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피습’ 백혜련 의원 등 고발장 제출

서울경찰청 “심각성 감안” 전담팀 구성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경찰이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계란을 던진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을 중심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계란을 던진 사람을 추적하는 등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중 계란 세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백혜련 의원이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백 의원 등은 회견이 끝난 뒤 서울종로경찰서를 찾아 계란을 투척한 이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 경향 전현진 기자 >

 

‘계란 봉변’ 백혜련 “극우가 헌법기관 난도질…강력 대응”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계란 투척’에 봉변을 당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다가 ‘계란 투척’ 봉변을 당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성지지층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백주대로에서 테러를 일삼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백 의원은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백 의원은 “이미 일반 국민들이 극우세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왔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까지 테러가 가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유린한 헌정질서가 불러온 사회적 갈등이 너무나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폭력의 일상화가 헌재 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헌재 앞에서는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극우세력으로부터 헌법기관이 난도질 당하는 걸 뒷짐만 진 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백 의원은 이어 “헌재는 이 갈등을 치유하는 건 신속한 결정뿐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나 극우 강성 세력의 위협 등 다른 요인 때문에 선고 일정이 지연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법조계 “헌법재판 절차상 각하가 될 만한 문제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으로 경찰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선고일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재 주변. 신소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평의를 이어갔지만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못해 선고 일정은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권에선 ‘각하’ 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기각을 주장할 수 없기에 이어지는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하’란 소송 절차에서 흠결이 분명해 본안을 따져볼 필요도 없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결정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들어 각하를 주장하며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건은 헌법재판 절차상 각하가 될 만한 문제점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던 내란죄 철회로 탄핵소추의 동일성이 사라졌으므로 각하 사유가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국회에서 뇌물·강요죄를 포함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를 제외하고 탄핵 재판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이 당시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또 헌재는 소추 사유를 의결서 체계에 구속받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한다. 지난달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주장한 법 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 규정에 근거해 탄핵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각하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직후부터 강변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위헌적 행위가 면책되는 건 아니라는 게 확고한 판례다. 헌재는 1996년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위헌 확인 사건에서 “이른바 통치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긴급명령이 통치행위이므로 헌법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4년 이라크 파병 사건 때 헌재가 통치행위를 인정한 사건이 유일하게 있었지만, 헌법·법률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단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고 하더라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행위는 그 후속 행위이기 때문에 통치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각하를 주장하는 흐름은 윤 대통령 탄핵 건이 기각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여권이 새로 꺼내 든 전략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법조계에서 모두 극복된 이론들을 끌어와 언급하면서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각 사유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니 소송 요건을 걸고넘어지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짚었다.   < 김지은 기자 >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 대학생 삼보일배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터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진행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를 위한 대학생 삼보일배'에서 대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재판소의 길어지는 침묵에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헌법학자들마저 "이 이상 지체하면 위기만 더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여 헌정을 조속히 회복하여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헌법학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0일 "헌재는 조속히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라"는 긴급성명을 냈다. 이들은 "오늘로 12.3 계엄사태가 발발한 지 108일째,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소추된 지 97일째"라며 "지금의 상황에서 척사입정(斥邪立正, 삿됨을 배척하여 정의를 바로 세움),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됨을 깨부수고 정의를 밝힘)의 중차대한 임무를 가진 유일한 국가기관이 헌재"라고 강조했다.

외부로부터 법기술자들의 온갖 회유와 위협, 정치적 억지 논리가 헌법의 외피를 두르고 난무하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민주공화국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헌재는 연일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 심리'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11일만에 결론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벌써 23일이 지났다. 헌법학자회의는 "외부로부터 법기술자들의 온갖 회유와 위협, 정치적 억지 논리가 헌법의 외피를 두르고 난무하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이 이상 지체하면 위기만 더 커진다. 돌다리를 두들겨 건너려다 너무 두들겨 깨져버리면 건널 수조차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준법의지도 찾기 어려워… 즉각 파면해야"

이들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존망의 기로에 서서, 21세기의 희망찬 미래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20세기의 억압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가 헌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윤석열은 그동안 정립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들을 종합할 때 직무수행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음이 너무도 명백하다"며 그의 '헌법수호의지 없음' 그리고 '헌법파괴의지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국회를 반국가단체로 단정하여 그 권능을 배제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정치과정을 중단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계엄선포 이후 대통령 경호요원들을 방패로 삼아 체포영장의 집행을 저지하는 한편, 객관적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거짓 진술들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증인들에게도 거짓 진술을 유도하는 등 수사기관, 법원,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정당성을 부정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태도를 지속하여 헌법질서의 수호의지는커녕 최소한의 준법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헌법학자회의는 "대통령 윤석열의 이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법 위배 행위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대표로서의 지위를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될 수밖에 없고, 그 위반은 매우 중대하므로 즉각 파면하여 헌정을 조속히 회복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는 상황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입헌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위하여 주저없이 나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헌법 위배 사항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탄핵 절차 개시하기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이 최종 시한으로 제시한) 어제(19일)까지 최상목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최 대행의) 헌법 위배 사항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는 등) 위헌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동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절차와 시기는 조금 더 논의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 고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