 안해 놓고...  ‘사생활 침해’ 이유들어

김형두(오른쪽),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의 탄핵 심판 3차 변론준비기일 진행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검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기록을 내라고 했지만 검찰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앞서 국회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탄핵 소추했다.

 

헌재는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탄핵심판 사건 3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청구인인 국회 쪽 대리인단은 김 여사 부실수사 등 탄핵소추 사유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김 여사 등을 조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기록과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의 사건기록을 서울고등검찰청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아달라고 헌재에 지난 8일 재판에서 요청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10일 각 기관에 수사기록 인증등본 송부를 요청했는데 대법원에서만 회신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고 서울고검은 22일 회신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서울고검은 회신 불가 사유에 대해 “해당사건은 불기소 처분으로 항고가 돼서 수사 중인 수사의 서류로서, 공개하면 사건관계인의 명예·사생활·자유를 침해하고, 수사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여사 부실수사 의혹이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임에도 이를 밝힐 자료 요구에 검찰이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변론에서 이 지검장 쪽 대리인은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등 수사특혜 의혹에 대해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펼친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반박했다. 이 지검장 쪽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수사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이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도 방문 조사를 했. 이걸 원칙 위반이라는 건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2012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관련 사건에서 권양숙 여사를 봉하마을 사저에서 조사했다. 당시 권 여사는 정연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의 참고인이었고, 김 여사 사건처럼 부정거래나 뇌물 관련 수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권양숙 여사 사례는 지난해 8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나도 검사 때 전직 대통령 부인을 집까지 찾아가 조사했다”며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은 특혜가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다.

 

도이치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디올백 수수 사건’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수심위를 열어서 의견을 종합했다면, 이 사건은 검창총장에게 지휘권이 없었기 때문에 (수심위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 차원에서도 수심위를 논의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논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세차례에 걸친 변론준비기일을 종결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첫 변론은 다음달 1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