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불안까지 커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각)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성사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검토해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타 정부 인사의 대참(대리참석) 문제는 나토 쪽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제사회 위상 제고와 주요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나토 회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왔다. 이런 기류는 지난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려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무산된 뒤 더 강해졌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내각 구성 등의 국정 현안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커지면서 회의 불참으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유럽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이 창설한 정치·군사 동맹으로 현재 32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 초청받아 참석한 뒤 지난해 미국 워싱턴 정상회의까지 3회 연속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 신형철 엄지원 기자 >

 

일본 이시바, 이재명 대통령 따라 '나토 나도 안 간다'

하루 전 취소…NHK "이 대통령 불참 감안"

국민의힘 "다 참석하는 데 왜 우리만?"
일본·호주 총리도 불참하자 '체면 구겨'
국민의힘 "외교 정체성, 국가안보 위협"

민주 "진부한 색깔론 씌우는 헛된 노력"
박선원 "남북 긴장 완화에 집중이 낫다"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일본과 호주 총리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전격으로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사흘 전 이시바의 나토 참석을 발표했다가 "제반 사정"을 그 취소 이유로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18 연합
 

일본 이시바, 나토 참석 전격 취소
NHK "이재명 대통령 불참 감안"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불참을 결정하고, 대신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보내기로 했다고 호주 언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 중 한국·일본·호주의 정상은 불참하고 뉴질랜드만 남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HK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부터 이시바 총리가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긴박해진 데 따라 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방문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오키나와를 찾은 이시바 총리는 취재진에 "참석 보류를 검토 중"이라며 다른 나라의 참석 상황 등을 토대로 "결론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HK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있고 역시 초청받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도 불참하기로 한 상황 등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석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2022년 6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의 마드리드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회의장. 2025. 06. 23 [AFP=연합]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
"국내 현안, 중동 정세 종합 고려"

 

앞서 22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참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한다.

 

이렇듯 일본의 이시바 총리마저 이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발맞춰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자, 나라를 흔들 '큰 오판'이나 했다는 듯 성토하고 나섰던 국민의힘은 면목이 없게 됐다.

국힘당 지도부 인사들이 이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한 첫 번째 포인트가 나토의 공식 초청을 받은 IP4 중 다른 나라는 다 참석한다는데 왜 한국만 빠지느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주체적 태도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힘당 의원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외신에 따르면 호주, 뉴질랜드 등 여타 인·태 국가들은 나토 참석 가능성이 높은데, 자유민주 국가 진영의 회동이 된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만 빠진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2025.6.22 연합

 

국힘 "다 참석하는 데 왜 우리만?"
일본·호주 총리도 불참하자 '머쓱'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외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판단"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페북 글을 통해 △ 한국은 한반도 이외의 국제 사안엔 더는 관심을 없다고 동맹국 미국 등 '같은 생각을 지닌 나라들'의 오해를 받을 수 있고 △ 대한민국 외교의 무게추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기운다는 의구심이 커질 수 있으며 △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만, 중동 등 글로벌 이슈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북한을 위시한 한반도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것 등이 우려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전인 19일 "정상회의 참석을 조속히 확정 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도 조속히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런 국힘당이 일본과 호주 총리의 불참엔 과연 어떤 논리를 내놓을지 두고볼 일이다.

 

한편, 국힘당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과 국방위원회 임종득 의원은 '방산 수출 기회'를 얻기 위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 방산 및 원전 수출 대상국 정상들과의 회동을 통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고, 임 의원은 "지금 호황기에 있는 'K-방산'을 위해서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회담장 주변에서 경찰관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5. 06. 23 [AP=연합]

 

국힘 "외교 정체성, 국가안보 위협"
민주 "색깔론 씌우는 헛된 노력"

 

이런 국힘당 지도부 인사들의 비판을 더불어민주당은 "몰염치한 정치 공세"라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중동발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는 현 상황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에 진부한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하라"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나 관세 협상 등 양국 간 현안의 시급성을 잘 알고 있지만, 나토 정상회의에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되느냐. 실용 외교의 중심은 국익이고, 국익을 지키며 슬기롭게 현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러시아 평양수뇌상봉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체결 1주년에 즈음해서 19일 외무성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공동으로 연회를 마련했다고 20일 보도했다.2025.6.20 연합

 

박선원 "소용돌이 휘말릴 필요 없다,
남북 군사 긴장 완화 집중이 낫다"

 

박선원 의원은 페북 글을 통해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에 유럽과 나토가 어떤 방향으로 행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리나라는 자칫 세계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불구덩이에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종결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 대통령님은 동북아와 남북한 간 군사 긴장 완화에 집중하시는 편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 헤이그 정상회의의 3대 의제는 △ 국방비 인상 △ 방위산업 생산력 제고 △ 우크라이나 지원이지만,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후 중동 정세 공동 대응 문제도 협의될 공산이 크고, 의제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아직 이재명 정부의 입장 정리가 안 된 점을 고려하면 일단 떨어져 관망하는 게 더 현명해 보인다. < 이유 기자 >

 

미국 의존 벗어나야…EU-캐나다 안보협정 체결

● WORLD 2025. 6. 24. 12: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

카니 총리,“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 열었다”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열었다. EPA연합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23일(현지시각)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공식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날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방위 파트너십에 공식 서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찬했다. 러시아와 중동 문제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방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온 캐나다는 무게추를 조정해 유럽과 보다 깊은 협력을 한다는 구상이다. 캐나다는 무기 구매 예산의 80%를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캐나다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산 무기 구매를 위해 최대 1500억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캐나다도 제3국으로 참여 자격을 얻는다.

 

앞서 한국과 일본, 영국 등 7개국도 세이프 프로그램에 따른 공동 무기조달을 함께하도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제3국으로서 대출금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간 합의를 거쳐야 하는 등 기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협정엔 우크라이나 지원과 더불어 군사 이동성, 해양 안보,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위협과 방위 산업 강화 등에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테러, 군비통제, 비확산, 군축 및 우주 안보 등 광범위한 군사적 협력도 약속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은 “나토가 우리의 집단 방위의 주춧돌로 남아있는 한편, 이번 협정은 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군사역량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유럽의 나토 기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7%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캐나다는 유럽과의 협력이 국방비 증강 목표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베라루빈천문대 32억화소 사진 공개
7시간 관측으로 소행성 2천개 발견
10년간 밤하늘 전체 타임랩스 완성

 
 
베라루빈천문대가 7시간 남짓한 관측 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개별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사진의 일부. 지구에서 수천광년 떨어진 거리의 분홍빛 삼엽성운(오른쪽 위)과 석호성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사진을 확대해서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베라루빈천문대의 아웃리치 담당 클레어 힉스)

 

32억화소의 지상 최대 카메라를 갖춘 남미 안데스 산맥 기슭의 천체망원경 베라루빈천문가 관측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4일 0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인 관측사진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엔 궁수자리에 있는 수천광년 거리의 성운 2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삼엽성운과 석호성운이라는 이 두 성운은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구름 덩어리다. 네가지 컬러 필터를 통해 7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름달 약 60개 크기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고 있다. 푸른색 영역은 젊고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빛이고 분홍색 영역은 들뜬 수소 원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덩굴은 먼지 띠다. 루빈천문대 카메라에는 근자외선에서부터 근적외선에 이르는 빛(320~1050nm)을 포착하는 6개의 필터가 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약 5500만광년 거리의 처녀자리은하단 일부.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한 번에 보름달 크기의 45배 영역 촬영

 

또 다른 사진은 55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다. 5월 초 나흘 밤 동안 촬영한 사진에서 발췌한 것이다. 앞쪽엔 우리 은하의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뒤쪽엔 우주 팽창과 함께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은하들이 있다. 푸른색 영역은 어린 별들이 있는 별 탄생 구역이다.

 

이날 공개된 각각의 사진은 망원경이 촬영한 전체 사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해발 2647m의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는 역대 망원경 중 가장 큰 시야(3.5도)로 3일 밤마다 남반구에서 보이는 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한 번에 관측하는 영역이 보름달 크기의 45배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1%,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75%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눈을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천문대 건설 책임자인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천문학)는 공개 행사에서 “루빈 천문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체 발견 기계”라며 “관측된 천체 수가 지구 인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사진의 은하 앞쪽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나타났다.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 동영상 갈무리

 

10시간 관측에 수백만개 은하와 별 발견

 

천문대는 망원경의 이런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소행성 발견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베지치 박사는 “루빈이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7개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고 나머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요 소행성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천문대만으로 2년 안에 수백만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빈천문대는 10시간 남짓한 시험 관측만으로 이미 수백만개의 은하와 우리 은하의 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천문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행성 발견을 통해 지구나 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식별함으로써 행성 방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루빈천문대가 사진 하나를 찍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이미지 데이터가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는 동안 350톤 무게의 망원경은 카메라의 시야를 다음 촬영 영역으로 돌린다. 이런 식으로 하룻밤에 20테라바이트(1테라=1조) 용량의 사진 약 1000장을 찍는다. 10년 동안 이런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나면 200만장 이상으로 이뤄진 ‘우주 10년 타임랩스’ 영상이 완성된다.

 

천문대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까지 합치면 관측이 끝날 무렵 루빈천문대는 약 500페타바이트(1페타=1000조)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언어로 기록된 콘텐츠의 총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밝혔다.

 

타임랩스 영상엔 소행성에서부터 거대한 별과 은하에 이르기까지 가시광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다. 특히 밤하늘을 빠르고 넓게 살펴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놓치거나 관측하기 어려웠던 일시적인 천체 현상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태양계 소행성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우주 현상을 고스란히 담아 알려준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리츠 박사(물리학)는 “이렇게 많은 물체들이 이렇게 깊이 있게, 한꺼번에 포착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2억화소의 사진에 담긴 세부 사항은 컴퓨터 화면이나 신문 지면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대는 사람들이 직접 이미지를 확대하고 축소해서 볼 수 있는 앱 ‘스카이뷰어’를 개발했다.

해발 2647m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 전경.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암흑물질 밝혀낼까…10월부터 본격 관측

 

천문학자들은 루빈천문대가 생산하는 엄청난 관측 데이터가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와 은하를 흩어지지 않게 묶어주는 암흑 물질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문대 명칭에 쓰인 ‘베라 루빈’은 1970년대에 암흑물질 단서를 포착한 여성 천문학자의 이름이다.

 

브라이언 스톤 국립과학재단 소장은 “루빈천문대는 역사상 모든 광학 망원경이 수집한 것보다 더 많은 우주 정보를 포착할 것”이라며 “이 놀라운 과학 시설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 스며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포함한 수많은 우주의 미스터리를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는 망원경에 대한 마지막 미세 조정 작업을 마친 뒤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 30년, 건설이 시작된 지 10여년만에 완성된 베라루빈천문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에너지부(DOE)가 공동으로 8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과학재단의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와 스탠퍼드대의 국립가속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