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혐의 입증 부족세월호 유족들 권력불법 용인 납득못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횟수와 시각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보고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후임자인 김관진 전 실장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법정을 꽉 채운 유족들은 1심과 똑같은 결과에 대한민국 법은 권력을 가진 자를 용인한다며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3(재판장 구회근)9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은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상황을 제대로 보고받고, 탑승자 구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무르며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언어로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를 처음 유선보고한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해 20148월 국회 서면질의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당시 청와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망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며 집행유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전직 국가안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김장수 전 실장은 국회에 제출할 참사 상황일지 작성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사고를 최초 보고한 시각을 허위로 알려준 혐의를 받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입증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무단으로 수정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한 검찰의 항소도 기각했다.

세월호참사 국민 고소고발 법률대리인단의 이정일 변호사는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않은 사건에서 가족이 겪은 세월에 비해 (김 전 실장 등) 양형은 부당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장예지 기자 >

 

통합TF, 1106개 분야 초안 발표 트럼프 이기기 위해 함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협상 끝에 8일 합동 대선 공약 초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3CNN 방송의 워싱턴 스튜디오에서 후보자 간 토론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공동 대선공약 초안을 마련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이나 그린뉴딜 환경계획 같은 샌더스의 급진적인 정책은 트럼프 타도를 위해 미뤄뒀지만,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바이든이 진보의 아이콘인 샌더스의 진보적 공약을 수용하는 절충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상원의원은 8일 자신들이 지명한 6~8명으로 구성된 통합 태스크포스가 수주간의 협상 끝에 마련한 110쪽 분량의 정책권고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 정책권고안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채택하는 강령의 기초가 된다. 샌더스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바이든은 샌더스의 진보적 의제를 대선 공약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책권고안은 코로나19 발발, 실업 만연, 인종차별 시위 등 미국의 최근 3대 위기와 관련해 6가지 분야의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민주당의 젊은 진보파를 대표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초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샌더스의 기후변화 대책이었던 그린뉴딜은 제외됐다. 그러나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과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주도한 기후변화 공약을 보면,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서 온실가스 방출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애초 2035년로 설정했으나 5년 앞당겼다. 2035년까지 미국 발전소에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든이 애초 제시한 2050년보다 15년이나 앞서는 대담한 계획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도 즉각 복귀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노인을 위한 국가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의 자격을 현행 65살에서 60살로 낮춘다. 샌더스는 애초 메디케어 포 올을 주장했으나, 건강보험 범위를 확대하는 선에서 멈춘 셈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실업보험을 더 많은 노동자에게 확대하고,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12주의 유급 가족휴가·상병휴가(병가)를 주고, 3~4살 아동에게는 보편적 육아 지원을 공약했다. 서민들의 주거 보장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집값을 낮추기 위한 주택신탁기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연소득 125천달러 이하 가구의 학생에게 대학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풀뿌리 지자체의 커뮤니티칼리지도 무상 등록금을 추진한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에서 태스크포스가 이 나라를 더 필요한 진보적 방향으로 진전시키고, 일하는 가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좋은 정책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는 성명에서 바이든과 나, 지지자들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일부에서 강한 견해차를 보이지만,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의길 기자 >

 


[칼럼]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확성기

● 칼럼 2020. 7. 10. 02:11 Posted by SisaHan

[칼럼]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확성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로 전방에서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20161.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확성기 방송을 듣고 전방에서 많은 탈북 귀순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면서 이를 진실의 힘이라고 했다. 신년사 발표 후 열흘 뒤인 1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부처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탈북 군인이 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발언하자 박 대통령의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 ‘우리가 북한의 급소를 제대로 찔렀다는 확신의 표정이었다. 국방부는 160억원을 투입하여 고성능 확성기를 전방에 설치하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방송을 했다. 이 정도면 전방에서 귀순자가 넘쳐나야 하는데, 도대체 넘어오는 자가 없었다. 어떤 조바심 때문이었는지 그해 총선을 1주일 앞두고 국가정보원은 중국에서 북한이 운영하는 류경식당에서 영문을 모르던 12명의 종업원과 지배인을 단체로 싣고 와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전방에서 탈북자가 나타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자 10월 국군의 날에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 군인은 자유의 터전으로 넘어오라며 공개적으로 탈북을 촉구했다. 확성기 방송도 북한 정권에 대한 공세를 날로 높여갔다.

2017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는 전방의 확성기가 골칫덩어리였다. 없애자니 보수언론이 북한 눈치 본다며 반발할 것이 뻔하고, 놔두자니 전방에 분란만 일으킬 이 물건을 어찌할 것인가. 아주 창의적인 대안이 나왔다. 기존의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체제의 열등함을 지적하고 지도부의 존엄을 공격하거나 주민과 군인의 탈북을 권유하는 내용이 주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내용을 다 빼버리고 아이돌 공연과 날씨와 건강과 같은 생활 정보, 그리고 라디오 연속극으로 편성을 몽땅 바꿔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대북 심리전 도구에 문재인 정부는 존중과 배려, 유용성과 즐거움을 실어 보냈다. 이때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방에서 탈북 주민과 군인이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에만 북한군 귀순이 중부전선에서 두차례 있었고, 8월에 서해 교동도에서 주민이 귀순했다. 이후로도 매달 전방 귀순이 이어져 11월 초에는 11명에 달했다. 그 이전의 2년간 전방 탈북자를 추월하는 숫자다. 한 북한 병사는 합동신문 과정에서 연속극을 진행하던 여성 동무를 만나고 싶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병사의 소원대로 당시 연속극을 낭독하던 국군정보사령부 여군 상사가 이후에 병사를 만났는지, 필자는 그게 몹시 궁금하다.

그토록 탈북을 촉구할 때는 요지부동이다가 탈북하지 말고 방송이나 즐기시라고 할 때는 마구 넘어오는 북한 병사는 대다수가 9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다.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고 물질적 풍요와 행복을 갈구하는 성향의 새로운 북한의 세대에 박근혜식 심리전은 먹혀들지 않았다.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키겠다고 으르렁거리던 국군정보사령부가 어느 날 친절한 안내자로 얼굴을 바꾸자 정작 북한 체제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는 역설이 엄연한 한반도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너무 친절하게 배려하고 존중해왔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이런 문재인이 과거 냉전의 전사처럼 으르렁거리던 박근혜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더 나아가 위협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기들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냉전식 봉쇄정책이 아니라 적응이 어려운 친절한 안내자들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입장을 고려해서 20184·27 판문점 합의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전방에서 북한군 병사의 탈북 행렬이 멈췄다.

주초에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왔다. 다시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자 북한은 최선희 제1부상과 권정근 미국국장이 사흘 간격으로 미국과 마주하는 일은 없다는 성명을 내보냈다.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건 실제로는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정말로 관심이 없다면 비건이 서울에 오건 말건 신경 끄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반어법 공세를 지속하는 북한식 확성기의 문법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욱더 친절하고 세심하게 북한에 안내자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식 대북 확성기의 아주 뛰어난 효능이다. 북한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 김종대 전의원, 정의당 한반도 평화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