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와 동업자가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부과된 과징금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차명소유로 부과된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씨가 경기 성남시 중원구청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기각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추가 심리 없이 원심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끝냈다.

중원구는 2020년 6월 최씨와 동업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며 각각 과징금 27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검찰은 같은 해 3월 최씨가 2013년 도촌동 땅 55만3231㎡를 매입한 뒤 소유권 등기를 ‘한국에버그린 로지스틱스’라는 법인과 동업자 안아무개씨의 사위인 김아무개씨 공동명의로 해 차명 투자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최씨는 “부동산 실소유자는 다른 사람이고 이들에게 명의신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법인이 소유한 도촌동 땅의 경우 최씨 의사에 따라 처분되고 매도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인 지분의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고, 최씨가 차명 투자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출 제한을 회피하려는 의도였다”고 적었다. 최씨는 항소심에서는 과징금이 과다하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도 이를 기각했다. 최씨는 이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9억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최씨는 가석방이 허가되면서 만기 출소를 2개월 앞둔 지난 5월 풀려났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이 대표 유죄 논리 따르면 ‘당선자’ 윤 대통령 혐의가 더욱 위중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선고 파장이 크다. 대선에서 낙선한 야당 대표만을 겨냥한 검찰의 집요한 수사가 검사 출신 대통령·당 대표를 둔 여권의 외곽 지원 속에 ‘결실’을 맺은 것인데, 그간 검찰은 당선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허위사실공표 혐의에는 “의견 표명 불과” “허위 인식 없음” 등 공직선거법 판례 등을 최대한 반영해 무혐의 처분해 왔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민의 왜곡’이라는 이 대표 유죄 논리를 따르면 ‘당선자’인 윤 대통령 혐의가 더욱 위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임 뒤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 기능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고 있다. 피고인은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으므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지난 15일 이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이렇게 밝혔다. ‘민의 왜곡’에 따른 처벌은 통상 당선자 쪽 위법 행위를 판단할 때 기준이다. 허위사실을 공표한 후보가 낙선했는데, 이를 ‘민의가 왜곡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17일 “사실관계 판단은 별개로 하더라도 공직선거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이나 처벌 실익,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 형평성을 놓고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양형 사유”라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돈에 의한 민의 왜곡은 당선·낙선자를 구분하지 않고 엄하게 처벌하는 기조가 굳어져 왔다. 반면 대법원 판례는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 취지를 살려 “선거의 공정을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 모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공방과 후보자 검증이 위축되고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선거 결과가 국민이 아닌 검찰·법원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입은 푼다’는 기준을 충실히 적용해 왔다. 윤 대통령은 오랜 법조기자 생활을 한 김만배씨와의 친분을 부정했지만, 김씨 누나가 부친 집을 19억원에 매입한 사실 등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2022년 9월 “개인적 관계나 친분 유무는 스스로 평가 내지 의견표현에 불과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고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했던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때와는 정반대 태도였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 보도를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낙선자 처벌의 실익은 당선자 처벌의 실익보다 당연히 낮다. ‘민의 왜곡’ ‘대의민주주의 본질 훼손’을 거론한 1심 논리를 따르면, 당선자인 윤석열 대통령 역시 퇴임 뒤 바로 수사해 기소하는 게 형평에 맞다”고 했다.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형사 소추를 받지 않지만 헌법재판소(전두환·노태우)·대법원(이명박) 판례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대법원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기소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판례에서 “대통령 공소시효는 퇴임 뒤 다시 진행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을 봐서 돈을 빼고 절연했다”는 윤 대통령의 2021년 10월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 발언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의혹을 제기한 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실만 봤다’는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성격이 짙다. 이후 김건희·최은순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투자로 23억원의 차익을 얻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조국혁신당은 1심 선고 직후 논평에서 장모 최은순씨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유포 사례도 거론했다.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 준 적 없다”고 했는데, 최씨는 ‘349억원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대표의 1심 재판부는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뒤집으면,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될 경우 ‘당선’은 양형 가중 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막판까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방어하는 데 안간힘을 썼고,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법원 최종 판단에 이 대표 차기 대선 출마 여부 달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지난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항소심 등 향후 재판의 속도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확정 판결?

선거법 270조에선 선거범과 공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6·3·3 규정’이다. 선거 관련 분쟁을 빠르게 해소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도입된 조항이지만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실상 사문화한 상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2022년 9월 기소된 뒤 2년2개월 만에야 1심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9월 전국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강행규정 기한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은 늦어도 내년 중에는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1심에서 광범위한 증인신문이 이뤄졌고, 조 대법원장이 법 준수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6·3·3 규정에 준하게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항소심에서 결론 바뀔까

이 대표가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급심에서 전무 무죄가 나거나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1심과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면 항소심이 이를 쉽게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를 남겼다. 1심의 양형 판단을 항소심이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은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형량이다. 선거법 양형기준을 보면 ‘당선목적 허위사실 공표’는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벌금 200만~800만원이다. 여기에 허위사실이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거나 “전파성이 매우 높은”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8개월~2년, 벌금 500만~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선거법 위반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 이하의 형량을 받아내려면 감경요소(벌금 70만~300만원)를 적용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의 감경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양형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감경요소(특별양형인자) 중 이 대표에게 적용 가능한 항목은 “허위사실 공표 정도가 약한 경우”뿐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범행 내용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 “범행의 죄책과 범정(범죄 정황)이 상당히 무겁다”고 적시하며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전례가 흔치 않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 유지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선무효형을 피하려면 무죄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 시기 후보 발언에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며 이 대표는 낙선자 신분”이라며 “가능성은 적지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당선무효형 이하가 선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살렸던 대법 판례 있었지만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은 1심 유죄 근거가 된 허위사실 유포의 목적과 즉흥성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유죄가 인정된 발언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4단계 종상향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법원은 당시 용도 변경이 성남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이 발언을 허위로 봤다. 이어 이 대표가 국감 전후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라고 발언한 점 등을 들어 이런 허위발언이 선거법에서 처벌하는 ‘당선 목적’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춰서 미리 준비한 팻말까지 들고 발언했으므로 즉흥적 답변도 아니라고 보았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킬 때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고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토론회는 제한된 시간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판례를 바꾸면서 무죄 판단을 내놓았고, 이 대표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은 사전 준비 정황이 뚜렷해 즉흥적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후보자 토론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한겨레  장현은  정환봉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