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기획재정부에 최근 제출한 ‘정상화 이행계획’에서 정부의 재정지원과 물 요금 현실화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과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 과정에 들어간 빚이 너무 많아 자구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려우니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주든지 물 요금 인상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환경파괴 논란과 국민적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다 빚의 수렁에 빠진 수공이 마침내 국민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수공이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강행한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떠맡은 뒤부터다. 수공은 4대강 사업비 8조원과 경인아라뱃길 사업비 약 2조원을 대부분 금융부채로 조달했다. 이에 따라 두 사업 시작 전인 2008년에 2조원가량이던 수공의 부채는 지난해 말 약 14조원으로 7배나 껑충 뛰었다. 수공의 매출과 이익 규모로 볼 때 14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스스로 감당할 없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2011년 이후에는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부채의 경우 이자를 대신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 또한 물류와 관광 수요가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쳐 부채 누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빚으로 빚을 메워야 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게 뻔하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된 공기업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안긴다. 해당 공기업을 파산시킬 수는 없는 현실 때문에 국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수공은 국민 부담을 요구하기 전에 부채가 급증하게 된 배경과 원인부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당국자는 물론 수공의 전·현직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정상의 원인을 제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공기업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게 집권 첫해는 임기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지난 1년은 실망스런 한 해였다. 지난 1년 동안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향후 4년을 제대로 준비했는지도 의문이다.
<한겨레>가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한 이른바 ‘개국공신’ 30명에게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를 물었더니 13명이 인사 분야의 잘못을 꼽았고, 소통 부족을 지적한 이도 10명에 달했다. 이어 8명이 잘못한 분야로 경제를 꼽았다. 가장 잘된 분야로는 30명 중 21명이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꼽았다. 이어 6명이 ‘비정상의 정상화’ 슬로건을 통한 개혁작업을 들었다.
 
집권세력 내부의 평가는 일반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나홀로 인사’ ‘불통 정부’로 요약되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가 “경제, 복지와 달리 국민통합은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되는데 요즘엔 선거 때 표를 의식해 말로만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쉽게 말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국민통합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유력지 <마이니치신문>은 박 대통령의 ‘제왕정치’가 사회를 이분했다고 평했다.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들은 집권 2년차의 최대 과제로 민생과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30명 중 21명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현 정부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답했다. 국민대통합(8명)이 그 뒤를 이었다.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것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고유 업무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책을 세우고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또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역시 필수적이다.
 
2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다. 좀더 국민과 소통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아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와 민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해 남북이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상당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통합형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것은 구체적 성과보다는 노년층과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가지고 합리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동안 그에게 비판적이었던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국민통합에 매진해주기 바란다.


[칼럼] 박 정권 성공할 수 있다

● 칼럼 2014. 3. 4. 13:32 Posted by SisaHan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이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모든 것’을 바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했다.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을까? 있다. 실패하지 않으면 된다. 말장난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1987년 이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점차 접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아서 팔자 고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체득해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의 몇 가지 잘못을 고칠 수 있다면 남은 임기 4년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자신이 절대권한을 가진 통치자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안철수 의원을 돕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윤여준의 진심>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소통은 원형체험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자신이 보고 배운 대로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니 속으로 당혹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정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2월20일 경제 활성화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살펴보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실히 바꿔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해야”, “개혁에 저항하는 움직임에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야”, “국민들께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 “엄정한 집행과 제재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하루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지시하는 절대자의 어법이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규정자의 언어는 박정희 시대의 유물이다. 그 시대에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무조건 따랐다. 없애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기라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대통령은 통치자가 아니라 조율사나 조정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권력을 나눠야 한다. 권력은 쥘수록 작아지고 나눌수록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의 특종이 사라졌다. 청와대, 행정부, 새누리당 어디에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권력에서 나온다.
권력 분산의 요체는 집권여당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세력은 새누리당밖에 없다. 청와대와 행정부에 정치인들을 대거 기용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야망과 명예욕을 국정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인사권을 독점하지 말고 넘겨야 한다. 청와대 인사권을 비서실장에게, 행정부 공직 인사권을 장관들에게 넘겨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옆에는 ‘경제 민주화 김종인’, ‘반부패 안대희’, ‘세대통합 이준석’, ‘4대강 반대 이상돈’, ‘지역통합 한광옥’ 등 상징적 인물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자 차례차례 어디론가 사라졌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를 친 셈이다. 이들의 상징성만 표로 빼먹고 사람은 버렸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순수하게 애국심과 충성심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척하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일 뿐이다.
셋째,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은 말 그대로 국정 동반자다. 국회법은 야당의 협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야당 요구대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통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란 어차피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 1년 동안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개인의 진정성과 열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힘을 모아 함께 가야 한다. 무려 4년의 임기가 남았다. 깊은 성찰과 변화를 기대한다.

< 성한용 - 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

 

한국게임 ‘대탈출’

● 토픽 2014. 3. 4. 13:26 Posted by SisaHan

“안현수 사태, 체육계 뿐만이 아니다”

‘왕국’옛말‥ 개발환경 열악·각종 규제 늘어
본사 외국이전·매각, 각국 지원유혹 ‘탈한국’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를 놓고, 체육계가 비판을 받고 있다. 빙상계의 고질적 부조리에 밀려 결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체육계뿐만이 아니다. 콘텐츠 수출 1등 공신인 한국의 게임사들도 ‘안현수의 고민’에 빠져 있다. 열악한 개발환경과 갈수록 심해지는 게임 규제 때문이다.
심야에 청소년들의 게임시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에 이어, 지난해 게임을 알코올•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에 포함시켜 관리하자는 ‘게임 중독법’이 발의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게임 사업을 펼쳤던 블리자드도 “한국은 게임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외국행의 대표 사례가 대형 게임사 넥슨이다. 이 회사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본사를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자회사 개념인 넥슨코리아가 한국 서비스를 맡고, 도쿄에 상장한 일본 법인이 그룹 전체의 사업을 총괄하는 구조다. 넥슨 김정주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훨씬 안정적이고 큰 시장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치고 싶어서 일본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거대 외국기업에 회사를 넘긴 경우도 많다. ‘라그나로크’로 한류게임 1세대를 이끌었던 그라비티는 일본 게임사 겅호로 넘어갔다. 중국의 샨다는 한국 게임사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했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도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 게임사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소외받은 작은 게임사들을 발굴해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한다.
 
한국 게임사가 중국의 자본을 받고 중국 게임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무명 게임사 엔에스이엔터테인먼트는 텐센트의 지원을 받아 액션게임 ‘수라온라인’을 만들었다. 이 게임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공개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 대표는 “중국에 먼저 진출했지만, 한국에도 서비스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한국 게임을 사서 자국에 서비스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게임사를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한국 게임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한국 게임사들이 독일에 와서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영국은 자국에 들어온 한국 게임사들에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영국도 게임을 주력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여기고, 관련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에 안현수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 이덕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