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예상과는 다른 보도   “소모 가능한 병력 보낸 듯”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가 22일(현지시각)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아스트라는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 병력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최정예 부대가 아닌 징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20대 초반의 ‘소모 가능한 병력’일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이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영상과 정보당국의 말을 종합한 결과, 이번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집결한 군인들은 10~20대 초반으로 징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로 키가 작고 마른 체격인 이들은 북한의 만연한 영양실조 실태를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18일 국정원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위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천여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체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겪을 어려움을 차례로 열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우크라이나 전장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펼쳐진다”며 “북한군은 노후화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며, 파병된 병사들은 (이전까지) 나라 밖에 나가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
 

그러면서 “(북한군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통상 파병하면 그 나라 군대의 지휘 체계를 유지하고 군복, 표식, 국기를 달고 자랑스럽게 활동한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 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 러시아에 파병한 원인에 대한 분석도 실었다. 매체는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 제임스 제이비(JB) 박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소모 가능한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기를 원했을 수 있다”며 “이들은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가 병력을 요청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두 나라 간 강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이전보다 강화된 전력으로 추가 파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국정원, 북한군 포로 심문 검토에...이재명 “제정신인가”

 “정치적 위기 덮으려 전쟁 위기 조장 국민과 역사에 큰 죄 짓는 행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북한군 파병이 확인된 후, 윤석열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국가안보 상황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야당은 북한의 파병을 규탄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기화로 혹시 한반도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그런 의심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포로 심문, 문제 생기면 어떻게 감당할 건가”

박찬대 “대통령, 살상무기 언급 어떤 의미인지 아는 건가”

김병주 “한국전쟁 끝나지 않았다” 경고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한군 부대를 폭격해 심리전으로 써먹자”는 대화를 나누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가정보원이 북한 포로를 직접 ‘심문’하는 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정원이 (신문에) 상당히 노하우가 있다”면서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북한군 포로 심문 검토를 옹호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원의 심문조 파견 검토와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고문 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기관이 남의 나라 전쟁 포로 심문에 참여하겠다는 것인가,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로가 된 북한 장병들(을) 대한민국 국정원 직원들이 심문하다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경우, 그 파장을 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라며 “한기호 의원이 신원식 안보실장에게 공격 사주를 한 것을 ‘사적 대화’로 치부하더니, 직접 대통령이 나서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도 않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역사에 큰 죄를 짓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기호 의원과 신원식 안보실장의 대화와 관련해 “전쟁 사주이자 신북풍몰이”라며 “당장 멈추라.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덮기 위해 3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오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휴전 상태다”라며 “윤석열 정권이 가지고 온 작은 불씨가 전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북한 파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이날도 이 대표는 “북한 파병은 정말 옳지 않은 일”이라며 “강력한 규탄의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철회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 역시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이 같은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윤 대통령, 나토 사무총장·EU 집행위원장과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유럽연합(EU)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우리 정부 대표단이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현지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전황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한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한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우리 쪽의 정보 판단도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우크라이나전 참전 동향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나토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나토가 러·북 간 불법 교류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노력을 배가해 주길 바란다”고 했고,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개입한 우크라이나전 상황은 나토의 최우선 관심사로서, 전장 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면서 한국과 대응책을 계속 협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토에 북한군 동향을 브리핑한 우리 정부 대표단이 “29일 유럽연합 정치안보위원회와 관련 대책을 협의한 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현지의 전황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정부 대표단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북한군의 전선 투입 뒤 이뤄질 우리 정보·군사 당국자의 현지 파견 문제를 타진하기 위한 사전 답사 성격도 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견학 온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뤼터 사무총장과의 통화에 앞서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통화하면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 본부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 이송됐고, 북한군 부대들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걸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지난 8월6일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해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의 이러한 (파병)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이 심화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및 유럽·대서양 안보에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 대가로 “군사적 기술과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며 “같은 가치를 공유한 민주주의 국가끼리 연대하고 공통의 안보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어 “북한군 파병은 푸틴의 절박함이 심화한다는 징후”라며 “푸틴의 전쟁으로 60만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푸틴은 외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승준 이정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