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이민자 추방작전 항의 시위에
트럼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투입
“자국민에 군대 투입하는 트럼프 광기”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열린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동의 없이 로스앤젤레스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면서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배치된 주방위군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를 ‘반란’ 규정한 트럼프

 

8일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및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간 충돌이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가라”고 외치며 단속 작전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가 연방 요원을 향해 물건을 던지자 경찰은 불법 집회를 선언하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단속국은 최근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의 일환이다. 단속국은 지난 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였고 엘에이에서만 이번 주 118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그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주방위군 2000여명을 투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세 곳에 79사단 소속 3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연방 시설과 인력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는 "도시는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혼란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인근에서 열린 시위 도중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주지사 반대에도 군 배치…1965년 이후 처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시위 진압에 투입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10 U.S.C. 12406)’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그런 위협이 존재할 경우,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연방 소속으로 전환하여 동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명령은 주지사를 통해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차원에서 주방위군이 동원된 건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의 민권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처음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권력 남용이며, 연방정부가 주방위군을 주정부와 협의 없이 내부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배치를 ‘쇼’라고 규정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혼란을 주지 말고, 평화적으로 행동하자”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뉴섬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함께 비판 성명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구치소 앞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연방군대 동원까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나라가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해병대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상황이 격화할 경우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해병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자국민에게 군대를 배치하겠다는 발상은 광기”라고 반박했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 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견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국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반란’, ‘폭동’으로 간주해야 가능한 조치라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병력 투입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시위 대응을 넘어, 연방 권한과 주 자치권, 그리고 헌법적 권리 보장 문제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해리스, 트럼프의 주방위군 LA 투입에 “공포와 분열 조장···잔혹한 의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4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주년 행사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에 대해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목격하고 있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방위군 배치는) 혼란을 야기하고 위험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8일 엑스에 성명을 올리고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와 전국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더해, 이는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잔혹하고 계산된 의도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이 “공공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며 “존엄성과 적법 절차를 요구하는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시위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 필수적인 강력한 도구”라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칩거하다 지난 4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해 “완전한 혼란” “헌정 위기”라고 비판했다.   < 경향 이영경 기자 >

"전쟁 준비할 필요없는 시나리오 이젠 달라, 유럽서 대규모 침략 전쟁 발발 우려"

 
 
독일 국기(왼쪽)와 우크라이나 국기(오른쪽). EPA연합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독일은 대대적인 대피소 설치와 점검에 나서는 등 시민들도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독일 연방국민보호재난지원청(BBK) 수장인 랄프 티슬러 청장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독일에서 전쟁은 우리가 준비할 필요가 없는 시나리오라는 믿음이 팽배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는 유럽에서 대규모 침략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8일 CNN은 보도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가 4년 이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가 유럽에 실재함을 보여준다. 이 4년의 시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긴 전쟁을 치른 뒤 재무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1일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 합참의장도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대하고 있는 수준을 분석하며 4년 안으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티슬러 청장은 지난 5일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연방정부 차원의 전쟁 대비 시민 안전대책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더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터널과 지하철역, 지하 주차장과 공공건물 지하실 등을 대피소로 전환해 빠른 시일 내에 100만명을 수용할 보호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인구는 8300만 명인 반면, 독일 대피소에서 수용 가능한 인구수는 전체의 5%에 남짓에 불과하다고 쥐트도이체자이퉁은 지적했다. 지하벙커도 냉전 시기엔 2000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80여개가 남아있고, 이들이 전부 가동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

 

티슬러 청장은 이러한 대피 시설을 정비하는 데 4년 동안 최소 100억유로(약 15조5000억원)가 필요하고, 향후 10년간은 300억유로(약 46조52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이 비상 상황에서 빠르게 대피소를 찾을 수 있도록 알람 경보 시스템도 강화한다. 재난지원청은 독일 전역에서 폭풍과 화재 등 재난 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앱 ‘니나(Nina)’에 로켓이나 순항미사일 등의 공습 경보가 울리는 기능도 넣는다는 계획이다. 티슬러 청장은 독일 디 자이트와 한 인터뷰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와는 달리, 경보가 울리고 실제 공습이 시작되기까지 사람들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앱이 주변에서 지하주차장이나 터널 등 가장 가까운 대피 공간을 알려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4년간 독일 전역에 사이렌 8000개도 추가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지출 가능한 자금 규모다. 독일은 지난 3월 5000억유로(79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국방 지출에 대한 부채한도 규정을 면제해주는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난지원청은 여기에 따라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방분야 우선순위에 따라 얼마나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비군과 예비군 규모도 확충되어야 하나 갈 길이 멀다.

 

독일은 2025년까지 상비군을 현재 18만여명에서 20만3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목표 시점은 2031년으로 수정됐다. 티슬러 청장도 “우리는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의무 병역이나 자발적인 민방위 제도가 필요할지 모른다. 민간 복무와 군 복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말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대학로 소극장서 토니상 6관왕까지! K뮤지컬 ‘마침내’ 해피엔딩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작품상 등 최다 수상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박천휴 작가(왼쪽)와 공동 작업자 윌 애런슨이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뉴욕/AFP 연합
 

마침내 해피엔딩이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6관왕에 올랐다. 케이(K)팝을 필두로 영화·드라마·클래식·문학에 이어 뮤지컬까지 케이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영문 제목 ‘메이비 해피엔딩’)이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6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며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빅3’로 일컬어지는 작품상·극본상·음악상을 모두 휩쓸어 브로드웨이를 놀라게 했다. 한국 초연 창작 뮤지컬이 ‘공연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을 받은 첫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일찍이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앞서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토니상 수상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 제작진과 배우들. 뉴욕/로이터 연합
 

음악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 작가는 무대에 올라 “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며 “한국의 인디팝과 미국 재즈, 현대 클래식 음악, 전통적인 브로드웨이를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용광로와도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 작가는 투자사 엔에이치엔(NHN)링크를 통해 “오랫동안 고생한 분이 많은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여러명이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 관객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다면 뉴욕 공연은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니상 수상을 커다란 ‘사건’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소극장에서 시작한 창작 뮤지컬이 진입 장벽이 높은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려 토니상까지 받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소규모 한국 창작 뮤지컬의 토니상 수상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수상은 달라진 케이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다른 한국 문화 장르까지 국제적 평판이 올라가는 등 파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뮤지컬계도 반색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창작 뮤지컬은 더욱 발전하며 해외 진출의 길을 넓히고 케이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주력군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업계 종사자 및 모든 관객들과 함께 오늘의 쾌거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어쩌다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좋은 이야기로 무장한 소규모 창작 뮤지컬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거쳐 얻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여러 차례 협업해 이른바 ‘윌-휴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와 윌 애런슨의 극작과 노래로 만든 작품은 2016년 30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했다.

 

쓰임을 다하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과 이별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초연 뒤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에 오르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NHN링크 제공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작품은 초연 직후 뉴욕에서 리딩(약식) 공연을 펼쳤다. 이를 인상 깊게 본 브로드웨이 유명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주도로 현지 프로덕션이 진행됐다. 여기에 ‘킹키부츠’로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프로듀서 헌터 아놀드까지 가세했다. 연출은 2023년 ‘퍼레이드’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았던 마이클 아든이 맡았다. 한국에선 엔에이치엔링크가 투자사로 참여해 지원했다.

 

‘윌-휴 콤비’의 영어판 현지화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1천석 규모의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매체들이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단번에 주목작으로 떠올랐다. 초연인데도 기한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으로 개막한 것 또한 화제였다.

 

지혜원 교수는 “영어로 각색하고 등장인물을 추가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했지만 일부 한국어 대사를 그대로 노출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브로드웨이 진출 한국 뮤지컬과 차별성이 있다”며 “버림받은 로봇을 소재로 인간의 소외를 다룬다는 점도 나라를 초월해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판 원작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서울 종로구 두산 연강홀에서 10주년 공연을 시작한다. < 이정국 기자>

 

이 대통령 “토니상 ‘어쩌면 해피엔딩’ 축하…예술 버팀목 되겠다”

한국 창작 뮤지컬 ‘공연계 아카데미’ 토니상 6관왕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6관왕에 오른 것과 관련해 “오늘 토니상 수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하고, 우리 예술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또 세계 속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가 또 한 번의 특별한 순간을 맞이했다”며 이렇게 약속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영문 제목 ‘Maybe Happy Ending’)은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6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며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초연 창작 뮤지컬이 ‘공연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리 고유의 정서와 가치, 그리고 인간의 깊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어 국경을 넘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이러한 성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그리고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티에스(BTS)와 블랙핑크가 음악으로,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 배우가 영화로, ‘오징어 게임’과 ‘킹덤’이 드라마로 세계를 매료시킨 것처럼, 이제 우리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당당히 전하게 되었다”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순간, 우리 모두 함께 마음껏 자랑스러워하고 축하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우리의 문화가 인류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어쩌면 해피엔딩’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 고경주 기자 >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미 토니상 작품상 등 극본-음악상…한국인 최초

박천휴∙윌 애런슨 수상... 10개 부문 후보 올라 추가 수상 가능성이 높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NHN링크 제공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의 주요 부문인 극본상(북 오브 뮤지컬)과 음악상(오리지널 스코어)을 받았다.

 

8일 저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과 음악상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극본과 작사·작곡을 맡은 박천휴∙윌 애런슨에게 돌아갔다. 이 둘은 여러 차례 작품을 함께해 ‘윌·휴 콤비’로 불린다. 박 작가의 수상은 한국인 최초의 토니상 수상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 연출상 등 모두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추가 수상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2016년 국내 초연했다.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에 성공해 호평을 받아 왔다.   < 이정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