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지나치다” 불붙은 재협상론

● COREA 2011. 12. 13. 10:39 Posted by SisaHan
날치기·무소불위 FTA에 ‘사법저항’까지

판사들의 잇따른 문제제기를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론이 다시 확산될 조짐이다. 국회의 날치기 처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협정문 서명으로 협정의 공식 발효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논란이 재개됨에 따라, 협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파장이 현실화하면 분야별로 문제점 지적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협정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는 글을 지난 1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에 동의하는 댓글이 하루 만에 170개를 넘기자, 2일 오후 제안 글을 내리고 대법원에 낼 청원서 작성에 들어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혔던 최은배·이정렬 부장판사도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협정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온 법원에서 이렇게 비판론이 늘어나는 것은 협정이 사법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인터뷰에서 “협정대로라면 미국 투자자가 협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벌이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갖는 대신 제3의 중재기구에 관할권이 있게 된다”며, 이런 내용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조항은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대법원은 2006년 “사법주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 “우리 법원이 배제될 수 있고 국제중재센터에 의해 해결되게 돼 솔직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본질적인 문제로 꼽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능 위축이다. 이 제도가 행정부의 규제나 공공정책, 의회의 입법,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행위, 나아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행위로 보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과의 충돌은 물론 국가기관의 고유한 권한 행사도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제3국의 법정에서 심판받게 되는 것도 국가 사법 기능의 제약으로 꼽힌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공적인 신분이 아닌 중재인 3명이 단심제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여러 외국 투자자가 각각 다른 중재절차를 통해 다른 결론을 받아낼 수도 있어, 법적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01년 이 제도를 두고 “그들의 모임은 비밀이다… 하지만 이 소수로 이루어진 국제법정은… 한 국가의 법을 취소하고, 사법시스템을 심사하며, 환경적 규제에 도전한다”고 비판했다. 
법원 안에서는 태스크포스까지는 아니라도 이러한 협정의 문제점을 연구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후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계기 정도는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판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법관의 의견이 외부로 노출될 때에는 법원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30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반대 나꼼수 야외집회에 모인 인파.


“한국 모든 법률장벽 붕괴, 미국은 존속”
TF제안 김하늘 판사 ‘ISD등 불평등 의심 5가지 이유’지적

스스로를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지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김하늘 부장판사는 한-미 협정의 첫번째 문제점으로 두 나라에서 국내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800쪽짜리 한-미 협정 자체를 ‘조약’으로 보고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지만, 미국에서는 한-미 협정을 조약보다 낮은 ‘행정협정’으로 취급해 200쪽짜리 이행법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한-미 협정 자체는 미국에서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이 한-미 협정에 우선하고, 협정을 근거로 개인이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미국의 한-미 협정 이행법이 이를 말해준다. 
외교통상부는 “양국 법률체계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한-미 협정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는데, 미국에 있는 법률상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탓에 간접적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해주는 미국의 광범위한 재산권 개념인‘간접수용’이 한-미 협정에 들어온 것도 논란이 됐다. 김 부장판사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면 간접적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투자기업이 손실을 입는데, 그 피해액은 예측하기 어려워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해선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상대방 국가가 협정상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손해를 입혔을 경우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해 손해배상금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해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 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우려했다.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제도”라는 외교부의 입장을 사법주권이란 관점에서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밖에 김 부장판사는 네거티브 방식과 역진 방지 조항(래칫 조항)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한-미 협정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개방하지 않을 분야를 정한 뒤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고, 특히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는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후퇴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없는 래칫 조항을 두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최석영 외교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충분한 이해와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표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미 속국됐다, 반면교사로 삼자”
일본 보수 경제평론가들 한국 걱정…자국 TPP신중 촉구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조동중 등 한국의 보수우파 진영은 찬성론 일색이지만, 일본의 보수우파 일각에서는 “한국은 향후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보수우파 가운데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 등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지만 ‘보수 우파 진영논리’에 매몰돼 찬성론의 한목소리만 내는 한국의 보수우파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보수파 경제평론가인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23일 일본 우익매체인 케이블 방송 문화채널 ‘사쿠라’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 FTA를 통과시킨 한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이 미국 등과 맺으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산성 관료출신인 나카노 다케시 교토대 교수는 27일 일본 민방 후지텔레비전의 아침 프로그램 ‘도쿠다네’(특종)에 출연해 “한국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건강·환경·안전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됐다”면서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 체결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카아키는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저질렀다”고 묘사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던져서가 아니라 한미 FTA를 한국 국회가 가결했다. 이거 저질렀구나 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개방하는 방식), 역진 방지조항(한번 개방한 것을 되돌릴 수 없게 한 조항)들이 독소조항이라고 밝혀진 시점에서 미 의회의 비준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는 이미 (문제점들이) 들통났는데도 한국 언론들은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아 미국에서 비준된 뒤에 들켜서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일본은 TPP 관련 교섭조차 참가하지 않은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독소조항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타이밍’의 차이가 일본을 구할지도 모른다”며 한미 FTA 검증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 보수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 다카아키는 한국이 이익을 본다고 평가된 자동차 분야에서도 매우 불평등한 협상결과가 나왔다고 혹평했다. 그는 “(한미 FTA로)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과 관세 2.5%가 철폐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자동차 수입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불평하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는 부활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똑같은 이유로 한국 정부에 관세를 부활해달라고 요구하면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는 2010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때 추가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사회자가 “이런 협상에 사인해도 괜찮은 걸까”의문을 제기했지만 다카아키는 “이미 늦었다. 22일 통과해버렸다”고 답했다. 이어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 사회자가 “한국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고 묻자 다카아키는 “한국은 완전히 경제 주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권이라는 건 자국의 제도, 방향성을 스스로 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미국의) 속국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묻자 “속국이라기보다는 식민지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다카아키는 “경제 주권을 잃은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는 2, 3년 뒤 한국을 보면 명백해질 것이다. 한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이 미국과 맺으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아키의 9분짜리 동영상은 유튜브( http://youtu.be/dGcVGU3Mvow )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제전문가조차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보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youngmoo***), “짜증나다가 맞는 얘기라 눈물이 ㅠ”(@jarug***) 등의 글을 남기며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퍼나르고 있다. 반면, “극우 방송에 나온 전문가의 발언을 일본 전체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sum1***)는 의견도 있다. 
케이블 방송 <사쿠라>는 극우 성향의 방송이며 방송에 출연한 미쓰하시 타카아키도 우익 성향의 경제평론가이다. 2010년 7월 참의원 선거에 자유민주당 비례 대표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한국경제에 정통해 <사실은 위험한 한국경제>(2007),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2011) 등의 저서를 쓴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보수진영에서 관세철폐 등 시장개방에 신중한 의견이 만만찮은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무역의존도가 18위(2009년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내수시장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로 1위다. 여기에다 농업을 천대하는 한국과 달리, 농업에 대한 각종 푸짐한 보조금 지급 등 농업보호 강화정책을 오래 전부터 펴오고 있는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 관료들과 달리, 일본 관료들이 자국 시장보호에 적극적인 점도 시장개방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9%」“이제 정신-언어로”

● WORLD 2011. 12. 13. 10:29 Posted by SisaHan
월가 점령시위 사실상 해산, 내년 재연 주목

금융자본의 탐욕에 맞서 거리로 나온 월가 점령 시위대가 지난달 15일 뉴욕에 이어 30일 LA와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해산 과정에서 250여명이 체포됐으나 극심한 충돌은 없었다. 지난 9월17일 시위가 시작된 지 73일 만에 물리적 점령 운동은 사실상 와해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외친 “우리는 99%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시대를 지배하는 언어로 자리잡게 됐다. 
<뉴욕 타임스>는  “시위대의 주요 거점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이들은 시대의 언어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독립혁명이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을, 흑인 인권운동이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베트남 철군을 요구한 반전운동이 “지금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구호를 남겼던 것처럼, ‘99%’와 ‘점령’이라는 말은 곳곳에서 일상 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음악앨범 표지에는 ‘99%를 위한 사운드트랙’이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임 약속을 알리면서 ‘1%를 위한 파티에 초대한다’고 농담을 한다. 또 미국 CBS 라디오 방송은 시청자를 잡기 위해 “당신의 소파를 점령하세요”라는 프로그램 중간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언어들이 미국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데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만들어냈고, 이는 ‘점령 운동’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령 시위대는 “전술과 방법이 바뀐 것일 뿐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들이 겨울을 지낸 뒤 내년 봄 다시 집결하거나 내년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 즈음해 대규모 집회의 불씨로 되살아나 정치적 폭발력을 키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위대 캠프가 철거된 직후, 시위 참여자들은 온라인상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들이 우리의 정신까지 철거할 수는 없다.”


여론·민주주의 질식 위기

● Hot 뉴스 2011. 12. 13. 10:00 Posted by SisaHan
조중동 종편 동시 개국…신문과점 이어 방송도 소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이 만든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1일 일제히 개했한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언론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이후 28개월여 만이다. 현 정부의 전폭 지원을 업고 태어난 조중동 종편은 한국 사회의 여론 다양성 및 방송의 공공성을 질식시키고 민주주의 기반을 심각히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연구기관인 미디어경영연구소의 지난 10월 자료를 보면, 종편을 소유한 조중동 3개 신문의 지난해 발행부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신문시장을 과점해온 보수신문이 보도 기능을 갖는 종편까지 소유하면 곧바로 여론시장에서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V조선>(조선일보사)과 <채널A>(동아일보사) 등 일부 종편은 신문사 편집국과 종편 보도국의 통합 뉴스룸을 꾸리면서 종편 보도와 신문 보도를 긴밀히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조중동이 방송까지 한다는 건 종이매체에 갇혀 있던 그들의 보수·수구 의제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의 감각에 직접 호소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방 겸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미국조차도 ‘동일 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7년 동일 시장 내 신방 겸영 일부 허용을 추진했지만 의회가 이를 부결시켰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키워 여론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방송광고 시장에서 종편 4곳의 출현은 여론 다양성의 토대가 되는 작은 매체의 생존에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종편 출범과 광고시장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종편 4사 및 새 보도전문채널 한 곳을 합한 내년 전체 광고비를 6038억원으로 전망했다. 대신 신문에서는 469억원, 라디오에서 110억원, 잡지에서 30억원의 광고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거대 신문을 등에 업은 종편이 신문광고에 이어 방송광고까지 빨아들인다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중소 매체는 말라죽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종편 특혜로 여론 다양성을 후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언론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종편한테 주어진 광고 직접영업 특혜는 방송 보도와 영업의 칸막이를 허물면서 방송 공공성의 토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고시장에서는 직접영업에 따른 폐해가 이미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A>는 지난달 주요 광고주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가이드’ 책자에서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 광고 상품을 소개하며 “보도상품 패키지(광고)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국내 제작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 보도 프로그램의 앞뒤 및 중간광고를 묶어서 구매하면 해당 기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광고와 프로그램의 맞교환인 셈이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광고 대가성 프로그램 제작을 약속하는 행태는 편성·제작과 광고의 경계를 스스로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사회가 종편의 직접영업에 반대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행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상업방송인 종편 4곳이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면서 방송 콘텐츠의 저질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에서 새로 등장하는 4개의 종편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드라마와 연예·오락 등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 경쟁, 상업주의 경쟁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개국쇼가 열린 세종회관 앞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집회를 봉쇄한 경찰.


「근조」…종편 특혜 규탄
언론계·야권·시민단체 “99%반대” 외쳐

‘근조 민주주의, 근조 조·중·동 방송.’ 
1일 오후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 합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근조’ 꽃다발이 자리잡았다. 종편채널 4개사는 이명박 정부의 특혜 지원을 등에 업고 이날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앞장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언론관계법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날치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등에는 일제히 종편 규탄 백지광고가 실렸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 “종편 방송 즉각 중단하라”
전국에서 모인 언론노조 조합원 1000여명은 종편 개국 축하쇼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중동 방송 특혜 반대,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 MB정권 언론장악 심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종편에 불법적인 특혜를 쏟아붓고 있다며 ‘종편 사업권 회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종편이 막을 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언론 구조가 끝났다. 한국 언론의 죽음이다”라며 “종편 방송 중단을 위해 전면적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조합원 외에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여해 종편 방송 중단 촉구에 힘을 보탰다. 
이정희 대표는 “종편 4개사로부터 집요하게 축하쇼 참석 초청을 받았다”며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종편 의무송신이 계속될 경우 종편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도 “대기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중동에 광고를 준 만큼 광고비가 상품가격에 반영돼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방송을 위해 종편을 허용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종편의 취재 요청을 거부하고, 80만 조합원 가정에서 종편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광고시장에서 매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언론의 대기업 종속이 심화되고, 종편사업자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표세호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은 “신문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는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해 언론의 정상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구실을 할 ‘미디어렙’을 설치하는 법안 제정이 늦어지면서,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안동MBC PD인 강병규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위원은 “종편 몇 군데는 지역에서 직접영업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종편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거두는 수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 수익 사업이나 광고 시장에도 손을 뻗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언론관계법 날치기 통과에 앞장선 한나라당 해체도 촉구했다.
 
■ “1% 위한 방송, 99%가 반대”
민주당 등 야5당, 언론 관련 시민단체, 누리꾼 등이 모여 결성한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도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 개국에 대해 “1%를 위한 방송, 국민 9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결의문을 통해 “위법으로 태어난 조중동 종편이 케이블 방송에 똬리를 틀더니 전문채널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무시한 채 의무전송 특혜를 받아 전국방송이 됐다”며 “여론 다양성을 위해 종편을 도입한다더니, 4개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10개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윤 소장은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 상업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곧 공공성 훼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국민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몰상식한 방송에 맞서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수호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종편 거부 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조중동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 지식인 선언과, 조중동 방송에 출연하지 않기로 한 연예인들을 홍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은 종편 4개사에 투자한 KT에 대한 계약 해지 운동을 지난 30일부터 벌이고 있다.



종편4곳 ‘박비어천가’ 합창, 시청률 0%대
편향- 선정- 부실 ‘역시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개국 하루 만인 2일 친여·보수 편향 보도와 선정적 뉴스 등으로 여론 다양성 및 방송의 공공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에 맞닥뜨렸다. 언론학계와 언론단체에서는 종편이 개국 초기부터 공정성 결여·부실 보도 등 애초 우려했던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국 첫날이었던 1일 종편 4사는 나란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터뷰를 크게 내보냈다. 4사 모두 인터뷰는 1시간 안팎 분량의 특집 프로그램으로 따로 편성했고, 여기서 나오는 주요 내용은 메인뉴스 등을 통해 다시 전했다. 인터뷰 내용 또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계획을 듣는 수준이었다. 올 한 해 정치권의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등 복지 담론에 대한 그의 구체적 생각이나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약점을 캐묻는 날 선 질문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TV조선은 박 전 대표의 화면과 함께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내용의 낯간지러운 자막을 내보냈다. 매일방송은 그의 인터뷰를 마치며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비추게 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화면에 띄웠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개국 첫날 4개 채널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인물에 대한 획일적 형식과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은 종편 4사가 채널명만 다를 뿐 보수신문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획일적 편성과 획일적 논조를 보이는 보수 성향 채널의 무더기 출현으로 여론 지형이 더욱 획일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편향성은 뉴스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TV조선은 1일 9시 메인뉴스 <날>에서 ‘공짜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다루며 그 원인을 포퓰리즘 탓으로 돌렸다. 무상급식 등 진보 진영의 복지 담론에 ‘포퓰리즘’ 덧씌우기를 해왔던 <조선일보>의 논조와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A도 다르지 않았다. 이 채널 메인뉴스 <뉴스 830>이 최근 정국을 다룬 보도를 보면, 지난달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당시 본회의장 몸싸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종로서장 폭행 논란 등은 강조된 반면, 한나라당 날치기에 대한 지적은 빠뜨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보도를 두고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보도”라고 꼬집었다. 
채널A는 개국 첫날부터 선정적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 830>은 단독 보도라며 “강호동, 23년 전 야쿠자 모임 참석”을 두 꼭지에 걸쳐 크게 다뤘다. 1988년 11월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강씨가 당시 씨름계의 유명인사였던 김학용씨와 함께 일본 오사카의 한 일식집에서 열린 폭력조직 모임에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채널A는 당시 모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내보내며 “강씨는 서열이 낮은 듯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다”며 그가 마치 폭력조직원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 보도를 보면, 강씨를 뺀 나머지 모임 참석자 등에 대한 인터뷰 등은 없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연예인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하면서도 채널A는 저널리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실관계 확인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방송을 보면서 ‘이게 과연 새로운 방송의 개국 뉴스에 보도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종편 채널이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적 보도에 매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개국 첫날 현실화했다”고 덧붙였다. 
개국 첫날 종편 4사별 평균시청률(에이지비닐슨 집계)은 JTBC가 0.66%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TV조선이 0.49%, 채널에이 0.37%, 매일방송 0.31% 수준이었다. AGB닐슨 쪽은 “종편 4사의 첫날 시청률은 기존 케이블 채널에 견주면 그다지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치이지만, 지상파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