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 보관 온도, mRNA 개발방식은 같아
예방접종을 하는 모습.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좋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꼭 7일 만에 미국 모더나도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마치 짠 것처럼 연달아 희소식을 전한 두 회사의 백신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 것일까?
백신 효과 : 화이자 90% - 모더나 95%
두 회사는 모두 3차 임상시험 단계에서 중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화이자는 90% 이상, 모더나는 94.5%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3차 임상에 화이자는 4만3천여명, 모더나는 3만여명이 참여했다. 절반은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대조군인 절반에는 소금물로 만든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했다.
시험 결과 화이자의 경우 총 94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백신군에서 8명, 가짜약을 투여한 대조군에서 8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만약 백신이 효과가 없다면 백신군에서도 86명 정도의 환자가 생겼어야 했는데, 8명으로 그쳤다. 이를 환산해 백신의 효과는 90% 정도로 표시된다.
모더나 백신은 효과가 약간 더 좋았다. 총 95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백신군에서 5명, 가짜약을 투입한 대조군에서 9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만약 백신의 효과가 없었다면 백신군에서도 9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어야 했는데 5명에 그쳤다. 백신의 효과는 94.5%로 계산된다.
백신 효과 90%는 상당히 높다. 독감 백신이 보통 40~60%이고, 홍역 백신은 97%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긴급 백신 승인의 제한선으로 50% 이상을 정해놓고 있다.
모더나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백신 보관 온도 : 화이자 영하 70도 – 모더나 영하 20도
두 회사 백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관 온도다. 화이자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최대 6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일반 냉장고에서는 최대 5일에 그친다. 고도의 냉동시설이 필요해,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화이자 백신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모더나 백신은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 온도에 가까운 섭씨 영하 20도에서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보통의 냉장 온도인 섭씨 2~8도에서도 30일 동안 백신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잭 털스 모더나 의료총책임자는 “진료실과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접종 방식 : 화이자·모더나 3~4주 간격 두 차례
두 회사의 백신 모두 두 차례에 나눠서 접종을 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방식이며, 두 번째 접종 이후 7일이 지난 시점에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접종이 이뤄진 뒤 4주 뒤에 효과가 발생한다.
모더나 백신은 3차 임상에서 4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을 실시했다. 실제 접종도 이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 화이자·모더나 “심각한 부작용 아직 없어”
백신의 장기 효과와 부작용 등은 아직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화이자 쪽은 지난 9일 발표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정도만 발표했다. 백신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
모더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부작용을 공개했다. 모더나는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다”며 접종 부위 통증(2.7%)과 2차 접종 뒤 피로감(9.7%), 근육통(9%), 두통과 복합통증(5%) 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반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에 나타나는 부작용 정도에 불과하다. 모더나 역시 면역 지속 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생산량 : 화이자 13억5천만회분 - 모더나 5억~10억회분
백신 생산량은 화이자가 약간 앞선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최대 5천만회분을 생산할 수 있고, 내년에는 13억회분까지 생산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두 6억75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90%는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이 선구매가 완료된 상태다. 화이자는 이번달 셋째주 안에 미 식품의약국에 긴급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올해 연말까지 2천만회분을 생산할 수 있고, 내년에는 5억~10억회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도 미국 등 선진국들과 선계약을 맺고 있다. 모더나는 향후 몇주 안에 미 식품의약국에 긴급 승인을 신청한다.
한국은 아직 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국제적인 백신 공동구매 체계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천만명 분을 확보하고, 제약사와 개별 계약을 통해 1천만명 분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제조방식: 화이자·모더나, 모두 mRNA 기반 생산
화이자와 모더나는 둘 다 유전자의 일종인 엠아르엔에이(mRNA, 메신저 리보핵산)를 기반으로 백신을 만들었다. 엠아르엔에이는 세포에서 디엔에이(DNA)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엠아르엔에이가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 항체를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지금까지 예방 백신은 바이러스 일부를 항원으로 직접 체내에 주입하고, 이에 저항하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소량의 바이러스를 투입해 면역 체계가 이뤄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이와 달리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항체 생성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시엔엔>(CNN)에 “엠아르엔에이 백신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회의적이었지만, 이번 결과로 엠아르엔에이 백신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효과가 인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엠아르엔에이 백신은 상대적으로 제조가 쉽고 개발 기간도 짧다.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게 아니어서 안전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용화된 적이 아직 없어,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고 말한다.
여타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시노팜·스푸트니크V…다른 코로나 백신들
화이자와 모더나 외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등이 백신을 개발중이고, 러시아는 이미 자체 개발한 백신을 승인했다.
곧 임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낮은 백신 가격으로 주목받는다. 화이자 백신이 2만2천원(19.5달러), 모더나 백신이 2만7천~4만원(25~37달러)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4300원(3파운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산이 적은 중·저소득국 입장에서는 백신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과 ‘에피박코로나’ 백신을 지난 8월, 10월 승인했다. 러시아 백신은 3차 임상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최근 국내 제약사 지엘라파가 1억5천만회분을 생산하기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시노팜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도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백신은 중국과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의료진 등에 투여됐다. 최현준 기자
‘-50도 차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보관온도, 왜 다를까
영하 70도 화이자 “넘치는 조심…높은 온도서 시험할 시간 없어”
모더나는 영하 20도, 독일 큐어백 등은 섭씨 4~5도서 보관 가능
적정온도를 지키지 못해 폐기되는 백신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미국의 제약업체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임상3상 시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냄에 따라 백신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회사의 백신이 몇주 안에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배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 생산이 시작된 뒤에도 넘어야 할 벽이 또 하나 있다. 백신을 환자에게 접종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백신 상태가 망가지지 않게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 해 생산되는 백신의 절반 가량이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제때 운송되지 못해 폐기된다고 한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를 유지해줘야 최대 6개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고 회사쪽은 밝힌다. 일반 냉장고에선 기껏해야 보관 기간이 5일, 상온에선 2시간이 시한이다. 특수 냉동 저장고가 없으면 백신이 환자한테 도착하기 전에 상해 버린다. 하지만 이런 특수 저장고를 다량 확보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반면 모더나는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와 비슷한 영하 20도에서도 6개월 보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냉장실 온도인 영상 2~8도에서도 30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나 모더나나 똑같은 메신저RNA(mRNA) 백신인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영하 80도 이하를 유지해주는 에볼라 백신 용기. 비슷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보관용으로도 쓸 수 있다.
독일 큐어백 등 2곳 “섭씨 4~5도에서 수개월 보관 가능”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RNA 백신을 개발 중인 다른 두 곳은 일반 냉장고에서도 최소 3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안나 블래크니(Anna Blakney)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학이 개발중인 RNA 백신은 일반 냉장고와 같은 온도인 섭씨 4도에서 수개월 동안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백신은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독일 튀빙겐에 있는 큐어백도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백신(CVnCoV)은 일반 냉장고 온도인 5도에서 3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으며, 실온에서는 24시간까지 놔둘 수 있다고 밝혔다.
큐어백의 백신은 현재 임상 2상 중이며 올해 안에 3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블래크니는 “화이자 백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화이자도 똑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보증한다”고 말했다.
메신저RNA 백신은 실제 바이러스를 약화 또는 불활성화해 만드는 전통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겉면의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지침이 들어 있는 RNA 가닥으로 만들어진다. 돌기단백질은 바이러스 외피에 돌기처럼 솟아 있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도구다.
이 유전 물질이 백신 주사를 통해 인간 세포 안으로 들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면, 세포가 바이러스가 침투한 줄 알고 면역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포 안에 들어간 RNA는 혈액 속 효소에 노출되면 돌기단백질을 만들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를 막기 위해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라고 하는 작은 지방덩어리에 싸여 있다.
지질막에 싸인 RNA 백신이 세포 안에 들어간 뒤, RNA 가닥(노란색)이 세포질의 단백질 합성 소기관인 리보솜(녹색)에서 바이러스의 돌기단백질(빨간색)을 만드는 과정. 아퀴타스 세러퓨틱스
3가지 백신 모두 같은 지질입자 사용...“`넘치는 조심'에서 비롯”
화이자와 큐어백,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세 그룹의 백신은 모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아퀴타스 세러퓨틱스(Acuitas Therapeutics)라는 회사가 만든 지질 입자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유독 화이자 백신의 보관 온도만 낮은 이유는 뭘까?
이 회사 대표인 토머스 매든(Thomas Madden)은 “이 백신을 영하 70~80도에 보관하기로 한 결정은 `넘치는 조심(an abundance of cauti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백신 개발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영하 70~80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안정적인지 확인하는 시험을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사실 백신의 정확한 제형(formulation)은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 각사 고유의 노하우에 속한다. 화이자가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는 것도 그런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에서 사용하는 mRNA를 설계한 미국 국립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의 바니 그레이엄 연구원에 따르면 백신의 온도 조건은 불분명하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보도했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화이자는 보건 당국에 처음 백신 임상시험을 신청했을 때 영하 70도 이하로 시작한 것이며, 나중에 가서는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작동한다고 보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 연구실의 연구원. 모더나 웹사이트
더 높은 효능? 더 쉬운 접종?...어떤 걸 우선할까
‘뉴사이언티스트’ 역시 “화이자 같은 백신 제조업체들이 더 높은 온도에서도 백신이 안정적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면 당국에 백신 승인 조건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든 대표는 "이 증거엔 동물 시험이 포함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뉴사이언티스트'는 화이자 쪽에 보관 온도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보관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백신을 동결 건조시키는 것이다. 백신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운반한 뒤 물을 섞어 접종한다. 보관-운송의 안정성을 위해 이미 여러 백신에서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사이언스'는 화이자도 냉장 보관이 가능한 분말 형태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의 신생기업 지쿰(ziccum)은 상온에서도 한 달 이상 효력이 유지돼,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는 분말 백신 제조법을 개발했다. 특히 이 방식은 공기 건조 방식을 사용해, 기존 동결 건조법에 비해 제조비용이 훨씬 저렴하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효능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보관운송 부담이 적은 백신을 구해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접종할 것인가? 아니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효능 좋은 백신을 맞힐 것인가? 고유의 효능과 특성을 내세운 백신들의 임상시험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각국 보건당국이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 전망이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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