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추모 "특조위 진상규명 돕겠다"

이태원-서울 광장 행진 후 '시민추모대회' 개최

이정민 "정치계, 종교계, 시민단체 모두 도와달라"
생존자 "숨겨져 있는 참사 피해자를 모두 찾아달라"
송기춘 "유가족들이 원하는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

국민의힘, 개혁신당 발언 중 유가족들이 항의하기도
민주당 "특조위 예산과 진상 규명하는 것 돕겠다"
기본소득당 "이제 국민 누가 사법부를 신뢰하겠냐"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조앤 래치드 씨가 희생자인 딸 그레이스 래치드 씨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2022년 10월 17일 이른 새벽에 공항에 가려고 했던 너가 현관 앞에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던 것이 기억나. 이른 새벽이라고 우버(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우리가 그날 너를 공항에 데려다줬으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지. 그날이 너무 후회가 돼. ‘엄마 안녕’이라고 환하게 미소 짓던 모습이 너무 그리워. 나는 지금도 그 현관문을 바라보면 너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그레이스 래치드 씨의 어머니 조앤 래치드 씨가 시민추모대회에서 딸에게 보낸 편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개최했다. 유가족, 시민, 정치인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는 한 목소리로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가 잘 이뤄지는 것'을 바랬다. 

시민추모대회는 이날 오후 1시 59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유가협과 시민들이 4대 종단 기도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 앞, 서울역, 10.29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지나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뒤 시작했다. 개최 시간인 오후 6시 34분은 이태원 참사 당시 첫 번째 경찰 신고가 들어간 시각이고, 4대 종단 기도회가 시작된 1시 59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한다.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렸다. 첫 시작으로 웨슬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시민추모대회의 사회를 맞은 MBC 이선영 아나운서는 "하늘의 별이 된 159명과 여태까지 있었던 사회적 참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자"고 말하며 시민추모대회의 문을 열었고, 희생자의 가족이 활동하고 있는 웨슬리 오케스트라가 시민추모대회의 마중물이 됐다.

먼저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협 운영위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정민 위원장은 "정치계, 종교계,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2주기는 외국인 희생자 가족도 방한했다. 우리보다 더 어둠 속에 있었던 분들이다. 이 시간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위로가 되길 바란다"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소모하지 마라"며 "정치계가 그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해달라. 종교계는 재난 참사 피해자의 곁에서 항상 눈물을 닦아 준 것에 감사하며 우리의 등불이 되어 달라. 시민사회단체는 이제 걸음마를 뗀 특조위 진상 조사 과정의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참사 10년째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시민대책회의에 참석해 추모사를 전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냐"며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안전한 한국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행한 모든 것을 존경한다. 그러나 현실은 고통스럽고 비통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나 국가는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특조위가 만들어졌으니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을 다시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특별법 재정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 시행령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살아남았지만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 있는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의 발언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인 이주현 씨는 "정부는 이태원 참사 부상자가 334명이라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 압박을 경험한 사람만 훨씬 많다"며 "나는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부상자가 됐지만 함께 있던 내 친구들은 목격자가 됐다. (트라우마 등이 있지만)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씨는 "나는 여전히 다리 통증이 있는데, 정부는 병원 치료를 받은 지 6개월이 됐다고 병원 지원을 끊었다"며 "그 뒤로 한 번도 피해자 지원 안내가 온 적 없다. 특조위는 숨겨져 있는 피해자를 찾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존자와 희생자가 없는 진상 조사는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특조위에 대한 기대와 염려, 부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특조위는 참사 발생 원인, 참사 이후 대처가 미숙했던 이유, 참사의 책임자 등 유가족들의 모든 의문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송기춘 위원장은 "이제는 적절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니 국회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때다. 특조위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의 조사권이 삭제돼 한계가 많다고 하지만 위원회 모두는 한마음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모두 "책임자 처벌이 우선시돼야"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환호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서 특조위에 필요한 인력과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도와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모두 특조위에 힘을 실어줬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고 거부권까지 사용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있다"며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정부가 왜 추모 행사를 하지 않냐고 물으니 행안부 장관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며 "개혁신당은 앞으로 정치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발언하는 내내 유가족과 시민들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환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조위가 예산을 지원받고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대책, 무능력,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라며 "압사 우려 신고 접수가 됐을 때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했으면 이렇게 큰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이 모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나는 경찰 출신이라 참사 원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책임자에게 분노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특조위가 정부를 상대로 조사를 해야 하니 힘든 조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조국혁신당은 특조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오늘 낮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참사 장소로 가서 기도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을지 알 수 없다"며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진보당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사법부가 이태원 참사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있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는 "이제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겠냐"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붕괴됐다. 유가족과 함께 이들이 원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 참사를 겪은 모든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는 "세월호, 오송, 아리셀 등 모든 산업 재해의 아픔을 가진 여러분들이 참석했다"며 "모든 분을 위로한다. 이제는 특조위가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26일 오후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가수 하림이 희생자의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가수 하림 씨는 희생자의 아버지가 만든 곡을 불러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강하니 사제, 진보대학생넷 강새봄 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TF 단장 오민애 변호사, 참여연대 김주호 활동가는 특조위가 ▲독립적 조사 기구로 활동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진상규명 조사에 정부가 돕는지 감시하며 ▲참사 발생 구조적 원인 규명 원인을 밝히는 것을 돕겠다고 했다.

시민추모대회는 폐회를 알리며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을 영상으로 상영했다. 외국인 희생자가 먼저 영상에 올라왔고, 한국인 희생자는 이름 순서대로 상영됐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혐오 및 모욕성 댓글은 경고 없이 삭제합니다. 악성 댓글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연결된 우리는 강하다’…보랏빛 물든 이태원 2주기 추모광장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대회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시청 외벽이 추모의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다. 연합
 

‘작지만 많은 마음들이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있어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마음으로 울고 슬퍼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애도와 기억의 메시지 벽’에 포스트잇이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진 참사가 자신과 무관치 않다고 여기는 이들, 그렇기에 참사가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펜을 들어 적었다. ‘안전사회를 향한 연대를 이어가겠습니다. 연결된 우리는 강합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시민대책회의 등은 이날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주제로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부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까지 4시간가량 ‘보라리본 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서울광장에는 참사 생존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받는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부스를 포함해, 시민들이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부스들이 꾸려졌다.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애도와 기억의 메시지 벽’에 붙은 포스트잇. 고나린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벌써 참사 2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아직 사회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반지민(21)씨는 “시민들의 일상과 무관한 참사가 아님에도 여전히 참사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걸 볼 때마다 답답하다”며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건데, 그런 즐거운 자리에서조차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류수경(35)씨는 “참사에 대해 편견 가득한 말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걸 보면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심규원(23)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이태원 참사에서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런 사회적 참사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될 것 같아서 추모대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2주기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부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고나린 기자
 

2년 전 참사 당시 첫 112 신고 시간을 뜻하는 오후 6시34분부터는 시민 5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한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2년 전 29일 밤은 한없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긴 터널과 같았다. ‘다녀올게요’ 한 마디 하고 집을 나섰던 아이가 갑자기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아이와 이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2년간 시민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유가족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다만 여전히 왜곡된 시선이 계속돼 수많은 생존피해자와 목격자들이 참사를 얘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생존피해자인 이주현씨는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생존피해자 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그 압박을 경험한 사람은 수백, 수천 명이었다. 그때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가까스로 초기에 구조돼 생존자가 아닌 목격자로 분류됐다”면서 “특조위가 피해자 조사를 최대한으로 했으면 한다. 생존자, 피해자 없는 진상조사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각자 경험하고 기억했던 일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
 

이날 시민추모대회에서는 참사 2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은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의 편지 낭독,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 등의 추모사, 가수 하림씨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제3자 통해 '공격 대상' 전달…미국과도 '사전 조율' 가능성

 

             26일 이란 공격관련 회의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정부 제공. AFP=연합]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이란 군사 시설을 보복 공격한 가운데 이에 앞서 이란 측에 미리 표적이 뭔지 알리는 등 언질을 줬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공격에 앞서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을 포함한 여러 제3자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미리 이란에 전반적으로 공격할 대상과 공격하지 않을 대상을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또 이란에 이번 공격에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만약 이란이 보복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숨지거나 다친다면 이스라엘이 더 중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다른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제3자로 거론된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 수시간 전에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 외무장관과 전쟁 및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펠트캄프 장관은 "모든 당사자는 추가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날 3차에 걸쳐 이란 내 군사 시설에 대한 연쇄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이란이 지난 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살해된 것의 보복이라며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발사한 데 대해 25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 타격 대상은 주로 이란 내 미사일 및 드론 기지, 생산 시설에 집중됐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과 일람, 쿠제스탄 등 3개의 주에서 이뤄진 이스라엘 공격을 격퇴했다면서, 다만 이로 인해 이 지역에 "제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CNN방송에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매우 정교하게 준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공격이 "광범위했고 목표물을 겨냥했으며 정확했다. 이란 전역의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었다"라며 "여러 면에서 정교하게 준비됐고 효과적으로 설계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보복 공격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을 마친 직후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스라엘이 공격 시점을 '조율'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런던에서 귀국길 오르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터=연합]
 

익명의 한 미국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스라엘이 공격에 앞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관련 계획을 알렸다고 전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미국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제공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NYT는 미 백악관과 국방부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을 겨냥한 공격의 범위와 목표물의 종류에 대해 긴밀히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나스랄라 암살 당시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암살 계획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중동 순방을 마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탄 비행기가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이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해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과 자위 차원에서 이란 내 군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 연합 이도연 기자 >

 

누가 '이란 폭격' 이스라엘 전투기 통과 묵인했나

'유력 후보' 요르단·사우디 '비공식 부인'

 

이스라엘 공군의 F-35 전투기 [EPA 연합]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곳곳의 군사시설을 폭격하면서 전투기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들 전투기의 비행경로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거리는 이스라엘이 폭격한 곳 중 하나인 테헤란주를 기준으로 직선거리 약 1천600㎞ 정도다.

지리적인 최단 거리로 비행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전투기는 요르단과 이라크, 또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공을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공습 뒤 소셜미디어(SNS)에선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가 저공 비행해 요르단 영공을 통과했다', '요르단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열어줬다', '요르단에서 새벽에 항공기 굉음이 들렸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요르단 국영매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역내 분쟁 당사국의 군용기가 요르단 영공을 지나가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경로는 홍해 상공을 비행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방법으로, 요르단을 통과하는 길보다 약 3배 이상 멀다.

영공 통과 시비가 불거지지 않으려면 홍해 상공을 비행해 아라비아반도를 돌아 걸프 해역을 통과한 뒤 이란의 남부로 진입하는 공해(公海) 경로인데 이는 7천㎞ 안팎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 사우디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야간 공습 작전에 우리 영공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영공 통과를 묵인했다고 가장 의심받는 요르단과 사우디 모두 이같은 익명의 관계자를 통한 언론 보도 외엔 민감한 시점인 만큼 공식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점령자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는 처벌받지 않는 노골적 공격으로 중동에서 공격적 정책과 분쟁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규탄했으나 영공 허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주변국에 영공 사용을 통보하지 않고 주권 침해 논란을 감수하고 공습 작전을 벌였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 작전에 대비해 인근 중동 국가를 상대로 활발한 외교전을 벌였다. 이란은 특히 영공 불허에 공을 들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쿠웨이트 방문 중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모든 이웃 국가는 자신의 영토와 영공이 이란 공격에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습으로 이같은 약속이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 됐다.  < 연합 강훈상 기자 >

수도 테헤란과 군사시설 등 …대응 수위 따라 확전 갈림길

핵·석유시설은 안 때려…확전 관리 위해 보복수위 조절했나

 

보름달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이스라엘군 F-35 스텔스 전투기 [EPA 연합]
 

이스라엘이 장고 끝에 26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해 재보복을 감행하면서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 온 중동 정세가 또 다시 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 본토를 겨냥해 약 200발의 탄도 미사일을 날린 시점으로부터 25일째인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 등지를 겨냥해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몇 달 동안 이어진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의 군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란 국영 TV와 반관영 언론 등은 이날 테헤란과 인근 카라즈 시에서 몇번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고, 소셜미디어에는 도시 한복판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응해 재차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다면 이미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으로 확전된 전쟁이 이란과의 전면전으로까지 번지면서 중동 전체가 전쟁의 불길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이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이 이달 1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돼 왔다.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을 때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 온 이란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마저 이스라엘의 폭격에 목숨을 잃자 이를 명분 삼아 미사일 200여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했다.

미사일 대부분이 중동 주둔 미군과 이스라엘 방공망에 막힌 까닭에 피해는 군사시설이 일부 파괴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스라엘은 즉각 재보복을 공언했다.

 

이스라엘로 떨어져 내리는 이란제 탄도 미사일의 궤적들 [신화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밀하고 무엇보다도 기습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번 보복은 이란내 핵시설이나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시설을 때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측이 확전을 막기 위해 보복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CBS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은 이란 군사목표물만 겨냥했고, 핵·석유시설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보도했고, 이란 언론도 자국내 정유시설에는 화재 등 피해가 없고, 별다른 인명 피해도 없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현재까지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장, 미사일 발사대 등 이란 내 전략적 군사 시설 수십 곳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무대응'에서부터 '탄도미사일 1천여기 발사'까지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대응을 준비한 채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앞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광범위한 파괴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상응한 보복을 하겠지만 피격 대상이 군사기지 등에 국한된다면 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기준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이란이 확전을 불사하며 대대적 대응에 나설 정도는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란은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도 요격 준비를 갖출 시간을 주거나 군사 시설만을 노렸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4월 이란 공격에 따른 반격 당시 이란 중부 이스파한을 겨냥해 소규모 드론 공격으로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아 그동안의 양국의 직접 충돌은 사실상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은 바 있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떨어진 이란제 탄도 미사일의 잔해 [AFP 연합]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하기까지 25일이나 걸린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이 수백기의 자폭 드론(무인기)과 탄도·순항 미사일로 자국 본토를 때렸을 때는 닷새 만에 이란 핵시설이 위치한 중부 이스파한을 공격했지만, 이번에는 한달 가까이 장고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엔 내달 5일 대선을 앞둔 미국이 가자 전쟁이 레바논에 이어 이란과의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에 보복 시점과 수위를 조절할 것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격 준비 상황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서 2건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도 이스라엘로 하여금 보복 공격을 늦추도록 만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해당 문서에는 이란 공격을 위한 이스라엘 공군의 군수품 운반과 전투기를 동원한 훈련, 드론(무인기) 부대의 공격 준비 상태 등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한편, 미국 폭스뉴스는 "이스라엘 측이 이날 공격을 감행하기 직전 백악관에 관련 계획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파견해 네타냐후 총리 등을 만나게 했다. 블링컨 장관은 영국 런던을 거쳐 25일 귀국길에 올랐고 이스라엘은 그 직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 이란 수도 테헤란·남부 시라즈 2차 보복 공격

 

이란의 수도 테헤란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대한 보복 공격 직후 곧바로 2차 공습을 단행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인용, 이스라엘의 1차 공습 직후 테헤란에서 또 다시 4차례에 걸친 추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란 남부 시라즈 역시 2차 보복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TV는 테헤란에 대한 2차 공습 직후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방공 시스템이 작동해 폭발음이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란의 군사 시설을 대상으로 예고돼 온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보복은 25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살해된 것의 보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응 공격 방침을 확인하고 재보복 시기와 방식을 숙고해 왔다.  < 연합 김경희 임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