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대법관 탄핵’ 여론 들끓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동해안 벨트’ 첫 방문지인 강원도 속초시 중앙재래시장에서 닭강정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원장 조희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당내 강경파들로부터 ‘대법관 탄핵’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3일 이 후보가 ‘의연한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당부에 “좋은 의견이다.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탄핵을 비롯한 강경 대응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애초 민주당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에게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더라도, 27일의 상고 기간이 있기 때문에 6·3 대선 이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서 법원이 재상고 기한(7일) 외에, 재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은 무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 전에 대법관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최악을 가정해야 한다”, “신속히 지뢰를 제거해야 제압이 가능하다”며 선제적으로 대법관에 나서자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의원 대화방에서 법조계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 여론전, 후 탄핵’을 주장하자, 이 후보가 “잘 정리하셨다. 그렇게 밀고 가시라.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방에서 쏟아진 ‘선제 탄핵론’에 이 후보가 직접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초선 의원은 대화방에 올린 글에서 “판사가 법을 지키면 후보는 바뀌지 않는다. 판사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재판 진행을 하려고 하면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위법·위헌이므로 바로 판사를 탄핵해서 중단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대선 앞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되, 대법원이 27일의 상고기간을 보장하지 않아 이 후보의 방어권을 침해할 경우 그때 빠르게 탄핵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상고기간 보장과 관련해선 앞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피고인에게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소정의 기간에 상고심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질문에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는 보장이 되어야 되는 것이 원칙이다. (불변) 기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 핵심이다. 과거 파기환송심에 비춰 법과 상식에 맞는 심리 기간과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며 2019년 8월 유죄 취지 파기환송 뒤 2021년 1월 형이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례를 언급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속초와 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을 돌며 ‘경청투어’를 이어갔다. 그는 양양 전통시장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아직도 2차, 3차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내란을 이겨내는 힘도,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또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이 방송을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 엄지원 기자 >

 

‘이재명 재판 속도전’에 판사들 “스스로 권위 무너뜨려” 실명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처리하자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2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지법의 한 판사도 코트넷에 실명 글을 올려 대법원 재판을 비판했다. 그는 “6만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월22일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며 “(회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1일 판결을 선고하였다.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과거에는 디제이(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며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대법 내규 위반하며 사상 초유 속도전으로 국민 주권 침해
법률심(3심)이 사실관계 판단하고 사실상 1심 판결 베껴

 
 
 

 

대법원이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습니다.

 

대선 전 유죄 확정 가능성도

 

대부분 법률가들이 무죄 확정을 예상했었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와 국민적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른 퇴행적 판결입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판결문을 새로 써야 하는데요.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전까지 판결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법률가의 의견입니다. 이번 대법 판결은 검찰의 상고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피고인의 시간’이 없었지만, 피고인의 상고에 의해 열리는 재상고심의 경우 상고기간(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 등 최소 27일의 시간이 있습니다. 대선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고법이 속전속결로 파기환송심을 진행해서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휴일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에 재상고심이 열려 유죄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고신청기간 7일은 건드릴 수 없지만, 상고이유서 접수 기간 20일을 주지 않고 바로 유죄 확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로 파기환송된 사건이므로 재상고된 사건의 상고이유서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댈 거라는 얘깁니다. 이럴 경우 지지율 압도적 1위의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파기환송심 없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정치적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벌써 사실상 유죄 확정이라며 이재명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 판결의 성향으로 보아, 대법원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소추 행위란 기소(訴)와 그에 뒤따르는(追) 재판을 모두 일컫는 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번 판결로 정치 성향을 확실히 드러낸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번 선거법 위반 재판 말고도 이재명 후보는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걸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헌법 규정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이 우리나라를 혼돈과 불확실성의 구렁텅이로 쑤셔 박은 것입니다.

 

예단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이 대법 판결을 앞두고 무죄 확정을 예상한 근거는 그동안의 관행과 시간적 제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의 모든 관행을 깨버렸습니다. 대법원 소부(주심 대법관 박영재)에 배당된 당일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고, 바로 같은 날 첫 번째 심리를 벌였습니다. 이틀 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심리를 하면서 바로 그날 선고기일을 잡았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보통 한 달에 한번 열리는데요. 이렇게 연달아 두 번이나 전원합의체 심리를 한 것은 사상 최초입니다.

 

대법원 내규도 위반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 제7조는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 사건에 관하여 조사·연구한 결과를 기일 전에 미리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부 배당 당일 바로 전원합의체 심리를 했죠. 재판연구관이 조사·연구한 결과를 미리 보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례적인 정도가 아니라 내규를 어긴 것입니다. 1심 선고까지 2년 2개월이 걸린 사건을 2심은 4개월 만에 선고했는데, 3심은 2심 판결로부터 불과 36일 만에, 배당 9일 만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봐도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무죄를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개입한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파기환송을 통해 국민의 주권에 대한 침해를 시도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2심의 무죄 판결을 완전히 뒤엎어 파기환송한다는 것은 예단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 대한 법 규정(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라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을 지키라고 주문한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는 당선자에 해당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게 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법을 어기고 당선이 됐는데도 재판이 늦어져서 공직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법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건 발언의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의 낙선자입니다. 최초로 6·3·3 원칙을 적용한 대상이 낙선자라니. 여러분, 동의할 수 있습니까? 더구나 마지막 3심은 3개월도 아니고 사실상 9일 만에 광속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최신 대법 판례 깨고 1심 판결 그대로 따라

 

대법원 판결문은 1심 판결문의 논리 구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이른바 ‘김문기 몰랐다’ 발언 자체는 인식에 관한 것이므로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해외 출장 중 찍은 ‘사진’에 관해 발언하면서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이라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라고 규정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얘기겠지만, 기억의 환기를 위해 다시 한 번 보시죠.

이재명: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토크 콘서트)

 

이 발언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대해 한 말입니다. 이 후보는 이 사진이 골프를 친 날 찍은 것이 아니고, 10명이 단체로 찍은 사진 가운데 고 김문기씨가 포함된 4명만 나오게 잘라서 공개한 것이어서 조작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이라고 해석해서 허위사실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분명한 건 이 후보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일반 선거인의 인식을 들먹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김문기와의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취지로 들린다는 겁니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어긋나는 판결입니다.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은 정읍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2023도16586)에서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후적 추론에 따라 발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 대법원 판례를 6차례나 직접 인용합니다. 대법원 판례를 충실히 따른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짜깁기 기소 추인한 대법원

 

마지막으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관련 혐의를 보겠습니다. 이른바 ‘국토부로부터 협박받았다’ 발언입니다.

 

이 대목도 기억이 희미해지셨을 테니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당시에 정부 방침은 뭐였느냐 (중략) 앞으로 5개 공공기관 부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청하면 다 바꿔줘라,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도록. (중략)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제가 그때 낸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반영은 해주는데 다 해주라는 말은 없으니까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 이렇게 다시 기자회견을 해서 (중략) 사실은 성남시 공공기관 이전부지 다섯 곳 매각이 몇 년 동안 불발됐던 거예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과장이 있긴 하지만 의견 표명이지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대법원은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뒤집었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인데, 이 후보가 국토부의 협박을 받아 변경했다고 밝혔으므로 허위라는 겁니다.

 

 

2심과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핵심 이유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볼 것이냐, 하나하나 따져서 볼 것이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 발언을 자세히 보면, 크게 두 대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식품연구원(백현동)만이 아니라 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LH) 등 5개 공공기관에 관한 발언입니다. 국토부의 압박(협박)에도 불구하고 성남시가 버텨서 몇 년간 매각이 불발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서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문을 언급하면서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백현 이 부분은 그냥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해주지 마라고 버티다가 결국 다시 또 국토부가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중략) 이런 지시공문이 다시 와서 저희가 불가피하게 용도는 바꿔 주는데 그냥은 못해주겠다, 공공기여를 할 것을 내놓으라고 해서 저희가 약 8000평 정도의 R&D 부지를 취득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의무조항에 관한 발언은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 나온 것이고, 식품연구원 용도변경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검찰은 중간을 생략하고 앞뒤를 이어붙여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해줬다’고 짜깁기해서 기소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실관계 무시하고 비튼 최악의 정치 판결

 

이건 사실관계를 비튼 것입니다. 처음에 성남시가 박근혜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5개 공공기관의 용도변경을 거부하고 몇 년간 버틴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해당 부지에 대기업 본사나 알앤디(R&D)센터처럼 고용을 창출하는 시설을 유치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조건들이 무르익었고, 다른 공공기관 부지와 마찬가지로 백현동도 알앤디 부지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의 기소와 대법원 판결은 이런 사정 변경을 일부러 무시한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정말 이현령비현령 판결 아닙니까? 1심과 2심,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대법원이 이렇게 급하게, 사상 초유의 속도로 재판을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줘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얼마 전 있었던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면서요? 법의 안정성을 흔들고 사법에 정치를 끌어들인 최악의 판결입니다.

 

 

무엇보다 법률심인 3심에서 사실에 관한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상고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사법부의 주권 침해

 

선거법으로 후보자의 말을 규제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밝힌 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우려’ 때문입니다. 주권자의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법부는 주권자를 대신해 그 말이 처벌할 정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결론이 극명하게 갈린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다수·소수 의견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이런 사안이라면 주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동안 1·2심 재판을 국민이 지켜봤고,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지금 이 후보가 받는 정치적 평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죄를 확장할 경우 검찰이 선택적 기소로 야당 탄압에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임박한 시점입니다.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고도의 정치적 과정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내란을 극복해 조속히 나라를 안정시켜야 하는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여기에 끼어들어 영향을 미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사법부는 주권자의 시간을 존중하며 사법적 자제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이 점을 통렬히 지적합니다.

“선거과정은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영역에 있다. 선거과정의 공방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발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 또는 평가가 혼재되어 있어 사실의 허위성을 명확히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하는 법원이 이러한 정치적 혼재 영역에 개입하여 공표된 발언의 허위성을 가리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 설령 그 혼재 영역에서 이루어진 사법적 판단이 법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정치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비판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한 법원의 법적 평가는 이를 수긍하는 국민들과 그렇지 아니한 국민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과 분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사심없는 공정한 판결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선거법 재판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대법원의 명분과 달리 되레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 됐습니다. 대법원의 무리수로 이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유죄 의견 10명 대법관 모두 윤석열 임명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단 2명입니다. 둘 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유죄 의견을 낸 나머지 10명은 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대법원 판결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대법관 10명이 지귀연 판사의 든든한 뒷배였습니다. 형사소송법을 일부러 잘못 해석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사법부가 조용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을 포함해 판사들까지 체포 대상으로 ‘노상원 수첩’에 등장하고, 서울서부지법에 폭도들이 난입해 건물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판사를 잡겠다고 소리치고 다녔는데도 유감 표명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선에 개입하겠다고 작심하고 달려든 것입니다. 철두철미하게 정치적인 판결입니다.

 

터져나오는 사법개혁 목소리

 

이들 대법관 10명이 마치 국민을 향해 ‘그래서 너희들이 어쩔건데?’라고 노려보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탄핵 헌법 심판 과정에서도 사법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었는데요.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입니다. 벌써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불복 절차를 두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의 주(State)법원 판사처럼 선거로 판사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지금은 대법원이 3 심을 하잖아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헌법 소원을 열어 주는 겁니다. 불복수단을 주는 이거 열어주면 대법원은 헌재 밑으로 가는 거거든요. 조희대 대법원 이거 신뢰 못 하기 때문에 저는 헌법 소원에 대해서 재판도 넣어야 된다. 이거부터 저는 아마 국민들이 시민운동 벌일 것 같아요.” (신인규 변호사 5월 1일 경향티비)

 

대법원이 선고를 시작한 오후 3시로부터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대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무리하게 유죄 굴레를 씌운 대법원 선고와 한덕수 대행의 출마를 위한 사퇴가 1시간 차이로 생중계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총에 이어 법으로 쿠데타 시도

 

5월 1일은 대법원이 정치에 개입한 흑역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사법쿠데타가 진행 중입니다. 총을 든 친위쿠데타가 실패하자 법으로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악은 지치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나 지긋지긋하지만, 우리도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몇 명의 판사나 검사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역사의 법정에 아로새겨야 합니다.     <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

한덕수 대선 출마…내란 세력의 '제2 쿠데타' 서막

● COREA 2025. 5. 3. 15: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내란 부역자가 '갈등, 분열' 언급하면서 '통합' 운운

내란 특검법 셀프로 거부해 수사도 회피했으면서
자신은 책임 없다는 듯 대선 출마하며 '유체 이탈'

관세 협상을 개인 정치로 써먹고 국익인 양 홍보
비전도 내용도 없는 개헌안…'합종연횡' 위한 연출

망한 윤석열 가치외교 반복…"한미일 흔들면 싸울 것"
분노한 시민사회 "내란 공범 출마는 민주주의 배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기어이 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전날(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하며 노골적인 대선 개입을 선언한 대법원이 한 대행의 사퇴 및 대선 출마에 맞춰 '꽃길'을 깔아주자, 한 대행이 마치 '개선장군'이나 되는 양 나선 모양새다.

내란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는 한 대행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현재의 갈등과 분열을 만든 원인 제공자이자 당사자이면서, 윤석열 정권 부역자들의 우두머리 격이다. 그러나 마치 자신은 무관한 듯이 대선 본선판에 올라섰다. 그의 말은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은 '유체이탈 오류' 투성이었고, 그가 내비친 철학이나 비전도 지금의 파국을 만든 '윤석열 시즌2'에 지나지 않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기 3년 대통령 개헌안'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다급해진 대권 후발주자가 권력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얄팍한 술수'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결국 내란 세력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내란 세력의 제2의 쿠데타, 국민에 대한 '역성 쿠데타'의 서막이 올랐다.

 

한 전 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금 세계는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어떤 나라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변혁의 시기"라면서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는 국내적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갈등과 분열이 공동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민생도, 경제도, 외교도, 개혁도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번 대선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검찰의 공소장에도 나와 있듯이 한 전 대행 등이 참석한 불법적인 국무회의의 승인 또는 묵인 하에 벌어졌다. 그는 내란 직후에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작금의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최대 책임자 중 하나다. 그럼에도 한 대행은 오히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위헌적인 '2인 국정 공동운영'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고 헌법에도 없는 위법적인 정권 연장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일에 반성은 전혀 없이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마치 제3자인 양 '유체이탈식' 발언을 일삼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 전 대행은 아울러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으로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일생을 살았다. 국익의 최전선인 통상외교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을, 저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가 일방적인 '통상외교' 추진으로 정쟁을 일으켰음에도 이를 외부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통상외교로 인한 정치 문제는 전적으로 한 전 대행의 탓이다. 그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뒀음에도,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국민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서둘러 국익이 걸린 외교 문제를 개인 정치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총리실 조직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중 대선 관련 언급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려 '한덕수 대망론'을 만들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대선을 앞두고 국가의 중차대 사안을 멋대로 결정하려한 비상식적인 행위가 결국 개인 정치를 위한 것이었음이 이번 출마 그 자체로 증명됐지만, 한 전 대행은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윤석열식 일방통행 독주의 판박이였다. 그는 이러한 비판은 의식도 하지 않는 듯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회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거듭 홍보했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한 대행은 대선 후발주자로 '임기 3년 대통령 개헌안'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그는 국민에게 개헌, 통상 해결, 국민 동행 등 '3가지 약속'을 한다면서, 가장 먼저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개헌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권력을 목표로 살아온 정치인은 개헌에 착수할 수도, 개헌을 완수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공직 외길을 걸어온 제가 신속한 개헌으로 우리 헌정질서를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5.5.2. 연합

 

본인은 마치 '순수한' 공직자인 것처럼 공직 경력을 강조했지만, 한 전 대행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까지 당했음에도 헌재의 기각 결정 뒤 복귀하자마자 '친윤 인사'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려고 시도했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 의중을 반영한 인사를 추진함으로써 내란 세력과 한 패거리임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전날 국회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붙이자, 권한대행 임기 1시간을 남겨놓고 최 전 장관의 사의를 즉시 수리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놓고 내란 세력과의 '방패' 역할을 하면서 마치 '제3지대'에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 한 전 대행의 개헌 화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 한 전 대행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 재선'을 위한 길을 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정치공학적으로도 한 전 대행의 '임기 3년 대통령 개헌안'은 한동훈 전 대표가 내세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개헌을 내세운 것은 후발주자로서 관심을 끌고, 반이재명을 표방하는 정치 세력과의 합종연횡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본인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라"고 한 것처럼, 구체적인 비전과 내용은 없는 '도구'에 불과한 개헌인 셈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 '임기 3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전 대행의 개헌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전 대행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뤄진 질의응답에서도 '탄핵된 정부의 총리 출마가 부적절하다, 명분이 없다'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닌데도 계엄 선포 문제를 바로 알리지 않았다'는 기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탄핵에 의해서 초래된 우리 국민의 충격과 좌절과 어려움에 대해서 저도 여러 번 국회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계속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불법적인 국무회의 절차에 대해서도 "국무회의는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계속 증언했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 회피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국회가 제기한 탄핵 소추안에 대해서 기각 판결함으로써 헌재라는 사법 절차가 만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의 절차와 별개로 한 전 대행에 대한 형법상 내란죄 책임 추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수사도 없었다. 이에 국회는 내란 특검법을 통과시켜 현재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과 군인 등에 대한 범죄 행위 외에도 한 전 대행 등 내각에 대한 범죄 사실도 밝히려고 했지만, 한 전 대행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거부해왔다. 한 전 대행의 대선 행보가 '대통령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확보하기 위한 개인적인 정치 행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불소추 특권을 이용해 윤석열, 김건희를 비롯한 내란 세력 전체에 '방패막이'를 하도록 한 전 대행이 역할을 떠안았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그의 출마 선언에는 사회 개혁이나 미래 비전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 전 대행은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정치 자산을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여러 차례 보여줬음에도 "저는 많은 대통령을 모셨지만 한 번도 제 철학을 꺾어가면서 대통령의 생각이나 이런 거에 따라본 적 없다"고 모순된 언사를 거듭 반복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뱉은 그의 말 하나하나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 기조를 그대로 '복사'한 듯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나라들이 세계의 큰 문제 일으키는 외교 군사 위협을 가했다. 보통 심각한 일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 대해서 너무나 이상적이고 현실성 없는 그런 일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다자외교, 공공외교를 훼손한 주범인 미국, 일본 일변도의 '가치외교'를 우회적으로 천명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구도 역시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간 군사협력"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그러한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그것을 흔들려고 하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그 어떤 정치적 집단 대해서도 저희는 맞서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 '시즌2'를 연상케하는 발언이었다. 

 

시민사회와 야권에서는 내란 공범 혐의를 받는 한 전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윤 대통령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파면당했고, 지금 우리는 조기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전 대행은 당시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국민들은 그런 그에게 최소한의 국정 관리와 조기대선의 공정한 관리만을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엄중한 시기에 한 대행은 최소한의 책임감을 지키기는커녕 어제 권한대행직을 벗어던지더니 오늘 출마를 선언했다"며 "이는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배반하는 처사"라고 했다.

 

경실련은 "게다가 한 대행은 여전히 비상계엄 방조 책임을 안고 있다. 당시 국무회의가 형식적이었다고 말하지만,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논의를 몰랐다는 말은 책임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계획을 막지 못했고, 의결정족수를 채워주었으면서도 사의 표명조차 하지 않았던 그가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 와서 떳떳하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권력자 개인의 야심이 아니라, 국가의 안정과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 전 대행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책임과 분수를 냉철히 자각하고 즉각 출마 선언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5.5.2. 연합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한덕수는 국정의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권한대행 직을 수행하면서도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위헌위법한 행태를 이어온 자"라면서 "특히 헌법과 법률이 정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다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으며, 복귀 이후에는 내란관여 의혹이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에 지명하는 제2의 내란행위를 일삼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한덕수는 권한대행 직 수행 당시에도 사석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표명했다는 증언이 잇따를 만큼 공직자로서의 중립의무와 헌법수호 의지를 저버리고, 윤석열 파면으로 인한 조기대선을 공정하게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내란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며 "그랬던 자가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할 권한대행의 직마저 헌신짝처럼 버리고 자신의 부귀영달과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니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묵과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덕수의 대선출마는 곧 내란수괴 윤석열의 복귀 선언이다. 내란공범 한덕수가 할 일은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대선 출마가 아니라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위헌적인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지명의 책임을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이라며 "한덕수는 국민이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할 출마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자신의 위헌위법한 행태에 대한 정치적·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린 시민들은 내란공범 한덕수를 철저히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 전 대행의 출마에 대해 "내란 대행 한덕수를 앞세운 내란 잔당의 제2 내란 시도"라며 "한덕수의 가면을 쓴 윤석열이 다시 대선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란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피의자가 민의의 전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다니 희대의 촌극"이라며 "헌정 파괴 혐의자가 개헌을, 경제 파탄 책임자가 민생을, 매국 협상 미수범이 통상을 들먹이다니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불과 한달 전 대선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자가 스스로 대선에 뛰어들었다.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던 자가 곳곳에 알박기를 시도했다"면서 "이렇게 밥먹듯 약속을 어기고 말을 바꾸며, 국정과 국익마저 자신의 대권 놀음에 이용해 놓고 대체 무엇을 믿어달라는 말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경제를 파탄 낸 내란 정권 2인자가 대선에 뛰어든 자체가 국민 모독"이라며 "불법 사전 선거운동 등 법적 책임은 물론 내란 공범으로서의 책임까지 곱절로, 한 번에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2025.5.2 [공동취재] 연합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은 "한덕수 전 총리의 출마 과정에 총리실 소속 공무원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관권선거와 사전선거운동으로 얼룩진 한 전 총리의 행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국익을 깎아내 사욕을 채우려는 듯한 한 전 총리의 행태를 모든 국민이 목격했다. 거기에 공무원 동원 의혹까지, 점입가경"이라면서 "윤석열 내란정권의 2인자답다. 사적 욕망을 위해 공적 자원을 동원하는 모습이 윤석열과 판박이"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한 전 총리에게 경고한다"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거짓말로 자신의 탐욕을 포장하지 마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수괴의 폭정에 3년 동안 쓴소리 한 번 못 하던 비겁함, 그러면서도 국회는 철저히 무시하며 귀를 닫았던 뻔뻔함, 불법 사전선거운동 의혹으로 드러난 음흉함까지, 이미 국민은 다 지켜봤다"면서 "지금이라도 국정 파탄과 내란에 책임을 지고 국민께 고개 숙여 사죄하는 것만이 한 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믿어 달라? 그런 한덕수는 국민을 믿은 적 있나

대선 공정관리 다짐하더니 선수로 뛰겠다는 심판

채 식지 않은 윤석열 정부 시체 위에 정치광고 입혀
그의 고향은 출세였고, 그의 국적은 오직 사익일 뿐

헌법이 무너질 때 침묵했던 그 입에 통합을 담는다
쪽방촌 '약자동행쑈' 첫 걸음…5.18 묘지선 쫓겨나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 연합

 

한덕수의 대선 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탄핵돼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을 때

그는 공정한 대선 관리를 다짐했다.

그런 약속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사다리 앞에 섰다.

윤석열의 ‘정권 시체’가 아직 차갑지도 않은데,

그 위에 정치 광고지를 깔았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연장!"

출마의 명분?

통상 경험이란다.

그걸로 대선에 나서겠다는 건,

요리학원 수료증 들고

미슐랭 셰프 하겠다는 것과 같다.

“호남과 함께하겠다”라며

5·18 국립묘지를 찾았다.

하지만 광주 시민이 막았다.

“내란 공범의 참배가 웬 말이냐?”

시민들은 외쳤고,

한덕수는 쫓겨났다.

“나도 호남사람입니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광주는 비웃었다.

광주의 기억은 길고,

그의 기회주의는 얕았다.

그는 전북 출신이다.

하지만 과거엔 철저히 숨겼다.

언론이 “전북 출신”이라 표기하자

직접 “서울 출신으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호남이 필요할 땐 “나도 호남”,

불리할 땐 “서울 사람”.

그의 고향은 권력이고, 그의 국적은 이익이다.

그의 대선행보 첫 일정은 쪽방촌 방문이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쪽방촌에서 단 8분 TV 카메라 앞에서 머물다 떠났다.

쪽방촌 주민들을 만나지도 않았다.

쪽방촌을 ‘약자동행쑈’의 세트장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결국 주민들이 분노했다.

“쇼 하러 왔나?”

그 한마디가 이날의 진실이었다.

초보 정치인 한덕수의 얼굴에는 이렇게 가식이 넘친다.

권한대행이라더니 권한은 놔두고 대행만 했다.

계엄을 못 막았고,

헌법재판관 인사는 맘대로 거부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그림자였다.

계엄의 방조자였고,

내란 알박기의 주체였다.

그런 그가 “개헌하겠다”며 나섰다.

개헌? 개헌의 내용은 없다.

왜, 무슨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잠꼬대처럼 들린다.

“총리로 못한 일, 대통령 되어 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 묻는다.

“총리로 뭐라도 했던가?”

그가 했던 건

책임 회피, 말장난,

기회주의적 침묵뿐.

그는 권한대행이었다.

그러면서 출마를 준비했다.

선거 관리자가 선거에 출마했다.

심판이 선수로 뛰겠다는 것.

이쯤 되면 민주주의도 부끄러워한다.

미국과의 통상 외교도,

결국 “대선용”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미 재무장관은 대놓고 말했다.

“그들은 통상 성과를 대선에 활용하려 한다.”

국익 팔아 권력을 사려 한 셈이다.

이게 나라냐?

이게 국정 책임자의 품격이냐?

그는 여론조사에서 70%의 반대를 받았다.

그중 절반은 어이없어 웃었고,

절반은 절망해 침묵했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했다. 왜?

출마는 ‘면죄부’니까.

그는 지금 내란 방조 혐의 피의자다.

그는 말한다.

“정쟁이 싫다.”

하지만 정쟁의 도화선은 그 자신이었다.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은 그를 통해 분열을 본다.

그는 과거를 지운다.

전북 출신이라는 사실을 지웠고,

윤석열과의 동행도 지운다.

그의 지우개는 크다.

양심까지 지울 수 있을까?

그의 말은 평화롭지만,

그의 행보는 도발적이다.

5·18 묘역을 밟으려 했고,

쪽방촌의 고통을 전시용으로 썼다.

통합을 외치며 분열을 만들고,

국익을 말하며 사익을 챙겼다.

이제 그는 말한다.

“저를 믿어달라.”

하지만 국민은 묻는다.

“당신은 언제 우리를 믿었나?”

헌법이 무너질 때,

그는 침묵했다.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그는 윤석열의 방패였다.

그가 지금 들고 나선 것은

헌정질서가 아니라,

내란세력 옹호다.

그는 살아온 인생을 봐달라고 했다.

그래, 봤다.

고위직만 옮겨 다닌 40년.

책임은 없고, 경력만 있다.

그 인생,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실패한 총리의 권력 재도전."

대한민국은 지금

내란의 잔재와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잔재의 한복판에

한덕수가 있다.

< 장정수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