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용현 전 장관 증인 나온 탄핵심판서 윤석열·김용현 궤변 ‘수두룩’
국회 측 질문에 말문 막힌 순간 ‘포고령 위헌 알았나’…“尹 특별 언급 없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지켜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헌재변론영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선 12·3 내란사태 책임자 측의 여러 궤변이 쏟아져 나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이 대면한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확인되는 핵심 발언 또한 수두룩했다. 이들이 내란 사태 축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드러난 7가지 장면을 꼽았다.

 

1. “(포고령 수정하지 말고)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뭐,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

 

탄핵심판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면서 처음 던진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밤에 우리 장관(김용현)께서 제 관저에 오신 걸로 기억된다”며 “(포고령이)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구체적이지 않아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라며 기억 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도 그 책임을 김 전 장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스스로 포고령을 직접 확인했으며 위헌임도 인지했음을 되레 실토한 셈이 됐다.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안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선 윤 대통령이 포고령 초안을 법전을 뒤져가며 검토하고 수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헌재 변론영상

 

2. “우리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은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포고령 초안을 작성할 때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까?”

 

계엄 포고령의 위헌성은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위헌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즉답을 피해왔다. 국회 측 대리인이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이 부인하지 못하면서 포고령의 ‘초헌법성’이 재차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일 내란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포고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3. “피청구인도 이 (포고령) 1항 내용을 보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했습니까?”

 

곧바로 국회 측이 던진 질문에 대한 김 전 장관의 답변이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살피고 최종 승인한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포고령은 “국회의 활동”을 비롯해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했다.

 

4.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이 판단하시는 겁니다. 요건에 대한 것은 대통령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김 전 장관에게 “이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한 답변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자, “부정선거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직후 이같이 말했다. 국헌 문란, 의회 제도에 대한 부정이 드러나는 비상계엄 선포의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 아닌 윤 대통령이라고 직접 밝히는 발언이다.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할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왔다고 주장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 국회 측 대리인. 사진=헌재변론영상

 

5.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지고”

 

김용현 전 장관의 이 증언은 별도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는 자백이 됐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최상목 문건’에서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이 예산이 왜 필요했나?”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기재부에다가 긴급재정입법권을 해서, 이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가지고, 그걸 가지고 이런 어떤 해소하지 못한 막혀있는 부분을 해소하자.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아까 말씀했는데 입법권한 실행할 기구 말한 것 같다”라는 이미선 재판관의 질문에 “네”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를 두고 “뻔한 거짓말을 빼더라도 오늘 윤석열과 김용현의 ‘진술’ 자체만으로도 탄핵사유 충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킬 별도의 조직을 언제 어떻게 만들려고 예산까지 편성시키나. 국회가 존재하는데, 별도 입법 기구가 어떻게 작동을 하나”라고 물었다.

▲12월4일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시한 ‘최상목 문건’.

 

6. “제가 뭐 이렇게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장관 발언 직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급하게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비상 입법기구 단어 때문에 굉장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국회를 대신하는 입법기구를 생각하신 건 아니죠”라며 진술 번복을 유도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따라 “기재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기 진술을 번복하는 한편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 입법기구’란 용어 뜻을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 변론에선 이처럼 김 전 장관이 스스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포고령’과 ‘계엄 담화문’ 내용을 부정하는 진술이 반복됐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문건’을 두고 장관끼리의 ‘협조 요청’이라고 축소했으나, 허위 증언일 가능성이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은 3일 계엄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자료”를 넘겨 받았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참고하라”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고 국회와 검찰에 진술했다. 만약 김 전 장관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윤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건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3가지 명령이 ‘지시’ 형태로 들어가 있어, 경제부총리에 단순 ‘협조 요청’을 구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7.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고…”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자신의 기분과 감정기복에 따라 비상계엄을 평소에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로 볼 수 있는 증언이다. 국회 측이 김 전 장관에게 “증인의 검찰 진술을 보면, 초반엔 증인도 피청구인에게 계엄 선포 같은 비상조치는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다. 피청구인 대통령이 비상조치 이런 얘기를 하면 초기엔 증인도 그걸 조금 기다리시라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더라”고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은 “맞다”라며 위처럼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상황이 좀 안 좋고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이러다 보면 또 그런 어떤 말씀이 있을 수도 있는데”라며 “다음 날 되면 또 전혀 어떤 이상 없이 임무 수행을 하시고” 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 듣는 사람은 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겪으면서 대통령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탄핵정국인데도 박빙 지지율 보이는 민주당-국힘... 그 이유 네가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유성호/연합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슷해졌다는 결과를 두고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왜 탄핵 정국인데도 이처럼 여당 지지도가 높은지 묻는 내용인데,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총선 직전으로 돌아간 보수 성향 지지자의 적극성

이번 주 1월 4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0% 대 국민의힘 38%, 지난주 1월 3주에는 더불어민주당 36%-국민의힘 39%로 두 당의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탄핵 정국인데 왜 이렇게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냐면서 혹시 '판이 바뀐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특히 ARS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국민 대표성은 약하지만 고관여자 중심 표층 여론을 보여줄 수도 있는 ARS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특이사항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무선 RDD 응답률이 ARS에서조차 상당히 높아졌다.
② ARS에서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③ ARS에서는 중도 성향자의 보수 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난다.


공통적으로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진보 성향자 대비 매우 강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선관위를 통해 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는 가상번호보다 무선 RDD번호의 응답률이 나쁘지 않다. 아마도 통신사에 가상번호 전환을 거부했던 사용자까지 RDD에서는 응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ARS 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기보다는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강해져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최근 보수 성향자의 비율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2월 5주 보수 성향자는 363명이 응답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3%, 국민의힘은 40%였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은 39%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4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1월 4주 조사에서 보수 성향자는 362명이 응답했다. 총선 직전과 비슷하다. 그럼, '왜 이렇게 보수 성향자가 마치 여론을 좌지우지 하듯 상대적 응답 적극성이 강해진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봐야 한다. 몇 가지 주요한 이유 각각을 살펴보자.

불모지로 변한 제3지대, 보수 대안 정당 부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기각 등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소연


첫째, 지지자 이탈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정당 경쟁 구도를 생각해볼 수가 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외에 국민의당이 있었다. 같은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38석이나 얻은 큰 정당이었다. 교섭단체를 단독으로 구성할 정도였고, 신생 정당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더군다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던 2017년에는 바른정당도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정당에 대한 보수성향자의 지지도가 상당했다는 사실은 생각해볼 지점이다.

정당 지지도 비교(2017년과 2025년 1월)두 번의 탄핵 정국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한국갤럽 조사결과에서 가져와 비교해봤다.한국갤럽


이처럼 대안적 정당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황은 매우 다르다. 지금은 보수 성향자가 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개혁신당 정도인데, 전체 지지도가 높지 않아서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2017년 1월 분산된 보수성향자들의 지지도를 합산한 결과와 비교를 해도 지금 국민의힘 지지도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고, 무당층 규모는 더 적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스캔들과 애국심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유성호


둘째,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성격을 보면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이유는 직권남용 등이었고 이번에는 비상계엄 선포이니 이번이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성 내용을 담은 주장이 언론과 뉴미디어에 많이 쏟아졌다. 심지어 외신에서도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내용을 다룰 정도였다. 이런 이슈에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같은 편이라고 목소리 높일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대선 때 지지했던 유권자의 지지 철회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철저히 이념의 문제가 됐다. 물론 비상계엄을 선포한 측이 제시한 이유가 그렇다는 거다. 근거가 있건 없건 그런 주장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일관되게 '애국' 프레임에 호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대선 시기 지지했던 유권자가 지지를 표명하는 데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졌다. 또한 대통령이 어떻든 간에 보수 성향자 자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애국심에 불타오른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될 게 없으니,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도 덩달아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같이 이념에 호소하는 애국심 프레임은 갈등 상황을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스캔들의 경우 한쪽 진영에서 터진다고 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세력을 탓하거나 공격하기 어렵지만, 이념에 의한 갈등은 다른 진영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보수 성향자들의 적극성이 여론조사 응답에만 그치지 않고 폭력행위로도 이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프레임 설정과 이슈 파이팅, 그리고 민주당의 대응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화된 이유 중 셋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의 구속까지 일련의 상황에서 보수 성향자와 진보 성향자의 관여도가 상반된 방향으로 달라져 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흐름을 훑는다면, 비상계엄 선포→국회의 계엄 해제→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 가결→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철회→윤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의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자들은 긴장감이 풀릴 수 있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보수 성향자들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생각이 달라진다'라고 하는데, 진보 성향자가 화장실을 다녀온 심리상태라면, 보수 성향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간절함이 다르기에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넷째로는 행위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대응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내란 프레임'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커 오히려 하위 프레임 개발과 이슈 파이팅을 진척시키는 데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내란'이라고 하면 사실상 전면전을 연상시키고 절박감이 대단히 고양된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느끼는 다급함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면, 조급함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 다수는 '내란의 종식'과 민생에 미칠 '악영향 최소화'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런 다급함이 정치권으로 오면 정당 간 갈등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관련 우려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갈등 양상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여권은 야권의 민생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처럼 군다'라는 등의 지적을 하고 나섰지만, 정작 눈에 띄는 민생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미래 권력은 중도가 선택

2025년 1월 6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으로 달려간 '찐윤' 의원들의 모습. 김기현 대표 오른쪽 뒤에 김석기 의원이 서있다.김석기 의원 블로그 갈무리


한국갤럽의 이번 1월 4주 조사결과처럼 보수 성향자가 많이 잡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40%의 지지도를 보였다. 심지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1%로 횡보하는 등 강세가 여전하다. 중도 성향자 중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30%이고 2위인 김문수 장관이 4%다. 국민의힘 인물 중 가장 높은 선호도인 11%를 보여준 김문수 장관의 중도 확장력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초고관여 보수 성향자의 주장에 발목 잡힌다면, 정권 말기 일부 '순장조'가 대통령실에 잔류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구성원 모두가 '순장조'가 되려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 언제쯤 과거와 단절하는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몇몇 ARS 조사결과에 지나치게 놀라 여론조사 기관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데, 과연 그럴 일인가 싶다. 그 조사는 그것대로 이해를 하고 대표성이 더 높은 조사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이 더욱 힘써야 할 영역은 '민생 관련 프레임 전술', '당의 포지셔닝 전략' 등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민생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다가올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 오마이 김봉신 기자 >

* 인용 여론조사
한국갤럽이 의뢰처 없이 자체적으로 1월 21~23일 3일간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보수 유권자, 박근혜 땐 보수 지지 여부 고민했다면
이번엔 국정운영 평가 아닌 정치대결 인식 더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밤사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대선 양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초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와이티엔(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9.4%)를 벌인 결과, 이재명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1%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이 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603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6%)한 결과에 견줘 양자 대결 격차가 확연히 좁혀졌다. 이 조사의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37%)-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9%), 이재명(37%)-오세훈(28%), 이재명(38%)-홍준표(28%), 이재명(38%)-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23%) 구도였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여론 흐름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 대선 주자에게 크게 뒤졌던 것과 차이가 크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이사는 이날 한겨레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유권자들이 탄핵 뒤에도 계속 보수를 지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숨김없이 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자 구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양자 구도에서 비슷하게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도 보수 유권자들 다수가 이번 대선을 진영 대결로 뚜렷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집권 세력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아닌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해선 안 되는 정치적 대결장’으로 보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여권 후보들이 백중세를 보인 양자 대결 결과를 두고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가상 대결 결과는 현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보수 진영의 결집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선 긴장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가 지연되면서 극우·보수 진영의 조사 응답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구속 뒤엔 탄력을 받아 결집도가 더 견고해졌다”며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도 서서히 결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비호감층’이 두터운 이 대표의 한계가 갈수록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 덕분에 당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오른쪽 유권자의 결집도가 강한 만큼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서울역 찾은 권영세·권성동에 시민 일부 “이미 끝났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길에 오른 시민 배웅 길에서 12·3 내란사태 이후 싸늘해진 민심을 제대로 확인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즐거운 설 명절 보내라”며 배웅 인사를 건넸다. 서울역은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향하는 경부선이 출발하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명절마다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권 비대위원장 등은 시민들에게 팸플릿을 전달하며 “어려운 민생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국제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함께한 의원들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민을 힘차게, 경제를 힘차게’라는 문구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을 배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민 일부는 “이미 끝났다” “부끄러운 줄 알라. 당신이 국회의원이냐”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상인은 “나라가 이렇게 힘든데 왜 남의 가게 앞에서 이러느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민은 “대통령이나 지키지 여기와서 뭐하느냐. 대통령이나 지키라”며 “민주당보다 더 나쁜 놈들”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서울역에선 해병대예비역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 10여명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란세력 몰아내야 한다” “폭동 옹호세력 해체하라” “내란 빨갱이”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예비역으로 보이는 한 시민은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을 죽이려 했다. 대한민국을 엎고 시민들을 억압하려 했다. 폭동을 일으켰다”고 외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XXXX들”이라고 혼잣말 하는 듯한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 등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장은 한겨레에 “역사 안에 다른 시민들도 많은데 진보 당원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시끄럽다’고 이야기 한 것이지 욕설을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소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귀성 인사를 시작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서울역을 떠났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국힘은 서울역, 민주는 고속터미널…설 연휴 ‘민심 잡기’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왼쪽 사진), 국민의힘은 서울역을 찾아 각각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연합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24일 여야 지도부가 시민들에게 귀성 인사를 하기 위해 각각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을 찾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만났다. 권 비대위원장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제를 힘차게 국민을 힘나게’ 등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한 채 당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준 뒤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서울역 쪽방촌 ‘온기창고’와 ‘동행식당’을 찾았다. 20여분 동안 명절 인사가 끝난 뒤 시위대가 권 원내대표에게 달려들어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대가 “(국민의힘이) 시민들을 억압하려 했다.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 내란수괴다”라며 난동을 피우자 경찰이 제지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호남선과 경부선 탑승 대합실에서 설 귀성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 '희망 가득한 새해' 등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한 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김민석·김병주·한준호·주철현·송순호 최고위원, 임호선 수석사무부총장, 황명선·박지혜 사무부총장, 이용우 법률위원장, 김성회 대변인,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 등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명절 때마다 호남선이 다니는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신소영 기자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등이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둘째부터)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설 귀성 인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한 시민과 셀카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 핵심 주제 집중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첫 증인신청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국회의 군 병력 투입·국가비상입법기구 등 위법 사유가 되는 핵심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지난 23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4차 변론에는 내란죄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궤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는데, 마치 정해진 답변을 요구하듯 질문하고 김 전 장관은 호응하는 식이었다.

 

불필요하고 반복된 주장들 속에서 재판부는 비상계엄 요건의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졌는지에 집중했다.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당시 국무위원 11명이 대접견실에 모였을 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시행 일시와 지역, 계엄 사령관 등을 이야기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이 “개별적으로 국무위원에게 나눠주고 의안으로 알려줬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했느냐”고 거듭 물었다. 김 전 장관은 “11명이 모였을 때 말씀하시는 건 못 들었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파고들었다. 군 병력을 입법권이 있는 국회에 투입하고 계엄선포 해제를 저지하려고 한 행위는 명백한 위헌·위법으로 핵심적인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 정 재판관은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 건물 내부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애초에 본청 건물 안에 군 병력이 왜 들어가느냐. 내부에는 의원과 (국회) 관계자가 있었고 시민들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굳이 군 병력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그저 “내부에 불필요한 인원들을 빼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체포 명단으로 알려진 정치인·법조인 등이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로 “동정을 살피라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증언의 모순도 지적됐다. 정 재판관은 “포고령 위반 개연성이 높은 사람을 추려서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는데, 그 말이 왜 체포가(체포하라는 지시가) 되나.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도 재판부의 주요 관심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입법기구 문건에 대해 “극도로 정치적 차원으로 이해한다면 계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은 아닌 거 같다” “예산의 틀 안에서 한다는 취지로밖에 보지 않을 수 없는 거 아닌가, 저도 문건을 보면서 갖게 되는 생각”이라며 마치 처음 보듯이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형두 재판관은 “기재부 장관에게 준 내용하고 (국회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항을 종합해서 보면,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겠다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핵 재판 시작 이후 헌재는 일괄 기일 지정과 핵심 증인을 간추리며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쪽이 신청한 증인 30여명 중 4명만 채택한 상태에서 헌재는 2월 4·6·11·13일 등 8차 변론기일까지 일정을 잡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차후 재판 진행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증인신문과 윤 대통령 발언 등에서 시간 제한을 엄격하게 하는 등, 헌재 재판관들이 부당한 소송 절차 지연이나 궤변에 휘둘리지 않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장외의 여론몰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명료하고 신속한 탄핵심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김지은 기자  >

 

도리도리, 끼어들기, 가르마…윤석열 ‘헌재 6시간’ 주요 장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과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두 번의 탄핵 재판에 출석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이후 탄핵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모양새다. 헌재에 두차례 출석해 6시간 동안 피청구인으로 탄핵 재판에 임한 윤 대통령의 주요 장면 5가지를 정리했다.

 

① “영상에 대해서, 짧게 한 말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상으로…”라며 재판을 끝내려 하자 급히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국회 쪽이 재생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짧게 한마디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 진입하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나,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도”라며 “계엄해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그것을 막았다고 하면 그것은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이 있었던 지난 23일에도 그는 김 전 장관의 답변이 답답한 듯 부연 설명을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계엄 선포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증거 수집이 아니라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후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계엄 선포 이유를 장관에게 물었는데,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지 야당 권고는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봉쇄 의혹과 관련해서도 증인신문 말미에 윤 대통령은 “(의원들) 190명이나 빠른 시일 내에 들어갔다”며 “계엄 선포가 11시인데 (새벽) 1시에 벌써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그 사실만 보더라도 통제하고 막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2:8 가르마 손질에 단정한 정장

 

헌재 대심판정에 나타난 윤 대통령은 수트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였다. 직무정지 이전의 모습처럼 머리도 정돈된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체 일반 수용자 중에 어느 누가 재판 출석 전에 머리를 손질받는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하며 “특혜성 황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를 승인한 인물은 누구인가. 메이크업 의혹은 사실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법무부는 “출석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 측에 대통령으로서의 의전과 예우, 헌법재판의 중요성 및 관심도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및 이전 교정시설 내 선거방송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어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기 공간 내에서 간단한 모발 정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심판정 피소추인석 앞줄에 앉아 자료를 보거나 옆에 앉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영상이 나오면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손을 모으고 재판관과 국회 쪽 대리인단을 돌아보다가, 직접 발언을 할 때는 큰 제스처를 해가며 내용을 설명했다. 변론이 계속 이어지자 입이 마르는 듯 입을 오물거리거나 몇 초간 눈을 감기도 했다.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며 두리번거리는 윤 대통령 특유의 자세는 변론 내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③ 변호사 팔 '툭툭'... 숫자 ‘3’ 사인

 

윤 대통령 쪽은 지난 21일 변론 때부터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도태우 변호사가 ‘선거인명부시스템 해킹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각종 증거들을 띄워놓고 발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주장과 비슷했다.

 

도 변호사의 발표에 집중하던 윤 대통령은 손으로 도 변호사의 팔을 툭툭 치면서 숫자 ‘3’을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도 변호사는 ‘국정원이 2024년 10월에 선관위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는데, 2024년이 아닌 2023년이라는 정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에 있어서 도 변호사보다 더 정통해 보였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 정당화를 위해 사후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많이 있었다”며 “선거가 부정이라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체크하려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④ “기억나시죠?” “들으니까 기억난다”

 

윤 대통령은 ‘내란 메이트’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포고령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냥 놔둡시다라는 말씀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평소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것을 느꼈다”라며 호응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관련 법률을 공부했다. 계엄 요건도 다 찾아보고 사전에 학습했던 것 같다”는 김 전 장관의 검찰 진술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부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말 맞추기’였다. 이어 “전공의는 왜 집어넣었냐 웃으며 얘기하니, ‘이것도 계고 측면에서 뒀습니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놔뒀는데 기억하시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납니다”라고 답변했다.

 

⑤ 위헌적 계엄 자인한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드러난 위헌·위법 행위를 결과론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궤변과 모순을 피하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저나 우리 장관, 군 지휘관이나 영관급 장교들이 다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따르지 않을 것이란 걸 저희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 전제 하에서 비상계엄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관련 병력 출동 지시가 ‘반민주적’이고 ‘부당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었다. 김용현 장관에게 포고령과 관련해 직접 질의하면서는 “포고령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도 않지만 ‘그냥 놔둡시다’하고 놔둔 것”이라고도 했다. 포고령이 ‘상위 법규’, 즉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 장현은 기자 >

 

윤석열 머리는 디자이너 작품? 경호처 작품? “누가 했든 부적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직무가 정지되고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에게라도 헤어스타일링을 받는다면 부적절하고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1일과 23일 두 차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전 머리 손질을 받았다.

 

박 의원은 24일 한겨레에 “대통령과 부인의 헤어디자이너는 대통령실 소속인데 직무 정지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일 경호처 소속 직원이 관리했다면 대통령 경호 범위에 헤어스타일링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헤어디자이너를 데려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접견 금지된 상태에서 외부인의 접촉이 있었다면 심각한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윤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는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에서 누가 머리 손질을 했는지 물어보려 해도 파악이 잘 안 된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의 ‘머리 손질’이 논란이 되자, 23일 설명자료를 내어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기 전 대통령실에서 서울구치소에 대통령 의전과 예우, 헌법 재판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며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가 협의한 대기 공간 내에서 교도관의 입회 하에 간단한 모발정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구치소 측에서 협조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같은날 법무부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이전 교정시설 내에서 선거방송을 촬영 시 후보자 분장 등에 협조한 사례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받은 모발 정리 등은)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나무당은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송 대표의 선거방송은) 소형 카메라로 촬영됐고 프롬프터도 없었다. 촬영장비도 제대로 반입이 안 돼 머리 손질은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받은 것은 송 대표의 사례와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법무부 관계자의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고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 한겨레 이정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