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을 지켜보고 있는 토론토 재외선관위 김인수 영사 (왼쪽).


첫 대선 재외선거…선거영사 “토론토는 점잖은 지역”

해외 한인의 모국 대선에 대한 관심은 예상 외로 높았다. 참정권이 부여된 뒤 처음 실시하는 역사적 대통령 선거일뿐만 아니라, 여야 후보간 일대일 구도의 치열한 박빙승부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5~10일 엿새동안 진행된 재외투표의 세계 평균 투표율 71.2%는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 4.11 총선 투표율이 45.7%에 그쳐, 대선이 아무리 높아져도 60%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모국 선거판의 뜨거운 대결상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해지면서 해외 투표열기도 덩달아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는 이 보다 높은 74.2%, 토론토도 74.4%나 돼, 투표율 높이기에 심혈을 쏟았던 재외선관위 관계자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치솟은 투표율을 가장 반긴 것은 역시 야권인사들. 70%를 넘기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폭넓게 번지면서 해외투표율이 기대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판명되자 “동포들이 해냈다, 국내 투표율로 치면 90% 수준인 것”이라며 “재외국민의 조국사랑과 열정을 받아 이제는 국내 유권자들이 투표율 80%로 보여줄 차례”라고 반겼다. 반면 여권은 “첫 대선 참여이고 등록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높을 수밖에 없다”며 “표심은 까봐야 안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 이번 재외투표에는 89세의 고령 할아버지를 비롯해, 만삭의 부인, 원거리를 마다않고 비행기를 타고 온 유학생 등 많은 ‘열혈 유권자’들이 화제가 됐다. 유학생인 오민석(24)·김경선(20)·박원형 씨(20) 등은 뉴펀들랜드에서 비행기로 날라와 토론토 총영사관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고, 역시 유학생인 장다희 씨(21)는 핼리팩스에서 비행기로 왔다. 또 순회영사를 통해 유권자 등록한 서드버리의 김운수 씨(43)는 가게 문을 아예 닫고 5시간을 운전하고 달려와 한표를 던졌다. 이밖에 버팔로에 사는 미국 영주권자와 유학생들도 가까운 토론토에 와서 투표를 하고갔다고 김인수 선거영사가 전했다. 
밴쿠버 총영사관에는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사는 김문자 할머니(71)가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17시간을 타고 달려와 “재외동포를 위한 좋은 제도에 동참하는 게 당연하다”며 투표했고, 캘거리 신연정 씨(21)는 한 달 전 모국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출국하며 투표절차를 해놓았었다며 역시 밴쿠버까지 나와 참정권을 행사했다.
 
■…한편 중앙선관위에서 파견돼 4.11총선과 이번 대선 관리에 전념한 김인수 영사는 “국내 기대와는 달리 해외 한인사회가 투표권을 마냥 환영하는 것만도 아닌 ‘온도차’를 체감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의외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한인들도 겪었다는 얘기다.
김 영사는 또 “동포 모두가 선거권자가 아니고, 신고·등록한 한인들만 선거권이 주어지다보니 홍보와 정보전달에 어려움이 컷고, 원거리에서는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한 문제 등 제도적 보완점도 실감했다”고 토로, 모국에 귀임하면 실무적 개선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일 등지의 선거법 위반사례가 속출했던 데 반해 토론토 등 캐나다에서는 일부 야권 신문광고에 대해 새누리당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 외에는 법 위반사례가 없이 평온했다. 김 영사는 “예방활동도 많이 했지만, 점잖고 모범적인 지역”이라고 평했다.

< 문의: 416-920-2050 >


자선냄비 시종… 24일까지 모금

● 교회소식 2012. 12. 16. 13:38 Posted by SisaHan

▶강정길 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금을 넣는 이진수 한인회장과 민병훈 갤러리아 사장.


구세군 토론토 한인교회(담임 강정길 사관)가 성탄절과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위해 24일 성탄 전야까지 모금하는 자선냄비 시종식이 6일 오전 갤러리아 슈퍼마켓 욕밀점에서 구세군교회 성도들과 악대, 이진수 한인회장과 민병훈 갤러리아 사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강정길 사관 사회로 열렸다. 자선냄비는 이날 참석인사들의 시종선언을 시작으로 갤러리아 욕밀점과 쏜힐점에서 24일까지 매일 오후 1시부터저녁 8시까지 1만$ 모금을 목표로 운영된다.
 
< 문의: 416-285-4735 >


[한마당] 박근혜 타임, 박정희 타임

● 칼럼 2012. 12. 16. 13:29 Posted by SisaHan
1970년대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 등은 한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국 언론이었다. 요즘이야 외국에서 생산되는 뉴스와 정보들이 인터넷 등에 감당할 수 없이 넘쳐나지만 그때만 해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었다. 옆구리에 타임 잡지를 끼고 다니는 것은 영어깨나 하는 먹물 든 지식인의 표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 <타임>의 기사 일부분이 까맣게 먹칠이 돼서 나오는 때가 있었다. 당시 시퍼렇게 작동하던 사전 검열은 외국 언론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 ‘나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기사는 독자들과 철저히 차단했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표지 인물로 실은 <타임>의 제목 ‘the strongman’s daughter’ 번역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지만 사실 그것은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다. ‘힘을 이용해 통치하는 정치 지도자’라는 사전의 일반적 풀이가 말해주듯 strongman이 ‘독재자’의 에두른 표현임은 상식에 속한다. <타임> 쪽이 점잖게 완곡어법을 구사한 의도까지 고려해 양보해도 ‘철권통치자’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을 ‘권력자’니 ‘강력한 권력자’니 심지어 ‘실력자’로 옮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North Korean strongman Kim Jong-il’을 ‘북한의 실력자’ 따위로 번역했다가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종북세력’이라고 벌떼처럼 덤볐을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더 좋은 번역을 놓쳤다. 그것은 바로 ‘강력한 영도자’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그렇게 불렀다. “민족의 강력한 영도자이신…”으로 시작하는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이런 호칭 자체에 당시의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통치 분위기가 잘 깃들어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번역 아닌가.
생각해보면 새누리당의 ‘의도된 오역’을 탓할 바는 못 된다. ‘불리한 영어’를 정확하게 번역할 정도의 바른 심성을 가진 집권 여당이라면 나라가 이런 꼴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겨온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당사 간판만 새누리당으로 바꿔달고 당이 통째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나라를 다스려온 사람들이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정치교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집권, 정권연장, 정권승계 등의 적확한 표현은 어디로 실종해버렸다. 언어에 회칠·분칠을 해서 현실을 거꾸로 비틀어버리는 놀라운 능력이다.
문제는 이런 ‘지록위마(指鹿爲馬)’ 전략이 현실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새누리당의 능수능란한 프레임 짜기에 놀아나는 야당의 무능함 탓이 크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언론에 있다. 이 땅의 보수신문과 방송사들도 strongman의 올바른 번역이 ‘권력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안다. 새누리당이 간판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한나라당이며,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의 대결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짐짓 모른 척한다. 그리고 ‘누리꾼들 사이에 strongman 번역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본질을 흐린다. 이런 언론 환경에서 새누리당은 마음 놓고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다.
 
박정희의 ‘타임’과 박근혜의 ‘타임’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본질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원천 차단’에서 ‘간접 차단’으로 수법이 교묘히 바뀌었을 뿐 진실은 여전히 국민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강압 대신에 등장한 교묘한 통제와 순응이 훨씬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박정희 시대를 뒤이은 박근혜 시대의 위험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strong queen의 등극’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표지 제목을 둘러싼 논란은 <타임>이 인터넷판 제목을 ‘dictator’s daughter’로 명확히 명기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끝을 맺었다. 오역을 들이밀었던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들도 머쓱해졌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이 합작해서 벌이는 의도된 ‘정치 오역’에는 누가 유권해석을 내릴 것인가. 그것은 결국 12월19일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 한겨레신문 김종구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