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서 감사원장까지 국가 의전서열 10위 안에 든 11명 가운데 8명이 영남권 출신이다. 검찰·경찰·국세청을 비롯한 이른바 5대 권력 기관장은 모두 영남이 싹쓸이했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여러 공공기관장도 역시 영남 일색이다. 박근혜 정부 편중인사의 심각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2일 발표한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출신 지역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난 대한민국의 권력지도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윗자리가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 밑의 노른자위 자리들도 자연히 그쪽 동네 사람들의 차지가 되는 법이다. 지금 정부 각 부처와 주요 기관들의 핵심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거의 ‘영남향우회’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이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축배를 들고 있는 한쪽 편에서는 소외된 지역 사람들의 울분과 원망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이런 인사의 빛과 그늘 속에서 국가의 통합이며 화합 따위는 아득히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편중인사 특징의 하나는 염치며 체면 따위를 과감히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편중인사니 코드인사니 하는 논란이 있었으나, 그래도 형식적 균형이라도 유지하려 애썼다. 검찰총장이 호남이면 법무부 장관은 영남 하는 식으로 모양새라도 갖추려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제 그런 시늉도 하지 않는다. 예전에 흔히 쓰이던 지역안배라는 말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편중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잘못된 인사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귀담아듣겠다는 자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처럼 능력있는 사람들만 발탁하는데도 이 정부가 역대 최악의 무능한 정부라는 평을 듣는 이유는 무엇이며, 지금까지 임명한 장관 중 어느 누구 하나 도덕성 흠집이 없는 사람을 발견하기 힘든 이유는 또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동종교배 퇴화의 법칙’이 동물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같은 고향 사람들,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 비슷한 학교와 배경을 지닌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인 조직이 걸어갈 길은 뻔하다. 더 나은 진화와 발전은커녕 퇴보만을 거듭할 뿐이다.
지금 이 정부가 총체적 난조에 빠져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
몇번 곱씹게 되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말이다.
‘값싼 박수’, ‘도발’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는 누굴 향한 것인가?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을 꾸짖는 중국과 한국의 정치지도자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말고 누구이겠는가? 졸지에 이 지도자들은 값싼 박수나 받는 도발자가 되고 말았다. 반면 일본의 아베 총리는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품격 높은 지도자가 되었다.
3.1절 아침에 비수처럼 꽂히는 이 말. 우리의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 소리다. 작금의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길을 찾아내라는 소리다. 이 역사의 본질에 정신을 집중하라는 각성의 소리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필연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게 되어 있고, 그 결과 언젠가 미-중 간에는 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은 20세기 초에 유럽에서의 세력균형의 변화를 방관하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고 냉전을 감수하는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러니 21세기에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세력균형의 변화를 방치하지 않고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재균형 전략’, ‘아시아로의 회귀’를 표방한다. 그런데 한국이 과거 역사에 매몰되어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 참여를 주저하고 있으니 이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나온 거친 협박이다.
어느 정도 한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던 미국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국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값싼 민족주의 감성이라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제 과거 역사라는 중고차는 도매금으로 폐기처분하고 그 대신 값비싸고 안락한 신형차에 탑승하라는 이야기다.


지난해에 미국은 얼마나 급했으면 한·미·일 삼국의 국방차관이 모여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하기로 한 계획을 무산시키고 펜타곤의 하급관리를 보내 약정서에 서명을 받아갔다. 조인식도 하지 못한 일종의 ‘택배기사 약정’이다. 그만큼 미국의 호흡이 거칠 뿐만 아니라 급하기까지 하다.
개발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한국에 배치할 물량도 없는 사드 요격미사일 체계를 벌써부터 한국에 배치하려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바로 그런 미국의 조급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의 부상 속도가 너무 빨라 시간이 없다.
 이런 압박이 매일 한국 정부를 옥죄어오는 지금은 역사적 정의에 대한 우리의 진지한 성찰마저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3.1절의 태극기가 지금처럼 초라해 보인 적도 없다. 광화문 빌딩마다 내걸린 태극기는 귀퉁이가 풀렸는지 너덜너덜하고 정부청사의 태극기는 바람을 이기지 못해 죽 찢어졌다. 누런 황사바람에 부황이 든 것 같은 태극기 내걸고 정체 모를 애국심 타령을 하는 동안 국제정세는 청나라와 일본의 패권이 충돌하는 10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항상 이렇게 외세에 강점당하고 주권을 유린당했던 한민족이 자기방어의 기제로 간직해왔던 민족주의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진영 논리를 초월하여 모든 국가와 선린의 우호관계를 도모하려는 중견국가 평화한국의 꿈도 짓밟히고 있다. 열광적으로 미국을 숭배하고 동맹을 외치던 저 보수정권도 미국으로부터 귀싸대기를 맞고 갈 길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이 깡패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각성해야 한다. 자존감마저 잊어버리고 함부로 줄서는 순간 우리는 산과 들과 하늘까지도 빼앗긴다. 그것이 3.1절에 부르는 우리의 만세 소리이며 민족자존의 함성이다.
< 김종대 -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



흔히 대기오염을 이야기할 때 대형 공장과 높은 굴뚝 사진을 먼저 떠올리거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을 때 며칠 동안의 뿌연 도시 장면을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높은 대기오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생각지 못한 건강 피해를 입고 수명도 단축될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생활 주변에서 대기오염으로 ‘수명을 단축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본다.



수명 단축하는 공기오염원들

■ 디젤 매연 마시기
디젤 배기가스는 2012년 여름 세계보건기구(WHO)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우리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라고 공식 발표한 발암물질이다.
디젤 엔진의 주요 오염물질인 디젤 미립자물질(particulate matter, PM,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은 화물차, 버스, 레저용(RV) 승용차뿐만 아니라 건설 기계와 같이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여러 대형 장비에서 배출된다. 따라서 디젤엔진이 많이 사용되는 지역의 디젤 미립자물질 농도는 높을 수밖에 없으며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 지역, 교통 정체가 심각한 도심지역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 정체가 심한 터널 안에서 차창을 열어 놓거나 도로상에서 노후 대형 화물차 뒤를 따라다니면 더 많이 마실 수도 있다.
디젤 미립자물질에 의한 인체 위해성에 대한 최근 연구 중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위해성 연구결과(MATES III)를 살펴보면, LA지역 유해대기오염물질에 의한 발암가능성이 100만명당 약 1200명으로 나타났다. 발암 가능성이 100만명당 10명 이상이면 개선대책이 필요한 수준으로 평가하므로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위해도에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별 기여 정도를 분석한 결과 디젤 미립자물질이 암 발생 위해성에 기여한 정도가 83.6%, 벤젠에 의한 기여도가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직화 구이 즐기기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는 고기구이와 소주 한잔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최고라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맛집을 추천하며 장작구이나 연탄구이를 소개, 직화로 지글지글 굽는 고기구이를 많이 보여준다. 그런데 이는 스트레스와 함께 수명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기를 즐길 때 수육보다는 고기구이, 철판구이보다는 직화 구이를 즐기면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마실 수 있다. 고기 종류별 구이방식에 따라 배출되는 미세먼지량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철판구이보다는 직화 구이가 미세먼지 배출이 많다. 특히,삼겹살을 숯불구이 방식으로 조리하면 다환방향성탄화수소(PAH)의 배출농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이 물질은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를 숯불 직화 구이로 즐기면 많은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마실 수 있다.
직화에 의하여 고기 표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들은 고기와 함께 입을 통하여 우리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또 고기가 구워지면서 불 위로 떨어지는 기름은 불에 타면서 일부 위해물질로 변화되어 식당 대기 중으로 퍼져 우리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숯불, 연탄과 같은 직화를 이용하는 형태의 식당에서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는 배기장치가 부실하거나 식당 전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경우 유해 대기오염물질 마시는 양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환기와 배기가 잘 안 되는 직화 구이 식당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고기를 태우면서 식사를 하면 건강 수명을 줄일 수 있다. 만일 거기에 담배까지 곁들이면 수명 단축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 조리 때 배기 팬 틀지 않기
일반 가정 부엌에서 가스 오븐을 사용하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한 배기 팬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배기 팬에서 소음이 많이 나고 가정용 도시가스가 청정연료라는 광고를 많이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연료는 연소 시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므로 사실상 청정한 연료는 없다.
요즘에는 건물의 밀폐도가 높아졌고 일반 가정에는 사무실과 달리 별도의 환기 장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창문을 모두 닫고 생활하는 겨울에 배기 팬을 통하여 부엌 오븐의 연소공기를 실외로 배출시키지 않으면 부엌뿐만 아니라 거실에 있는 다른 식구도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한 부엌 후드에 설치되어 있는 필터나 배기관에 문제가 있어 실제 배기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배기 팬을 틀어놓아도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마시게 된다. 부엌에서 조리할 때 배기 팬을 사용하지 않고 요리하면 식구들에게는 맛있는 요리와 함께 더러운 대기오염물질도 함께 먹이는 셈이다.

■ 배기관 없는 난로 (가스,석유)
전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연탄가스 중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대부분 연탄 사용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산화탄소는 연탄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연료는 100% 완전 연소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도시가스, 석유(등유)를 사용하는 난로에서도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에 더하여 질소산화물과 같은 다른 오염물질도 발생한다. 이때 배기관이 없는 난방기구를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실내에서 사용하게 되면 실내는 오래지 않아 가스실이 되고 실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심한 대기오염에 노출되게 된다.
특히 지하실이나 텐트와 같이 환기가 잘 안 되는 좁은 실내에서 이동식 난로나 버너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져서 수명을 그날로 단축하게 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는 좁은 실내주차장이나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안에서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기 위하여 시동을 켠 채 잠들었다가 영원히 못 깨어나는 수가 있다.

■ 쓰레기 노천 소각
쓰레기의 노천 소각은 도시지역이나 농촌지역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농촌지역에서는 농업 잔재물이나 쓰레기를 불법적으로 소각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쓰레기의 노천소각은 연소효율이 낮고 연소온도가 낮아서 같은 양을 소각장에서 태우는 것보다 수백 배 많은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특히 태우는 쓰레기에 폐비닐, 폐플라스틱, 폐가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유해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더 많아 진다.
그런데 쓰레기의 처리비용을 아끼려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몰래 태우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야간에는 주간보다 대기가 안정돼 잘 섞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야간에 몰래 노천소각을 한다면 당신은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주간보다 많은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충분히 나누어 마시게 될 것이다.

■ 담배 피우기
과거에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담배를 끊었지만 이제는 의지가 강한 사람만이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한다. 담배에서 발생하는 유해 독성물질은 분석기술의 증가와 함께 추가로 밝혀지고 있다. 담배의 위해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앞의 다섯 가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수명 줄이기를 피하였다고 하더라도 담배를 피우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같은 대기오염에 노출되더라도 흡연을 하면 그 피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만일 앞의 다섯 가지 수명 줄이기에 더하여 아직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당신은 수명 줄이기에 확실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영기 =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