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재판 변호인단 소속
자유통일당 후보로 총선 출마 이력

 
2020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무대에 함께 오른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만몰라 티브이(TV) 갈무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출 뒤 국민의힘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김 후보가 과거 전 목사와 함께 창당까지 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그간 정치권 외곽에 머물러 온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 국민의힘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석동현 변호사를 시민사회특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석 변호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으로, 지난해 4·10 총선에서 전 목사와 김 후보가 함께 창당한 자유통일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2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통령국민변호인단 출범식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 연합뉴스

 

석 변호사는 전 목사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님은 저 기세를, 제가 볼 때는 하나님 말고 아무도 꺾지 못할 것 같다”고 추어올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려 온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등 극우적 성향으로 여러 번 입길에 오른 인물이다. 이에 “(극우) 광장 세력과 손잡을 필요가 있다”(8일 관훈토론회)는 김 후보의 지론이 반영된 인사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 쪽이 전 목사 쪽과 물밑 접촉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목사와 가까운 우파 유튜버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12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도울 게 있으면 도와야 하는데, 물밑에서 ‘이재명 공격해’, ‘이재명하고 싸워’, ‘이런 자료가 있어’라고 한다”며 “니네들이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짓말하는 게 아니다. 이거 까면 (국민의힘이) 개망신당한다”며 “지네들은 꽃길을 걸으려 하고 자유통일당은 이재명이나 공격하라, 똥 밭에, 구렁텅이에 빠뜨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아스팔트 극우 세력 유입을 이유로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예정됐던 인사가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벌어졌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를 도왔던 이영수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은 13일 국민일보에 “(캠프에) ‘태극기’ 부대가 대거 들어와 있다”며 “김 후보에게 ‘더 이상 못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당 안팎에서도 극우 세력의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후보가 지난 2020년 ‘광장 세력을 도외시한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뒤 전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세우며 정치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비교적 최근인 2월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 목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양수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이 당 지도부의 대선 후보 기습 교체로 반발이 커졌을 당시 “국민의힘이 ‘전광훈당’이 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정치 평론가의 글을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방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인용해 올린 윤주진 평론가의 페이스북 글은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 자유통일당에 통째로 잡아먹힐 것이라는 공포가 상당했다. 수백억의 선거자금이 그들에 의해 집행되고, 그들의 극우 생태계를 살찌우는 데 쓰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실무자의 위기의식도 분명히 있었다”며 “국민의힘이 ‘전광훈당’이 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상당히 컸다”고 지도부의 대선 후보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김 후보는 현재는 전 목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최근에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국힘 내 “선거 하잔 거냐”…윤석열 변호인 석동현 선대위 합류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시민사회특별위원회위원장으로 합류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선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동기이자 변호인인 석 변호사를 선대위에 끌어들인 것을 두고, 당 안에서도 선거를 하자는 얘기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선대위 추가 인선 자료를 발표하며, 석 변호사의 선대위 합류 사실을 알렸다. 선대위 관계자는 석 변호사의 선대위 합류와 관련해 “다양한 데서 추천을 받은 것”이라고만 말을 아꼈다.

 

석 변호사는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내란을 옹호해왔다. 검사 출신인 석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40년지기 친구’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1월 4·10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사퇴했다. 하지만 공천에 컷오프(공천배제)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낙선했다.

 

석 변호사의 선대위 합류 소식이 알려지자 당 안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이 거짓말은 진짜냐. 애들이 물으면 뭐라고 하냐”고 탄식했다. 그는 “(적절한 인사 영입인지) 그런 거 묻지 말고 똘똘 뭉쳐라? 언제는 ‘노’(NO)라고 말할 용기를 키우라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서영지 기자 >

 

핵심 쟁점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6개월 만료’ ‘10년 유효’ 해석 분분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게 14일 검찰청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김 여사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쪽은 13일 검찰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에서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재판이 모두 연기됐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 등을 불출석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뒤에야 뒤늦게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전 대통령 사례를 들며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검찰은 통상 2회 또는 3회 출석을 요청한 뒤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에 착수한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뇌물과 업무방해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혐의로 검찰은 이런 내용을 종합해 출석요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에 관여하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선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선 명태균씨로부터 81회 여론조사(3억7천만원 상당)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도 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될 혐의 중 쟁점은 공직선거법 시효(당해 선거일 이후 6개월) 문제다.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2022년 6월 선거와 지난해 4월 총선 모두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단, 공천 개입 의혹을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범죄로 볼 경우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해 공천에 관여한 선거 개입 범행에 김 여사가 공범으로 가담했다면 김 여사의 시효도 10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선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음에도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공범 시효를 적용해 기소된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공범의 시효도 연장된다는 검찰의 논리를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 당선자를 공무원 신분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선거 후보자였던 송 전 시장과 당선자 배우자 신분인 김 여사를 동일하게 보고 시효를 확대 해석할 수 있을지 해석이 분분하다.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 시효가 넉넉한 편이다.  < 한겨레 강재구  배지현 기자 >

 

“김건희씨, 너 뭐 돼?”…대선 핑계로 ‘검찰 불출석’ 비판 봇물

검찰 불출석 사유서 제출에 정치권 ‘황당’
박지원 “걱정일랑 붙들어 매고 출석하라”
조국혁신당 대변인 “국민 분노 유발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은 김건희 여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불출석 의견서를 내자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김건희씨, 당신은 그저 곧 가장 안전한 담장 안으로 들어갈 것이 분명한 범죄 피의자에 불과하다”며 “김건희씨에게 꼭 들려주고픈 드라마 대사가 떠오른다.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학씨’(부상길)의 명대사 ‘너 뭐 돼?’”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당신은 착각할 자유도 가질 수 없는 중죄를 저지른 범죄 혐의자일 뿐이다”라며 “국민 분노 유발자는 그 입을 닫고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이어 “윤석열 출당에 선을 그은 ‘윤건희 아바타’ 김문수씨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 자신이 출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헷갈린다면, 정신 차리기 바란다”며 검찰을 향해 “법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구속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에게 14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김 여사 쪽은 13일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재판이 모두 연기됐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 등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조기 대선의 원인 제공자이자 대선에서 심판받아야 할 장본인이 대선을 핑계 삼아 검찰 수사를 피하려 들다니 어처구니없다”며 “이런 태도야말로 스스로 유죄를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공천개입뿐만 아니라 명태균, 건진법사, 삼부토건 등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이 조사받아야 할 사안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며 “이번 대선은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심판의 서막이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가 웃는다”며 “그럴 거면 부정부패, 계엄 내란으로 조기 대선을 만들지 말았어야죠”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출석을 하세요”라며 “검찰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윤건희 증거 인멸, 공모를 막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 반드시 둘 중 하나는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건희, 수사 안 받겠다? 아직도 영부인인 줄…. 당장 체포하라!”고 올렸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뇌물과 업무방해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혐의로 검찰은 이런 내용을 종합해 출석요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에 관여하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선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선 명태균씨로부터 81회 여론조사(3억7천만원 상당)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도 있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

 

이재성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고도 당신들이 대법관이냐’는 비판은 처음
과거 사법파동 때는 대법원장들 스스로 물러나
이번엔 대법원장이 직접 정치 한복판 뛰어든 것

대법관 시켜줬으니 보은하는 충성시스템 해체해야
판결문 공개·시민법관제는 민주적 통제 첫걸음
대법관 숫자 크게 늘리고 헌법소원 통해 4심제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부를 선출하지 않는 이유는 선거를 통해 다수파가 집권하는 행정·입법부와 달리 소수파의 권리와 기본권을 지키라는 취지인데, 지금 사법부가 본분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했다. 김혜윤 기자

 

애당초 그들은 쿠데타 세력이었다. 5·16과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세력이었고, 5·18 광주를 짓밟은 세력이었다. 보수를 참칭한 지 35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쿠데타 본색을 드러냈을 뿐이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이 출범하면서 스스로 보수대연합이라고 명명한 때로부터 쿠데타 세력의 보수 참칭 역사가 시작됐다”며 “이번 기회에 이게 싹 다 드러나서 개인적으로는 참 통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 세력의 본질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날 선 언어로 그들을 비판해 왔다. 과격하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고, 의원직 박탈이라는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12·3 내란 사태로 열린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는 최근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한겨레출판)라는 책을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동생(최강혁)과 함께 펴냈다. “새로운 정부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일궈 나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지난 8일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최 전 의원을 만나 보수와 진보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사법개혁 방안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책을 내셨더라고요. 책 제목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인데요. 책에서 설명하듯이 우리나라 보수는 사실상 보수가 아니라 극우에 가깝지 않습니까? 진보도 스스로 진보라고 부르기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고요.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 하듯이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1990년 민주정의당 중심으로 3당 합당을 하면서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치적으로는 평화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을 고립시켰잖아요. 독재를 지향하는 세력과 나름 민주화 투쟁을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쪽이 합쳐지면서 정체성이 혼미해지니까 보수대연합으로 명명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 본인은 정통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밀려나서 진보로 규정됐어요. 거기다가 빨간색을 칠하면서 레드콤플렉스로 활용했죠. 완전히 왜곡된 거죠. 보수나 진보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발전된 개념입니다. 근데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이 민주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내란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선거에 개입했다가 엄청난 저항에 깜짝 놀라 일단 후퇴한 거 아닌가요?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그렇다는 것인데, 이번엔 대법원장이 국민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먼저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닌가요? 주권자(국민)는 사법부를 어떻게 견제·감시해야 하나요?

 

“제가 대중 강연을 할 때 시민들이 사법부는 왜 선출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세요. 행정부와 입법부가 삼권분립 체제에서 투표로 선출되는데 다수파가 장악한단 말이죠. 그러면 선거에서 패배한 소수파의 권리와 기본권은 누가 지켜주느냐 하는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사법부는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가지면서 임명직으로 구성하게 해 놓은 거죠. 사법부는 탄생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역할, 그래서 약자나 소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기대는 언덕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사법부가 온갖 걱정거리와 혼란을 만들어내는 꼴이고, 사법부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예 없어요. 지금 사법부는 검찰의 공을 이어받아서 유죄라는 상표를 붙여주는 공장의 역할로 타락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법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검찰이 저 모양으로 망가진 데는 사법부 책임이 굉장히 큽니다. 검찰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잣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유죄 추정의 원칙으로 일관하면서 검찰을 괴물로 진화시킨 책임이 큰데 아닌 척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일단 대법관 숫자를 늘려야 하고요. 지금 본인들 입으로도 기록을 다 본 건지 안 본 건지 계속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꼬이잖아요. 적어도 기록은 다 보고 재판을 해라, 그러려면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독일 대법관이 300명이 넘어요. 민형사·노동·사회·행정·재정 이렇게 다섯가지 대법원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법관 늘리는 것만으로는 어렵지 않나요?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비슷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좀 더 정교하고 쉽게 바꿀 수 없는 민주적 구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물론 늘리는 것만 하면 안 되죠.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통해 재판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기능을 부여해 줘야 합니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명실상부한 최고 법원입니다. 4심제죠. 헌법재판소법을 고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대법원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사실심에서는 반드시 시민 법관이 참여해야 합니다. 단순한 배심원의 차원이 아니라 시민 법관이 법관과 동일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독일의 모델이 지금 그렇게 돼 있거든요. 그리고 판결의 내용이 전부 다 공개되죠. 우리는 지금 판결문 찾아보려면 절차가 엄청 복잡하고 특정한 사람들한테만 한정돼 있어요. 판결문이 공개되면 그들만의 영역 안에서 이때는 이렇게 말하고 저 때는 저렇게 말하고 하는 일들이 없어지겠죠. 뭐든지 특권을 유지하려면 비밀을 많이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 비밀을 없애주면 되는 겁니다.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의 첫걸음입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선임제도를 좀 더 민주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있죠. 근데 헌법을 바꿔야 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대법관을 임명하는 건 헌법 개정 사항이거든요.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하고 어차피 개헌 논의를 해야 하니까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없애야죠. 대법원장 제청권을 뒀던 이유가 원래는 외부의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라는 거예요. 군부 독재 시절의 기억 때문에 그렇습니다. 근데 지금은 대법원장의 은덕을 받아서 대법관이 됐으니까 제가 거기에 보은하겠습니다, 이런 모습이 이번에 보충 의견을 쓴 5명의 대법관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어요. 그런 충성과 보은 시스템을 해체해야 합니다.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데, 지금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영향을 주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헌법재판소장이 8 대 1로 의견이 갈릴 때 1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항상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이 됩니다. 그걸 대법원장의 무오류, 절대적 권위 이런 거로 지금 사법부가 떠받들고 있거든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와 대법관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법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으로 바꿔야죠. 지금은 무슨 법조계 전체의 황제인 것처럼 돼 있어요.”

 

―그래서 대법원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장 비민주적이죠.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 중에 서열이 딱 정해져 있어서 너희들 한 줄로 서, 그러면 딱 한 줄로 서는 조직이 군대하고 법원밖에 없어요. 사법부가 그렇다는 걸 많은 분이 놓치고 계시고 잘 믿고 싶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헌법재판소도 여야와 대통령이 각각 추천하니까 정치화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결정이 늦어지면서 그런 문제들이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헌재도 바꿔야 합니다. 헌법재판관을 지금 법조인들만 할 수 있게 돼 있단 말이에요. 이것도 헌법 개정 사항인데 철폐해야 합니다. 헌법재판관도 시민들이 추천하고 시민들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여하는 건 끊어야 하고요. 앞으로 법이 개정되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하위 기관이 되는데, 대법원장이 헌재에 자기 사람을 추천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조희대 원장은 국민 신뢰만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어 사퇴 주장이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대법원장들 같으면 물러났죠. 김덕주·김용철 대법원장이 다들 물러났죠. 그동안 사법 파동이 여러 번 있었지만, 판사들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에게 당신들이 그러고도 대법관이냐는 말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근데 그동안은 권력의 침탈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내지 못해서 대법원장이 물러나는 경우였다면,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나서서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사법부의 밑바닥을 흔들어 버린 사건이죠. 제가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간 판사인 후배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얘기하다가 북받쳐서 막 울어요.”

 

―이제 검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검찰과 오랫동안 싸워 왔는데 이번엔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선 검찰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해체 후 재편성’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거 아닙니까? ‘윤석열이 망가뜨려 놓은 검찰이라는 집을, 심우정이 관에 넣고 뚜껑에다 못을 박아버렸다’, 검사들이 이렇게 말해요. 제가 직접 들은 얘기예요. 본인들 자신도 알고 있고요. 그러니까 지금 탈출 러시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젊은 검사들이 사표를 많이 내고 있고요. 유일한 희망 한동훈이 혹시라도 대통령이 되면 살 수 있을까 그쪽에 베팅했었죠. 그 바람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눈물을 머금고 대선 불출마하는 상황이 됐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무산됐잖아요. 이제 해체는 갈 수밖에 없는 길이고 단지 얼마나 연착륙시키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것 같습니다.”

 

―기소대배심 도입도 필요한 건 아닐까요? 검찰이 공정성을 기한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국민은 위원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검찰이 자기들 원하는 사람 데려다 놓고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 나오게 하면서 그게 마치 시민들이 참여한 것처럼 눈속임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죠. 자기들이 요약한 자료 보여주고.”

 

―전관예우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서 적어도 대법관 이상, 공소청장, 수사청장, 공수처장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법관들에게 당신 대법관 하고 싶냐 헌법재판관 하고 싶냐 그러면 100이면 100이 다 대법관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개업 시장에서 돈의 단위가 달라지거든요. 도장 값이 얼만데 이게 있단 말입니다. 그것만 무너뜨려 놔도 자기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결과물로 평가받는 그런 유인은 좀 되지 않을까요.”

 

―책의 결론 부분에서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언급하시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양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서 더 높은 하늘을 마음껏 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쓰셨는데요. 우리나라에 이런 날이 올까요?

 

“오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영희 선생님 말씀을 우리가 오독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보수와 진보가 있어야 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균형 잡힌 날개가 돼야 제대로 날 수 있다는 의미가 더 크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런 싹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겨레 이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