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과 후임총리 부부 - 쥐스탱 트뤼도 차기총리 부부(왼쪽)와 스티븐 하퍼 총리 부부가 지난 2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1년전 국회총격사건 사망경관 추도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달라질 캐나다‥ 국제사회도 파장

총선 압승으로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예고하면서 국제사회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11월4일 취임할 트뤼도 차기 총리는 하퍼 정부가 동참해 온 시리아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트뤼도 총리 예정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지난 20일 첫 전화통화에서 “캐나다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공습에서 철수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는 그러나 시리아에서 작전 중인 자국 전투기 6대의 철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트뤼도 차기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슬람국가 격퇴전에서 캐나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책임 있는 방식으로 개입할 것을 약속했으며, 오바마는 내가 전투작전을 종료하겠다고 한 공약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대신 시리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시리아 반군 훈련은 지속할 방침이다.
트뤼도 차기 총리는 연설에서 “세계 전역의 많은 벗들이 캐나다가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열정적이고 건설적인 목소리를 잃어버렸다고 우려한다”며 “오늘 3500만 캐나다인을 대표해 간명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우리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정부로 평가되는 현 스티븐 하퍼 정권과는 전혀 다른,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외교 정책을 펴겠다는 예고다.


앞서 트뤼도 당선자는 “65대의 F-35를 사들이는 160억 달러짜리 프로그램은 세금을 내는 캐나다 국민에게 악몽”이라고 말하며 이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당은 총선 공약에서 F-35를 구매하지 않고 기존 CF-18 전투기를 교체할 투명한 공개입찰을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자국 전투기의 주요 임무는 북미 방어일 뿐 스텔스 선제타격 능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구매취소 발표로 캐나다가 공동개발국으로 참여해 온 F-35의 대당 가격이 1백만$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구매 예정국들이 동요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더그 배리 선임연구원은 캐나다의 F-35 구매 대열 탈퇴 시사로 잠재 구매국가들이 다른 전투기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F-35의 위험성’으로 지적했다.


트뤼도의 자유당은 보수당과 확연히 다른 여타 진보적 정책들도 공약했다.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증세, 과감한 적자 재정과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다. 또 시리아 난민 2만5000명을 수용하고, 마리화나 합법화도 약속했다.
한편 트뤼도 차기 총리는 하퍼 총리와 지난 21일 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정권 인수인계를 논의한 후 정부 이양작업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일준 기자 >



저녁 산책길에 전나무 숲에 걸쳐진 도톰한 반달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위 보름달이 엊그제였는데 불과 며칠 사이 몰라보게 기울어져 있었다. 평소의 밤하늘은 만월이건 그믐이건 메마른 감성에 물기를 나르는 사색의 창구였는데 팔월 한가위 즈음의 밤하늘은 다른 의도로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차오르는 달을 보며 다가 올 명절 걱정을 했고 기우는 달과 함께 해방감을 맞은 맏며느리의 속내가 그 속에 묻혔기 때문이리라.


매운 시집살이가 극에 달했던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명절 즈음이었다. 차례 음식 장만부터 수많은 친지들 접대까지 애송이 새댁이 넘어야 할 산은 왜 그렇게 많던지, 시어머니 불호령에 벌벌 떨어가며 눈물바람 몇 구비 돌고 나면 달은 저렇게 기울고 있었더랬다. 장손 며느리 자리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거웠던 그 시절, 기우는 달을 보며 명절 내내 응어리졌던 가슴을 쓱쓱 문지르면 명치끝에 뭉쳐있던 해소 덩어리가 뿌리째 빠져 나가는 상쾌함이 있었다. 그때의 버릇대로 가슴을 문지르며 산책길 내내 한 생각에서 맴돌았다.

만 년 며느리로 머물 줄 알았던 내가 눈 깜빡 할 사이 시어머니가 되고 나니 시시때때 나의 처신이 올바른지 자문 할 때가 많다. 나의 시어머니께 보고 배운 대로 가자니 시대에 안 맞고, 시대에 맞추어 자유롭게 가려니 가족에 대한 며느리의 운신의 폭이 늘 그 자리이다. 우리의 윗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집안을 이끌어 갈 좋은 재목으로 훈육하면서 돈독한 고부 관계를 유지할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마침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자연히 서양 사람들의 고부 관계는 어떨지 궁금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한다. 델리와 베이커리 파트를 담당한 시어머니는 깐깐한 인상의 소유자이고 주로 고기 파트를 담당한 며느리는 누가 봐도 선한 인상의 웃음 많은 새댁이다. 거기다가 시어머니는 경력 15년차이니 경력 5년차의 며느리가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많이 힘들겠다는 상상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쥴리! 어제 저녁에 토마스랑 영화 봤는데 좀 슬픈 장면에서 그가 눈물을 짰어요.”
“그랬어? 불쌍한 녀석, 쯔쯔. 근데 케티 넌 어땠는데?”
“약간 슬프긴 했지만 눈물 흘릴 정도는 아니었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전날 있었던 화제를 양념삼아 일을 하는데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적잖이 쇼크를 받았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이름을 거침없이 부르고 나서는 덴, 아무리 문화차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과 함께, 내 마음은 약자로 여겼던 며느리 편에서 시어머니 쥴리 편으로 급선회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듣고 있으니 두 사람 모두 사심이 없어 보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진득하게 나누며 궁금증을 풀어가는 관계, 일손이 달리면 양쪽에서 왔다 갔다 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주인의 눈에 들도록 서로 엄호 해주는 가족애가 그대로 읽혀져 나는 색안경을 벗고 그들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서로 품고 토닥이고 나누는 그들의 고부 관계가 합리적이란 생각을 하면서 까짓 것 문화차이쯤이야 넘어서기로 했다.
 
거나했던 명절차림이 칠면조 구이로 대체된 지 오랜데 이 시기만 되면 일어나는 타향살이의 명절 증후군, 시어머니께 혼이 나서 눈물 찔끔거리던 것 까지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훗날 나의 며느리는 칠면조를 구우면서 가슴 부비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Thanks Giving 저녁이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등단 >



겁쟁이 토끼 한마리가 야자나무 아래에서 ‘혹시 땅이 꺼지면 어쩌지?’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그때 야자열매 하나가 ‘쿵’하고 떨어졌다. 깜짝 놀란 토끼는 ‘큰일이다! 드디어 땅이 꺼진다’ 며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땅이 꺼지고 있어!”
다른 토끼도 놀라서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토끼 두 마리의 줄행랑을 보고 또 다른 토끼들도 서둘러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토끼들을 본 사슴이 물었다. “토끼들아, 왜 그리 허겁지겁 달아나니?”
“지금 땅이 꺼지고 있거든!”
이 말을 들은 사슴도 도망가기 시작했고, 이웃 멧돼지도 날 살려라 뒤따랐다. 그러자 여우, 기린, 늑대, 코끼리, 표범… 동물들이 모두 영문도 모른 채 날 살려라 도망치는 것을 본 호랑이가 의아하게 생각하곤 모두를 불러 세웠다.
“누가 땅이 꺼진다고 했지?” 표범에게 묻자 코끼리를 가리켰고, 코끼리는 늑대를, 늑대는 기린…식으로 거슬러 올라간 끝에 마침내 토끼가 지목됐다. 호랑이는 토끼를 끌고 야자나무 아래로 가 보았다. 땅이 꺼진 흔적은 없이 위에서 떨어진 야자열매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 아닌가.
호랑이는 토끼를 호되게 나무라고, 다른 동물들에게도 호통을 쳤다. “이 놈들아, 공연히 부화뇌동 하지마!”


토끼 우화는 이해하기 쉽게 ‘부화뇌동’(附和雷同)을 묘사한다. 천둥치는 소리에 맞추어 천지 만물이 함께 울린다는 뜻이니, 곧 자기 생각이나 주장없이 남의 의견을 뒤쫓는다는 말이 부화뇌동이다. 맨 처음 중국의 고서 ‘예기’(禮記)에 실린 “남의 주장을 가져다가 자기 것이라고 하지 말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지 말고, 반드시 옛 것을 모범으로 삼고 ….”(毋剿說 毋雷同 必則古昔 稱先王) 는 구절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라 한다.
공자는 여기에 ‘화합은 하되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는 말라’는 뜻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라고 논어를 통해 가르쳤다.
‘화이부동’과 ‘부화뇌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해 소신껏 행동하느냐, 아니면 분별력이나 줏대없이 남의 꽁무니만을 뒤쫓아 가느냐의 행동패턴 차이를 말해준다. 아울러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저마다의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자율이냐 타율이냐를 특징지어 주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남과 북, 좌와 우, 지역과 계층과 세대 등 갈수록 심한 대립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모국의 상황을 보면서, 맹목적으로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너무 많아진 데 놀라고 또 걱정하게 된다. 그 놀라움은 비단 모국 땅에 그치지 않고 머나먼 이민 사회에까지 해일처럼 밀려 와, 위세와 파장이 극히 우려스럽다.
예를 들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그런지를 입증하는 근거도 없이, 단지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야당 후보라는 점을 빌미로 흑색선전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캐나다 한인 가운데서도 “박원순이 빨갱이여서 당선되면 서울시가 공산화 될 것”이라는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마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잘 이끌고 있는 지금도 그런 주장을 펴고 있을 것이다. 여당 편을 든다는 ‘애국적’인 생각 하나로,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야당후보 죽이기’에 부화뇌동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아니 간단히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에서 ‘빨갱이 서울시장 후보’를 방관하고 있을 리가 없다. 멀쩡한 사람도 간첩으로 만드는 살벌한 정보기관이 득세하는 반공국가에서 빨갱이가 그렇게 많이 설친다니, 이치에 맞는 일인가. 그런데도 ‘종북’이니, ‘좌파’니 떠들면 전혀 개념없이 뒤따라 합창을 한다. 공공연히 국민 편가르기를 일삼고, 이념대결로 몰아야 승산이 있다는 꿍꿍이로 좌-우 대결을 조장하는 권력의 비겁하고 파렴치한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라는 사람이 대놓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야당대표를 모욕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그런 연유가 있어서다. 무조건 정부 편을 들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이 윽박지르고 나서는 어버이연합과 관변단체들이 활개치는 비정상적인 현상도….


역사교과서를 정쟁거리로 만든 대통령과 여당은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등 좌편향이고 역사학자들이 90%가 좌파여서 국정화가 불가피하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렇다면 왜 진작 처벌하지 않고 이제 와서야 세계적 수치를 자초하는가?. 현 정부가 지시한 검정지침을 기반으로 만든 교과서들이 북한을 찬양한다? 어불성설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 침뱉는 꼴이니, 자가당착과 모순도 유분수다.
그런데 거기에 부화뇌동하여 이 곳 한인사회에서도 그런 류의 주장을 펴거나 막연한 선동적 자료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어 탄식을 자아낸다. 조금만 따져보면 공자의 가르침처럼 ‘부화뇌동이 아니라 화이부동’의 생각과 언행을 하게 될 터임에도 말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