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 준비하던 이들에 선거 홍보 의뢰 명목 돈받아

 

 
 
지난 9일 명태균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상원 기자
 

명태균씨가 2022년 대통령선거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명씨가 이 여론조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예비후보 시절의 선거조직을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혜경씨 등 명씨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1년 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경북 고령의 배아무개씨 사무실에서 배씨를 만났고, 경북 성주의 이아무개씨 별장에서 이씨 등을 만났다. 배씨와 이씨는 2022년 6월 대구·경북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이들이다.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10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 조직총괄본부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2022년 5월2일 명씨가 강씨와 통화하며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다. 여기서 ‘선물’은 김 전 의원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명씨의 변호인은 지난 8일 국회의원 ‘공천’이 아니라 김 전 의원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 임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씨와 이씨는 김 전 의원을 만난 직후 민생안전특별본부 지역간부로 임명됐다. 또 자신의 선거 홍보를 의뢰하는 명목으로 각각 1억2천만원씩을 10여 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에 보냈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명목상 소장이던 김아무개씨는 연구소 운영자금을 빌리는 것처럼 차용증도 작성했다.

최근 명씨가 대통령선거 열흘 전인 2022년 2월28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일인 3월9일까지 열흘 동안 매일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며, 여론조사 비용에 대해 “돈이 모자라면 (김아무개 미래한국연구소) 소장한테 이야기해서, 배아무개 이아무개 허아무개한테 받으면 된다. 내가 다 공지했거든”이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 돈은 배씨와 이씨의 홍보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됐다. 배씨와 이씨는 지방선거에서 공천도 받지 못했다. 선거 이후 이들은 명씨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명씨는 이들에게 받은 돈의 절반인 6천만원씩을 돌려줬다.

이 내용을 아는 강씨 등 명씨 주변인물들은 “명씨와 배씨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이씨는 배씨를 통해서 알게 됐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데리고 가서 이들에게 소개해준 것은, 명씨 자신을 믿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며 “4선 출신의 전 국회의원이자, 당시 유력했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선거조직 본부장을 데리고 갔는데, 배씨와 이씨가 어떻게 명씨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자신들의 지방선거 공천을 철석같이 믿고 명씨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명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은 ‘선물’을 활용해 돈을 마련했고, 이 돈으로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배씨와 이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전달한 돈의 성격을 지방선거 공천을 청탁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이들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창원지검은 이들을 피의자로 전환해 지난달 말 소환조사했다.

그러나 명씨는 지난 9일 창원지검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내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면 ○○군수(배씨)든 ○○시의원(이씨)이든 말만 하면 다 앉혔지 왜 못 앉혔겠느냐”며,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김영선·예비후보자 2명도 함께 구속영장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검찰이 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검찰은 명씨 영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고령군수 예비후보 배아무개씨,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아무개씨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명씨 구속영장에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도와주고 25차례에 걸쳐 9760여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인 배씨와 이씨에게서 공천 약속 등을 암시하며 12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2억4천만원을 조달한 혐의 등을 적시했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혐의”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과 예비후보 2명이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 명씨가 이를 받은 혐의라는 설명이다.

명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실질적 소유주인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했는데, 배씨와 이씨에게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로부터 “명씨가 공천을 약속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명씨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명씨가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실질심사에서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선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과 창원 산업단지 부지 지정 개입 의혹 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고 범죄 성립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진행한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을 추가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이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고 했다”는 등 공천 관여가 의심되는 대화를 나눈 육성녹음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명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미 김 전 의원 등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친 검찰은 명씨의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분석하며 범죄사실을 정리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강씨가 제출한 수천개의 녹음파일에 대해선 아직 녹취 내용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명씨 쪽은 이날 언론 공지를 내어 “핸드폰만 가지고 증거인멸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법리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성립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나토 위상 축소 불가피 …한국 윤 정부 밀착 추진과는 대조적 상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탈퇴하려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의회 승인 없이 나토를 탈퇴할 수 없도록 법까지 만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마음 먹을 경우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18년 7월 나토 정상회의 때 나토 탈퇴를 위협하는 등 나토에 회의적이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입김에 떠밀려 나토와 접촉이 빈번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병력파견까지 검토하는 등 거의 나토회원국에 버금가는 유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다시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를 달갑지 않게 여기면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예 탈퇴해 버리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결성돼 출범한 나토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지난해 팀 케인(민주·버지니아)과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3분의 2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은 이 법안만으로 트럼프의 ‘결단’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 대항 수단은 소송 뿐이다. 문제는 의회가 소송에 나설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커티스 브래들리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폴리티코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은 의회에만 있을 텐데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그러한 소송을 지지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제도적 갈등은 사법부의 개입보다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대법원이 소송을 다룰지도 불확실하다. 설사 대법원이 사건을 다루더라도 누가 승리할지 헌법상 쟁점이 확실히 정리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의 외교 권한을 두고 의회가 소송전을 벌인 건 전례가 없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일방적으로 항공자유화(오픈 스카이) 조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당시 국방수권법도 ‘탈퇴 120일 전 의회에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탈퇴에 대해선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공식 탈퇴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나토를 약화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나토에 대사를 보내지 않거나 미군의 군사 훈련 참여를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밀 그랑드 나토 전 사무차장은 폴리티코에 “사실상 탈퇴 의사를 밝히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는 동맹에 헌신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