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내란 사태 수사하면 안 되는 또다른 이유

"무효로 증거 수집하면 재판서 증거 능력 인정 안돼"

"수사한다고 해놓고 1년 뒤 갑자기 무죄 나올 수 도"
"10% 메이저 변호사와 검사만 장난칠 수 있는 꼼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대통령실 제공] 연합
 

12·3 쿠데타(군사반란) 내란죄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의해 구속된 가운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의 수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권한 없는 검찰이 재판에 넘길 경우 공소기각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증거가 무효라는 이유로 향후 무죄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인 김경호 변호사는 11일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죄의 수사 주체, 수사관할권은 경찰에 있다. 검찰은 아예 수사 관할권이 없다"며, 검찰이 수사할 경우 공소기각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도 행정기관이다. 기본적으로 행정절차법에 따라야 한다"며 "행정기관이 권한을 행사할 때는 ▲주체의 권한이 있느냐 ▲어떤 내용이냐▲어떤 절차로 하느냐 ▲어떤 형식으로 하느냐 등 4가지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데, 수사관할권이 없으면, 권한이 없는 것이고, 권한 없는 자의 처분은 무효"라고 부연했다.

그는 "무효에 터잡아서 증거를 수집하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것이고, 형사소송법 308조의 2에 위법하게 수집하는 증거는 배제한다고 돼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이) 열심히 국민들한테 내란죄라고 (언론에) 흘려놓고, 막상 재판에 들어가서는 증거가 모두 위법해 몽땅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는 언론 플레이를 할 수 없으니 형사소송법에 따라 자백해도 부인해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줄 수 있다 (…) 국민들은 1년 후에 '이게 왜 무죄야?'하고 지나가고"라면서 "이건 고도의 테크닉이다. 변호사 중에서도 10% 안에 드는 3대 로펌 메이저 변호사와 검사 중 메이저 검사들이 장난칠 수 있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행정 처분의 주체가 권한이 없다면 그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서 '당연 무효'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통상의 법원은 무효로 볼 수 있는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지 등을 따져 그 여부를 판단한다. 실제 대법원은 권한 없는 자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대법원 96누4374 판결 등)로 판단한 바 있다.

만약 수사 관할권 없는 검찰의 내란죄 수사에 있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할 경우, 영장청구 등 적법한 권한에 의한 행위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뤄진 압수, 체포, 피의자 신문 등 검찰의 모든 행위가 '권한 없는 자의 처분'에 해당돼, 재판부가 위법 수집 증거로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물론 사건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전관'인 대검 중수부장 출신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언급되고,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특수본부장을 비롯해 수사 지휘부 대부분이 내란 피의자인 윤 대통령과 그에 동조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직계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김 변호사의 경고대로 "3대 로펌 변호사와 메이저 검사들이 장난칠 수 있는 꼼수"를 위한 고도의 수사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 전 장관이 경찰과 공수처를 제외하고 굳이 검찰에 자진출두해서 구속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한 점 등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도 이같은 '시간끌기' '사건뭉개기' '무효 만들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검찰과 흐름을 맞춰 나올 수 있는 만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적법한 권한이 있는 경찰이 수사를 하거나, 대규모의 일반특검을 꾸려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당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을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신변 확보는 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또다시 검찰이 경찰 수사를 '가로채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국수본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의 집무실, 공관, 자택 등 세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했지만, 검찰 특수본이 같은 날 김 전 장관을 불러 긴급체포하면서 사실상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확보하지 못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7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검·지검, 청주지검, 광주고검·지검, 전주지검, 제주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4.10.17. 연합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한 없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어제 김용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내란죄 주범이 구속돼서 시원해 보일 수 있지만 매우 잘못됐다"며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 직권남용죄로 수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검찰은 위법한 시행령을 갖고 직권남용죄로 집어넣어서 수사하고 있다. 법원이 그것을 바로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며 "법원이 지금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구속영장을 발부해버리면 나중에 1~2년 뒤 재판에서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았을 때 무죄 선고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의원님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법원에서도) 문제 의식이 있다. 엊그제도 이 자리(법사위)에서 강하게 개진한 바 있다"며 "경청하면서 제대로 재판할 것이라 믿는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 한겨레 김성진 기자 >

"의료개혁 원천무효"…의대 모집 긴급 중지 요구

 
의대교수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보루…'어용' 시도 멈춰야"= 최창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의학 교육 평가·인증에 관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항의 집회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학 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평원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10.21 
 

 의과대학 교수들이 교육부·보건복지부에 장관 퇴진과 의대 모집 정지를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1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이주호, 복지부 조규홍은 내란 수괴의 하수인임을 참회하고 장관직에서 즉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물러나기 전에 의대생과 전공의를 겁박했던 것을 참회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의료 개혁을 빙자해 벌여 놓은 의대 증원과 '의료 개악'은 원천무효"라며 "의대 모집 절차도 모두 긴급 중지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물러나기 전에 신입 선발 권한은 각 대학에 있음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또 "(의대 증원 전인) 지난해 4월 발표된 모집요강이 합법적 정원이며, 재량으로 실질적인 감원 선발을 하라고 대학에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대 모집을 중지하고 각 대학의 총장, 학장, 의대 교수 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의대교육정상화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 연합  권지현 기자 >

시상식·만찬 5시간 넘는 축제…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서 열려

사회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 한국어로 말해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
 

작가 한강이 아시아의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10일(현지시각)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이은 특별 연회에서 “필연적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일”이라며 “이 문학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노벨의 날’로도 불리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은 단정한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푸른 카펫이 깔린 무대에 올랐다. 11명의 수상자들은 스웨덴 왕족의 맞은편 빨간 의자에 앉았다. 8번째 자리에 앉은 한강은 유일한 여성 수상자이기도 했다. 그는 노란빛 영문으로 ‘노벨상’이라 적힌 무대 중앙에 서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줄곧 큰 표정 변화가 없던 그는 상을 건네받은 뒤 메달이 담긴 상자가 갑작스레 ‘쿵’ 하고 닫히자 국왕을 바라보곤 활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1560여명의 청중들은 환호와 함께 그의 모습을 찍으며 함께 축하했다.

10일(현지시각) 작가 한강이 수여받은 노벨증서. 사진 노벨재단 제공
 

한강이 받은 푸른빛 증서 왼쪽면엔 이 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 일부이기도 한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만든 사람”이란 문장이 스웨덴어로 적혀 있었다. 그가 상을 받은 뒤엔 영국의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가 연주됐다. 시상식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차분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는 수상자들의 수상 이후 연주곡이 흘러나올 때면 오케스트라 객석을 올려다봤다.

한강의 수상 소감은 시상식을 마친 뒤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된 저녁 특별 연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와 반대되는 것”이라며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을 만나고, 나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긴급한 질문들을 그 실에 맡겨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일을 해 왔다”고 전했다. 31년여간 글을 쓰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온 그가 문학의 의미에 대해 밝힌 순간이기도 했다. 한강의 소감 발표에 앞서 사회를 본 스웨덴 대학생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며 예상치 못한 한국말로 그를 소개해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들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
 

노벨재단의 연회는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큰 행사다. 이날은 1250여명의 귀빈이 저녁 7시부터 4시간 넘게 이어지는 만찬에 참여했다. 한강은 스웨덴 마들렌 공주의 남편인 크리스토퍼 오닐의 에스코트를 받아 만찬장에 입장했고, 그와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국회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과 함께 중앙에 마련된 탁자에 앉았다. 칼 구스타브 국왕이 노벨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축배사로 만찬의 시작을 알린 뒤엔 식사와 함께 무용과 노래, 연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만찬을 생중계한 스웨덴 공영방송 에스브이티는 만찬장 한 쪽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한 한강의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카메라로 한강의 모습을 담았다.

한편,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교민 등 100여명이 시상식 전 콘서트홀 바깥에서 응원을 전했다. 전라남도 장흥군 김성 군수를 비롯한 도민들과 스웨덴 한인회 교민들 및 모교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한강을 외치기도 했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한강, 노벨상 시상식 섰다…“글 속의 인물들 결코 잊힐 수 없어”

노벨재단 “역사적 트라우마 속 인간의 나약함 탐구한 작품”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스톡홀름/연합
 

작가 한강을 비롯한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이날 현지 기준 오후 4시(한국 시간 10일 자정)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노벨재단 이사회의 아스트리드 쇠데르베리 비딩 의장의 축하 연설로 시작됐다. 노벨상 수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아시아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한강은 이날 처음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카펫을 밟고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비딩 의장은 연설에서 “올해의 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며 “(한강의 작품은) 변화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나락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보여주고, 인간 존재의 비극적 조건을 조명한다”며 수상의 의의를 설명했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중 한 명으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엘렌 맛손은 한강을 위한 시상 연설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힘은 무엇인지 말했다. 맛손은 “한강의 글에선 흰색과 빨간색이 공존한다”며 “흰색은 (책의) 화자와 세계를 보호하는 커튼을 드리우는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빨강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과 피, 칼에 베인 상처 또한 상징한다”고 했다.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인 부드러움을 가졌지만, 이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입장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
 

맛손은 특히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와 2014년작 ‘소년이 온다’의 일부를 언급하며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한강의 글에서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이며, 계속해서 움직인다. 잊는 것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잔혹한 학살의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을 강조한다. 맛손은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한 걸음 내딛거나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도 갖고 있다. 빛이 사라져도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 위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아무것도 그대로 지나가거나, 끝나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노벨재단은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제도와 국가 성장의 관계를 규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미 시카고대)에 대해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독재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수상 의미가)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역사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훼손한 경우는 아주 많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연합
 

노벨재단은 핵 위협이 커지는 세계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특히 약 80년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쳐 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를 소개하며 비딩 의장은 “오늘날 핵무기 보유국들이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핵무기의 위협이 다시금 대두되는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은 실존적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했다. 또 올해 노벨물리학과 화학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도록 보장해 인류를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2024년 마이나우 선언에 서명한 소식도 전했다.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위협, 민주주의의 위기가 목격되는 세계를 향해 비딩 의장은 “과학과 문학, 평화는 오늘날의 위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우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맹목적인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우리 손에 달렸다”고 했다.  <  스톡홀름 한겨레 장예지 특파원 >

유인촌, ‘내란 책임 물으면 일상 위험’ 발언 논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당부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2·3 내란사태에 대한 사죄 없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관들을 탄핵하려는 야당에만 “자제”를 호소하자 ‘내란 범죄를 두둔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가장 먼저 누리꾼들은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데 가담한 이들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되레 ‘국민 일상에 위험이 된다’는 유 장관의 황당한 논리를 비판했다. 유 장관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며 “사임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포함해 치안과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과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들이다. 또 비상계엄 해제 당일 대통령 안전가옥에 모인 인물들로, 내란 공모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12·3 내란사태 당시 경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들 모두를 내란죄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이며, 조 청장은 11일 새벽 긴급 체포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내란 공범이 그 자리에 있는 게 더 위험하다”, “내란 범죄를 저지른 장관, 청장 없다고 돌아가지 않는 정부기관이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느냐”,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보다 안전하다”며 유 장관의 호소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은 내란 공범이고 피의자가 될 건데 (유 장관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연배우 빠지면 망하는 연극이나 영화 같은 줄 아는 거 아니냐”며 비꼬는 반응도 나왔다. 유 전 장관은 드라마 ‘전원일기’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도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10일 호소문이 내란 사태 이후 정부 대변인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임에도, 위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유인촌의 입에서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라는 말이 나오면 진정성을 믿겠다”며 “그 말을 쏙 빼고 내란을 주도한 장관들의 직무를 정지하니까 (그제야) 호소한다고 한다. 그게 할 말이냐”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내각이 힘을 합쳐 쿠데타를 방조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국정 정상화를 운운하냐”고 꼬집었다.

한편, 유 장관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심의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에 따라 계엄령 해제를 위해 열린 4일 새벽 국무회의엔 참석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