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통합 메시지, 반면 트럼프는 더 거칠고 폭력적인 말들로 유세

 

 
 
                    AFP 연합
 

대선 투표일을 단 이틀 앞둔 일요일인 3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자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지만 노란불이 들어온 유권자층에게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해리스는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 미시간의 흑인과 아랍계,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지지층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해리스는 미시간의 디트로이트에 있는 흑인 교회에서 한 연설에서 하나님은 미국의 분열 치유를 위한 “신성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투표를 통해 “혼란, 두려움, 혐오”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시간의 이스트랜싱에 있는 미시간주립대에서 한 연설에서는 “우리는 동료 미국인들을 적이 아니라 이웃으로 본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10여년간 정치를 이끌어온 공포와 분열을 마침내 끝마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다시 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부르며 공세를 가하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해리스는 최근 표심이 멀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흑인과 아랍계의 지지를 되찾으려고 애썼다. 해리스는 이번에 4주 연속으로 일요일에 흑인 교회를 찾았다. 또 젊은 유권자들을 노리고 찾은 미시간주립대에서는 연설 첫머리에 가자지구 전쟁을 얘기하면서 아랍계를 달래려고 노력했다. 그는 “가자의 죽음과 파괴”를 얘기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시간에 사는 아랍계 24만명은 박빙 상태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로, 해리스는 가자 전쟁 탓에 이들의 지지가 약해져 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에 대한 흑인층 지지가 최근 회복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조사에서 이 지역 흑인들의 해리스 지지도는 8월보다 18%포인트 올랐다. 흑인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고 팔을 걷어붙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러스트벨트의 다른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해리스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은 반면 트럼프는 더 거칠고 폭력적인 말들로 유세를 채웠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민주당원들(democrats)은 “악마적”(demonic)이라고 했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으로 자신이 기소된 것에 불만을 나타내던 중 백악관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기자들이 총을 맞아도 상관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방탄 유리를 거론한 뒤 “여기엔 가짜 뉴스들만 잔뜩 있다”며 유세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가리켰다. 이어 “나를 맞추려면 가짜 뉴스들을 통과하게 쏴야 한다”며 “난 그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해리스를 돕는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전쟁광으로 부르면서 “얼굴을 총을 겨누면 그가 어떻게 느끼는지 보자”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뒤에는 선벨트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를 찾았다. 전날에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두 곳을 돈 유세한 트럼프가 선벨트를 다시 찾은 것은 러스트벨트와 달리 비교적 안심하고 있던 이곳에서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막판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해리스가 노스캐롤라이나는 2%포인트, 조지아는 1%포인트 앞섰다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거부를 두고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시정연설 불참은)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에 앞서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며 예산 기조와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참여해) 총체적인 국정 난맥을 어떻게 극복할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그러자 “어느 당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에 대해 말한 것이다. 행정부 대표가 입법부를 존중하고, 늘 입법부와 상의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며 “국회의 대표인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반에게 서로 협력하자고 촉구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말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은 한 총리의 대독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지 않는 것은 11년 만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집권여당 대표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 느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지지자들께서 정치 브로커 명모씨의 현재 상황에 대해 실망하고 걱정하는 걸 잘 안다”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2년 5월9일 취임식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와 한 통화에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명씨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커지는 만큼, 이를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소명하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대통령실을 겨냥해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전혀 다르다”며 “(윤 대통령은) 참모진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심기 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이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며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일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