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들 이어 APEC 계기 미, 일, 중, 캐나다 등 각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AFP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EPA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6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간 총력 정상외교에 나선다.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인 경주 아펙 정상회의의 성패가 달린 것은 물론이고, 미·중·일 ‘빅3’와의 양자회담까지 무난히 치러내야 하는 그야말로 ‘외교 슈퍼위크’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과락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한 일주일이 이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찾는 것으로 슈퍼위크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경주 아펙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1박2일의 아세안 정상회의를 참석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찬반이 있었지만, ‘우리가 주최하는 외교 행사에 손님을 맞는 만큼 타국 행사에도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첫 날 이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이튿날인 27일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한-캄보디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과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등 양국 간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소화한 이 대통령은 27일 저녁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짧은 출장을 마친다. 나머지 현지 일정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수행한다. 위성락 실장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고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아세안과 한·중·일의 다층적인 지역 협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한반도 구상에 대한 지지와 건설적 기여를 당부하겠다”는 게 이번 외교 일정의 목표라고 한다.

 

 

2005년 부산 아펙 정상회의 이후 꼭 20년 만에 국내에서 치러지는 경주 아펙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다. 이번 아펙 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12·3 내란사태 등으로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돼 회의 준비에 차질이 컸던 만큼 큰 잡음 없이 행사를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인공지능,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아펙 정상회의에서는 처음”이라는 게 위 실장의 설명이다. 위 실장은 공동 선언문 형태로 ‘경주 선언’을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아펙 정상회의 첫 일정은 29일 열리는 최고경영(CEO) 서밋 개막식이다. 특별 연사로 참석하는 이 대통령은 정부와 함께 정상회의 주간 전 세계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우리 기업과 국외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가꿔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즐비한 양자회담에서의 성과다.

 

통상·안보 협상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일본의 새 지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위 실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3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는 역대 최단 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 방문을 완성하고, 11년만의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신임 일본 총리와의 조기 대면으로 긍정적인 한미 관계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한-미 정상회담에는 나라 안팎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 7월30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세를 비롯한 통상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문이라도 발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 실장은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거듭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무리한 대미 투자에 합의하느니 합의를 미뤄두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이어 30일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만나 짧은 정상회담과 만찬을 나눌 수 있도록 조율 중이다. 극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회담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의 회담보다는 힘겨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미 동맹과 한일 간의 파트너십, 한·미·일 3자 협력을 중심 축으로 해나가려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과거사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빅이벤트도 대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누는 교감의 수위에 따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의 난이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실용중시 정치인으로 알려져온 만큼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 주석과의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중·러가 어느 때보다 밀착하고 한·미·일 유대도 강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보호주의 등을 향해 공조 입장 등을 요구할 경우 이 대통령은 불편한 처지에 서게 될 수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앞선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한-중 회담에도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가오는 일주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해온 ‘실용외교’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                          < 엄지원 기자 >

지난 5월 혐의점 없다며 수사 중단한 지 3개월 만..."정권바뀌니 태도전환"

 

 
 
지난해 6월21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미사를 마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의 장례행렬이 경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건설노동자 양회동씨의 분신을 동료가 방조했다’는 조선일보의 허위보도에 면죄부를 줬던 경찰이 허위보도의 근거가 된 검찰 쪽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유출 경로 수사를 재개했다. 정권이 바뀌자 태도도 바꾼 경찰을 향해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청 동영상의 유출자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대장 변민선)는 조선일보 보도에 활용된 검찰청 동영상 유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지난 8월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5월 혐의점이 없다며 수사를 중단한 지 3개월 만이다.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박정보 서울청장은 “수사 중지됐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경찰이 함께 무혐의 처분한 조선일보 자회사 조선엔에스(NS) 기자와 데스크 등의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 혐의 사건은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기록을 재검토한 뒤 재수사 요청 또는 보완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23년 5월1일 양회동씨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주차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고 결국 숨졌다. 당시 ‘건폭(건설노조 폭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고, 검·경 합동수사단은 건설노조를 겨냥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양씨는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같은 달 16일 조선일보와 자회사인 조선엔에스는 ‘양씨의 죽음을 건설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기사에는 춘천지검 강릉지원 민원실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이는 사진도 첨부됐다. 다음날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음모론’에 가담했고, 18일 월간조선은 ‘양씨의 유서가 대필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분신 사건을 수사한 경찰 설명과 당사자 증언을 통해 곧바로 허위로 드러났다.

 

분신 방조자로 지목된 건설노조 부지부장 홍성헌씨와 건설노조의 고소로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2년이 넘게 수사했지만 지난 5월 양씨의 분신 상황이 담긴 검찰청 영상을 조선일보에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며 ‘수사 중지’ 처분했다. 경찰은 영상의 출처를 밝히지도 않은 채 “시시티브이 녹화 영상은 누구나 쉽게 보거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망인과 고소인의 모습과 행동은 외부에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황당한 이유를 댔다. 조선일보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 “다소 자극적인 단어나 과장된 표현”이 담긴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2년 전 수사 초기에 검찰청 시시티브이 등 증거를 확보했다면 벌써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에서는 부실한 경찰 수사에 대해 아무리 비판해도 꿈쩍도 하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니 경찰이 태도를 바꾼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 박고은 기자 >

“(양국의 입장을) 조정 · 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

 트럼프 압박에도 '아펙 시한' 두지않고 협상 서두르지 않을 뜻 비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9일로 확정 발표되면서, 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쏟아온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최종 타결이 안될 수 있다’며 ‘아펙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아펙은 코앞”이라며 “날은 저물고 있는데 만약 아펙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협상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교적 줄다리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이번 아펙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설정하고 서두르면 우리 카드는 더 줄어들고 미국의 요구에 말려들기 때문에 시한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 듯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의 접점이 많이 좁혀졌지만, 가장 민감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놓고 미국의 요구가 완강하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곧바로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선투자를 요구했던 부분은 (요구를) 접었다”며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어느 정도(투자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놓고 양 국가가 대립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규모가 작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에선 ‘그것(우리 주장)보다는 좀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2조원)를 최대라고 판단하고 10년 장기 분할 투자 방식을 미국 쪽에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향후 한국의 현금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약 290조원) 선으로 정하고, 이를 8~10년에 분할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투자액과 투자 기간 외에 수익 배분 방식, 투자처 선정 등이 모두 연동돼 움직이고 있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담판과 정치적 결단이 합의 여부를 가늠할 열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한미 산업 협력 확대가 양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우리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공세를 벼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해 “일방적인 대한민국의 희생이나 양보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죄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덜컥 약속한 7·31 졸속 합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분야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한미간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부터 문서화하는 플랜 비(B)도 여전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동맹 현대화 등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내용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 발표하고 관세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협상이 완료돼야 안보 합의도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세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문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박민희  엄지원  이재호 기자 >

 

미 “한국이 적절한 조건 수용하면 무역협상 타결…김정은 만남 일정은 없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는 즉시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 관련 사전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합의를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면서도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하는 즉시(as soon as they're willing to take the commitments that we think are appropriate)”라고 덧붙였다. 양국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의 투자 협정은 구매 및 투자의 성격상 대부분 상무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무역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관세 합의 때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업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위축되었고, 대통령은 이를 되살리고 복원하는 데 매우 헌신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파트너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의 기술력, 자본, 그리고 일반적인 협력을 환영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조업, 방위 산업, 조선 및 잠수함 건조 역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물론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Obviously things can change)”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부산에서 ‘주최’(host)한다”라고도 밝혔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