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어권 보장권고 의결에 “반인권 내란옹호 인권위 규탄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등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을 의결한 것에 대해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잘 나간다고 하는 변호사들에게 둘러싸여 변호 받고, 자기가 출석하기 싫으면 검찰에도 안 가고 법정에도 안 갑니다. 매주 두 번씩 잘 차려입은 옷과 손질된 머리를 하고 헌법재판소에 나와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대체 윤석열에게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이길래 인권위가 이런 결정까지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죄 피의자·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 권고 등을 담은 안건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의결된 다음 날인 11일, 인권위 건물 앞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위원의 이름이 “사퇴하라”는 구호와 함께 울려 퍼졌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형사소송에 준하는 원칙을 준수하고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안건을 전날 인권위에서 의결시킨 이들이다.

 

이날 시민단체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 내란옹호 인권위 규탄한다”, “안창호·김용원·강정혜·이한별·이충상·한석훈은 인권위를 당장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공동행동은 전날 인권위 앞에서 비상계엄으로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돼 집단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인권위 점거로 취소됐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안창호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이 더이상 의미 없어져 진정을 보류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안건은 철저하게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것이자 이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정말 참담하다”면서 “짧은 일주일 동안 민변 변호사들이 40쪽 넘는 진정서를 썼고 시민 457명이 피해 사례를 진술하며 진정에 동참했다. 이 노고가 비상계엄 옹호 안건에 동조한 인권위 손에서 한순간에 폐기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보류하고, 제대로 된 인권위에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에 동참한 국회 주변 주민 한승주씨는 “계엄이 선포된 날 저는 자유와 신체 안전에 대한 권리, 심리적 안정권 등을 분명히 침해받았다. 왜 인권위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침해된 수많은 국민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담은 안건을 의결한 반면, 비상계엄 선포 관련 인권침해를 인권위가 직권조사한다는 내용의 안건(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기각한 바 있다.

 

의결 과정을 지켜본 인권위 직원도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장은 “많은 직원들이 어제 전원위원회가 끝나고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언제까지 인권위 직원으로 있어야 할 것인지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인권위 내부에서도 끝까지 위원 6명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의 인권위 규탄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으로부터 충분한 법적 조력과 변론할 기회를 받고 있고 언론 입장표명을 하는 등 다른 일반 형사 피고인들과 비교하더라도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방어권 권고안을 채택하는 것은 임명권자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몇몇 위원들에 의해 인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이재명이 떠올린 ‘계엄 비하인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동영상 갈무리
 

“있을 수 없는 우연이 수없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비상계엄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의 급박했던 상황을 돌이키며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계엄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국회 숲속에 숨기도 했고, 자신이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 지휘 순서’를 정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국회로 가면서 가장 먼저 ‘방송’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어준씨가 “계엄 직후 제게 전화가 왔다. (이 대표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시민들에게 국회로 모이라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방송을 (먼저)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여러 장면 중 (여성 시민군의) 방송이 떠올랐다. 국민 외에 (계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국민이 국회를 에워싸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선무 방송을 (요청)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국회 도착 뒤 가장 우려한 것은 ‘계엄군에 의한 체포’였다. “(당대표실로) 가면 잡힐 테니까 국회에 있는 숲에 숨어있었다. 그 뒤 (의원회관에 있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실에 앉아 가지고 제가 잡힐 경우 다음 민주당 지휘자 순위를 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체포를 대비해 민주당 내 최고위원, 원내대표, 지명직 당직자 등을 추려 ‘민주당 지휘 순번’을 적어 발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는 왜 늦게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잡히면 안 되니까. 당시 비서실장과 저, 한준호 의원 3명이 같이 있었는데, ‘148명이 모이면 들어가자’고 했다. (민주당 의원만으로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150명이 넘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위험에 노출될 걸 최소화해야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51명이 넘어도 (해제안) 의결을 안 하기에, 잡힐 각오를 하고 ‘척후팀’과 ‘후방 경호팀’을 두고 총 3팀이 동시에 숲에서부터 (본회의장까지) 뛰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 대표는 그날 비상계엄 선포 2시간반여 만에 해제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오랜 시간 철저히 (계엄을) 준비했고 나름대로 계산도 다 했는데 모든 것이 어긋났다. 수없이 있을 수 없는 우연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라며 수많은 ‘우연’을 나열했다. “그 시간이 아니고 딴 시간이었다면, 다른 날 했다면, 공개 발표 안 하고 미리 시행했다면, (주요 정치인) 집에 미리 (계엄군을) 배치해 잡았더라면, 군인들이 단 한명이라도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또는 우리 국민들이 조금 늦게 왔더라면…”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피청구인 배려, 이번 주 신문으로 충분…신속 종결해야”

 
 
▲헌법재판소.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11일 국회 측 대리인단이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 측을 대리하는 이광범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부정 선거 음모론 등 허황된 말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 전 국민에게 중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피청구인에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피청구인은 방어권을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이)내란 프레임을 짜서 자신에 대한 ‘탄핵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했으며 “심판정 밖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해체하고, 헌법재판소를 깨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헌재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사실확정이 필요 없고, 피청구인의 행위는 직접적 헌법 위배이기 때문에 위배의 중대성조차 명백한 경우”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실 확정부터 쟁점이었고 헌법과 법률 위배가 심리 대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특정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가 금지된 행위가 대상이었고, 수사기관에 의한 직접 조사조차 있기 전이었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국회측 김이수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극약처방으로 해결하려고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많은 국민들이 영상매체로 지켜보는 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며 “탄핵을 초래한 사람이 이제는 지푸라기도 잡는 식의 탄핵공작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여섯 번의 변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의 위헌 위법성뿐만 아니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행위의 위헌 위법성 또한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인다”며 “하루라도 빨리 내려지는 파면결정이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고, 정상화시키는 첩경”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해 이번주 두 차례 변론을 마치면 여덟 차례의 예정된 변론기일을 끝낸다. 헌재가 추가 기일 지정을 하지 않으면 변론이 종결되는데, 종결 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는 변론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는 1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신문한다. 마지막 변론기일인 오는 13일엔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 신문이 진행된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