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5천t급 구축함 진수식을 열었으나 함정을 제대로 물에 띄우지 못하고 크게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촬영된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진수 준비 중인 구축함의 위성사진. 2025.5.22 ⓒ 통일부 제공


북한이 지난 21일 발생한 청진조선소 구축함 진수식 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책임자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검찰 기관과 전문가로 구성된 구축함 진수사고 조사그룹이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함에 대한 구체적인 수중 및 내부검사를 진행한 결과 초기 발표와 달리 선저파공은 없으며 선체 우현이 긁히우고 선미 부분의 구조 통로로 일정한 량의 해수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되였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이 "침수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리탈(이탈)시켜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보고 받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함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으며 사고직후 침수 과정에 대한 결과는 실무적인 복구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정보이지 사고의 원인과 그 책임을 확인하는 것과는 무관한 자료"라면서 "사고발생 원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중대사건화하는 것은 함의 파손유무나 경제적 손실 때문이 아니라 그 어느 부문이나 할 것 없이 만연되고 있는 무경각, 무책임성과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적 태도에 강한 타격을 주고 경종을 울리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법 기관은 "책임이 명백한 대상들을 먼저 구속하고 조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이 22일 소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북한은 청진조선소에서 지난 21일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을 측면으로 진수하는 과정에서 함수와 함미의 이동 중 균형이 맞지 않아 함미 부분만 바다로 미끄러져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공개한 바 있다.

 

 

 

신형구축함 진수식서 연설하는 김정은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이 자체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함정이 제대로 진수되지 못 하고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전날(21일) 5000t급 구축함 '최현'급 두 번째 함정 건조를 완료하고 청진조선소에서 진수식을 진행하던 중 정상적으로 배가 바다에 띄워지지 못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이 평행하고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됐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며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종합하면, 건조된 함정을 대차에 올려 미끄려뜨려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와 선미에 설치된 대차가 동시에 기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구축함이 상당 부분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진수식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며 범죄적 행위로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를 비롯한 연관 단위들과 청진조선소의 해당 일군들의 무책임한 과오는 오는 6월에 소집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오는 6월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구축함을 복원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이므로 당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으로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진수식을 진행한 함정은 북한이 지난 4월 25일 진수한 최현호와 동급인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 김도균 기자 >

 

“태어날 때부터 노후까지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는 자신의 브랜드인 ‘기본사회 시리즈’를 10대 공약에 포함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10대 공약에 포함하지는 않은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며 기본사회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기본사회는 단편적인 복지정책이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우리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겠다”며 “생애소득 보장과 의료·돌봄·주거·교육 등 분야별 기본 서비스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해 우수 정책을 체계적으로 확산·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간 기업과 시민사회 조직, 사회적경제 조직,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사회적경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이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태어날 때부터 노후까지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겠다”며 △아동수당 지급 대상 단계적 확대 △‘청년미래적금’ 도입을 공약했다. 또한 “은퇴 전까지 언제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에게 고용보험 확대 적용 △영케어러(가족 돌봄인), 자립준비청년 등 취약계층 맞춤형 소득지원 제도 강화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추진 △농어촌 기본소득, 햇빛·바람 연금 등 맞춤형 소득지원 제도 확대 △지역화폐, 온누리 상품권 확대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공공·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정비해 사는 곳 중심으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노인, 장애인, 아동 등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분들과 의료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주치의제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이를 모든 국민에게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돌봄 기본사회’는 돌봄을 가족과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사회”라며 “이는 초저출생·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 초등, 어르신, 장애인, 간호·간병 등 ‘5대 돌봄 국가 책임제’를 넘어 ‘온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만들겠다”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 고도화 △양질의 돌봄 일자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수요자 중심의 폭넓고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부담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어르신이 함께 하는 공동체 주택과 세대 통합 주택 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일과 삶이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겠다”며 △주4.5일제 단계적 도입 △정년연장 사회적 합의 추진 △고용보험과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 보완 △‘아프면 쉴 권리’인 상병수당 시범사업 단계적 확대도 약속했다.

 

그는 “누구나 편리하게 이동하고, 자유롭게 연결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대도시와 광역권에는 청년·국민패스 확대 △읍면과 농어촌 지역에는 수용응답형 교통 서비스 확대를 약속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일본은 역사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해석을 통해

 식민 지배 불법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이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시민사회 원로와 대표들이 22일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년을 맞아 한일 시민사회가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 등 과거사 직시를 통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오전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과 배상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아 한일간 과거사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일본 정부가 여전히 식민지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1910년 8월 22일 체결된 한일병합조약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불법 무효임을 확인한다”면서 “일본은 역사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해석을 통해 식민 지배 불법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이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역사 정의와 화해에 기반한 시민 중심 평화 협력, 재일조선인 차별 철폐와 조선학교 무상화 실현, 북일·북미 수교를 통한 정전체제 해소,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등 평화체제 구축의 4가지 과제를 양국 정부와 시민에 제안했다.

 

선언 참여자들은 “전쟁포기를 명시한 헌법 제9조를 지켜온 일본 시민과,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한국 시민은 동아시아 평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한일 시민은 역사 화해를 통해 손을 맞잡고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선언에는 한국 측 제안자로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특위 위원장, 김영호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태진 서울대명예교수,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등 102명, 일본 측 제안자로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 44명이 참여했다.

 

이부영 위원장은 “한일 역사문제나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한일 양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반도 전역에서 식민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일 기본 조약 체결과 외교 관계 수립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 장관은 “한일 과거사 문제가 늘 민감해서 외교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는데, 한일간 시민 연대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이를 거쳐서 정부간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선언에 대한 한일 양국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다음 달 20일 일본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