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29개 부대 배치 중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완진복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진행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합류하려고 하자 경찰이 막는 모습.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 배치된 경찰의 88%가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집회 대응에 나선 경찰 부대의 완전진압복 착용 비율은 7% 수준이어서, 경찰이 총궐기 진압을 위해 과잉대응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양부남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총궐기에 경찰은 총 129개 부대를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신체보호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보호복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할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장착하는 헬멧과 상·하의 방검복 등을 일컫는데, ‘완전진압복’(완진)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총궐기에 배치된 완전진압 경찰은 올해 들어 최대 규모였다.

집회 대응에 나서는 경찰이 완전진압복을 착용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올해 집회 대응을 위해 동원된 경력인 1만3603개 부대 가운데 완전진압복을 착용했던 부대는 914개로 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장외 투쟁 집회에서도 총 46개 부대가 배치됐지만,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부대는 없었다. 민주노총과 같은 날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대로에서 연 대규모 집회에도 완전진압복을 입은 경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일 총궐기에서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충돌이 빚어지며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불법집회로 변질돼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양부남 의원은 “민주노총 등의 퇴진 집회에는 113개 부대가 사전에 무장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올해 가장 많은 부대가 완전 무장한 채 투입된 이날 집회는 과잉진압을 하기 위해 사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 판례 역행한 채…경찰, 윤 퇴진 집회 ‘과잉진압’

신고 범위 넘으면 무조건 ‘불법’이라는 경찰 논리
대법, 20년 전 “직접적 위험 있어야만 제한 조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어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섰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경찰은 ‘불법집회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이 진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논리도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어서, 경찰이 탈법적으로 시위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12일 총궐기 당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고 범위 벗어났으니 무조건 ‘불법 집회’?

경찰은 총궐기 주최 쪽이 애초 허가받은 집회장소를 넘어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대원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세종대로 7개 차로를 쓰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5개만 쓰도록 제한 통고를 했다”며 “당일에 인원이 넘쳐 위험하다고 경찰에 협조도 요청하고 (차로를 더 쓰겠다고) 추가 신고도 했지만, 경찰이 행진 자체를 막아 병목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신고범위 일탈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최초 집회 신고범위를 일방적으로 제한한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건 경찰의 의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대규모 집회에서는 주최자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신고범위 일탈은 있을 수밖에 없고, 질서 유지를 제대로 못한 건 경찰”이라며 “애초 7개 차로가 필요하다고 했던 주최자에게 일탈의 고의가 보이지도 않고, 여러 사람이 모인 집회에서 (경찰관과의 충돌 등) 일부 참가자의 행위로 전체를 불법이라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판례로 봐도, 사전 신고 범위를 벗어난 순간 ‘불법집회’가 된다는 경찰의 단순 논리는 대법원에서 깨진 지 20년이 넘었다. 법원은 집회가 신고범위를 일탈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고,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경찰은 1996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죄수복과 포승 차림으로 행진을 하자 ‘신고내용에 없는 행위’라며 저지했다. 민가협이 이에 반발하며 경찰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은 2021년 “신고사항 미비나 신고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저지해선 안 된다”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제한조치를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리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절차만 지키면 해산명령 가능?

경찰은 법이 정한 해산명령 절차를 모두 지켰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총궐기 진압 과정에서) 집회시위법의 절차를 다 준수했다. 주최측에 시정조치 요구, 종결선언 요청, 해산명령 3회를 했으나 참가자들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계적 요건을 갖췄으니 적법한 진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절차와 방식은 물론이고 ‘정당한 해산이유’까지도 엄격히 따져 해산명령의 정당성을 해석하고 있다. 해산명령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이유다.

나아가 법원은 ‘정당한 해산명령’이 아니면 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010년 평화적인 옥외집회를 연 노동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 해산명령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집회·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라며 반올림 쪽의 해산명령 불응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교통소통의 공익

지난 11일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을 민주국가가 부담해야 할 ‘당연한 비용’이라고 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시각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9년 대법원은 건설노조의 삼보일배 행진을 정당행위로 판단하면서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모여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등을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소통의 공익이 집회의 자유보다 언제나 더 크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행정법원 판례도 있다. 경찰은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교통소통’ 이유로 금지했는데,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다소간 불편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인 범위 내의 불편”이라며 “주최측 및 언론의 충분한 집회예고 등으로 도로 이용 인원 많을 것 같지도 않으며 우회로가 전혀 없지도 않다”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판례들을 종합해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내놓았고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나서서 이를 모두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판례를 무시하면서까지 과잉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의 진압이 집회의 자유 판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미법 판례와 달리 우리나라 판례는 개별 사안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륙법이나 영미법이나 판례는 똑같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판례 데이터베이스가 점차 쌓이고 판례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어서 사실상 ‘판례법 국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조 청장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홀로코스트 피해자가 이제 가해자로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
'AI 조준' 활용…민간인 보호 의무 방기

언론 검열, 언론인 표적 살해 "의도적"
응급시스템 붕괴…당나귀 수레로 이송
사망 4만3736명, 부상자 10만3370명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대대적 파괴 행위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특징에 부합한다." 유엔총회 산하 '이스라엘 조사 특별위원회'는 14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은 올해 초반까지 핵폭탄 2개에 맞먹는 2만5000톤의 폭탄을 가자에 투하해 식수·위생 시스템 붕괴, 농업 황폐화, 유독성 오염 등을 초래했으며 이는 향후 몇 세대에 걸쳐 가자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피해 있는 가자시티의 한 학교를 폭격한 이후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 2024. 11. 14 [로이터=연합]
 

"이스라엘군 파괴, 제노사이드 특징 부합"

유엔 이스라엘 조사특위, 연례보고서 공개

특위는 또한 "이스라엘군은 고중량 폭탄과 결합해 인간의 감독을 최소화한 'AI(인공지능) 조준'을 활용함으로써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고 민간인 사망을 예방할 적절한 조처를 취할 의무를 무시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라고 비판했다.

특위의 정식 명칭은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인민과 다른 아랍인의 인권에 영향을 주는 이스라엘의 행태에 관한 조사 특별위원회'다. 작년 10월에서 올해 7월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례보고서는 18일 제79차 유엔총회에 공식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의 대표적 사례는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이다. 1948년 채택된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 방치·처벌 협약(CPPCG)에는 "통상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저지른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이 이제는 또 다른, 아니 더 처참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로 탈바꿈한 셈이다. 앞서 작년 12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 대학살과 초토화 작전을 벌인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했다.

 

가자에서 지상작전을 벌이는 이스라엘 병사들. 2024. 11. 14 이스라엘군 제공. [AFP=연합]
 

'AI 조준' 활용해 민간인 보호 의무 방기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

특위는 "이스라엘은 유엔의 반복된 호소와 국제사법재판소의 구속력 있는 명령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들이 있었지만, 민간인과 구호 요원에 대한 조준 공격, 민간인 살해와 더불어 가자 봉쇄, 인도주의 구호 방해를 통해 의도적으로 죽이고 굶기고 중상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했고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가했다"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지구 내에서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여성과 어린이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비인간화하고, 사악하고, 치욕을 주는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났다. 특위는 그 사례로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조롱하고 망신 주는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한 것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스라엘 조사 특위는 1968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설치됐고, 말레이시아, 세네갈, 스리랑카 3개국 대표로 구성됐다. 1967년 6월 제3차 중동 전쟁을 틈타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골란고원(시리아) 서안·동예루살렘(요르단) 가자(이집트) 등에서의 인권 상황 점검이 그 목적이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나눠준 구호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24. 11 .04 [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의 팔 난민구호기구 불법화 비판

언론 검열, 언론인 표적 살해 "의도적"

이에 따라 특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영구적 휴전, 모든 자의적 구금자와 인질 석방에 긴급히 합의하고 억류자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제한 없는 접근 제공, 가자 주민의 생명을 살릴 대규모 인도주의 구호 제공을 위한 모든 국경 관문의 개방 등을 촉구했다.

특위는 또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중상모략 캠페인'을 비난하고 가자 분쟁 관련 보도에 대한 의도적 침묵 강요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위는 이스라엘에 의한 "미디어 검열 확대"와 "반대자 탄압과 언론인 타게팅은 관련 정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을 봉쇄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또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폭력을 선동하는 포스트들과 비교할 때 '친팔레스타인 콘텐츠'는 불균형적으로 삭제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축하하는 배너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걸린 가운데, 7일 한 이스라엘 청년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배너에는 "축하합니다! 트럼프,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씌어 있다. 2024. 11. 07 [AFP=연합]
 

가자 79%가 즉각적 소개 명령 받아

응급시스템 붕괴…당나귀 수레로 이송

한편 유엔 구호협력기구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2, 13일 이틀만 해도 이스라엘군이 연일 무자비한 폭격을 가하는 북부 가자에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진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 치료와 식량과 식수 등 주민의 생명을 살릴 구호를 제공하려던 6번의 시도가 차단됐다. 또한 가자의 약 79%가 현재 소개 명령을 받은 상태로서 팔 주민들은 기본적 인프라와 필수 서비스가 부재한 남부 가자의 알 마와시 안팎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즈 워터리지 UNRWA의 긴급 구호책임자는 "주민들이 거주 건물 내에 갇혀 있고, 계속되는 군사 작전을 피해 숨어 있다. 식량이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자 북부에서 길거리에 시체들이 있고 응급 치료 제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가까스로 가동되는 병원들로 가기 위해 당나귀 수레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속 요원들과 주민의 목격담을 전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9일 억류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등장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을 본 뜬 모형들. 문구에는 "유죄"라고 적혀 있다. 2024. 11. 09 [AFP=연합]
 

가자 사망 4만3736명, 부상 10만3370명

안보리, 파국 처한 가자 위기 완화 모색

가자 보건부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작년 10·7 사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에서의 사망자는 최소 4만3736명이고, 부상자는 10만3370명이었다. 지난 24시간만 해도 24명이 죽고 112명이 다쳤다. 반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약 1250명이 숨지고, 250명이 납치돼 억류됐다.

이스라엘 옹호 일변도의 자세를 보였던 미국의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런 내용의 특위 보고서에 대해 "그러한 표현과 비난에 분명히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알제리를 포함한 안보리 10개 비상임 이사국은 14일 파국적 상황에 처한 가자의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미국,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에게 전달했다. AP 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생존에 필수적인 인도주의 구호와 서비스에 대한 가자 주민의 즉각적 접근을 요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최근 법률 제정을 통해 불법화한 UNRWA가 가자 내 인도주의 대응의 중추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장관으로 가 복수하리라’…벼르는 트럼프 국방·법무·복지장관 지명자

 
14일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신 반대론자인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등의 주장을 하며 팬데믹 당시 백신 거부 운동을 벌인 인물이다. 앞서 지명된 국방장관, 법무장관,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논란을 빚는 이들 지명자는 자신들이 이끌 부처로부터 ‘박해’받았다는 인식, 즉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세운 ‘복수’에 걸맞은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성명을 내어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속임수,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연루된 식품업계와 제약회사들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며 “보건복지부는 해로운 화학물질, 오염물질, 식품첨가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케네디는 미국을 위대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로 출마했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하차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환경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대표적인 백신 거부론자가 되면서 보건복지부와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는 부패를 막기 위해 일부 백신에 포함된 수은 성분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동의 건강 보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비과학적 선동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19 백신 거부 운동에 열정적으로 나섰다. 미국 정부의 백신 의무화 정책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같은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1년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을 이끌던 앤서니 파우치 당시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제약회사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난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그의 주장이 허위이며, 공중보건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앞서 지명한 3명도 자신들이 이끌 ‘부처’와 구원이 있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는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나선 국회의사당 폭동 직후 “이들은 단순히 거짓말로 움직이는 음모론자들이 아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며 방송에서 옹호했다. 2주 뒤 국가방위군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일 극단주의 세력과 연관돼 있을 우려가 있다며 12명을 경비·보호 업무에서 제외했다. 헤그세스는 자신이 그중 한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곧 제대했고, 이후 군을 비판하는 책을 집필했다.

국가정보국 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도 정보기관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는 올여름 자신이 국내 테러 방지를 위한 감시 목록에 올랐고, 이후 공항에서 빈번한 추가 검사를 받았다며 이 모든 게 자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는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오랫동안 법무부 조사를 받았다. 수년간의 조사 끝에 2023년 법무부가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이때의 경험은 게이츠가 법무부를 아주 싫어하게 만들었다. 이들 4명이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된다면 ‘복수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애틀랜틱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단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다. ‘박해받았다’는 인식이다.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주요 자격”이라며 “트럼프 본인도 2024년 대선 캠페인 동안 적들에게 복수하고 연방 정부를 뒤엎겠다고 약속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김원철 기자 >

 

‘충성심’이 제1잣대…‘트럼프 2.0’ 공직인사 파격

 

우익 ‘폭스뉴스’ 프로 진행자를 국방장관에
반중국 반환경 친이스라엘도 핵심 기준

고위직 4천 등 5만 공직 인사로 미국사회 재편?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악관과 정보기관 접수

법무, 이민과 국경관리직도 트럼프 열혈 지지자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

 

 (왼쪽 위부터)트럼프 2차 정권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기용된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비벡 라마스와미,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전 와일스, 국방장관에 기용된 폭스뉴스 사회자 피트 헤그세스. (중간 왼쪽부터)국경관리 수장이 된 이민 및 세관 집행국(ICE) 국장대행 토머스 호먼, 유엔대사에 지명된 하원 공화당 회의 의장 엘리스 스테파닉,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기용된 텍사스주 공화당 대표 존 래트클리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월츠. (아랫줄 왼쪽부터) 국무장관에 기용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환경보호청장에 기용된 리 젤딘,  한사람 건너 맨 오른쪽은 국토안보부장관에 기용된 크리스티 노엄. 2024.11.12.  연합
 

내년 1월에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차 정권(트럼프 2.0)을 끌어갈 정부 주요 고위직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국무장관에 대중국 강경파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방장관엔 우익 <폭스뉴스>에서 8년간 프로 사회자로 일해 온 피트 해그세스,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의 대중국 강경파 마이클 월츠가 내정됐다.

파격적인 트럼프 2.0의 고위 공직 인사

즉각 “파격적”이라는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루비오와 월츠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을 문제삼고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다. 루비오는 러시아와의 외교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월츠는 중국 소수민족 신장위구르족 인권침해를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한 인물이다.

 

트럼프 2.0의 국방장관에 전격 기용된 폭스 앤 프렌즈 공동진행자 피트 헤그세스가 2017년 4월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2017.4.6. 로이터 연합
 

극우 ‘폭스뉴스’ 프로 사회자를 국방장관에

특히 국방장관 내정자 헤그세스 기용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애덤 스미스가 “20분 전까지도 헤그세스가 누군지 몰랐다”며 해당 분야 고위직 경험이 없는 그의 지명에 놀라움과 함께 우려를 표명했다. 폭스뉴스에서 군사정보 관련 프로 공동사회자를 맡아 온 헤그세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훈장을 받기도 했으나 군과 안보 분야의 고위직을 맡은 경험이 없다. 그런 그를 트럼프는 프린스턴과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터프하고 똑똑한, 미국 제일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며 그의 기용에 대해 “적들은 경계할 것이고 우리 군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가 2023년 11월 16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그랜드 올 오프리에서 열린 2023 FOX 네이션 패트리어트 어워드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16. AFP 연합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악관과 정보기관 접수

중앙정보국(CIA) 국장엔 트럼프 1차 정부(트럼프 1.0) 때 국가정보국장을 지낸 존 래트클리프가 기용됐다. 그는 트럼프 1.0 시절 그의 탄핵 소추 때 강력하게 트럼프를 옹호했다. 새 국가정보국장엔 2020년 대선 예비선거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탈락하자 2년 뒤 탈당하고 올해 공화당에 입당한 예비역 육군중령 털시 개버드가 내정됐다.

백악관 비서실장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를 지지한 선거전략 전문 정치 컨설턴트인 수전 와일스 대선 선대본부장을 기용했다. 첫 여성 비서실장이다, 부비서실장엔 강경한 바이든 정부 이민정책 반대론자로 트럼프 1.0 때 그의 스피치라이터였던 스티븐 밀러가 내정됐다. 그는 이슬람 신도가 많은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법무장관엔 하원 극우 ‘프리덤 코커스’ 핵심인물

법무장관엔 공화당 극우 강경파 의원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인물 맷 개이츠 하원의원을 지목했다. 지난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했던 트럼프 측근 개이츠는 4건의 기소사건을 비롯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도 주역을 맡지 않을까.

상무장관엔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린다 맥마흔이 지목됐다. 린다 맥마흔은 세계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이자 대형 종합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WWE 창업자의 아내다. 트럼프도 WWE 흥행에 직접 가담한 적이 있다.

이민과 국경관리 수장들도 트럼프 열혈 지지자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열혈 트럼프 지지자로 한때 부통령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사우스다코타 주 지사 크리스티 노엄, 불법이민 문제 등을 관장하는 국경단속 및 관리 책임자에는 이민세관수사국(ICE) 국장대리를 지낸 토머스 호먼을 지명했다. 노엄은 주지사로서 국경관리를 위해 멕시코 접경지역에 주 방위군을 파견해 트럼프의 눈에 들었다. 호먼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이민자 강제송환을 맡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퓨 리서치 센터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는 2024년 현재 1500만~20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통령에 취임할 J. D. 밴스 상원의원은 연간 100만 명을 강제송환할 것이라고 했다.

골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장악할 외교 환경 분야

환경보호청장에는 환경정책 관련 실적은 별로 없고 오히려 화석연료 증산, 환경규제 완화 등 트럼프 노선을 추종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정치적 동지 리 젤딘, 유엔대사에는 트럼프가 “매우 강하고 터프하며 똑똑한 미국 제일의 전사”라고 칭찬한 골수 이스라엘 지지자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 중동지역 담당 대통령특사에는 유대인 부동산 부호로 트럼프의 골프 친구인 스티븐 위트코프가 각각 내정됐다. 부통령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스테파닉은 미국 대학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을 때 하원 청문회에서 대학당국과 경찰에 강경 진압을 요구했고, 유엔에서 이스라엘 비판이 고조됐을 때는 미국의 유엔 출연금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 짜르’ 라이트하이저 재등판?

무역대표부 대표에는 트럼프 1.0 때 무역대표부 대표로 미중 교역협상을 주도한 “무역 짜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재무장관엔 투자 펀드 경영자 스콧 베센트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금과 재정, 통화정책 등을 관장하는 재무부는 러시아 등에 대한 금융제재도 지휘한다.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인사 제1 기준

이들 인사를 관통하는 공통점, ‘키워드(열쇳말)’로 먼저 트럼프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꼽을 수 있다. 말하자면 능력보다 철저히 ‘내편’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다. 대선 때 트럼프에 대한 대항마로 나서거나 물망에 올라 그를 비판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줄곧 트럼프 2.0 각료직 하마평에 오르다가 결국 지명 대상에서 배제된 것도 이 충성심에서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1월 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의 밤 (개표)감시 파티장에 등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2024.11.5. AFP 연합
 

반중국 반환경 친이스라엘도 핵심 기준

그리고 또 한 가지 키워드는 그들이 대부분 중국에 대한 강한 대결자세를 지닌 강경파라는 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선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대체로 친민주당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정치적 올바름’이나 친생태환경(탈화석연료)에 대한 경시나 무시 또는 반발도 키워드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트럼프는 그런 친민주당적 가치의 신봉자들에게 ‘워크’(woke, ‘잘난 놈’)라는 멸칭을 붙여 주면서 안보 군사 관련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키워드들은 트럼프가 부르짖어 온 ‘미국 제일주의’(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그의 집권전략이자 구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는 그 전략과 구호를 실행에 옮길 적임자로 그런 성향의 그들을 발탁했다.

신설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이끌게 될 사람으로 대선 때 1억 1800만달러를 트럼프 진영에 기부하는 등 전면에 나서서 트럼프를 적극 도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대기업 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제약분야 벤처기업가 출신의 비벡 라마스와미가 지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직 4천 등 5만 공무원 인사로 미국사회 재편?

장관 등 고위 정무직 공무원 약 4000명을 포함해 총 5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인사권을 쥔 대통령이 ‘충성심’을 필두로 한 ‘트럼프적 임용기준’으로 미국 공직사회를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1.0 때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로서 대권에 도전했다가 예상을 깨고 당선된 트럼프는 미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직 인선을 공화당 주류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주요 각료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켜 국방장관 등이 도중에 물러나거나 해임당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트럼프 2.0에서는 그런 경험을 토대로 철저히 자기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붙일 심산일 것이다.

순풍에 돛달아 준 ‘트리플 레드’

공화당 후보가 대선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됐고, 상하 양원 또한 모두 빨간 당색의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트리플 레드’ 상황에서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트럼프적 ‘쇄신’ 내지 미국사회 재편에 대해, 바이든 정권이 자신들의 정책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곧잘 동원했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라는 대립구도 속의 권위주의, 전체주의 체제, 곧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사회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사회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

트럼프와 공화당이 신자유주의의 주요 피해자로 알려진 백인 중산층을 비롯한 러스트 벨트 등의 소외계층과 민주당이 대표해 온 주류사회에서 낙오했거나 그렇게 믿는 ‘루저’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자신이 그렇고 그를 적극 지지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등도 그렇듯이 트럼프 2.0이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와 공무원 대량 감원으로 대표되는 작은 정부, 높은 관세장벽과 내향적 보호무역주의(미국 제일주의),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인플레, 기후위기 등 생태환경 문제 경시가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다수 소외계층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쪽 재료 내지 장치로 작동 수 있을까.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