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 압색은 경호처가 막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고자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윤 대통령 3차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됐다. 공수처의 수사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윤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을 채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이날 “대통령실·관저 두 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허가하지 않아 집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2월3~4일 비상계엄 당시 군·경 지휘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 체포 등을 지시할 때 사용한 비화폰의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이 있어야 수색이 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경호처가 막아서면서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번번이 막히고 있다.

 

공수처의 이날 강제구인도 무산됐다.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데리고 오려는 애초 계획 대신 구치소에 조사실을 마련하고 현장 대면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쪽의 거부로 또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피의자에 대하여 강제구인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여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위법한 수사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23일도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출석을 이유로 공수처 조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 대통령 조사는 검찰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공수처는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체포적부심 절차 등을 고려해 오는 28일을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 만료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보다 하루이틀가량 더 빨리 구속기간이 만료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한 만료 이전에 연장을 하기 위해선 늦어도 24일엔 사건을 넘겨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첩 시기를 협의 중이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1차 구속 만료 전에 사건을 넘길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윤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까지 포함해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불러 조사하는 등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참석자 등의 진술을 확보해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본은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조사했다. 이 밖에도 계엄 실행에 동원된 군·경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보강하면서 윤 대통령 직접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 한겨레  곽진산  배지현 기자 >

 

[내란 국조특위]   조종사 제보 내용 공개 "비정상 비행"...                                                                                                 신원식 "북 공격유도 비행 전혀 없었다"

 

2022년 7월 25일 오후 경기도 이천 육군항공사령부에서 열린 대규모 항공작전 훈련에서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가 이륙해 호버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육군 헬기 전력을 총괄하는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아파치 헬기부대가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수차례 '위협 비행'을 했다는 제보와 조종사들의 증언이 공개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군이 '북풍 공작'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된 것인데, 정부와 여당은 "정상적 작전 활동"이라고 부인하거나 "군 명예 실추"라며 반발했다.

"조종사들 '지지율 떨어지니 북풍몰이 한다' 대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내란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혔던 NLL(서해 북방한계선) 도발과 관련한 중요한 제보를 받고 말씀드린다. 북풍 유도로 의심되는 제보가 있었다"라며 증인들을 상대로 이렇게 밝혔다.

추 의원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예하 부대인 1·2항공여단 소속 아파치 항공대대에서 작년 한 해만 무려 7~8회가량 NLL 위협 비행을 했고 북한군 GP(감시초소) 정찰 임무 등을 수행했다고 한다"라며 "첫 번째 근거는 비행 항로가 평상시와 달랐다는 것이고, 두 번째 근거는 평소 비무장 상태로 비행하는 것과 달리 실무장 상태로 비행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비행 항로가 평시와 달랐다는 것과 관련해서 실제 비행한 조종사들은 북한군 기지에서 통상 2~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북한 어선도 훤히 다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실무장 상태로 비행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전시 비축 물자였던 실탄까지 사용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투입된 헬기들이 NLL을 따라 연평도를 거쳐 백령도를 찍고 돌아갔고 백령도에서 북한을 향해 20분 정도 비행을 하고 왔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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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사이버 정찰TF' 폭로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기존의 정보사령부·방첩사령부·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 외에도 '사이버상의 내란 모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추 의원은 당시 조종사들의 증언도 공개했다. "항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지휘관 주관 임무 회의에서 실제 항로를 처음 알았다"라는 증언과 더불어 "주로 낮에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정찰 목적이 아니라 북한이 우리를 목격하길 바랐던 것 같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북풍몰이를 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대화를 조종사들이 자주 나눴다고 추 의원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조종사들이 (임무를) 의심하는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회의감에 젖었다고 한다"라며 "목숨을 걸고 정상적이지 않은 비행을 하다가 피격되거나 추락하면 그걸 빌미로 북풍 공작을 하려고 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추 의원은 "지난 2024년 5~6월경부터 이런 임무가 본격적으로 내려왔다고 한다"라며 "각별히 기밀 유지에 신경을 썼고 내부적으로는 텔레그램으로 정보를 상호 공유했으며 작전계획이나 항로 등은 서면으로 상호 전파하고 즉시 파쇄를 강조했다고 한다. 북풍 유도가 아니라면 그럴 수 있겠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NLL을 따라 비행한 헬기의 위치추적 체계 기록과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모니터링 기록을 조속히 제출해 달라"라며 "수사기관은 위협 비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반발 "익명 제보로 군 명예 실추"

정부와 여당은 추 의원이 공개한 제보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추 의원 질의가 끝나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의 고의적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비행이 있었나"라고 묻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주 의원이 "관련 정보나 첩보를 받은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조태용 국정원장은 "없다"라고 답했다.

주 의원은 추 의원을 향해 "익명 제보로 군 명예를 실추시키면 안 된다"라며 "그 제보 하나만으로 정상적 군 활동을 북한 군사공격 유도로 보는 건 합당한 의혹 제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 실장은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고 북한조차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국가를 지키기 위한 정상 작전 활동을 국회가 문제 삼는 건 지양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말을 그렇게 하면 됩니까"라며 소리치며 반발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대남 위협에 대한 대응 훈련을 한 것인데 이게 무슨 북풍이냐"라며 "이런 식으로 엮으니까 민주당이 자꾸 스텝이 꼬인다. 춤추다가 스텝이 꼬이면 넘어진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 복건우 김도균 기자 >

 

여인형 사령관실 소속 장교들, 요직 발령... '육군대학 교육' 임 의원 아들, 사령관실로

 
박성하 방첩사 기획관리실장(육군 대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유성호
 


12.3 윤석열 내란 사태 후 첫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장교 인사를 '충암파'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재직 당시 사령관실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요직으로 이동했고, 장성 출신이자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근무했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도 사령관실로 발령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방첩사는 최근 기획관리실의 주도로 대위·소령의 내부 보직이동 인사를 진행했다. 기획관리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인 박성하 대령이 맡고 있다.

방첩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 밑에서 일했던 이들을 핵심 부서인 기획관리실, 신원보안실로 배치했다. 여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여 전 사령관 시절 사령관실 지휘관리과에서 근무한 A 소령은 나승민 대령이 실장으로 있는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조사과로 이동했다. 신원보안실은 전군 장군 인사 등을 위한 세평 취합과 군의 부대 전복 감시를 담당하는 요직으로 꼽힌다.

신원보안실 실장인 나 대령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박근혜 정부 계엄 문건 핵심 인물) 비서실 근무 이력 등으로 진급 심사에서 여러 차례 떨어졌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된 인물이다.

또한 여 전 사령관의 전속부관이던 B 대위는 기획관리실 산하 기획총괄과로 배치됐다. 기획관리실은 부대 주요 업무(방첩·보안)와 예산 등을 관리·지원하고 산하에 있는 인사과를 통해 방첩사 내부 인사를 총괄하는 핵심 부서다.

군 출신이자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국조특위 3차 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두 사람뿐만 아니라 육군대학에 재학 중인 임종득 의원의 아들 임아무개 소령도 이번 인사를 통해 사령관실 지휘관리과로 대기발령받았다. 육사 출신인 임 소령은 오는 4월 교육과정을 마칠 예정이다.

육군 소장을 역임한 임 의원은 2022년 8월~2023년 9월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2차장(차관급)으로 재직했다. 해병대 고 채상병 사망사건 직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과의 통화 기록이 나와 수사외압 연루 의혹을 받았다.

이후 임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경북 영주·영양·봉화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현재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아래 내란국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혁 필요한 방첩사, 충암파가 인사 주도 논란

지난 10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국회 등에선 이번 인사를 주도한 박 대령을 비롯해 방첩사 내 충암파로 불리는 이들의 직무 배제를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내란국조특위에서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차관)에게 "방첩사 내 충암파를 조속히 직무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령은 공수처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인사는 당초 '내란 수사 협조를 위해 내부 인사를 연기하겠다'는 방첩사 공식입장과도 배치된다. 이경민 사령관직무대리(소장)은 지난 14일 내란국조특위에 출석해 "검찰 특별수사본부 및 (공수처·경찰이 함께 꾸린) 공조수사본부 수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연말 부대원 인사를 잠정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방첩사 내부에서는 "(충암파로서) 윤석열 정부 실세로 소문난 박 실장(대령)이 인사를 주도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첩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첩사가 내란에 상습 가담하는 부대라는 오명을 쓰고 외부에서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데, 정작 내부에선 소위 여인형 심복들이 되살아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임종득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첩사 내부 인사와 제가 무슨 관계가 있나. 저는 아는 바가 없다"며 "프레임 걸지 마시라"고 말했다. '육군대학 교육생 신분인 아들이 사령관실로 대기발령 받은 것이 특혜라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는 질문에는 "무슨 답을 얻길 원하느냐"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출신 고등학교인 충암고에서 이름을 딴 충암파는 윤석열 정부에서 군과 행정부 요직을 차지한 이들을 지칭한다. 김용현(전 국방부장관·구속기소), 이상민(전 행정안전부 장관·사임), 여인형(전 방첩사령관·구속기소), 박성하(방첩사 기획관리실장) 등이 이번 내란 사태에 가담·연루됐다.     < 오마이 김화빈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2월 9일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 소재 국군방첩사령부(사진)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만에 무더기 구속... 경찰 "피의자, 더 늘어날 수도"... "탄핵 결정 날도 분수령" 우려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변론기일이 열리는 가운데, 헌재앞에서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신의한수' 신혜식 : "여러분 우리가 민노총과 종북 좌파들과 다른 게 뭐겠습니까? 바로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분탕 종자들이 자꾸 폭력을 유도하는데, 걔네들 다 프락치고 민주당 세력인 것 아시죠?"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엄마부대' 주옥순 : "경찰관 아저씨랑 싸우지 마세요. 절대 싸움은 안 됩니다. 비폭력으로 끝까지 가야 합니다." (21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공격한 일부 극우 시위대에 대한 구속수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유튜브 강경 발언 등으로 폭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고 지목된 극우 성향 인사들이 뒤늦게 '비폭력 시위'를 내세우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유튜버 등 폭동 배후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내란죄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한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는 주최자들이 하나같이 서부지법 폭동을 '프락치'의 소행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헌재 인근 대형 집회무대에 오른 유튜버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마이크를 잡고 "자칫 우리가 실질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도덕적으로 우리는 폭망할 수밖에 없다"라며 "누가 (서부지법)문을 부쉈나. 프락치들이지 않나"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극우 유튜버 역시 무대에 올라 "지금 우리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집회 현장에 폭력을 선동하는 몇몇 유튜버들이 기웃대고 있다"라며 "비폭력, 평화적인 집회에 폭력을 선동하는 선동꾼들은 나가라. 프락치들이 기웃대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주옥순씨도 같은 무대에서 "절대 (프락치들에)넘어가선 안 된다. 절대 싸우면 안 된다. 비폭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측도 자신을 추종해온 이아무개 전도사가 서부지법 내부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는 혐의로 전날 경찰에 체포되자 급히 '손절'에 나섰다.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랑제일교회는 주일 예배 참석자가 약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성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라며 "이씨는 사랑제일교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거나 사례비를 받는 분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조직적으로 어떤 사태를 유도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전날인 지난 18일 서부지법 앞 시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서울구치소를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 (윤석열)대통령을 모셔 나와야 된다"고 발언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부지법 폭동' 3일 만에... 내부 난입 46명 중 44명 구속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 출석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를 감싼 윤 대통령 지지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관련사진보기


유명 극우 인사들의 태세 전환은 서부지법 폭동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지난 19일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서부지법 내부로 침입해 시설물을 깨부수고 판사를 쫓으러 다닌 4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3일 만이다.

경찰은 당시 서부지법에 난입한 46명을 현장에서 검거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는데, 이 중에서 2명만 빼고 모두 구속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약한 인원들만 제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이 전도사를 추가로 긴급 체포했는데, 같은 날 피의자 2명이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이로써 19일 새벽 서부지법 내부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피의자는 현재까지 49명이다. 당시 법원 내에 있던 극우 시위대는 총 1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영상 분석 등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헌재 앞 등장한 이미선 재판관 얼굴 피켓… 국민의힘 또 "문형배는 이재명 절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해 변론에 나선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는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을 새겨넣은 팻말을 들고 다녔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서부지법 폭동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은 "예측하긴 어렵지만 탄핵 결정이 내려질 날도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부터 탄핵심판에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헌법재판소 일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헌재 앞에는 4000명 정도의 극우 시위대가 몰렸는데, 신고된 집회 장소인 안국역 5번 출구 쪽에는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100미터쯤 더 가까운 안국역 사거리 쪽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층이 유튜브 생방송을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의 주축 역시 2030대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서부지법 내부에서 검거된 46명 중 무려 26명(56%)이 30대 이하였다.

헌재 앞에선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얼굴 사진을 붙이고 'OUT'이라고 적은 팻말을 건 시위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날은 아예 헌재에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소속된 공익인권법재단의 이사장이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변호인인 김이수 변호사라며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바 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헌재 항의방문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관련사진보기


한 경찰 출신 법조인은 "극우 시위대의 행동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지나친 정치 공세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일 서부지법 폭동 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도 12.3 비상계엄 때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장면과 매우 흡사했다"라며 "국가의 권위가 무너진 시기에는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더 책임 있는 언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일 헌재 앞 시위에서도 정치권의 구호가 그대로 극우 지지자들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양새였다. 극우 시위대는 윤 대통령이 계엄 후 대국민담화에서 했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구호로 외치고, 단체 피켓에 새겨 흔들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선거관리위원회를 언급하며 부정선거를 강변한 것처럼, 극우 시위대는 "선관위 서버 까", "선관위 해체"를 외치고 '부정선거 척결, 제2의 4.19 혁명'이라 적힌 깃발을 띄웠다.

윤 대통령이 '중국'과 '간첩'을 연결 지었던 대로, 극우 시위대는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일부 극우 시위대는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좌파 매체 기자들은 중국인들이고, 친척 중에 중국인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다던데 사실이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며 묻고 또 물었다.  < 오마이 김성욱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극우 시위에서 한 젊은 남성이 '중국인 투표권 박탈하라'는 피켓을 들고 가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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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극우 시위대. ⓒ 김성욱
 

극우 시위대 “국민 저항권” 폭동 합리화…“좌파가 유발” 음모론도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 저항권 해당 안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 이후, 극우세력의 ‘폭동 합리화’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 난동을 ‘1·19 민주화운동’이라며 ‘국민저항권 행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좌파들이 폭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9일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난입·난동 사건’을 ‘1·19 민주화운동’으로 칭하며 “청년들이 국민께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선택한 처절한 몸부림을 단순 폭동으로 규정짓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 저항권은 공권력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이 폭력·비폭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보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거나 더 이상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을 때 행사할 수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상적 사법 체계가 작동하고 있고 구속적부심 등 법에서 정한 방어 수단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음에도 판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법질서를 전복시키자며 난동을 부린 것은 저항권의 개념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 다수 국민도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국민저항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국현대사에서 대표적인 국민저항권 행사 사례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등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 독재정권에 저항한 행위는 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법원을 침탈하려 한 행위와 다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부지법 폭동 사건을 민주화운동과 병치시키는 것은 현재 2030 청년들이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추상화된 역사교과서 상의 사건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을 노려 그간의 민주화운동을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폭동 합리화 이후 극우 세력은 현재 또 다른 음모론 제기에 앞장서고 있다. 극우 세력들이 모인 한 단체대화방에선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출석을 앞두고 “내란으로 선동하기 위해 좌파들이 ‘폭동’을 유발하고 있으니 휘둘리지 말라”, “집회 나와서 폭력 쓰는 인간들은 우파 아니고 간첩이다. 폭력시위 프레임에 당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 헌재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동꾼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경찰이 지난 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하도록 일부러 길을 터줬다거나, 제이티비시(JTBC) 기자가 직접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음모론도 펼쳤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잘못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수용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음모론이나 주장을 정당화하는 ‘인지 부조화’ 현상”이라며 “허위 정보와 음모론을 믿으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음모론 제기는) 향후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등 심각한 문제들을 다층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