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경호차장 직무대리)이 김건희 여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호처 직원들에게 관저에서 키우는 대통령 반려견 옷을 구입하게 하고 장기자랑을 시키는 등 업무와 무관한 일들을 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차장이)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들 옷을 경호관들이 구입하게 했으며, 반려견 옷에다 관계기관 마크까지 새겨서 선물하기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야당에서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한 대통령 경호처 내 ‘강경파’의 핵심 인물인데, 윤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을 위해 경호처 마크가 새겨진 옷을 ‘상납’한 게 윤 대통령 부부의 환심을 산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또 “윤 대통령 내외 휴가 기간 때 (김 차장이) 경호처 직원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며 “노래방 기계를 설치한다거나 폭죽놀이를 하는데 폭죽을 사 오라고 시킨다거나 이런 사사로운 일에도 경호관들을 동원했다는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대통령 내외) 생일 같은 날에 직원들에게 일종의 장기 자랑을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군 골프장 이용 당시 경호 활동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 의원은 이날 경호처 내부 직원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직원은 “경호처 직원들은 윤석열씨의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현재 열악한 근무 여건하에서도 신의로서 참아내며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여기까지 버텨왔다. 그러나 경호처 직원들에게 윤석열씨가 본인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상황에 대해서 당신을 경호하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믿을 수 없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처 직원들뿐만 아니라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는 경찰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자 도리라고 알고 있다. 경호처는 피경호인에 대한 의무와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윤석열씨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호처 강성 지휘부를 멀리하고 국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지난 7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집행 계획 수립과 막바지 법리 검토를 진행하며 대통령 관저 재진입 시점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주변이 적막한 모습이다. 신소영 기자
김성훈 경호차장 경찰 출석 후 바로 체포…각종 의혹 부인
경찰, 김성훈 경호처 차장 소환 =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7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 차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1.17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7일 경찰에 출석했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은 앞서 3차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서대문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출석한 김 차장은 조사실에 들어선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김 전 차장을 체포할 방침이었지만, 윤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김 차장에 대한 영장을 일단 집행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체포된 윤 대통령의 경호 업무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날에는 출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이날 경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8분간 변명성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김 차장은 '어떤 점을 위주로 소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소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경호원들에게 무기 사용을 지시한 적 없다면서 경호원들은 무기를 상시 휴대한다고 덧붙였다.
'업무와 무관한 윤 대통령 생일 등에 경호처 직원을 동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동원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경호처 창립 60주년을 겸해 경호처가 윤 대통령 생일 파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 연합 이동환 김현수 기자 >
김성훈 경호처 차장, 윤석열 체포 뒤 명령 거부 직원들 직무배제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15일 아침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인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 등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직원들을 직무배제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전인 지난 12~13일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소총이나 ‘소총 가방’을 든 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순찰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지시였음도 드러났다.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지목된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과장급 2명 등 직원 여럿을 이날 대기발령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경호를 담당하는 부장도 이날 현장에서 철수하며 직무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 차장 등의 ‘앙갚음’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가 예고된 15일 새벽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대기하며 현장 출동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갔다 와서 보자”고 으르거나 “제발 좀 나와서 버스 뒤에라도 서 있어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이후 김 차장은 상황실을 찾아 전 직원 출근을 지시하는 비상동보(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의 휴대전화에 명령을 하달하는 시스템)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 업무를 맡은 직원이 이를 거부했고, 김 차장은 대기발령을 예고했다고 한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역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호처 한 직원은 “직원들은 이제 조직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는데,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이 전횡을 이어가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 이들에게 경호처를 지휘할 권한을 계속 부여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범죄”라며 경찰에 두 인사를 당장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경호처 현직 간부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저 앞에서 기관단총 등을 든 직원들의 모습이 노출된 것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11일 경호처 간부 오찬에서 ‘공수처의 체포 시도 시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외부에도 무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경호처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유혈 사태’ 위기감을 고조시켜 체포를 막으려 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 간부는 “오찬에서 이광우 본부장이 지시를 받고 직원들에게 총 가방도 들고 다니고 위력을 내보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브이(VIP·윤 대통령)가 직접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체포가 임박한 12~13일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이 K-1 기관단총(소총)으로 무장하거나 총 가방을 든 채 경계를 서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한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수감 이틀째인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경호처의 경호를 받고 있다. 다만, 경호원들은 서울구치소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채 담장 밖 별도 대기실에서 대기 중이다. < 한겨레 엄지원 이승준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