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4일 저녁 서울 세종로 세종홀에서 열린 10ㆍ4 남북정상공동선언 여섯돌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의 축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수사 발표 관련 입장 표명
대화록 법 적용 관련 검찰 이중잣대 비판 일어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4일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엔엘엘(NLL·북방한계선) 포기(발언)’는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지난 2일 검찰 발표 직후 노무현재단에서 밝힌 의견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문 의원은 검찰의 발표 내용과 관련해 직접 의견을 내지는 않았었다. 문 의원의 발언은, 그가 대화록 공개를 주도했다는 점을 빌미로 새누리당이 불을 지피는 ‘문재인 책임론’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을 공개해 ‘엔엘엘 포기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었는데, 실제 엔엘엘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노무현재단과 당에서 이미 다 충분히 말했다.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필요하면 (추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해야지, 왜 해석을 발표하느냐.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작용하는 것이냐”며 “참여정부와 관련된 사항만 일방적으로 집중조사하고, 그 결과도 설익은 채로 발표해서 정치적 공방을 불러일으키는 검찰 모습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대화록 초안 삭제’ 주장은 “녹취록이니까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안은 기록물로서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관 목록에서 제외했고, 그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대화록이 왜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는지는 규명하면 된다. 불법유출 관련 수사도 같이 진행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검찰이 ‘사초 실종 책임론’으로 문재인 의원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여권의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화록 관련 수사는 크게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경위와 지난해 대선 당시 불법유출 의혹이라는 두 가지 갈래다. 그런데 검찰은 미이관 문제는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부 내용을 발표하는 등 ‘적극성’을 드러내는 반면,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 수사는 미적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이지원 사본에서 발견한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로,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은 공공기록물로 보고 있다. 똑같은 대화록인데도 ‘보관 장소’에 따라 성격을 달리 규정하면, 관련된 사건의 법 적용 잣대가 달라진다. 즉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지 않은 것이나 ‘초안 삭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는 반면, 국정원의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라며 불법유출 의혹 수사는 흐지부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검찰이 여권의 대화록 불법유출·활용 의혹에는 면죄부를 주고, 문재인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혜정 기자>


[1500자 칼럼] 신(新) 현모양처

● 칼럼 2013. 9. 30. 10:59 Posted by SisaHan
얼마 전, 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연예인 참가자들에게 장래희망을 일일이 물어보았다. 일부는 진지하게 또 소수는 오락적인 답변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중에 가장 반전을 일으켰던 장래희망은 요즘 대세를 이룬다는 걸 그룹 중의 한 멤버가 대답한 ‘현모양처’였다. 상상외의 답변에 좌중은 웃음바다를 이루었으나 정작 본인은 진지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가 보인 진지함 마저 오락적 연출인지 아닌지 불분명했지만 화려함의 극치에 있는 소녀의 답변에서 나는 한 생각을 키워보았다. 현대적 감각을 가진 현모양처는 어떤 모습일까, 혹시 이웃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요즘 눈여겨보는 젊은 여인이 있다. 향기로 말한다면 바닐라나 오렌지 향보다 라벤더 향에 가깝고, 꽃으로 치면 목련이나 장미보다 해바라기 꽃 같은 건넛집 여인이다. 
그녀는 서른 중반의 연령대에 S라인 몸매를 가졌으며 미모라고 할 수는 없으나 세련미를 겸비했다. 사회생활을 한다면 전문직에 종사할법한데 전업주부로 돌아와 육아에 전염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특별하다고 할 수 없지만 가정을 이끌어 가는 솜씨는 수십 년 경력자인 나 보다 훨씬 월등해 보인다.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차고 안을 우연히 들여다보면서 부터였다. 흔히 창고로 사용하는 차고의 벽면을 마치 상품 진열장처럼 깔끔하게 손질 해 놓은 살림솜씨는 가히 일품이었다. 집안에서 가장 허접한 물건들이 모이는 곳임에도 주부의 손길이 자주 미치지 못하는 곳이 창고이다. 하지만 그곳조차 삶의 군더더기를 허용 않는 그녀의 성품은 생활 곳곳에서 나타났다. 정원 일을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숙련된 조경사의 솜씨로, 집 외관을 손 볼 때는 남편과 똑 같은 역할을 하며 적극적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한다. 
 
또한 그녀는 대인과의 교류를 절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손님의 방문도 그렇다고 외출도 잦지 않다. 자신의 대외활동으로 인해 가족들이 혹시 모를 불편을 겪게 되거나 그들을 소홀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깔려있음이리라. 대신 언제 어디서나 네 식구가 똘똘 뭉쳐 무엇이든 함께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녀의 일과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여가시간 활용이다. 정오가 되면 나는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 하고 출근길에 오르지만 그녀는 대문 앞 돌계단에서 태양열을 쪼인다. 차를 후진하면서 온몸으로 태양 에너지를 흡입하는 그녀를 훔쳐보는 것은 부러움이면서 즐거움이다. 
보통 홀로 자유를 만끽하는 그 시간엔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던 그녀가 오늘은 웬일로 한 뼘도 안 되는 핫팬츠에 끈 달이를 걸쳤고 챙 넓은 밀짚모자를 얼굴에 가렸다. 그리고 다리는 최대한 벌린 상태로 상체를 뒤로 젖힌 포즈가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포즈가 다소 강렬해도 그녀는 요염하거나 헤프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힘겨운 오전이었음을 연상하게 한다. 그녀만의 독특한 치유법인 셈이다.

현모양처의 변화된 모습은 매사 소극적에서 적극적으로, 절대 희생에서 상생으로 그리고 자부심과 열정으로 건강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그녀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등단 >


[한마당] 닮은 꼴 역주행 망령

● 칼럼 2013. 9. 30. 10:58 Posted by SisaHan
근래 일본을 보면 한심하고 걱정스런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엄청난 양이 흘러나갔고, 수산물이 오염돼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 오염수는 철저히 차단된다고 큰소리 쳐 올림픽을 유치한 것 까지는 원래 낯 두꺼운 사람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웃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시켰는데, 유독 최근린국인 한국에 대해서만 항의사절단을 파견하는 쇼를 부리고,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둥 씩씩거리는 작태는 무엇인가. 참 가소로운 섬나라 근성이다.
과거사를 부인하고 깔아뭉개고 되돌리는 몰염치한 짓을 정부수반인 총리가 앞장서서 외친다. 오죽하면 여러 선진국들이 일본의 행태를 비난할까. 아베 총리 취임 1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사상 유례없이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과 중국과는 정상회담 조차 여태 못하고 있을 정도다. 
많은 사료와 증거들을 못 본체 외면하며 일제의 전쟁 성노예인 군대위안부 강제동원 사실마저 부인하고 묵살하는 ‘양심에 털난’ 총리가, 유엔총회에 나가서는 ‘여성인권’ 운운하는 연설을 하겠다고 벼른단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그 총리 정부가 이번에는 수많은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절절이 찌들고 배어있을 태평양전쟁 당시의 군수공장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과거 잘못을 두고두고 기억하자는 독일식 ‘사죄 기념물’이 아니라, 근대일본의 산업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자산이라는 것이다. 참 뻔뻔한 이야기다. 
평화헌법을 고치겠다고 서둘고, 해외파병도 마음먹은 대로 하겠다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에도 목을 맨다.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나 야스쿠니 참배, 독도주장 같은 사안들은 이미 ‘옛 버전’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소극에서 적극으로, 당당하고 빠르게, 또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해볼 테면 해보라, 우리 식대로, 우리 맘대로 달린다”는 마이 웨이 일본의 걱정스런 과거망령이 괴물처럼 내습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규범도, 인간적 도덕과 양심도 내팽개치는 그 저질과 안하무인의 일본 극우병이 부러운 것일까. 아니면 요즘 자꾸만 커지는 외침들처럼 거기서 비롯된 혈맥이 흐르는 때문일까. 바로 한국 땅에도 그런 류의 몰염치·몰양식에 비민주적인 망발사례들이 늘어만 가고, 거리낌없이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아무리 “일본을 넘지 못하는 아류국”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손 쳐도, 어떻게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온 일제망령과 수준이하의 모리배 정치를 따라하고 닮아 갈 수가 있는 것일까?
 
새로 내정된 국사편찬위원장이 가담했다는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것은 그 간판 상품이다. 일본인이 쓴 것 같다고 할 정도라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 3.1정신과 임시정부와 4.19이념을 부정하면서, 일제에 의해 조선이 근대화됐다고 평가한다면, 일본의 우익들 주장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군사쿠데타와 유신과 독재를 불가피했다고 감싼다면, 조선병탄과 일제침략은 잘한 일이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급 전범들이 당시엔 불가피했던 시대의 영웅이라며 기를 쓰고 참배하는 일본 극우의 그 것과 얼마나 다른가. 
지지율 착시 속에 오만불손한 정치도 오십보 백보다. 정보기관이 법과 원칙을 깔아뭉개고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일이 드러난 뒤에는 아예 ‘어쩔거냐’는 듯 정치를 쥐고 흔드는 모양이 됐다. 야당은 무시당하고, 정당하게 법대로 하겠다는 검찰총수를 편법으로 몰아내는 무리수에도 뻔뻔한 퇴물권력과 언론은 낯 두껍기만 하다. 
거짓을 거짓으로, 불법을 불법으로 막으려다 자꾸만 병소가 깊어지고 커진 꼴이다. 중앙정보부를 정치수단으로 삼았던 과거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오죽하면 수많은 사제와 성도들이 시민에 합세해 서울광장에 몰려나와 장탄식의 외침으로 정의회복을 토해낼까. 
선거 때 국민 앞에 다짐했던 공약들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전교조 취소를 공언하는 등, 국제사회 웃음을 살 일에도 거리낌이 없는 얼굴들, 정의가 짓밟히고 나라는 병들어 가는 데도 태평성대 찬양일색인 관변언론과 단체들만 설친다. 한-일의 닮은 꼴 역주행 망령이 정말 걱정스럽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