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 수치 30 이상 때, 사망 확률 51%나 낮아

햇빛이 최고 비타민D 공급원잠깐씩이라도 쬐야

 

비타민D 혈중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면 코로나19 합병증 위험이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칼슘 흡수와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로 알려진 비타민디(D)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엔 비타민 D가 충분할 경우 합병증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이란 공동연구진은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비타민 디의 혈중 농도가 30ng/mL 이상인 경우 코로나19 환자가 의식 불명, 저산소증, 사망에 이르는 등의 부작용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계에서는 비타민 디의 혈중 농도 30ng/ml 이상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비타민 디 수치가 충분한 사람들은 또 염증 지표인 혈중 CRP(C반응 단백질) 수치는 낮은 반면 면역세포의 일종인 림프구의 혈중 농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연구를 이끈 미국 보스턴의대 마이클 홀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타민 디가 충분하면 과잉 면역반응으로 염증을 악화시키는 사이토카인 폭풍, 나아가 사망을 포함한 코로나19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란 테헤란 시나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235명으로부터 채취한 혈액에서 비타민 디 농도를 측정한 뒤, 의식 불명, 호흡 곤란으로 인한 저산소증 및 사망을 포함한 이들의 감염증 임상 결과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또 염증 지표인 CRP 수치와 림프구 수치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이 매개 변수들을 비타민 디가 부족한 환자들과 비교했다. 연구 대상 환자의 74%는 중증 환자였고, 32.8%는 비타민 디 수치가 30ng/ml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40세 이상 환자의 경우 비타민 디가 충분한 환자들은 비타민 디가 30ng/ml 미만인 환자들에 비해 감염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51.5%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확률도 절반 이상 낮아져

앞서 홀릭 박사는 지난 18일 같은 학술지 플로스 원에 비타민 디가 충분한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미국인 환자 19만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비타민 디가 부족한 환자(혈중 농도 20ng/mL 미만)는 비타민 디가 충분한 환자(30ng 이상)에 비해 양성률이 54% 더 높았다고 밝혔다.

홀릭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타민 디가 충분하면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등 상기도 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바이러스 감염과 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 디의 혈중 농도를 충분한 수준으로 높여주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대항력을 높이고 사이토카인 폭풍, 인공호흡기 부착, 사망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부작용을 줄이는 데 있어 간단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타민 디는 시중에 보충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최고의 비타민 디 공급원은 햇빛이다. 잇따르는 비타민 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시대엔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햇빛을 쪼이는 것을 생활 방역 지침의 하나로 삼을 만하다.      곽노필 기자



미주신경 등이 부교감신경 활성화 정신·신체적 이완 상태 이끌어

 

스트레스는 현대인들에게 만병의 근원으로 통한다. 이때 스트레스에 맞서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부교감신경이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박 수가 줄어들며, 소화와 배변, 배뇨 작용이 촉진되면서 오장육부가 편안해진다. 한마디로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다.

독일 콘스탄츠대 심리학자들의 실험 연구 결과, 몇분간의 마사지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크게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마사지 없이 쉬기만 해도 신경의 이완도가 높아졌다. 이는 마사지와 휴식이 신체 이완의 주요 엔진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PNS)의 활동을 자극해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머리·목 마사지, 어깨 쓰다듬기, 단순 휴식 비교해보니

연구진은 마사지 효과의 인체생리 메커니즘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건강한 여성 60)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에 각기 다른 유형의 마사지를 10분간 시행했다.

먼저 첫번째 그룹엔 머리와 목 마사지를 통해 부교감신경에 연결된 가장 큰 신경인 미주 신경에 중간 수준의 압력을 가했다. 이는 신체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미주신경은 12개의 뇌 신경 중 10번째 신경으로 뇌로부터 나와서 얼굴, 흉부, 복부 전반에 걸쳐서 분포한다.

그다음 그룹에는 목과 어깨의 근육을 따뜻한 손바닥으로 원을 그리며 좀 더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줬다. 이는 쓰다듬는 수준의 마사지만으로도 긴장이 풀어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조군 그룹엔 마사지를 시행하지 않고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있도록 했다. 이는 마사지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 휴식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도중 인체의 생리적 이완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심박 수와 고주파 심박변이도(HRV)를 측정했다. 심박변이도란 자율신경계의 변화에 따라 심장박동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부교감신경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고주파 심박변이도 수치가 높을수록 신체 이완도가 더 높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참가자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주관적 이완도도 설문을 통해 측정했다.

마사지 강도별 차이 없어휴식만으로도 이완 효과

실험 결과 10분간 휴식을 취하거나 마사지를 받은 사람 모두가 심리적, 생리적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참가자가 이전보다 더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약해졌다고 보고했다. 특히 모든 참가자의 심박 수 변이도가 뚜렷이 증가했다. 이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신체가 쉬는 것만으로도 생리적으로 이완됐음을 보여준다. 생리적 효과는 참가자들이 마사지를 받는 경우에 더 컸다. 마사지 강도는 그다지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신경심리학 연구실의 박사과정생이자 제1저자인 마리아 마이어(Maria Meier)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적인 치료를 굳이 받지 않고 누군가가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거나 테이블에 머리를 10분 동안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신체 이완의 생리적 엔진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남성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실험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 곽노필 기자 >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는 18배 넘게 증가"조기검진이 중요

 

한국의 치매환자가 최근 10년간 약 4배로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치매극복의 날'(921)을 맞아 지난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진료현황을 10년 전인 2009년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치매로 진료받은 수진자(환자) 수는 799천명으로 2009(188천명)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증가(연평균 증가율 16%)했다. 진료비는 2430억원, 원외처방약제비는 3199억원에 달한다.

환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56540명으로 남성(234226)2.4배 수준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85세 이상이 22780, 8084206488, 7579176324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85세 이상 치매환자는 2009100명당 12.4명에서 지난해 33.2명으로, 65세 이상 환자에서는 같은 기간 100명당 3.5명에서 9.7명으로 증가했다.

60세 미만에서도 치매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예방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40세 미만 치매환자는 1151명으로 연평균 4% 증가했고, 4059세는 35608명으로 연평균 15% 늘었다.

치매 유형을 보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지난해 534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521천명이 65세 이상이었다.

혈관성 치매는 46천명이었으며, 이 중 남성 환자 비율이 37%로 다른 치매(2831%)보다 높았다.

치매와 동반된 질병으로는 고혈압이 91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우울에피소드) 78천명, 뇌손상·뇌기능이상 등 신체질환에 의한 기타 정신장애 45천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 전 단계의 고위험군 상태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지난해 276천명으로 2009(15천명)1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미만 환자가 전체의 20%를 차지해 치매보다 더 낮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치매 검사 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검사는 인지 저하 여부를 판별하는 선별검사인 '간이정신진단검사',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신경인지기능검사'가 있다. 60세 이상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두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김현표 심평원 빅데이터실장은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경도인지장애 때부터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하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 뇌는 양육·공감, 남자 뇌는 사냥·논리시대착오적인 뇌 설명 눈총

최근엔 성별 구분 없이 뒤섞인 상태 강조한 모자이크 뇌개념으로 진전

 

여자의 뇌는 양육을 잘하기 위해 공감과 의사소통에 더 적합하게 진화해왔고, 남자의 뇌는 사냥을 잘하기 위해 논리나 체계를 이해하는 데 더 적합하게 진화해왔다.’ ‘아빠의 공감 및 소통 능력이 부족하면 아빠와 자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아빠는 엄마에게 공감과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

지난 4월 말 교육부는 아버지를 위한 자녀 교육 가이드라는 주제의 카드 뉴스 이미지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해당 카드 뉴스는 아버지를 돕는 실질적인 지침을 주기보다 아버지가 자녀를 교육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남녀의 공감 및 의사소통 능력의 차이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 차이가 뇌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여성과 남성은 정말 다른 뇌를 가지고 태어날까? 그러한 뇌의 차이가 여성과 남성의 능력 및 성향 차이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민 라즈나한 연구팀의 논문에 수록된 이미지. 22~35살 남녀 488명씩의 뇌를 분석해 하나의 뇌 표면과 단면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윗줄은 좌뇌와 우뇌의 표면이고, 아랫줄은 각각 좌뇌와 우뇌의 단면이며 좌와 우는 세로축을 중심으로 대칭된다. 파란색의 회백질 영역에서는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부피가 크게 나타나며 주황색 영역은 반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부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의 뇌 이미지에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에서 상대적으로 회백질이 발달한 부위를 함께 표시함으로써 남녀의 뇌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해부학적 차이는 남녀의 능력 차이를 설명하는 원인이기보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외부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 출처 펍메드(PubMed, https://doi.org/10.1073/pnas.1919091117)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우월할까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는 크기부터 달라 보인다.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클 확률은 84%이고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클 확률은 16%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남녀 집단의 평균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일 뿐이다. 어떤 사람의 성별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뇌 크기를 맞힐 수 없으며 반대로 뇌 크기만 보고 뇌 주인의 성별을 가릴 수 없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키가 크지만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보다 키가 크지는 않듯이 말이다. 실제로 남녀 뇌의 크기가 비슷할 확률은 48%나 된다.

남녀 뇌의 크기 차이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뇌가 클수록 지능과 같은 특정 능력이 우월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보다 대체로 더 크다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대체로 더 똑똑하다는 것을 뜻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2018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심리학과의 스튜어트 리치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가 보유한 여성 2750, 남성 2466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로 남녀 뇌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의 전체 크기는 남성이 여성보다 컸으나 대뇌피질(대뇌 표면 신경세포)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두껍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러한 차이에도 남녀 사이에 평균적인 지능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2016년 미국 에머리대학교 도나 메이니 교수가 제시한 남녀 신장, 뇌 크기, 해마 크기 차이 그래프. d는 두 집단의 평균 차이를 뜻하는 효과 크기(숫자가 클수록 두 집단의 차이가 큼), 델타(Δ)는 중복된 영역의 비율을 의미한다. 남녀 뇌의 크기 차이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출처 영국 국립 의학 도서관(https://doi.org/10.1098/rstb.2015.0119)

지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남녀 뇌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남녀 뇌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는 주장은 어떨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비유처럼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서로 다른 능력과 성향에 특화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7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의 발달뇌유전학자 아민 라즈나한과 그의 연구팀은 남녀 뇌의 차이를 해부학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남성의 뇌는 후두엽·편도·해마가, 여성의 뇌는 전두엽 피질과 섬엽이 각각 다른 성별의 뇌보다 평균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는 시각과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로, 후자는 의사결정과 미각, 자기조절 등과 관련된 부위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두고 그래서 남자는 시각 정보를 잘 기억하고 여자는 자기 견해를 내세우기보다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뇌 부위가 크다는 사실이 곧 해당 뇌 부위와 연관된 기능이 우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이는 단지 해당 뇌 부위에 회백질(신경세포가 모여 회백색을 띠는 부분)이 더 많다거나 뇌의 주인이 그 부위와 관련된 기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학습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해부학적 차이는 남녀의 능력 차이를 설명하는 원인이기보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외부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 라즈나한 연구팀은 신경 가소성, 곧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뇌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난 도시의 길을 모두 외워야 하는 런던의 택시 기사의 뇌에서 기억력과 연관된 부위인 해마가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남녀 뇌의 차이가 남녀가 수행한 사회적 역할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자이크 뇌 개념을 제안한 페미니스트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 교수. (출처 : 미국 하버드대학교 젠더과학연구소 인터뷰, https://projects.iq.harvard.edu/gendersci/joelqa)

 

페미니스트 신경과학과 모자이크 뇌의 탄생

사람들은 콩팥이나 폐의 성차보다 뇌의 성차에 관심이 많다. 뇌의 성차에 관한 과학 지식은 곧잘 성차를 보여주는 결정적 지식으로 간주되어 사회적 성 인식을 재확인하거나 정당화하는 데에 사용된다. 실제로 라즈나한 연구팀의 분석은 발표 직후 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남학교와 여학교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였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 기존의 성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오용되는 전형적인 사례인 한편, 과학 연구가 결코 사회적 가치와 무관하게 수행될 수 없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유럽과 북미,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성 과학자와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뉴로 젠더링 네트워크라는 연구자 모임을 만들었다. 20103월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젠더 연구 센터가 스웨덴 연구위원회의 지원으로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를 모아 국제 학회를 개최한 것이 계기였다.

뉴로 젠더링 네트워크가 추구하는 페미니스트 신경과학의 목적은 뇌의 차이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분법적으로 단순화된 성 인식에 부합하는 과학 지식을 재생산하기보다 뇌의 성차에 관한 새롭고 세밀한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더욱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가령 뉴로 젠더링 네트워크의 일원이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다프나 조엘은 중첩되는 부분이 많은 남녀의 뇌를 모자이크 뇌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보자고 말한다. 모자이크 뇌란 대부분 인간의 뇌가 흔히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의 특성으로 구분되는 여러 특징이 한데 뒤섞인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2015년 조엘이 이끄는 연구진은 성인 140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을 근거로 인간의 뇌를 116개 부위로 나누고, 그중 남녀 차이가 가장 큰 상위 10개 부위를 골라 각각 여성형, 남성형으로 분류했다. 이는 연구진이 새롭게 고안한 분석 방법이었다.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라는 구분이 실재한다면 남녀의 뇌에서 여성형 부위와 남성형 부위의 성별 분포가 둘 중 하나로 일관되게 관찰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관성을 보인 뇌는 전체 가운데 6% 정도에 불과했다. 인간의 뇌를 두 성별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적은 수치다. 조엘은 뇌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뇌의 차이를 규명하는 자신의 연구가 뇌를 두 성별로 나누어 특징을 기술하는 기존 연구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부의 카드 뉴스는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곧 삭제되었다. 그 비판은 이 뉴스가 전달하는 사회적 편견을 향한 것인 한편, 편견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과학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뇌의 차이에 관한 연구가 성별 범주에 머무르는 한 교육부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뇌의 차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밝히는 과학이 필요하다. < 임소연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