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흘째, 산악 지역 구조 애먹어

추락하면서 폭발 추정…잔해 뿔뿔이

2분새 수직 낙하? 사고 원인 ‘미궁’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 부근에서 22일 한 주민이 초와 향을 켜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우저우/로이터 연합뉴스

 

132명이 탄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지 사흘째지만, 생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블랙박스(자동 기록장치)가 발견돼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3일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야산에 소방대원·경찰·인민해방군 등 수천여명의 구조 요원을 투입해 구조와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지형이 험한 오지인 탓에 현장 접근부터 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가 야산에 추락한 뒤 폭발한 것으로 추정돼, 항공기 잔해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생존자는 물론 희생자 유해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가 이날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인민일보>는 발견된 블랙박스가 비행 경로가 기록된 데이터기록기(FDR)인지, 조종석 대화기록기(CVR)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랙박스를 통해 미궁에 빠진 사고 원인을 일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응급처치지휘본부는 22일 밤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원인과 구조 작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주타오 민항국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며 “현재까지 확보한 정보로는 사고의 원인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블랙박스를 아직 수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000여m 상공에서 수직 낙하한 것으로 알려진 사고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 주임은 “사고기는 21일 오후 2시20분부터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교신에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오후 2시23분에 항공기의 레이더 신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추락하기 전 3분 동안 비정상적인 상황을 인지한 광저우 공항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긴급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항공기 항로추적 누리집 ‘플라이트 레이더24’를 보면, 21일 오후 1시15분 쿤밍 공항을 이륙해 광저우로 향하던 여객기는 1시간여 뒤 고도 8907m에서 비행하다가 오후 2시20분43초부터 급격히 고도가 낮아졌다. 이후 1분52초 뒤인 2시22분35초에 고도 983m를 기록하다가 사라졌다.

 

플라이트레이더24의 동방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고도 기록.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플라이트 레이더24’를 인용해 “조종사가 여객기 추락 직전 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후 2시21분55초 7425피트(2263m)에서 2시22분5초에 8600피트(2621m)까지 상승한 뒤 추락했다고 전했다. 추락 직전 10초 동안 약 358m를 상승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하얀 물체가 하늘에서 야산으로 수직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돌고 있지만, 이 영상이 실제 동방항공 여객기의 추락 모습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을 22일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우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류 부총리 등은 지난 21일 저녁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우저우에 도착해 탑승객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고 직후 “구조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사고로 4227일에 이르는 중국 여객기 무사고 운행기록이 깨졌다고 밝혔다. 2010년 8월24일 허난한공 여객기가 헤이룽장성 이춘시 린두공항에 착륙하다 지면에 부딪혀 두 동강 나면서 화재가 발생해 42명이 사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강경민 목사, 여성 목회자 시무하도록 하자

예장합신 교단, 교리 어겼다며 강 목사 면직

33개 기독교단체· 교회, 기자회견 열어 비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예장합신총회의 강경민 목사 부당 면직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개신교 ‘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교단이 ‘여성 목사를 시무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교단에 35년간 몸담은 강경민 목사를 면직 처분해 반발을 사고 있다.

 

33개 기독교단체와 교회로 꾸려진 ‘강경민목사 부당면직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목사공대위)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단은 하루빨리 강 목사의 면직 처분을 취소하고 명예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예장합신 경기북노회는 지난해 11월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은퇴 목사가 김근주 목사와 여성 목회자 한선영 목사를 교회에서 시무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그를 소속 교회에서 면직했다.

 

강목사공대위는 “교단 쪽은 ‘노회 허락 없이’ 두 목사를 사역하게 한 것을 처벌 사유로 주장하지만, 목사 시무에 대한 노회 허락은 교단 내 다른 교회들의 예를 봐도 이미 사문화된 규정일뿐더러 이를 인정해도 목사를 고소하기에 이를 만큼 중대범죄가 아님에도 마치 뒤늦게 큰일이 발생한 것처럼 스스로 규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단 쪽은 강 목사가 교단이 금하는 동성애를 옹호 내지 조장하는 김근주 목사를 일산은혜교회 강단에 세워 교리와 삶에 심각한 해를 입혔기에 처벌한다고 주장하지만, 김 목사의 교회 내 설교 및 교육 활동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옹호했다는 정확한 근거는 확인된 바 없으며, 담임목사도 아닌 은퇴 목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며 “면직 처분과 관련해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강호숙 연구원은 여성 목사 안수를 두고 처벌한 것과 관련해 “성평등을 배우는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이 떠나면 젊은 남성들도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라며 성평등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신하 변호사도 “예장합신이 여성 목사를 시무하게 했다는 이유로 교회법 절차도 어기며 가장 중한 징계를 내린 것은 중세시대에 ‘지구가 돈다’고 말한 갈릴레오를 정죄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일부 보수 교단이 근본주의 교리에 따라 여성 안수를 지금도 거부하는데, 계속 거부하면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은혜교회에서 분립개척한 주날개그늘교회 남오성 목사는 “강 목사는 진보적인 부목사들을 기용한 개혁적인 목사여서 ‘보수 교단과는 맞지 않으니 떠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뜻있는 목사들이 떠나면 제도권 교단이 변할 수 있겠느냐’며 교단을 지켜온 분”이라며 “강 목사 은퇴 이후 일산은혜교회가 교인 투표를 통해 예장합신에서 탈퇴하자 애꿎은 강 목사에서 보복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 기자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재앙”으로

이전비용 496억원은 ‘대략적 견적’

경호· 보안 공사 “안 한다”→“검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윤 당선자와 측근들이 ‘여론전’에 주력하는 가운데 졸속 추진 사례가 드러나고 윤 당선자 쪽의 ‘말 바꾸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가 ‘탈 청와대’를 공언하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에 두겠다던 계획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변경하는 과정부터 대표적인 ‘말 바꾸기’ 사례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공약을 발표하며 “충분히 검토했다”고 했던 ‘광화문 집무실’ 계획은 53일 만에 “재앙”으로 변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 입장에선 ‘재앙’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집무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이튿날인 지난 21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집무실 이전에 따라 합참이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겨가는 비용은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가 전날 언급하지 않은 돈이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합참 청사를 2010년 신축할 당시 1750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 쪽이 추산한 합참 이전 비용 1200억원은 12년 전 청사 신축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인 셈이다.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밝혀 집무실 이전 최소비용으로 보도된 496억원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기재부에서 받은 회신을 23일 보면, 496억원 산출의 상세 내역을 질의하자 기재부는 “이전 비용의 세부 내역은 국가재정법 제51조에 따라 각 부처에서 기재부에 예비비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496억원은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산출한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액수는 인수위가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이전 비용을 요청하자 행안부와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기재부 담당부서가 집기 규모와 직급별 필요 면적 등을 감안해 뽑아준 대략적인 견적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절대 머물지 않겠다’는 윤 당선자 뜻에 따라 그가 취임 뒤에도 사용하겠다는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 집무실 보안 구상도 바뀌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날 ”당선자가 ‘나를 위해서 돈을 들이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혈세 쓸 필요가 없다”며 방탄유리 설치 등 경호·보안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호·보안 논란이 지속되자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그 정도는 한번 검토해볼 대상 아닐까 싶다”며 태도를 바꿨다. 서영지 기자

 

“총리까진 과도한 욕심”…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윤핵관

 

권성동 “인수위원장한 뒤 총리?

요직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

‘안철수 불가론’ 도발발언 꺼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자 측근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진작에 거론된 ‘안철수 총리설’에 “과도한 욕심”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의원은 2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안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거냐’라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하면서 국무총리 하기에는…역대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며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국민에게”라며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지만 자녀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권 의원의 이날 발언은 대선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의 공동운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예비여권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안 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를 맡게 된 뒤에도 인수위원 인선은 물론 향후 조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주변에선 총리 임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한눈을 팔고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섣불리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위원장도 현재 역할에 충실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보직의 후보자로 올라있다. 안 위원장을 견제하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사견’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됐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오는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안철수-이준석 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윤, 연일 오찬정치 부각하면서도

172석 민주당과 소통은 안보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왼쪽 두번째)가 지난 18일 종로구 통의동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맨 오른쪽), 김기현 원내대표(맨 왼쪽),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지난 10일 당선 인사다. 0.73%포인트 박빙승부로 당선된 그에게 통합 행보는 필연이었다. 본인도 “혼밥(혼자 밥 먹기) 하지 않겠다”며 연일 공개 오찬을 하고 있지만 그의 ‘식사 파트너’로는 ‘자기편’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 취임 뒤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려면 ‘예비 야권’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자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인수위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 14일, 당선 확정 뒤 첫 외부 일정으로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꼬리곰탕으로 함께 식사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로 열흘째 오찬 회동이다.

 

윤 당선자는 경북 울진 산불피해 이재민(15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16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박주선 취임식준비위원장(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18일), 경제단체장(21일) 등과 점심을 함께 했다. 윤 당선자 쪽은 짬뽕과 김치찌개, 파스타, 도시락 등 점심 메뉴까지 공개하며 소통을 위한 ‘식사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격한 대치를 벌이는 공화당 의원을 초대해 식사로 소통하며, 들어올 때의 성난 얼굴을 나갈 땐 펴지게 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가 떠올랐다”며 윤 당선자의 행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 명단에 상대 정당 인사는 없다. 예비 야당 인사들과의 접촉도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 윤 당선자가 이재명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한 게 전부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집무실 이전과 인사권 갈등 탓에 언제 성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2017년 5월10일 첫 공식 일정인 현충원 참배를 마치자마자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국정 동반자라는 자세로 국회와 야당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막 임기가 시작된 현직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였지만 그럼에도 야당과의 협치는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역대 최소 득표차로 당선된 만큼, 상대편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여의도 밖에서 영입한 인물이라 야권과의 협치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자기 고집이 강한 것 같다”며 “신구 권력 대립이 부각되는 상황인 만큼 먼저 손 내미는 제스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 또한 “정치권에 빚이 없다고 강조하는 만큼 야권에도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총리까진 과도한 욕심”…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윤핵관

 

권성동 “인수위원장한 뒤 총리?

요직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

‘안철수 불가론’ 도발발언 꺼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자 측근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진작에 거론된 ‘안철수 총리설’에 “과도한 욕심”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의원은 2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안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거냐’라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하면서 국무총리 하기에는…역대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며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국민에게”라며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지만 자녀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권 의원의 이날 발언은 대선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의 공동운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예비여권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안 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를 맡게 된 뒤에도 인수위원 인선은 물론 향후 조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주변에선 총리 임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한눈을 팔고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섣불리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위원장도 현재 역할에 충실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보직의 후보자로 올라있다. 안 위원장을 견제하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사견’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됐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오는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안철수-이준석 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윤석열 취임식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국민 500명 초대할 것”

 

세종·광주 등 검토하다 관례대로

취임사준비위원장 이각범 교수

공정·상식·통합 메시지 전달에 초점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위원회 인선과 업무추진 현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오는 5월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임식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기로 했다”며 “민의의 전당이자 국민대표 기관이고, 접근성이 용이해 참석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사당 앞마당은 최대 5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취임식 날 비가 오면 국회 중앙홀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취임식 준비위 쪽은 규모에 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확정하겠다”고 했다. 제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88년 취임식 이후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은 모두 국회에서 열렸다.

 

준비위는 서울광장,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용산시민공원 등을 취임식 장소로 검토했다고 한다. 윤 당선자가 개방 의지를 밝힌 청와대도 고려 대상이었다. 박 위원장은 “세종시에서 열자는 의견도 있었고, 국민 화합 차원에서 광주 개최 의견도 제시됐었지만 참석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취임식 이후 대통령의 행선지와 다른 국정 업무 수행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윤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 참석 여부에 관해 “대통령 부인께서 참석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취임사준비위원장에는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이 교수는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서 국가 정보화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윤 당선자의 통치철학과 공정과 상식의 가치, 그리고 비전과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국민 통합의 궁극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으며, 당선자의 혁신과 통합 이미지에 적합한 인사를 우선했다”며 이 교수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취임사준비위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와 논설실장 출신인 이재호 극동대학교 초빙교수가 맡아 취임사의 실무 작성 과정을 총괄한다. 취임사준비위는 위원 14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구성됐다. 박 위원장은 “당선자의 취임사에 반영할 정치, 외교·안보 및 북한 통일, 경제, 산업 및 과학기술과 교육, 사회·노동·복지, 문화·예술, 그리고 청년과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당선자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할 전문가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취임식에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취임식 연출과 기획을 담당하는 감독에는 당선자 비서실 특별보좌역인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임명됐다. 이 보좌역은 제일기획 브랜드익스피리언스솔루션 본부장 출신으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등을 기획한 공연기획 전문가다.

 

취임식에는 일반 국민 500명이 초청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역, 계층, 직업, 세대, 청년, 여성, 보수, 진보 등을 넘어 스토리가 있는 국민을 찾아 취임식에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여부에 관해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참여해야 하므로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