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선거 때부터 김태우 공천에 개입


국힘 지도부에 “경쟁력 있어 구청장 될 것” 전화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1심 유죄 받았던 상황

그럼에도 공천 강행…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김기현 당 대표(왼쪽), 윤재옥 원내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3.10.10. 연합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본인의 귀책사유로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설이 파다했다. 그런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최초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었던 2018년말 ‘특감반 사태’의 장본인이자 조국 전 장관의 소위 ‘감찰무마’ 혐의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투신한 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고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이 김태우 공천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공천’ 개입

이번 ‘김태우 공천 개입’ 건이 터져나오게 된 것은 당초 명태균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본연의 임무와 직접 관련도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집중 공격하면서부터다. 이준석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정국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공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당사자다.

이 의원이 국힘 대표였던 시절 욕설을 했다가 징계를 받는 등 이 의원과 극히 불편한 관계였던 김 변호사는 명 씨의 변호인을 맡은 후로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거나 이준석 때문에 윤 대통령이 문제의 육성 통화를 하게 됐다는 등으로 이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이 의원은 명태균-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매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의혹에서 이 의원 본인이 개입된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도 야당 의원으로서 현 정권과 여당의 비리에 주요 인물로 회자되는 것이 결코 반가울 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지속적으로 공격해오자 이 의원은 1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심스럽게 윤 대통령의 다른 공천개입 의혹들 중 일부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이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에게 의사를 전달한 사례들로 “특정 시장 공천”과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을 거론했다.

14일 JTBC와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윤 당선인의 공천 개입 사례로 언급한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강서구청장 예비후보 김태우였다.

‘당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A씨는 전국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있던 2022년 4월 말 윤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직접 지도부에 연락해 “김태우 후보를 뛸 수 있게 하면 경쟁력이 있어서 구청장이 될 것” “이미 박성중 의원한테 김태우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성중 전 의원은 당시 국힘 서울시당 위원장으로서 후보를 정하는 공관위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이런 윤 당선인의 발언을 “김태우를 경선 대신 단수공천으로 해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의혹과 마찬가지로 공천 개입임에 분명한데도, 이준석 의원은 공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게 죄가 될 만한 것인지, 문제가 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대표랑 대선 후보 또는 당선인이랑 공천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범죄 의혹 논란에서 본인의 발은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할 부분이 있어서 조사를 하겠다면 당연히 가서 이미 나와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들을 얘기해 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당 대표 이준석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이 공천개입 사태가 어디까지 커질지는 일단 검찰에 달린 셈인데, 물론 명태균의 휴대폰 은닉에 놀아나고 명태균 압수수색에서 김건희의 ‘금일봉’도 모른 체 했던 검찰에게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특검 수사 혹은 적어도 공수처 수사가 이루어져야 전체 범죄 의혹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유죄 판결

한편, 당초 문재인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일개 반원에 불과했던 김태우는, 본 직위는 검찰 수사관으로서 특감반에 파견되어 있었다. 2018년 11월 개인 비리들이 적발돼 검찰로 복귀처분 후 감찰을 받게 되자 그는 감찰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특감반이 다루던 여러 사안들을 최종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무차별로 폭로하면서 본인에 대한 감찰을 무마하려 시도했다.

검찰의 감찰 결과 김태우에게서 특감반원의 지위를 악용한 여러 개인 비리들이 확인됐는데, 그럼에도 검찰은 개인 비리들은 대부분 덮고 그중 특감반 폭로 행위 자체인 ‘비밀엄수의무 위반’만을 문제 삼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김태우는 2019년 2월에 기소됐다.

 

 

이후 재판 진행 중에 검찰을 떠난 김태우는 2020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임한 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 윤석열캠프에 투신했으며, 윤 후보가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김태우가 윤석열캠프와 인수위에 연달아 참여하고 당내 인맥이나 기반이 없음에도 두 차례나 거듭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았던 데에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바탕이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김태우와 윤 대통령의 인연은 사실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옛 대검 중수부에 함께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김태우가 “상의할 일이 있을 때 윤 지검장을 찾아가곤 했다”고 한다.

특감반 사태로 김태우가 감찰과 수사를 받던 당시에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는데, 김태우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되자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으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윤 지검장과의 친분 때문에 제대로 수사 및 기소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 내 하급직 출신인 김태우를 윤석열 후보가 캠프와 인수위에 받아들인 것은, 그것도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자를 받아들인 것 역시 이런 오랜 친분의 영향이 가장 컸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특감반 사태’를 홀로 일으키고 ‘조국 사태’에서 기소할 꺼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윤 대통령이 유력 야권 주자로 부상할 기회를 연거푸 만들어줬다는 공을 세운 데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라 볼 수도 있다.

‘1심 유죄’에도 공천 강행, 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시점에, 김태우는 이미 1년 전인 2021년 1월에 1심 유죄 판결(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벌금형도 아닌 징역형 유죄를 받았고 그 유죄 판결의 혐의도 공직자로서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공무상비밀누설’이라는 범죄였음에도 국민의힘은 구청장 공천을 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이 컸다. 1심 무죄라면 몰라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공천 후 설령 강서구청장에 당선되더라도 최종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지역에는 김태우 외에도 3명의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었는데, 낙하산 단수공천설이 파다하게 퍼지자 이들은 단식농성과 삭발투쟁 등을 벌이며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태우는 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청년후보 김승현을 상대로 2.61%라는 박빙의 차이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지만, 불과 두 달만인 2022년 8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유죄 판결이 다시 내려졌고, 이어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됨으로써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당초 김태우 낙하산 공천에 반발했던 당내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김태우는 재판 과정과 이후로도 자신이 ‘공익신고자’라면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공익신고자 지위 부여는 당초 권익위의 하자 판단이었던 것으로, 그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달린 것이다. 공익신고로 인정될 경우 혐의가 부인될 수 있는데, 법원은 1심 판결부터 김태우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공익신고자 인정의 예외 규정 때문으로, 해당 법률 제2조에서는 “거짓임을 알고도 신고한 경우”와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대해서는 공익신고자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부터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이라 적시하면서 김태우가 특감반 사태를 벌인 동기가 사실상 ‘부정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1심에서부터 김태우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라고 판단된 것이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그런데, 이 확정판결과 직위 상실 이후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에 김태우를 포함시켰다. 확정판결 후 3개월만이라는 짧은 기간도 이례적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이 더욱 논란거리였다. 김태우가 받은 형은 징역 1년이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실제 형을 살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사면을 강행한 것은, 사면보다 ‘복권’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복권은 법원 판결로 상실된 법률적 권한을 회복시켜주는 것인데, 그 핵심이 바로 피선거권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를 사면한 사실상 유일한 이유는 선거에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당시 다가오는 선거는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였는데, 이 보궐선거의 유일한 선거구가 바로 김태우 자신의 유죄확정으로 궐위된 강서구청장이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뻔하게 김태우 유죄 확정으로 상실한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가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런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의도는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김태우 본인은 사면복권이 발표된 당일 즉시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라며 10월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내비쳤고, 며칠 후 실제 예비후보로 등록을 감행했다.

국힘은 ‘전략공천 시 무소속 출마’를 공언한 예비후보들의 극렬 반발 때문에 경선을 실시하긴 했지만, 이미 현직 대통령 윤석열의 의중이 실린 것이 너무도 뻔했다. 거기에 판사 출신인 당 대표 김기현까지 가세해 김태우의 유죄 판결을 부인하고 사실상 김태우의 캐치프레이즈인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를 내세우는 등 대대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이 밀어주는 김태우가 공천 확정되는 것은 이미 8월 사면 시점부터 기정사실이었던 것이다.

‘1심 유죄’ 김태우를 한번 뽑아줬던 강서구민들은 ‘유죄 확정으로 직 상실 후 재출마’라는 사상 초유의 뻔뻔스러운 출마 행태를 보고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았다. 1년 전 김태우가 박빙 승리했던 이곳에서 이번에는 17%라는 큰 격차로 김태우를 낙선시킨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과 별개로, 이어진 2023년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재공천은 앞서 8월 사면에서부터 윤 대통령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명백해 보인다. 법적인 판단 여부는 애매할지 몰라도 정치적 의미로는 현직 대통령의 여당 공천 개입이 확실했던 것이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이준석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강서 · 포항 공천개입 정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지방선거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특정 시장·구청장 후보 공천을 달라고 했다”고 한 데 이어 더 구체적인 폭로에 나선 것이다.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최근 이 의원을 향하는 기류가 보이자 ‘경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들 지역의 후보 공천이 결정되기 전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강서와 포항을 언급했다”며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강서구 당협위원장 세명이 모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이 맨날 안 되고 하는 사람들이다. 저거 지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니냐’며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2022년 3월29일 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더라도 중간에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 반대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2021년 8월 자신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게 이 대표 얘기다. 김 전 구청장은 결국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1년 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석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고,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그를 또다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이는 김기현 당시 대표의 사퇴 등 여권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은 ‘당협위원장들 말을 듣지 말라’고 한 윤 대통령이, 포항시장 공천에선 “원래 공천은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도당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이 현역인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에 반대하며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인) 저한테 역정 내면서 얘기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의견과 개입은 임계점의 차이인데,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대화) 구조에서 (압박이) 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의 주장처럼 ‘통상적인 의견 개진’이 아니라 명백한 공천 개입이라는 반박이다. 서울시당에서 공천을 진행한 강서구청장과 달리, 중앙당에서 관할한 포항시장 후보 공천은 결국 이강덕 시장이 받았다.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김영선 전 의원, 전날 이 의원이 거론한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제기된 건 최소 4명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규모를) 숫자로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사례가 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오빠’가 사고 친 게 한두개냐”고도 했다. 검찰이 명태균씨와 가까운 사이인 이 의원을 본격적으로 겨냥해 수사할 경우 추가 폭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선 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털고 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명태균 게이트는 공천 개입 '김건희 수사'가 핵심


검찰 믿을 수 있나…'꼬리 자르기' 땐 특검이 답
명태균·김영선 혐의 부인…"정치자금법 위반 아냐"

구속 전 명태균 "위에서 입 틀어막고 들어가라고"
민주당 "게이트 몸통인 윤석열 부부를 수사해야"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
 

명태균-김영선 전격 구속

윤석열 부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전격 구속된 가운데, 이들의 구속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자금 문제로 꼬리 자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용산으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핵심 인물들은 구속했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특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창원지법 정지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5일 오전 1시 15분쯤에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명 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하고 명 씨에게 돈을 건넨 경북 고령군수 배 모 씨와 대구시의 원 예비후보 이 모 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 판사는 배 씨와 이 씨에 대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의자들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7600여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부신고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달 21일부터 명 씨가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며 증거 인멸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명씨가 처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배 씨와 이 씨가가 명씨에게 공천을 부탁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점도 지적했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오른쪽) 씨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
 

명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민망한데 무슨"이라고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명 씨 변호인은 의견서에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 의창) 당시 김 전 의원이 사후 정산 목적으로 선거 비용을 차입하려 했고 회계책임자만이 수입과 지출을 할 수 있어 담당자인 강혜경 씨가 명 씨로부터 6000만 원을 빌렸다"며 "명 씨는 이 돈을 지난 1월 강 씨로부터 변제받았을 뿐 검찰의 범죄 사실과 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세비 절반을 명 씨가 받은 경위에 대해서는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이 입금되면 빌린 돈을 정산하려 했고, 세비 반이라도 떼어서 우선 급한 대로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명 씨에게는 피 같은 돈이었기에 자신부터 우선 달라는 취지로 강 씨에게 말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 당일 취재진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살인자가 내 칼을 썼다고 그게 제가 찌른 것이 되냐"며 "이 사건은 수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언론인이 검찰을 뒤흔드니 정치적인 구속영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세비가 명 씨에게 들어갔지만 자신이 직접 준 돈이 아니며 구속이 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단 구속은 했지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공천 개입 의혹,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 미공표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윤계의 대표적 인사인 정유미 검사가 창원지검 지검장인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을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직접 컨트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지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수사 지연과 관련, "입이 단내나도록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은 15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달 23일과 31일 윤 대통령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3일 모두 창원지검으로 보냈다. 명 씨 등에 대한 수사가 창원지검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 곳으로 사건을 모은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수사도 벅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 검찰 차에 앉아 있다. 2024.11.14. 연합
 

시한폭탄 같은 명태균

사건 초기부터 구속 요구가 있었음에도 전혀 구속하지 않았던 명 씨가 전격 구속되면서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 14일 <KBS>에 따르면 명 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김건희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명 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 씨는 최근까지도 김건희 씨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세지를 보냈지만, 김건희 씨는 메시지를 읽기만하고 답하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토사구팽'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발부가 최근 까다로워 지면서 상대적으로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에서 영장을 쳤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상대적으로 구속 영장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을 통해 구속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적으로 이뤄진 구속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선은 명 씨의 입에 머문다.

명 씨는 최근 '한 달이면 탄핵·하야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과 나눈 중요한 녹취가 2개 있다'고 용산을 향해 협박하다가, 갑자기 '대통령 녹취록은 없다' '핸드폰을 다 버리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일련의 구속 과정을 봤을 때, 명 씨의 갈피를 잡기 힘든 시한폭탄 같은 언행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는 구속되기 전 '용산'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방송 나와서 저리 뻔뻔하게 얘기하는데 뭐라고 해"라며 "안 믿어주는데 그러니까 저 위에서는 지금 입 좀 틀어막고 들어가라는 얘기야. 그냥 확 다 불어버릴까 진짜"라고 말했다. 

실제 명 씨는 "변호사가 나를 살려주겠냐, 누가 살려주겠냐"며 "내 변호사는 휴대폰"이라고 하기도 했다. 명 씨는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져 구속되면 가지고 있는 녹취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서 수사 과정에서 폭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명 씨의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핵심은 '김건희'

다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마치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명 씨와 김 전 의원 구속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로 향하는 시선을 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 개입이다. 핵심 열쇠인 김건희 씨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현직인 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자연인인 김건희 씨는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강압 수사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검찰이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특검'으로 사건 정황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이다.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2024.11.15. 민들레 DB
 

아울러 명 씨의 녹취록에서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모두 수사 대상이다. 특히 명 씨가 구속된 가운데, '제2의 명태균'으로 지목되며 이준석 의원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과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 등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부부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이 저에게 역정을 내면서 (공천을) 얘기하는 건 이례적이었다"며 "추가적으로 들어보니, 특정 인사가 김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당협위원장 세명이 다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이러면 더불어민주당 돕는 일 아닙니까'라며 그 사람들 안 된단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 수사 없으면 속 빈 강정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및 국정개입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면서 야권에서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 수사 없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속 빈 강정"이라며 "이준석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특정 시장 공천을 주문하고, 구청장 공천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명 씨가 아무런 뒷배 없이 공천에 개입하며 떵떵거릴 수 없다"며 "명 씨에게 금일봉을 주고 집까지 불러들인 윤 대통령 부부가 있어서 가능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공천 개입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4.11.15. 연합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정황은 드러났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돈을 공천 대가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공천에 대한 명 씨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다. 민간인 명 씨의 영향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규명돼야 한다.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윤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김건희 씨가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이 가결 처리됐다"며 "191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김건희 씨를 수사하지 않으니, 특검을 임명해 제대로 수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오늘 통과한 수정안은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해 김건희 씨 혐의를 명태균 게이트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줄였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방식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집단 퇴장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해 25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며 "혁신당과 민주당 등 범야권은 수정안이 통과되도록 똘똘 몽칠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과 함께 탄핵당하지 않고 합리적 보수의 불씨라도 살려놓으려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명태균, 구속 12시간 만에 또 조사…검찰 “돈 관계 혐의 부인해”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가 15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도착했다. 창원지검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고 문을 완전히 내린 뒤 명씨를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최상원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된 명태균씨가 이날 오후 검찰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후 1시40분께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새벽 1시20분께 구속된 뒤 12시간여 만에 또 조사를 받는 것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명씨가 돈 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명씨를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명씨 변호인은 “명씨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기재돼 있는 돈을 한 푼도 받은 바가 없다. 특히 김영선 전 의원 관련해서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기간에 대납했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에게서 받았다는 2억4천만원 부분은 1원 한푼 받은 바 없다”며 “검찰이 준비한 혐의 내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여론조사 조작 관련해서는 명씨 입장을 별도로 정리해서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 김 전 의원, 이준석·윤상현 의원 등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지난 14일 창원지검에서 조사하도록 보냈다. 앞서 사세행은 지난달 23일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31일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을 따낸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내용들이기에 이송한 것 같다. 기존에 살펴보던 의혹들과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으로 한정해서 수사하던 창원지검의 수사 범위는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관련 정치인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부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명씨와 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23일부터 2023년 11월24일까지 16차례에 걸쳐서 김 전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 7620만원을 기부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2년 6월1일 실시된 지방선거의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배씨와 이씨에게서 각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분석] "황당무계""납득 못해" 쏟아진 비판...정권 비판 여론 결집·대여 공세 수위 더 높일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과 직후 통화한 민주당 내 한 전략통 중진 의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만큼은 다수 민주당 의원이 무죄를 확신해 온 터라, 이날 1심 판결은 그야말로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사법 리스크 현실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3개월 내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재명 지도부의 위기는 빠른 속도로 닥쳐올 공산이 크다. 형 확정 시 민주당이 보전해야 할 대선 선거 비용만 434억 원이다.

당장 오는 25일 1심 결론이 나오는 위증교사 혐의 재판 결과도 낙관하기 힘든 처지다.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시 역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는 견고하다. 징역형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중형 선고가 도리어 당내 결집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복 수사를) 정당화 시켜준 판결"이라면서 "정치검찰의 정적 제거 의도에 부화뇌동한 결과"라고 1심 판결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일부 당 밖 비주류 진영에서 목소리들이 나올 테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올 말이기에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면서 "(판결에) 오히려 납득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면 당 안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 안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때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인 만큼, 오히려 당장 큰 동요는 없을 거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오늘이든 위증교사 판결이든 어떤 결론이 나온다 해도 동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리스크는) 당 대표 선거할 때부터 계속 나온 이야기고, 결국 첫 판결이 나온 건데 당 구성이나 정치적 대외 상황을 보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당내 파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부가 직면할 현실적 위기에 대해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내부에서 변화는 없겠지만, 여당을 휘몰아쳤던 기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면서 "(1심 판결로) 국면 전환 효과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열흘 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오면, 12월 이후부터는 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을 깬 중형 선고에 여론 결집 기대하는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시민국민항쟁추진연대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서문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해체, 이재명 무죄 촉구 시민대회'에 참석한 한 지지자가 소식을 전해들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정민
 


'명태균 게이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위기 국면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민심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나온 중형 선고가 도리어 정부 비판 여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저격하고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수 판사에 의한 국민 주권 침해"라고 질타했고,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민심이 천심이거늘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역시 자신의 SNS에 남겼다. 대표적 친명계 의원인 김병기 의원은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칫 사법부 악마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해당 재판부에 책임을 돌렸다. 한 중진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 문제라기 보다 판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자기 기억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이런 형량을 때린 것은 정말 억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다수 재판이 남아 있는 만큼, 판결 전부터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판결 전에는) 법리적으로 일단 대응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는 환영하고 다음에 규탄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평정심을 갖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단일 대오'로 뭉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시민국민항쟁추진연대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서문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해체, 이재명 무죄 촉구 시민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내린 결론은 단결과 집중이다. 계파 구분 없이 모두 '이재명 중심 대응'에 입을 모았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면서 "항소심에서 국민과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고민정, 박수현,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검찰 독재정권이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전력을 다해도 이 대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 탄압에 기를 써도 민주당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욱 일치단결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장 다음날인 16일로 예정된 예정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3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소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 원 이하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되는 만큼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와 사법정의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해 나가는데 당력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향후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서 "정치적 판결을 수용할 수 없고, 법률적으로 대응해 모든 것을 동원해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 오마이 조혜지 기자 >

 

이재명, 오늘 비상회의 열고 광화문으로…“당 혼란스럽지 않다”

“전국 지역위원장 - 의원 비상연석회의 참석해 발언”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집회 동참 예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결과 이후 당 상황에 대해 “당이 혼란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선고로 인한 ‘충격’ 속에도 단일대오로 뭉쳐 대응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1심 선고 이후 국회로 돌아와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당이 혼란스러운데 대표로서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회의에선 공직선거법 1심 선고 판결문 분석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이 논의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내일(16일) 오후 2시 의원들과 전국 지역위원장들이 참석하는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이 대표 선고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 문제로 당이 흔들리거나 갈등이 생기는 일은 없다”며 “이 판결이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에 (당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1심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민주당은 이 대표와 함께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16일 오후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 이후, 오후 4시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하고, 이어 오후 5시30분 시민단체 등이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등을 내건 시민행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 대변인은 “이 대표가 내일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후 열리는 집회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