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족수 7명 채워 정당성 논란 차단
최상목 ‘선택적 임명’에 법조계 비판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면서 ‘내란죄 피의자’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헌재는 지난 10월 ‘심리정족수 7인 조항’의 한시적 효력중지를 통해 ‘6인 체제’로 심리를 진행해왔지만 ‘6인 체제로 탄핵심판 선고까지 가능하냐’를 놓고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계속 진행해왔다. 대통령 탄핵 같은 중요한 사건을 ‘한시적 효력 정지’ 근거로 6명이 결정하는 것은 ‘신뢰성과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부담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헌재는 안정감 있게 심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심리정족수 7인을 지킬 수 있는데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역시 박한철 당시 헌재 소장의 퇴임으로 8명이 결정한 전례가 있어 정당성 논란도 일축할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으로 임명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더불어민주당 추천)과 조한창 변호사(국민의힘 추천)는 각각 진보와 보수로 분류된다. 두 사람의 합류로 헌재 구도는 진보 2명, 중도·보수 3명, 보수 1명 구도에서 진보 3명(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보수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재편됐다.

윤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은 이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처럼 주요 사건에서 정치적 이념 등 재판관 성향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재판관 구성은 진보 2명, 중도·보수 1명, 보수 5명으로 분류됐지만, 전원 일치로 파면이 결정됐다.

최 권한대행 부총리의 재판관 2명 임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법조계에선 선택적 임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추천 재판관 임명은)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부분이고, 대통령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합의제 기관인 국회가 결정해 대통령에게 통보했을 때는 대통령이 헌법 조항에 따라 임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선별적으로 임명할 권한은 없다. 일부 헌법재판관만 임명한 것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위헌적인 행위라는 비판을 피해 탄핵소추를 모면하려는 기괴하고 비겁한 행태에 불과하다”며 선별 임명을 비판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방식의 ‘임명권 불행사’는 행정 부작위로, 청구인의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지난 28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사건이 청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국회에서의 정쟁으로 사실상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 오연서  김지은 기자 >

 

 대통령실장·수석, 최상목에 일괄 사의...헌법재판관 임명 항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4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뒤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아침 “대통령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의 실장, 외교안보특보 및 수석비서관 전원은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대행이 이날 아침 8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함께 했는데, 참배가 끝나고 1시간여 뒤에 이러한 입장을 언론에 알렸다.

현재 대통령실 참모진은 윤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최 대행을 보좌하는 업무를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사의를 다시 밝힌 것에 대해 추가적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전날 최 대행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는데 이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최 대행의 결정에 대해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박근혜 청와대 참모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직후인 2017년 3월13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 등 수석 비서관 9명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황 대행은 허원제 수석의 사표를 4월에 수리했지만 나머지 인사들의 사표는 바로 수리 하지 않았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유가족들에 인도되어 장례식장 안치 등 장례 절차 시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1일 모두 확인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사고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라며 관계 부처에 엄정한 조사를 주문했다.

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밤사이 희생자 179분들에 대한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되었고, 유가족분들께 인도되어 장례식장에 안치를 완료하는 등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은 희생자분들을 유가족들께 인도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유가족분들이 느끼시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서는 유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 절차를 진행해 주시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최 대행은 “우리 측 조사관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제작사 등이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항공기, 기체 등의 정밀 조사와 블랙박스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이다”며 국토교통부 등에 엄정한 조사를 주문했다. 최 대행은 “사고 조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사의 전문성에 더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사고 조사 관계 법령과 국제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 절차를 진행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편 최 대행은 “개인 휴가를 활용해 현장에 와 계시는 유가족분들에 대해서는 고용부 등 관계 기관에서 필요한 경우 유가족들에게 별도의 휴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권고하는 등 부담 경감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중대본 회의에서 “공항에 체류 중인 유가족이 생업에 지장받지 않도록 법정 휴가·휴직을 적극 활용하도록 사업장에 안내하고, 법정 휴가·휴직 외 특별 병·휴가 및 휴직을 부여하도록 사업장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국방부 "보직해임심의위원회 구성 절차 진행 중"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군이 '12·3 비상계엄'에 관여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두 사령관의 보직해임을 심의할 보직해임심의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라며 "위원 구성과 위원회 운영 계획 수립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조만간 보직해임심의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이들에 대한 보직해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대 소속에 따라 여 사령관 보직해임심의위원회는 국방부에, 이 사령관은 육군본부에 설치될 전망이다.

다만 보직해임심의에는 당사자 소명 절차가 필요해 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열흘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6일 두 사령관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했지만, 보직해임 여부는 공식 수사를 통해 비위 혐의가 확인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미뤄왔다.

군 관계자는 "그간 관련 절차를 검토해왔고, 기소를 통해 보직해임의 명확한 사유가 발생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인사법은 비위 행위로 수사나 조사를 받으며 중대한 비위 행위로 정상적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보직해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연합 김철선 기자 >

 

 

뉴욕남부연방지검 작년 권씨 형사기소…뱅크먼-프리드는 1심서 징역 25년

미증권당국, 권씨상대 민사소송 이미 승소…권씨 6조5천억원 벌금납부 합의

 

                                    미국 송환 결정된 권도형씨(2024년 3월) [로이터 연합]
 

 31일(현지시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씨의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되면서 권씨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사건을 담당한 같은 검찰청과 같은 법원의 관할 아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 발행 가상화폐 테라USD(UST)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TV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테라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하는 까닭에 권씨 형사재판은 기소 이후 추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왔다.

뱅크먼-프리드 사건 브리핑하는 전 뉴욕 남부연방지검장 [EPA 연합]
 

권씨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각종 대형 사건을 처리해온 미국 내 최고 정예 검찰 조직으로 유명하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대형 금융사들이 위치한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며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를 지휘하다 보니 '월가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가상화폐 관련 주요 범죄사건 처리를 도맡아 오기도 했다.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뱅크먼-프리드 역시 이곳에서 사건을 맡았다.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았다.

권씨 재판 역시 뱅크먼-프리드 재판을 맡은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법정 나서는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2023년 7월) [EPA 연합]
 

권씨가 미국에서 유죄로 인정된다면 중형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몰수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뉴욕 남부지검은 국경을 초월해 벌어진 가상화폐 관련 범죄 사건이라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뱅크먼-프리드를 기소한 데이미언 윌리엄스 전 뉴욕 남부지검장은 지난 2022년 7월 한 가상화폐 사기 사건 관련자 기소 후 성명에서 "웹3(블록체인 기반 웹)는 무법지대가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에서 발생했든 월가에서 발생했든 사기는 사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의 징역형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이론상 징역 10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다만, 미 연방법원의 양형 지침이 유연하다 보니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금융사기 범죄의 형량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7개 범죄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이 나오자 최대 1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 선고된 형량은 징역 25년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경우 지난 2022년 징역 11년 형을 받았다.

다만, 사상 최대인 640억달러(약 94조원)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사건을 저지른 희대의 미국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2021년 사망)의 경우 2009년 연방 법원에서 징역 150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되는 권도형(가운데) [몬테네그로 경찰청 제공]
 

권씨는 형사재판에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미 패소한 상태다.

패소 이후 권씨는 SEC와 44억7천만 달러(약 6조5천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앞서 미 증권 당국인 SEC는 2021년 11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투자 손실을 입혔다면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권씨를 상대로 제기된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제기된 민사재판으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현지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이날 권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했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지 1년 9개월여만이다.

권씨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혐의로 체포되자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며 치열하게 신병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해 한때 주목받았던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 연합 이지헌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