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상급종합병원, 지방 재난기금으로 충당 “윤 정부 의료대란 책임, 지자체에 전가” 비판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난달 9일 오전 주 1회 성인진료를 중단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
“의사들의 야간·휴일 당직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8월부터 끊겼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수술 등이 줄면서 경영 여건이 상당히 어려운데, 정부가 약속한 당직비 지원까지 중단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건강보험공단과 상급종합병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마련한 예비비가 바닥나 대다수 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 인력의 야간·휴일 당직비 지원이 8월부터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5곳은 지방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투입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나머지 12곳은 끊긴 상태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선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빠져나가면서 전문의가 야근·휴일 근무를 전담하고 있는데, 이들의 인건비 일부에 구멍이 난 셈이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위해 3월(1285억원)과 5월(755억원), 총 204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지원에 나섰다. 상급종합병원의 당직비는 정부 예비비 집행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이달 기준으로 집행된 예비비 1854억6500만원 중 의료인력 당직수당이 946억3500만원(51%)으로 절반을 넘었다. 상급종합병원·공공기관 등 신규 채용 인건비(378억2900만원), 군의관·공보의 파견 수당(217억1600만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차 예비비는 편성하지 않을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예비비 편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 지원에 있어 꼭 예비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 전용 등 올해 비상진료체계 예산분은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으로 의료공백 지원에 추가 예비비 배정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대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꺼내들었다. 전국의 지자체는 이미 올해 2~9월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484억6900만원의 재난기금을 사용했다. 재난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보건의료 분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각 지자체에 재난기금 집행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자,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선 지자체의 재난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특례를 만들었다. 지자체에 추가적인 재정 투입 압박도 이뤄지고 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최근 자료를 내어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각 지자체에 총 1712억원(서울시 655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을 투입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712억원이면 앞선 두차례 예비비와 맞먹는 액수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 대란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가장 심각한 것은 의료 대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는 독선적 태도를 버리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인 만큼, 협조를 요청했을 뿐 강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김소연 기자 >
"쌍방울 희토류 사업…이재명과 관계 없다" "이화영 기용하다보니 그물망처럼 얽힌 것" "김성태가 왜 이재명한테 왜 20억을 주겠냐" "검찰이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고 협박했어" "지금 말하면 불리하니까…말 할 수는 없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및 경기도와 무관하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최측근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 최측근은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쌍방울 대북사업의 목적은 북한 희토류 자원 선점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돈을 줄 리 없다며,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이재명하고 단 한 차례도 안만나"
"(검찰이) 그물망을 던져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 버렸지, (김성태가) 사실은 얼굴도 한 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답니다."
<시민언론 뉴탐사>가 지난 28일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임필순 씨는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통화는 지난 5월 29일 이뤄졌다. 통화 녹취에 등장하는 임 씨는 쌍방울의 전주(錢主)로, 김 전 회장이 '어머니' '스님' '이모' 등으로 부르며 각별히 따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성태 수양어머니' '양어머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 씨는 "(김성태가) 협조하고 있지 정부에다가 지금, 검찰에"라면서도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돼요.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그게 진실이라고요"라며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허위 진술을 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이화영 때문에 걸려들은 거잖아요. 그렇잖아요?"라며 "쌍방울이 이재명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9일 쌍방울 전주 임필순 씨와 뉴탐사 강진구 기자의 통화 녹취. 2024.10.29. 시민언론 뉴탐사 화면 갈무리.
"이화영 사외이사는 일종의 보험"
아울러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접촉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사업하려면 거미 발처럼 이 계통 저 계통 다 보험을 들어야 하잖아요"라며 "그냥 보험 드는 거예요. 일종의 돈 섭외비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그 사람(이화영) 아니고 다른 검찰 출신도 다 쓰고 그랬어요"라고 했다. 실제로 쌍방울은 이화영 외에도 검찰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임 씨는 "얘(김성태)가 경기도하고 하등 상관없는 애예요, 회사가 서울에 있지 경기도와 무슨 상관 있어요"라며 "이화영이를 사외이사로 쓰다 보니 이것저것 거쳤잖아요. 그러다 평화부지사가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얽히고설켜 그물망을 던져서 이재명과 연결된 것처럼 돼버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나 경기도와 애초에 쌍방울과 관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재명한테 20억을 왜 주겠느냐"
임 씨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전라도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당했지만, 사업 수완이 좋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돈에는 엄청나게 깔끔해요" "신세 진 거에 대해 조건 없이 주는 건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 무슨 역할을 해주는데 20억을 변호사비를 내줘"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0억 원을 대납했다고 주장하다가, 2023년 1월 중순 김 전 회장을 태국 방콕에서 체포한 이후 수사 방향을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으로 급선회했다.
임 씨는 거듭 "(김성태가) 무슨 20억을 탁 내줬다 그러느냐"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그거 (검찰이) 뒤집어 씌워서 그러는 거고"라면서 "(김성태가) 이재명 힘을 받을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경기도지사하고 성남시장하고 사업하는데 무슨 상관있어요? 외국 바이어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 및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2. 연합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 검찰이 협박"
다만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회사의) 흠을 잡아가지고 확대시켜서 중지(거래 정지) 시켜버렸잖아요"라며 "당신이 10년, 20년을 받게 돼 있다. (형을) 살고 나면 회사는 자동으로 다 망하는거 아니냐 (검찰이) 이렇게 얘기한 거야"라고 했다.
실제 쌍방울의 핵심 기업인 나노스(나노스→SBW생명공학→퓨처코어로 상호변경)는 호재성 공시 발표 하루 전날 거래 정지되는 등 검찰이 기업 운영을 빌미로 김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임 씨는 김 전 회장이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앤장보다 조금 적은데 있잖아요. 거기(법무법인)에서 기업 전체적인 것을 통틀어서 변론해준다고 100억을 달라고 한 거예요"라며 "물론 한때는 다 털어서 조 단위까지 갔지요. 지금은 현금이 10억도 없어요. 몇억도 없어요. 개털이에요, 개털(돈이나 뒷줄 없는 사람을 가르키는 은어)"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사업 목적은 희토류 선점"
임 씨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이 북한의 희토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임 씨는 "북한에 희토류라는 흙이 있잖아요. 이북에 매장이 많단 말이에요"라며 "(반도체 등) 가늘고 얇고 가볍고 강한 데에는 다 들어간데요, 텔레비전에도 들어가고"라며 소재의 특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쌍방울이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에 거점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정은이 미국과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던 시기라 사업 선점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쌍방울 직원들이 외화를 반출한 데 대해서도 "거기에서 기본 살려면 저기가(자본이) 있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대북 송금이라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쌍방울그룹이 작성한 '나노스 IR 리포트' 2024.10.29. 뉴스타파
중국 책임자의 존재도 눈 여겨볼 만했다. 임 씨는 쌍방울의 중국 거점을 최우향 씨가 관리한다고 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인물 김만배의 최측근 '헬멧 맨'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22년 10월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 씨를 호위하며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보내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져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임 씨는 최우향 씨의 성균관 부관장 이력을 언급하며 "사교성이 굉장히 좋더라"고 말했다.
"희토류 기업 인수 과정서 주가조작 의혹"
임 씨는 쌍방울 대북사업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쌍방울은 대북사업을 기업 두 곳을 통해 구체화했다. 마그네사이트(탄산 마그네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 첨단 가공기술을 보유한 장원테크와 매장량 측정 기술을 가진 KH건설이다. 전주였던 임 씨와 그의 조카들은 2년에 걸쳐 장원테크 인수를 추진했다며 "베트남 공장에도 갔다오고 했다" "(감정평가와 실사비용으로) 9억인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시 장원테크의 공시 기록도 거의 실제와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7천 주식이 7400원, 75000원 할 때 기억해요. 그래서 이 절충을 하는데 1년 정도 걸렸어요 (…) 그랬는데 그때 출원이 되어서 특허가 나왔어요. 금융기업에 7월 말인가 이렇게 (…) 계약서까지 다 썼는데 1만 3000원 얼마인가 불나듯이 스파크를 일으키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임 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매수를 권유해 내부 정보로 거래를 한 정황도 보인다. "내가 ○○이한테 ○○이네를 그 주식을 ○○ 시켜가지고 사게 시켰거든요? 그랬는데, 내일 이제 발표하는 거야. 그런데 그 전날 계약서 쓰고, 그 다음날 공시 뜰 건데 (…) 딱 거기서(장원테크에서 안 판다고) 버텼어요."
임필순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쌍방울 대북사업 주가조작 세력 관계도. 2024.10.29. 뉴탐사 갈무리
이런 주가의 급격한 변동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양상에서도 보인다. 인수설과 특허권 취득 공시라는 호재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에 쓰인다.
실제 임 씨의 증언과 당시 공시 기록을 대조해본 결과, 주가 변동은 맞아 떨어졌다. 7000원대였던 장원테크 주가는 2018년 7월 인수설이 나돌면서 1만 30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다 "특허권 취득 공시 발표를 앞두고 계약서까지 썼는데, 하루 전날 결렬됐다"는 증언대로 주가는 급락했다.
이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장원테크는 2019년 1월 삼본전자(현 KH전자)와 리치투자조합이 공동 인수했다. 임 씨는 "그 회사에서 우리와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와서 2019년 2월 KH건설을 580억 원에 같이 샀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당시 공시 내용과 일치한다.
좌측 장원테크 주가 7천원대 시기(2018.4.), 우측 장원테크 1차 인수 시도 시기(2018.7.). 2024.10.29. 뉴탐사 갈무리
임씨 "김성태 보지 못했다" 증언 번복
한편 <뉴탐사>에 따르면 해당 녹취가 공개되기 전 임 씨는 강 기자를 통해 격한 반응과 함께 반론을 제기했다. "김성태를 2001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관계를 부인했고, 장원테크와 KH건설 인수 관련 정보도 "뉴탐사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는 통화 녹취와 배치된다. 녹취에는 김성태가 '어머니' '스님' '이모'라고 부르며 찾아온 점, 장원테크 구미·베트남 공장과 KH건설 인수 580억 원 등 상세 정보가 있다.
다만 임 씨는 반론 중 "쌍방울 대북사업에 경기도와 이재명이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은 맞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뉴탐사>는 전했다. 이는 김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진술을 부인하면서도, 이 대표의 무고함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정치 기소 중단하라"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이하 검독위)는 29일 오후 <뉴탐사> 보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독위는 "이 측근은 김성태 회장 관련 보도가 ‘과도했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자신의 발언이 김 회장에게 불리하게 방송에 활용된 것에 분노를 표시했다"면서도 "주목할 점은, 보도된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증언한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반증한다. 동시에 김성태 회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고 했다.
검독위는 통화 녹취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읊은 뒤, "이제 정치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기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법원은 오늘 검독위가 공개한 새로운 증거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독위도 새롭게 공개된 실체적 진실의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왜곡과 조작수사로 일관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검찰이 자료 안 주면 끝?…강제권 없는 공수처 명태균 사건은 사람도 없는 수사과로 배당해 선관위가 12월에 접수했는데 소환은 단 한번 강혜경이 넘긴 증거자료는 진위 조사도 안 해 폐업한 미래한국연구소나 압수수색하며 허탕
민주당 "검찰은 법에 따라서 제대로 수사해야"
검찰이 김건희 씨 관련된 사건을 지연시키고 있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024.10.29. 연합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사건을 지연시키면서 '김건희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나 창원지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자료를 주지 않거나 허술한 인력 배치로 지연시켜 사건을 축소·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29일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자료를 일부 넘겨받고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공수처가 3주 전에 검찰에게 공개 요청한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명품 가방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 결정서, 기록 목록 등 자료를 요청했는데 그 가운데 일부 답변만 받은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에 요청한 자료 가운데 일부가 지난주에 왔다"면서 "검토를 본격적으로 하지는 못한 단계"라고 했다.
공수처가 검찰에 요청한 자료를 3주가 지난 뒤 제공했다. 2024.9.22. 연합
본격적인 수사에도 착수할 수 없지만, 문제는 검찰이 공수처의 자료 요청을 회피해도 공수처는 자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 등에 고위 공직자 범죄 관련 수사 기록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해당 기관이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검찰이 자료를 주지 않으면 공수처의 수사는 무기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수사도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명 씨와 관련해 고발했지만,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해 방치했다. 수사과는 창원지검 조직도상 사무국 산하로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으로만 이뤄진 조직이다.
창원지검은 '검사장이 명하는 특별 범죄사건의 수사, 검사지휘 사건수사' 등을 수사과 업무로 소개하지만, 통상적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엔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수사과에 배당된다. 실제 명씨 사건도 수사과에서 진척이 없다가 지난달 형사4부에 재배당된 뒤에야 지난달 30일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과도 올해 초 명 씨를 한 차례 소환했지만, 이때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명 씨는 압수수색 직전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사이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는 지난 5월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취 등 4000여 개의 파일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수사과는 해당 내용의 진위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강제 수사 절차도 매우 허술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명 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9시간 만에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통상적인 포렌식 절차 등을 고려하면 휴대전화를 당일에 돌려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건희 지키기' '명태균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명 씨는 검찰이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압수수색하기 한 달 전 미리 짐을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이번 달 초중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4월 허탕을 친 뒤 '사후약방문'이었다.
반면, 검찰은 내부신고자인 강 씨에 대해 최근 5차례 소환했다. 강씨 측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강 씨를 한 차례 정도 부를 예정이다. 정작 대통령 부부와 직접 연락하며 여론조작, 공천개입을 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허술하게 진행하면서, 내부 신고자만 연이어 수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창원지검의 수사 속도가 이렇게 차이나는 배경에는 정유미 창원지검 지검장이 지목된다. 정 지검장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을 했을 때부터 윤 대통령을 옹호했고,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 비난을 하면서 '친윤 검사'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정 지검장이 의도적으로 김건희 씨 관련 수사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창원지검 정유미 지검장은 친윤 인사로 유명해 명태균 씨 수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24.10.17. 연합
민주당은 검찰의 '김건희 지키기' 행보를 두고 '김건희 충견'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이 '김건희 충견' 노릇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최후 보루를 자처하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서는 변호인 역할을 자처하더니, 명태균 게이트에는 늑장수사도 모자라 증거인멸을 묵인·방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왜 '중대범죄'의 피의자이자 '증거인멸'을 자백하고 있는 명태균 씨를 구속하지 않은가? 왜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명 씨를 고발하기는커녕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나?"라며 "고의적인 묵인과 방조로 시간만 흘려보내지 말고 법에 따라 제대로 수사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입 열면 탄핵·하야'라는 명 씨의 협박이 면피용 늑장 수사의 원인이냐"면서 "계속 늑장 수사로 일관한다면, 검찰 역시 윤석열 정권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