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초등~대학생 상대로 이승만 우상화 행사
리박스쿨 “협력단체” 소개…최재형·나경원은 축사

 
 
‘제11차 이승만포럼, 대한민국 인재양성 스피치 대회’에서 발표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 한겨레 영상 갈무리

 

국가보훈부의 관리·감독 아래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 단체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지난 4년간 해마다 초등~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승만을 우상화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행사를 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학생들에게 ‘뉴라이트 역사관’을 교육해 파문을 일으킨 리박스쿨이 “협력 단체”로 밝힌 단체 중 한 곳이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생일은 1948년 8월15일입니다.”, “공산주의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침투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3년 8월19일 부산에서 열린 ‘제11차 이승만 포럼, 대한민국 인재양성 스피치대회’에서 초등학생들이 발표한 내용이다. 사전 공모를 통해 1차 선별된 참가자들의 본선 행사였는데, 유년·초등·중등·고등·대학장년부 등 총 4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지정 도서를 읽고 감상평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한겨레가 이 행사 홍보물을 통해 확인한 지정 도서는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야기’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 등 전부 이승만을 미화하는 내용의 책들이었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행사 공동주최 단체 세 곳 중 하나로 참여해 사업회 명의로 된 최상위 상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장상’을 수여하는 등 행사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한국교육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한겨레에 “이승만은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했고 4·19항쟁으로 하야한 대통령”이라며 “이런 이승만이 집권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교육하고 그를 국부라고 하는 것은 임시정부 법통을 잇는 우리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이런 역사관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교육되고 그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우리 사회는 엄청난 분열과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는 리박스쿨 누리집에 “협력 단체”로 소개된 곳 중 하나다. 부정선거론 주장 단체를 이끌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 등이 이 단체의 회장을 지냈는데, 황 전 총리 직전 회장은 신철식씨였다. 신씨는 2021년 4월부터 약 8개월간 이 단체 회장과 ‘우남네트워크’라는 뉴라이트 연합 단체의 상임고문직을 겸했는데,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 또한 이곳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아울러 최근 드러난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조직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 단장 최아무개씨도 우남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최씨는 지난해 ‘이승만 포럼, 대한민국 인재양성 스피치대회’가 열렸을 때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리박스쿨의 손 대표가 ‘동고동락 관계’라고 소개한 대한국민교원조합(대한교조)의 조아무개 상임위원장이 해당 스피치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스피치 대회 심사평을 발표하는 조아무개 대한국민교원조합 상임위원장. 한겨레 영상 갈무리

 

이 스피치 대회는 2021년 이후 매년 진행됐으며, 2023년에는 최재형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정부의 지원도 이어졌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3년간 국가보훈부가 사업회에 지급한 보조금은 8200만원이었다. 윤 정부 출범 직전 3년간 지급한 보조금이 2400여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액수다. 이 단체가 국가보훈부 소관 비영리 민간 단체로 등록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이다.

 

해당 행사에 축전을 보낸 최재형 당시 국민의힘 의원. 한겨레 영상 갈무리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던 와중에 마침 부산 지역 민간 단체인 자유의 숲에서 먼저 제안한 행사”라며 “우리 사업회 명의의 상을 주고 싶다고 해서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철식 전임 회장은 재임 기간에도 우남네트워크 등 개별 활동을 자주 해 사업회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고,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며 “사업회는 우남네트워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리박스쿨 손 대표와의 관계 역시 “전에 본 적은 있으나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사이”라고 부인했으며, “협력 단체 기재도 리박스쿨에서 일방적으로 한 것인데 어찌 됐든 이승만을 선양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니 대승적인 차원에서 넘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위준영 기자 >

그러나 이런 해명과 달리 이 스피치 행사에 사업회의 김아무개 부화장과 김아무개 이사가 시상자로도 참여했으며, ‘자유의숲’과 문아무개 사업회 사무총장은 2023년 10월 ‘월간 독립정신 역사정신바로세움 포럼’에도 함께 참여했다.

 

전 국토차관 재판서 녹취 등 공개
직원들 “결국 원하는 건 청와대
협조 않으면 단독일탈 결론 압박”

“값 조정은 검증행위”라던 직원들
고강도 조사 뒤 “정부 압박에 조작”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감사원이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을 압박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검찰 수사 요청’이란 결론을 정해놓고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끼워맞추기식’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병만) 심리로 지난 25일 열린 공판에서 부동산원의 전 주택통계부장 ㄱ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윤성원 전 국토부 차관) 쪽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재판 증거인 ‘감사 문답서’와 ‘녹취록’ 등을 ㄱ씨에게 보여주며 질의를 이어갔다. ‘감사 문답서’는 감사원이 부동산원 직원들을 불러 진술 조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고, ‘녹취록’은 부동산원 주택통계 담당자인 ㄴ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대화 내용을 검찰 속기사가 그대로 옮긴 것이다.

 

‘감사 문답서’를 보면, 감사원은 감사(2022년 9월26일) 시작 전인 2022년 9월15일 ㄴ씨를 불러 “(다른) 감사 대상자들에게 오늘 들은 얘기를 잘 전달하고 머리를 맞대서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할지 상의하라. 당신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과 본사 담당자들이 (통계 조작의)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굳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고, 부동산원이 통계조작을 했다고 하고 끝낼 것이다. 그러니 잘 대응하라”며 ‘수사 의뢰와 통계청 통보’를 언급했다.

 

녹취록에는 ㄱ·ㄴ씨 등 감사원 조사 대상인 부동산원 직원들이 “감사원이 본사의 통상적 주택가격조사 조정 업무를 통계법 위반이라 우긴다. 결국 원하는 건 윗선이고, 청와대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의 단독 일탈로 결론 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뒤 통계청에 통보하고 끝낼 거란 식으로 압박한다”고 대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검찰은 통계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압수한 ㄴ씨 휴대전화에 있던 음성파일 수십개를 확보했으나, 그 내용은 실제 수사 과정에선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판에서 ㄱ씨는 “ㄴ씨가 대화를 녹음한 음성파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검찰 조사 때도 녹취록 내용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2023년 9월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부동산원 직원들이 장기간 매우 강도 높은 감사원 조사를 받으며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감사 문답서’를 보면, ㄱ씨는 공식 감사기간(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전인 9월19일과 감사기간 동안 4번, 감사 종료 뒤인 2023년 4월12일~5월25일 15번 등 총 24차례 감사원에 불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2023년 5월2일에 이어 다음날 바로 진행된 5월3일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다음 날 새벽 3시 넘어 끝나기도 했다.

 

2023년 3월27일 ㄱ씨와 ㄴ씨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선, ㄴ씨가 “(감사관이) 기억 안 난다고 하면 계속 물어보고, (다시) 기억 안 난다고 하면 기억날 때까지 물어보고, 그걸 새벽 3시·4시까지 하고 그랬다”고 말하자, ㄱ씨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을 한다는 거냐”고 맞장구치는 내용도 나온다.

 

ㄱ·ㄴ씨는 감사 초반엔 일관되게 “부동산원의 지사 조사원이 올린 주택가격을 본사가 조정하는 하는 것은 업무에 따른 당연한 검증행위이지 위법이 아니다. 부임 전부터 자료 메일수신처에 청와대가 있어 메일을 보낸 것이지, 청와대와 직접 연락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가 이어지면서 “통계 조작이 맞다. 부동산원이 통계청 업무를 방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 국토부와 청와대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바뀌었다.

 

ㄱ씨는 25일 재판에서 여러 차례 “여전히 본사의 주택가격 조정 행위는 통계법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나, 피고 변호인이 감사 문답서와 녹취록을 보여주며 “감사 후반에는 왜 지금과 다른 답변을 했냐”고 묻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복된 감사원 조사의 강도와 당시 느낀 압박감을 묻는 말에 ㄱ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힘들었던 건 맞다”고 했다.

 

감사원은 감사 종료 5개월여 뒤인 그해 9월13일 ‘부동산 가격과 고용 통계, 가계소득 분야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틀 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국가 기본 정책인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라며 “‘주식회사 문재인 정권”의 회계 조작 사건으로 엄정하게 다스리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을 넘겨받은 대전지검은 6개월 뒤인 지난해 3월14일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김수현·김상조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 국토부의 김현미 전 장관과 윤성원 전 차관 등 11명을 기소했다. 검찰 발표 27일 뒤인 4월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부동산원에선 원장·부원장을 포함해 직원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우리는 재판 참여자가 아니라, (재판에서 증거 제시된) 문답서와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지만, 답변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 최종 책임자를 규명하려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부 관련성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최예린 기자 >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사건’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전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비롯한 사건이다.

감사원은 감사 시작 2년7개월 만인 지난 17일 ‘주요 국가통계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주택통계를 사전에 보고받은 뒤 시장 상황이 안정되거나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럽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모두 102차례 통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 공무원들이 부동산원에 압박성 발언을 하거나, 청와대 행정관이 통계 조작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찾아냈다”고 했다.

앞서 2년 전인 2023년 9월13일 감사원은 2022년 9월26일부터 2023년 3월31일까지 진행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인 4명 전원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청와대가 국토부를 압박하고, 다시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부동산 주택통계 주중치를 실제 조사된 값보다 낮게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었다.

감사원 요청을 받아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인 검찰은 2024년 3월14일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문 정부 관료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감사원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됐던 장하성·이호승 실장과 부동산원 원장·부원장 등 나머지 11명은 “통계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5년이라 혐의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대전지검은 이례적으로 지청에 기자들을 불러 서정식 당시 차장검사가 직접 수사결과를 브리핑했다.

당시 검찰은 “김수현 전 실장과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은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부동산 대책 효과를 변동률 산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하고, 김현미 전 장관은 부동산 대책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고 국토부 직원들에게 거듭 지시해 국토부 실장 등이 부동산원 직원들을 질책해 변동률을 낮추게 했다”며 “이런 내용의 명시적 지시가 있었음을 당사자 진술과 문자 내용 등으로 확인했다”고 청와대 쪽의 ‘조작 압박’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감사원이 앞장서고 검찰 뒤따랐다…윤석열 정권 ‘전 정부 공격 패턴’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 수사 ①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월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1심 선고를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됐습니다.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국민에게 단 한 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습니다.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하고, 극렬 지지자들에겐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해 봤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4일 만인 지난 4월8일 검찰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의용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1972년 외무부 공무원이 된 이래 통상·다자 분야에서 활동한 외교 전문가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를 오가며 2018년 3월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국내 언론들은 그를 가리켜 ‘한국의 키신저’라고 했다. 1970년대 초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미국의 헨리 키신저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였다. 그런 그를 윤석열 검찰이 겨냥한 건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에도 ‘사법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황교안, 2017년 조기 대선 직전에 사드 기습 배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김태훈)는 정의용이 문재인 정권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지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26일 경북 성주에 사드 발사대 2기가 기습 배치됐는데, 새 정권에서 나머지 4기가 마저 배치되는 것을 고의로 지연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사드 체계는 발사대 6기와 사격 통제용 레이더, 교전통제소로 1개 포대를 구성한다). 검찰은 정의용이 서주석 당시 국방부 차관과 함께 ‘군사기밀’을 사드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에 알리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군사기밀인 사드 발사대 배치 일정을 알려줘서 주민들이 이를 막으려고 ‘무력시위’를 하는 바람에 사드 배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사드 발사대 기습 배치는 2017년 3월10일 박근혜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의 작품이었다.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하자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조기 대선(2017년 5월9일)을 불과 13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박근혜 정권은 사드 배치 결정에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한 뒤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7월15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해 사드 배치 주민설명회에 참석하려다 반대 시위에 막혀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문재인 정권 첫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된 서주석은 그해 6월27일 성주로 내려가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들은 ‘발사대 추가 배치를 기습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서주석에게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따졌다. 주민들은 어떤 물품이 사드에 반입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야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있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기지에 드나드는 물품은 골프장을 군부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공사 장비와 기지 주둔 미군들이 사용할 일상용품 등이었다. 외부에 공개되더라도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질 정보는 아니었다.

 

주민들은 나머지 발사대를 배치할 때는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고, 배치 계획도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서주석의 보고를 받은 정의용은 회의를 거쳐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기지 보강공사 자재 반입을 사전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드 배치의 가장 큰 피해자인 주민들의 알권리를 존중한 조처였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은 2017년 9월7일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때 일정을 미리 공개했다. 투명한 정책 집행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윤석열 사단, “사드 반대 단체에 이적단체 포함” 강조

 

윤석열 검찰은 주민의 알권리 따위는 관심 없다는 태도다. 검찰 발표 내용 중 눈에 띄는 건 ‘사드 설치 반대를 주도한 6개 주요 단체에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단체도 포함됐다’는 대목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권의 안보 라인이 ‘반미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외부 세력이 사드 반대 단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군사작전 정보를 누설했다’고 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이 ‘이적단체’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건 수사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수사 패턴을 그대로 따랐다.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로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수법이다. 탈원전 수사(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통계조작 의혹(김상조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등에서 반복된 패턴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정권의 돌격대로 변신한 감사원이 먼저 나섰다. 유병호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이끄는 감사원 사무처는 2023년 10월 보수 성향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시작했다. ‘공익감사청구’는 사무처가 감사 개시를 결정한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감사를 개시하는 ‘국민감사청구’와 다르다.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가 있지만 이 기구는 결정권이 없다. 사실상 감사원 사무처 마음대로 감사를 결정한다.

 

감사원은 1년 뒤인 2024년 10월 정의용 등을 대검에 수사 요청했다. ‘수사 요청’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고발’과 달리 감사원 사무처가 직권으로 할 수 있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65조)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될 때만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당장 구속해야 할 피의자가 아니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고발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는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를 ‘패싱’하기 위해 수사 요청을 남발했다. 전 정권을 겨냥한 감사에서 거의 예외 없이 이런 편법을 썼다.

 

2022년 10월6일 사드 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 장비를 실은 군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감사원 요청→검찰 수사 패턴으로 전 정권 겨냥

 

윤석열 정권의 문재인 정권 대북 정책에 대한 공격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용공 조작 사건’을 연상케 한다. 그때처럼 직접적인 고문이나 증거 조작은 없지만, 어떻게든 ‘이적 혐의’를 씌우려고 하는 게 닮았다.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죽이고 탈북한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추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2023년 2월 정의용과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 2월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이들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서 재범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이다).

 

문재인 정권 대북 정책의 핵심 인사들이 법정에 서게 된 건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이 발단이 됐다. 2022년 6월21일 윤석열은 ‘2019년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들여다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어민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검토’는 검찰 수사를 의미했다. 국정원은 2주 뒤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권영세가 이끄는 통일부가 바람몰이에 나섰다. 통일부는 2019년 11월 당시 판문점 북한 어민 강제 북송 현장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다. 북한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탈북어민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공개된 당일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정의용을 비롯한 안보 라인 1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2022년 6월2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실로 들어가기 전에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의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의혹’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도어스테핑’ 직후 문 정권 안보라인 수사 시작

 

대통령실도 맞장구를 쳤다. 강인선 대변인은 2022년 7월1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 회복을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검찰은 당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문재인 정권 때인 2021년 11월 당시 야당의 고발을 ‘수사 개시 사유 불충분’으로 각하했던 검찰은 태세를 180도 전환했다.

 

통일부는 정의용이 ‘북한 어민들은 흉악범이고, 귀순 의사도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이번엔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눈가리개가 풀린 북한 어민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동영상은 사진보다 더 생생했다. 동영상 공개로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보수단체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 무렵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미국에 머물던 서훈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이 ‘해외 도피’ 의혹을 제기하자 그해 7월 말 귀국했다. 애초 1년 동안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머물 예정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 전면 취소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안보 라인은 윤석열 정권의 여론전과 검찰 수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 이춘재 논설위원 > 

특검, 혐의 적용해 윤석열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내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한 대상은 경찰·수도방위사령부·육군특수전사령부·국군방첩사령부·정보사령부·국방부 조사본부 등 군과 경찰 쪽이었다.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열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사실상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사령관을 임명”하였다고 적시했다. 이처럼 국무회의 자체의 위법·위헌성이 이미 드러난 만큼 특검팀의 혐의 적용 역시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이처럼 새로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내란 관련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는 제한된다. 재판에서는 피고인과 검찰 쪽이 대등하게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데, 기소 이후에도 같은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 이어지면 피고인 쪽이 현저하게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검팀 역시 내란 우두머리와 군경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관련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혐의를 적용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된다. 실제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국무회의와 관련한 조사를 하면서 내란 혐의와 관련한 질의를 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지은 기자 >

 

내란 특검 “윤석열 쪽 허위사실 유포 ‘수사 방해’…법에 따라 수사 착수”

내란 특검, 윤석열 출석 하루 늦춘 7월1일로 통보

“30일 재조사 응해달라” 통보했지만
윤석열 쪽, 건강·방어권 탓 7월3일 요청
바꾼 날짜 받아들일지는 확인 안 돼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다음달 1일 오전 9시 대면조사를 위해 서울고검으로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첫 대면 조사가 끝난 29일 새벽, 윤 전 대통령 쪽에 이달 30일 재조사에 응해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쪽은 당시 확답하지 않고 이날 오후 조사 기일 변경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조사 이후 불과 이틀 후 또다시 소환하는 것은 피의자의 건강 및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매우 촉박”하다며 다음달 3일 이후 조사 일정을 잡아달라고 특검 쪽에 요청했다.

이에 특검팀이 애초 통보한 날짜보다 하루 늦은 다음달 1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윤 전 대통령 쪽에 통보한 것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쪽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에 출석했지만 ‘불법 체포 현장에 출동한 피고발인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5시간 남짓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 쪽의 허위사실 유포는 특검법이 처벌을 규정한 ‘수사 방해’라며 이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7월1일에 재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했고 오전 10시14분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점심 식사 뒤인 오후 1시30분 조사를 재개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를 수사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오전에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는데, 오후 들어 그의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지난 1월 경찰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박 총경이 있었고, 현장의 경찰관들을 자신들이 고발했으므로 피고발인인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저지한 건 범죄가 아니라는 그간의 궤변과 비슷한 논리였다. 특검팀은 박 총경이 1차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없었고 2차 집행 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머무르며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검사들을 투입해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죄 관련 조사로 넘어가야 했다. 지난 1월15일에 체포됐으나 서울구치소에서 출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거부했던 행태가 유사하게 재연된 것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 쪽이 강제수사는 피하고 싶기에, 불응이 아닌 한도 내에서 버티며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계속 버티면 특검 쪽도 강제수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박 총경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 파견을 경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 쪽) 변호인들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고,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좌시하지 않겠다. 수사를 방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30일 오전 9시를 2차 소환 일시로 정했지만 윤 전 대통령 쪽은 “피의자의 건강 및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매우 촉박”하다며 “7월3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2차 출석일을 7월1일 오전 9시로 다시 정했다. 특검팀은 2차 소환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와 함께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 김지은  곽진산 기자 >

 

내란 특검, 윤석열 변호인 겨냥 “수사방해 수사할 경찰 파견 요청”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경찰청에 수사방해 사건 전담 경찰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겨냥한 경찰 파견으로 이와 관련한 수사가 곧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29일 밤 기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경찰청에 파견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지난 28일 내란 특검 조사에서 조사 담당자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전날 조사를 담당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기 때문에 조사자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쪽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지난 1월3일 체포 시도와 같은달 15일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박 총경 등을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과 경찰 쪽은 박 총경이 1월3일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며, 같은달 15일에도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집행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쪽은 거듭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박 총경에게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검은 이같은 행위가 특검법에서 규정하는 수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특정변호인 수사에 착수한 단계인 것이냐’라는 질문에 “파견요청을 받은 경찰관이 와서 일을 시작하면 수사에 착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방침을 세운 것으로 이해하면 되냐’라는 질문에는 “전날 수사방해행위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라며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관련 수사를 위해 경찰 파견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 김지은 기자 >

 

김병기 “윤석열, 조사를 쇼핑하듯 골라 받으려…국격 떨어뜨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팀 첫 대면조사에서 조사자의 교체를 요구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조사 쇼핑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특검 첫 조사를 받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태도가 가관”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15시간을 출석했다는데 실제 조사를 받은 건 5시간이고, 10시간 가까이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사를 쇼핑하듯이 골라서 받으려고 하느냐”며 “도대체 국가의 품격을 어디까지 떨어뜨려야 속이 시원하겠느냐”고도 했다. 전날 윤 전 대통령은 조은석 내란특검팀 첫 대면조사에서 피의자 신문을 맡은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했다며 수사관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도 윤 전 대통령의 수사관 교체 요구 등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생떼”라고 비판하며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내란 수괴가 제 한 몸 지키겠다며 온갖 법 기술을 부리는 모습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정말 끝까지 구질구질한 ‘법꾸라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특검의 다짐대로 엄정하고 단호하게 수사에 임해달라”고 했다.   < 최하얀 기자 >

 

“검사 윤석열이 내란 윤석열 수사했으면 긴급체포 하고 남았다”

특검팀 박창환 총경 자격 문제삼은 윤
박은정 “피의자로서 잘못된 조사 거부”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굴면서 ‘수사 방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검사 윤석열’이었다면 이런 태도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3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28일 내란 특검 조사를 3시간가량 거부한 데 대해 “피의자로서 잘못된 조사 거부”라며 “만일 (과거의 검사) 윤석열이었으면 그 피의자를 그 자리에서 긴급체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 등을 조사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자격을 문제 삼아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박 총경이 지난 1월 있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있었고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을 자신들이 고발했다는 게 이유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체포영장 집행 자체를 ‘불법’이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체포영장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것인 데다, 박 총경은 1차 집행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박 총경은 2차 집행 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윤 대통령 쪽의 이런 행위가 특검법에서 규정하는 수사 방해 행위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9일 새벽 특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취재진으로부터 “검사 시절 피의자가 조사자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문화방송(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박 총경의 조사를 거부한 배경에 경찰을 낮춰보는 검사 시절 기질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 나와 “체포영장 불법 논리를 끝까지 주장하려면 처음부터 조사실에 안 앉았어야 한다.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되는 걸 끝까지 고집하려고 했다면 검사(로의) 교체 요구도 안 했을 것”이라며 “‘(조사자가) 총경이라 쪽팔려’, ‘기분 나빠’, ‘내가 검찰 출신이고 대통령 출신인데 검사가 아니라 경찰이 조사를 해?’ (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사 주체를 선택하겠다는 사고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검찰 출신의 정체성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이날 오전 9시 재조사 통보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조사 이후 불과 이틀 후 또다시 소환하는 것은 피의자의 건강 및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할 때 매우 촉박하다”며 7월3일 이후 조사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팀은 1일 오전 9시 출석하라고 재통보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윤석열식 수사 스타일은 그런 거 안 봐주는 것이다. 그냥 출석 통보하고 안 나오면 출석 불응이고 체포영장 (청구)”라며 “본인 스타일대로 수사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