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중단 명령…구매 중단하고 기존에 설치된 제품도 사용 중단


                                        중국 하이크비전의 폐쇄회로TV(CCTV) [AFP 연합]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인 중국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이 캐나다에서 퇴출당했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산업부는 이날 하이크비전 캐나다 지사에 영업 중단을 명령했다.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하이크비전의 영업이 캐나다의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졸리 장관은 캐나다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하이크비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에 설치된 제품도 사용을 중단하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의 사용에 대해서도 "정부의 결정을 유념해 판단을 내리기를 강력히 권고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졸리 장관은 캐나다 정보기관의 보고 등을 바탕으로 하이비전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크비전 제품이 국가안보에 미칠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하이크비전을 포함한 중국 감시장비 업체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재를 검토한 이유는 하이크비전 등이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과 감시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도 하이크비전이 중국 공산당의 소수민족 탄압과 감시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부터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도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의 하이크비전 구매를 금지했고, 하이크비전에 대한 미국 부품 수출도 중단했다.

 

이후 하이크비전은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오른 5개 자회사의 신장 지역 내 계약을 끝냈다는 공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은 2017년 시작됐고 2018년부터 10∼20년간 유지보수 기간을 두는 것으로 돼 있지만, 해지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 고일환 기자 >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과 경감 2명이 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서울고검에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색 에스유브이(SUV) 차량은 이날 오전 9시54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중앙현관 앞에 도착했다. 차량에서는 김홍일 변호사가 먼저 내렸고, 곧이어 윤 전 대통령이 남색 양복 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조사에 입회하는 송진호·채명성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보다 앞서 도착해 차량에서 내린 뒤 잠시 기다렸다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건물 안으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특검팀 쪽에 지하주차장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특검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공개 출석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쪽은 이날 윤 전 대통령 출석 전부터 서울고검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에 차단기를 내리고 ‘만차’ 입간판을 세워뒀다. 주차장 안에는 빈 주차공간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포토라인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냐’ ‘조은석 특검을 8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나셨는데 어떻게 보시느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실 거냐’ 등 기자들 질문에 시선조차 돌리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팀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14분부터 시작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지난 1월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 등에 대해 추궁할 예정이다. 또 계엄 직후 대통령경호처에 군 지휘부의 비화폰 통화내역 삭제를 지시한 혐의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과정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고검 인근에 100여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을 외치면서 현 정부와 특검에 대해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 곽진산 기자 >

 

파견경찰이 윤석열 조사···내란특검 “수사 효율 위해”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내란 특별검사팀의 조사가 28일 오전 10시14분 시작됐다. 특검은 이날 조사 상황에 따라 내란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가 시작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조사 상황을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오전 9시55분쯤 서울고검 1층 현관에 도착하자 장영표 특검 수사지원단장이 윤 전 대통령을 안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실이 마련된 6층으로 올라오자 박억수·장우성 특검보가 조사실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10여분간 조사와 관련한 변호인들 의견을 청취한 뒤 이날 조사 일정 등을 간단히 설명했다. 변호인들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차단하고 공개소환 방침을 고수한 데 대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조사에 대한 본인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같은 특수통 검사인 조은석 내란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어 오전 10시14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실은 일반 검사실 구조와 유사하다고 한다. 조사받는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 영상녹화는 현재 하지 않고 있다.

 

조사는 앞서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 적시했던 피의사실에 대해 먼저 이뤄지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시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하고, 계엄 해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곽종근·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 등에 대한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가 있다며 지난 24일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박 특검보는 “조사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의사 방해나 외환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가급적 그 부분(외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외환 혐의와 관련해 아직 특검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상당 부분 자료는 준비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계엄 선포를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외환 혐의와 관련해 조사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날 조사할 수 있도록 질문지를 준비해놨다.

 

윤 전 대통령 조사는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과 최상진·이장필 경감 등 특검에 파견된 경찰이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검사장급인 특검보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거란 예상과는 달랐다.

 

박 특검보는 “사건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경찰에서 이 사건(체포 저지 지시,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수사를 맡아온 박 총경이 조사를 담당한다”며 “이 사건 수사를 처음부터 이끌어와 (사건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오로지 수사 논리, 수사의 효율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선 채명성·송진호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동의할 경우 이날 심야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정대연 이창준 기자 >

 

윤석열에겐 ‘만차’?…서울고검 지하주차장 앞 입간판 등장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가 예정된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지하주차장을 향하는 길에 ‘만차’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곽진산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둔 28일 오전, 조사 장소인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지하주차장을 향하는 길목에 ‘만차’ 입간판이 세워졌다.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겠다는 특검팀 쪽의 뜻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쪽과 특검은 이날 출석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향후 여러차례 대면조사가 예정된 만큼 서울고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특검팀에 요구했다. 매번 출석을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하지만 특검팀은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모두 조사받는 건물 정문으로 출석한 만큼 특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쪽이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비공개 출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윤 전 대통령의 죄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다. 피해자가 국민이다. 피해자의 권리 중, 수사의 과정에 대해 알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특검의 요구대로 서울고검 현관을 통해 조사실로 향할지, 지하주차장 출석을 허용할 때까지 버티기에 나설 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날 서울고검 앞에는 10여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송차량을 동원해 특검과 현 정부에 대한 욕설을 쏟아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취재진에게 “왜 왔냐”며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  곽진산 기자  >

 

윤석열 변호인단 “특검이 공개 소환 강요…정치 수사 분쇄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특검팀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28일 입장을 내고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피의자에게 출석을) 통보하거나 출석 장면을 공개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특검이) 문재인 정부가 폐지한 포토라인과 유사한 공개소환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쪽은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서울고검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특혜는 없다”며 서울고검 중앙현관을 통해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결국 이날 오전 9시54분께 서울고검 중앙현관을 통해 조사실로 올라갔다.

 

변호인단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치주의의 수호를 최우선에 두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의 절차위반과 법정의무 위반, 수사를 앞세운 조작 시도에 대해 명백히 지적”한다면서도 “절차적 다툼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에 장애가 생겨서는 안 되기에 금일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위와 왜곡으로 가득 찬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분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환봉 기자 >

 

내란과 외환 등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특검 대면조사가 28일 오전 서울 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출석하기위해 차량에서 하차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 출석한 데 대해 "오늘 출석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이 진실 규명의 출발점일 뿐"이라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만약 또다시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국민적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윤석열에 대한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윤석열이 법꾸라지처럼 온갖 꼼수를 부리다 오늘 마침내 특검 조사에 출석했다"며 "그러나 이는 불법 계엄과 내란 음모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발적 결단이 아니라, 국민적 분노와 거센 여론에 떠밀린 끝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윤석열은 망상에 가까운 궤변과 거짓 해명으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국민의 눈과 귀를 피해보겠다는 부끄러운 행태"라며 "국민들은 이 같은 법꾸라지식 꼼수와 권력 남용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윤석열은 과거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라고 했으나 정작 자신은 김건희와 가족을 감싸기 위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며 특검 도입을 막아섰고, 권력을 동원해 진실을 가로막았다"며 "스스로가 범인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내란 혐의와 권력형 비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윤석열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정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밝혔다. < 김영신 기자 > 

 

핵 억제 명분으로 이란 폭격한 도널드 트럼프, 전통적 개입주의로 회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 중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보인다.AFP 연합
 


미국이 다시 국제 분쟁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6월 21일, 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를 폭격한 이 결정은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불투명하게 만드는 서막이 되었다.

이 결정은 이전의 정치 문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던 트럼프의 선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개입을 거부하며 다른 길을 약속했던 그는, 결국 다시 낯선 타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먼 나라의 전쟁에 개입하는 익숙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겉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정밀 타격이라는 명분이 동원됐지만, 이 구조는 전혀 낯설지 않다. 20년 전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라는 '불확실한 위협'을 내세워 침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 명분은 결국 허구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익숙한 패턴이 반복됐다. 이란은 미국이 설계한 '악의 캐비닛' 속에서 다시 타자로 호출됐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의 전형, 즉 위협적이고 낯선 타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문명성을 정당화하는 서구의 시선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타자는 더 이상 현실의 위협이 아니라 서사의 소재가 된다. 다수의 외신 보도에서도 드러나듯, 이란의 핵은 실체보다 이야기 속 악역으로 기능한다. 권력이 위기를 모면하려 구성한 서사 속 대체 악으로, 이란은 그렇게 다시 호출되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급하게 이스라엘의 연출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이 쓰지 않은 대본에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 순간 그의 정치적 핵심 정체성, 즉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강해지는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허상으로 전락했다.

'개입 없는 리더십'의 심각한 균열

22일(현지사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건물에 걸린 반미 벽화 주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AFP 연합


이번 공습의 공식 명분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정밀 타격'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국제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위협의 실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서사적 연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직후, "장기적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으며,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프랑스의 <르 몽드>는 "핵무장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논리는 이란 내부의 체제 위기 인식과 맞물린 오판"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반박은 미국 내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시설에 가한 타격이 "심각하지 않으며", 핵무기 생산 지연도 "6개월 미만"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명분이 된 위협이 사실상 효과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이란이 "즉각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결국 '핵 억제'라는 명분은 구조적으로 취약했고, 군사행동의 설득력은 애초부터 허약했다. 슬로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영국의 보수 매체 <언허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스스로 휘말린 모양새"라며 "백악관이 전장을 포위당했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번 사건은 전략적 성취로 받아들여졌다. 보수 일간지 <마리브>는 미국의 공습을 "이스라엘의 오랜 꿈이 실현된 순간"이라 평가했고, 미국의 행동을 이스라엘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외교·군사 기획의 연장선에 위치시켰다.

이처럼 외신들은 미국의 결정이 주도적 판단이라기보다, 이스라엘이 이미 설계한 군사 시나리오를 뒤따른 사후적 동참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은 스스로의 의지라기보다 이스라엘이 쓴 대본 속 한 장면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왜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적 정체성으로 삼아온 핵심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이스라엘의 작전에 병정처럼 합류했는가. 왜 스스로 구축한 '비개입의 리더십'을 버리고, 다시 익숙한 개입주의의 무대에 올라섰는가.

그 선택은 국제 질서의 전략적 관리라기보다, 균열된 국내 정치의 틈을 봉합하려는 일시적 연출에 가까웠다. 안보적 판단보다는 국내 정치 위기 속에서 지지층의 이탈 조짐과 중간 선거 구도의 불확실성을 감추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정체성 혼란은 역설적으로 그의 핵심 지지층 균열을 더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스티브 배넌, 터커 칼슨 등 지지층 내 핵심 인사들까지 "전쟁 없는 미국" 약속이 무너졌다며 그에게 경고를 보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만이 이번 공격을 지지했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차별화해 온 '개입 없는 리더십'이라는 정체성은 이 결정으로 심각한 균열을 맞게 된 셈이다.

전쟁의 무대에 올라선 트럼프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연합


트럼프는 정치 초입부터 미국 외교정책의 '주류'와 선을 그어왔다. 특히 네오콘이라 불리는 개입주의 전략가들을 '미국을 끝없는 전쟁에 끌고 간 장본인'이라 비판했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역시 그들의 오만한 실패라 규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이란 폭격은 역설적으로 그가 경멸하던 바로 그 세계관과 동일한 궤적 위에 놓였다.

'정밀 타격', '핵 억제', '악의 축'이라는 표현은 과거 부시 행정부의 서사적 어휘와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타자의 위협을 극대화하고, 그 위협을 통해 개입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네오콘식 위기 구성법이다.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던 자신이 정작 이번에는 그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전쟁의 무대에 올라섰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 결정은 외교정책의 노선을 바꾼 전환점이자,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이 결정으로 인해 전통적 개입주의 세력과 자신의 핵심 지지층 모두로부터 동시다발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일종의 이중 협공이다.

네오콘 진영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은 "트럼프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공허한 위선"이라며, "그 역시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가 비판하던 전쟁 중독적 외교 노선으로 스스로 돌아간 것에 대한 조롱이었다.

결국 트럼프는 '전통적 워싱턴'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자신의 정치적 기반에서도 균열을 일으켰다. 외부의 인정 없이 내부의 신뢰를 잃는 이중의 협공 속에서, 그의 정체성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다른 미국'을 약속했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봉합하려 했고, 그 선택은 결국 그 자신을 고립시켰다. 정체성의 부정은 단순한 전략의 전환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노출시킨다.

외부의 전쟁은 언제나 내부의 위기를 은폐하려는 수단이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내부를 잃은 지도자는 외부의 전쟁으로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2025년 6월, 미국은 다시 한번 그 진실을 되풀이하고 있다.   < 임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