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들 잡아끄는 신개념 SNS, 밤새 수다 떨며 중독성 절감
 순간에 충실한 오디오 서비스 기록·저장 아닌 동시성 ‘주효’

 

오디오 기반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클럽하우스가 유명인들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휴대전화에 클럽하우스 앱이 깔린 모습. AFP 연합뉴스

 

유명인 소통창구 유명세 더해 ... 한정된 초대장에 돈 오가기도
자유·폐쇄, 수평·수직 묘한 조합 서비스 진화 방향 지켜볼 필요

 

잘 버리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고 다르게 말하면 미련이 많다. 버리기 열풍이 부는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삶의 태도다. 나는 인터넷에도 언제나 무언가를 쌓기 바빴다. 2000년대를 사로잡았던 1세대 고인물 에스엔에스(SNS)인 싸이월드는 그런 의미에서 내 사적인 기록의 보고에 가깝다. 멋모르던 망아지처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던 중고교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던 낱낱의 일상이 모두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보단 막막함이었다. 망할 놈의 서버는 기억력도 좋지, 왜 20년 전 일기를 아직도 갖고 있는 거야? 당장 일년 전에 쓴 일기만 들추어 봐도 손발이 오글거려 무릎을 찰싹찰싹 때리게 생겼는데, 질풍노도의 시기, 그때의 일기장을 제정신으로 들여다볼 자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그때의 내 일면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도토리 100개를 주고서라도 내 미니홈피의 정보들을 모조리 삭제해달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의 흑역사, 나의 오글거리는 일기, 말실수와 말장난.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신개념 소셜미디어가 한국에도 들어왔다. 녹화도, 녹음도 금지. 지금 당장,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눈 다음,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오디오 서비스 클럽하우스 얘기다.

 

밤새워 떠드는 인싸들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일주일차, 벌써 이틀 밤을 샜다. 이거 좀 세다. 엄청나게 중독적이다. 말하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인에게는 딱 맞는 플랫폼이다. 어떤 방에서든 손만 들면 스피커가 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끝도 없이 대화가 굴러간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조용히 떠나기’(leave quietly)를 누르면 그만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가입자 수도 성큼성큼 늘고 있고, 기업가치도 1조원 이상 인정받았다. 2020년 4월 출범한 신생 플랫폼이지만, 벌써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구글 전 직원 로언 세스와 투자자 폴 데이비슨이 만든 이 기업은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기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스타트업, 투자, 창업 등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서서히 퍼지다 일반 대중에게도 가닿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등장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요즘 소셜미디어 흐름은 20년 전과는 좀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정보를 쌓는 과정을 즐겼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 쌓지 않는다. 대신 24시간 뒤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의 ‘인스타 스토리’나 트위터의 ‘플리츠’(Fleets)를 즐겨 사용한다. 남기거나 기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요즘의 우리는 밥 먹을 때, 차 마실 때, 걷거나 달릴 때, 친구를 만날 때 그 순간을 스토리로 포착하고 공유하기를 즐긴다. 실시간성과 동시성은 어느덧 요즘 시대에, 우리 세대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소셜미디어에도 곤도 마리에의 원칙이 배어가고 있는 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 말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면

불시에 출몰하는 연예인들과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배우 공효진이나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들도 클럽하우스에서 방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한다. 평소에는 팬사인회에 참여하거나 콘서트장에 가야만 목소리를 듣고 마주할 수 있었던 유명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무료로, 불시에 이루어진다. 얼마 전에는 테슬라 시이오(CEO)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논란의 중심이 됐던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대표와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대담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 이승건 토스 대표,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등도 ‘클럽’에 합류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 장벽은 높은 편이다. 아무나 가입을 할 수 없고, 내부에 이미 소속된 멤버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클럽하우스에 입성이 가능하다. 아직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오에스(iOS) 환경에서만 지원을 하고 있어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초대받아도 앱을 깔 수조차 없다. 클럽하우스는 곧 안드로이드 서비스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유저들만의 ‘클럽’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서비스의 폐쇄성은 사람들의 ‘소외 공포증’(FOMO)을 자극한다. 때문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가입 시 한명당 2개씩 주어지는 클럽하우스의 초대장이 2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중고 아이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로운 듯 눈치 보게 되는 현실적 클럽

실시간으로 설레는 순간이 잔뜩일 것만 같은 클럽하우스에도 장점만 가득하진 않다. 일단 필연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구조다.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들과 자동으로 연동되어 있는데다, 자신의 실제 얼굴과 실명을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직장뿐 아니라 과거 직장, 커리어까지 주르륵 써둔 사람들의 프로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곳이 링크트인인지 클럽하우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아예 ‘○○회사 다니는 사람’ ‘○○회사에 대한 모든 걸 알려드립니다’ 같은 방을 열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 ‘○○외고 ○○기 방’ ‘○○대학 사람들만 모이는 방’도 자주 출몰하는 방 중 하나다. 강한 커뮤니티성과 더불어 현실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클럽하우스의 이런 특징은 자유로운 탐색과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다.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려워 손들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음성언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장애인 배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시간으로 자막 등을 서비스할 수 있는 줌(Zoom)과는 달리 클럽하우스에서는 녹음이나 녹취가 허용되지 않기에, 음성언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최근엔 운영사인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사용자들의 대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실상 모두가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명제도 틀렸다. 스피커가 되고 싶어 손을 들더라도, 모더레이터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스피커가 될 수 없는 시스템도 클럽하우스의 제한적 자유도를 방증한다. 스피커가 되지 않는 한 어떠한 반응이나 피드백을 남길 수 없는 스피커 위주의 환경도 마찬가지다. 스피커, 스피커가 팔로하는 사람, 나머지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클럽하우스 대화방의 시스템은 꽤 수직적인 구조다. 자유로운 듯 폐쇄적이고, 수평적인 듯 수직적인, 이 오묘한 신생 플랫폼 ‘클럽하우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천다민 뉴닉 에디터]

 

이주열 한은총재도 국회서 “내재가치 없어…변동성 클 것”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 박차… 비트코인 값 이틀째 하락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미국의 경제 수장이 잇달아 비트코인에 견제구를 날리고 자국 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홍보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세에 대한 질문에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여러 판단의 척도로 볼 때 지금의 가격은 이상 급등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아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BDC) 현황을 소개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설계와 기술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며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법정 화폐로 공급하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비트코인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며,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전임자인 옐런 장관도 연준에서 준비 중인 자체 디지털 화폐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이른바 ‘디지털 달러’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국내 거래업체 업비트 시세를 보면,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 종가보다 9% 내린 개당 5620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른 거래업체 빗썸에서는 사용자 급증으로 전날 밤 11시30분부터 이날 0시30분까지 1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광덕 기자

 

‘시총 1조달러’ 비트코인, 테슬라 앞지르며 투자시장 달궈

  ‘주류 제도권이 인정한 투자자산’  북미 최초로 ETF 성공적 등장
  첨단기업·금융기관 사업 가세로 자금결제수단으로서 평가 달라져

‘과잉 유동성이 부른 튤립 광풍일 뿐’ 발행한도 2100만개에 수요 몰려
실질 사용 가치 없이도 가격 급등…FT ‘기후변화 역행한 투자’ 지적도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투자자산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과잉 유동성이 일으킨 거품일 뿐이라며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20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당 5만6500달러(6250만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발행 한도는 2100만개로 채굴량 등을 고려한 시총은 1조500억달러(1160조원)에 이른다. 비트코인은 전날 시총 1조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힌 테슬라의 시총(7499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총이 1조달러를 넘는 기업은 애플(2조1803억달러) 등 4곳뿐이다. 국내 거래업체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1일 오후 4시 현재 개당 6500만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 최초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1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성공적으로 첫선을 보이면서 주류 제도권의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등 첨단기업과 페이팔·뉴욕멜론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암호화폐 사업에 가세하면서 지급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 등이 화폐 발행을 크게 늘려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됐다. 올해도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해 달러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 방어 수단으로 금보다는 비트코인을 사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3월 개당 4900달러대에서 6월에 1만달러로 올라섰고 12월에는 4만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국제 금값은 지난해 8월 트로이온스당 20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힘을 잃어 현재는 1770달러대로 밀려났다. 오랫동안 금 강세를 주장해온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이제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 베팅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달러의 약세 여부와 무관하게 상승해왔다는 점에서 대체화폐인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실질적 사용가치가 거의 없는데도 수급에 의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돼 달러처럼 맘대로 찍어낼 수 없어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주요 자산의 5~10배에 이른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약점이다. 다만 이들 회의론자들이 2011년 비트코인이 1달러일 때도, 2013년 200달러일 때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에 비유해 줄곧 거품론을 펴왔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비트코인 투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고 짚었다. 네트워크에 거래 내용에 대한 블록을 만들고 순서를 찾는 채굴 작업에는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는 기관들은 테슬라처럼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기업에 비판적이다.

비트코인의 최대 위험요인은 정부 규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투기적인 자산인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책임을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덕 기자

 

비트코인 계속되는 고가 경신…6천500만원 돌파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값이 국내 거래에서 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7분 1비트코인은 6천509만2천원에 거래됐다. 현재 고가는 6천523만5천원이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밤 자정을 앞두고 6천만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서서히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이 시각 비트코인은 빗썸이나 코팍스, 코빗 등 다른 거래소에서도 일제히 개당 6천40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소 단위로 거래가 이뤄져 같은 종류의 가상화폐라도 거래소별로 거래 가격이 다소 다르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해외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각 5만6천달러(약 6천182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16일 밤 사상 처음으로 5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7일 5만1천달러대, 18일 5만2천달러대를 거쳐 다시 고점을 높였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4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 이미 추가로 80% 넘게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도 1조달러(약 1천100조원)의 벽을 처음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웬만한 기업의 주식 시총보다 큰 수준이다. 연합뉴스

착륙지서 33분간 6.5m 이동…"중대한 진전"

 

미국의 화성 탐사로봇(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지난 4일 화성 표면에서 33분간의 첫 주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사진은 퍼서비어런스가 시험주행 뒤 전송한 화성 표면 사진. [NASA 제공/JPL-칼텍/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서 첫 시험주행을 무사히 마쳤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5일 밝혔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퍼서비어런스 로버(탐사로봇)는 미국시간으로 지난 4일 화성의 착륙지인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서 33분간 6.5m를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인근 패서디나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TL)의 원격지령을 받은 퍼서비어런스는 먼저 4m를 전진한 뒤 왼쪽으로 150°로 방향을 틀어 2.5m 후진을 하고서 시험주행을 마쳤다.

지난달 18일 화성에 무사히 착륙한 지 2주 만에 이뤄진 퍼서비어런스의 첫 화성 표면 주행이었다.

JTL의 퍼서비어런스 모빌리티(이동) 담당 엔지니어 아나이스 자리피언은 이날 원격 기자회견에서 퍼서비어런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전진했다"며 화성 탐사 임무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NASA는 이날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전송한 사진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붉은 토양에 퍼서비어런스가 움직이며 남긴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퍼서비어런스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5~6일에 추가로 시험주행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화성에 안착한 미국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2년간 25㎞를 이동하면서 화성의 토양과 암석을 채집하는 등 수십억 년 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승용차 크기만 한 퍼서비어런스의 하루 평균 주행 능력은 200m가량이다.

이 탐사로봇이 착륙한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는 35억년 전 강물이 흘러들며 운반한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고대 삼각주로 추정된다.

미국의 우주과학자들은 이 일대의 토양과 암석에서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의 고대 미생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미(微)화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20만명의 이름도 화성 땅에 도착했다

‘화성에 이름 보내기’ 행사  참여한 1093만명
마이크로 칩에 이름 새겨 퍼시비런스에 탑재
터키가 250만명 가장 많아 … 북한도 2000명

 

화성행 가상 탑승권 견본.

 

화성 체류 1주일째를 맞은 탐사로버 퍼시비런스에는 지구인 1093만2295명의 이름이 들어 있는 명판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2019년 5~9월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당신의 이름을 화성에 보내세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다. 나사는 전자빔을 이용해 이들의 이름을 손톱 크기 만한 칩 3개에 새겨 넣은 뒤, 이를 사다리꼴 모양의 명판에 담아 퍼시비런스에 실었다. 이들에겐 가상의 화성행 탑승권이 발급됐다.

나사가 23일 화성에 이름을 보낸 1090만명의 국가별 분포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화성에 이름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는 터키로 252만8844명이었다. 이어 인도가 177만8277명, 미국이 173만355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적은 신청자는 20만3814명으로 전체 8위였다. 북한쪽 신청자도 2044명이었다. 중국은 29만2071명이었으며, 일본은 3만1920명으로 비교적 적었다. 1명 이상의 이름을 올린 나라 수는 모두 250여개국에 이른다. 이름뿐이긴 하지만 나라 수로 따지면 사실상 전 세계가 동시에 화성에 간 것으로, 나사로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다.

 1093만명의 이름을 새긴 칩 3개가 들어 있는 명판.

나사에 따르면 글씨 크기는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미터)가 채 안 된다. 칩 속엔 탐사로버 이름 짓기 에세이 공모전에서 결선에 오른 학생 155명의 이름도 함께 들어 있다.

이 명판엔 또 태양을 가운데 두고 좌우 양쪽에 지구와 화성이 태양 광선으로 연결돼 있는 모습을 새겨 넣은 레이저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의 태양 광선들 사이엔 모르스 부호도 새겨져 있다. 풀이를 하면 `Explore As One'(하나로 탐사한다)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지구와 화성이 똑같이 태양계의 일원으로 연결돼 있음을 뜻하는 문구다. 명판은 퍼시비런스 후미 가로축 중앙에 부착돼 있다.

 화성 탐사 로버의 명판이 부착돼 있는 위치(빨간색 원).

나사는 2011년 큐리오시티 발사 때도 이름 보내기 행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120만명이 참여했다.

나사는 현재 웹사이트(https://mars.nasa.gov/participate/send-your-name/mars2020)를 통해 다음 화성행 티켓 예약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약 600만명이 신청했다.   곽노필 기자

 

화성 바람소리 첫 포착…로버 착륙 '공포의 7분' 생생한 영상도

"지구에 화성의 실제 바람소리 전송"…18초 오디오 파일 공유

붉은 먼지바람 일으키며 안착하는 생생한 컬러 동영상도 게재

 

퍼서비어런스 "화성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퍼서비어런스 트위터 캡처]

 

"화성의 바람 소리를 들어보세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2일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녹음한 화성의 바람 소리를 공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탐사 로버가 희미한 화성의 바람 소리를 녹음했다"며 화성의 미풍 소리가 지구에 전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NASA는 이날 홈페이지에 화성 대지의 바람 소리를 담은 18초 분량의 오디오 파일 2개를 올렸다.

하나는 탐사 로버 기계음이 포함된 오디오였고, 다른 하나는 로버 작동음을 제거한 채 '붉은 행성'이 지구 사람에게 처음으로 들려주는 순수한 바람 소리였다.

NASA는 "탐사 로버에 장착된 마이크가 포착해 지구의 우리에게 보낸 화성의 실제 바람 소리"라고 강조했다.

퍼서비어런스는 트위터를 통해 "헤드폰을 끼고 내 마이크 중의 하나가 잡아낸 첫 번째 (화성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말했다.

 퍼시비런스가 보내온 6개의 사진을 합쳐 만든 예제로 충돌분지 파노라마 사진. 나사 제공

고도 11km 상공에서 낙하산이 펼쳐지는 모습을 퍼시비런스에서 촬영한 장면.

사는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런스가 지난 18일 화성 땅에 착륙하는 장면을 담은 컬러 동영상도 공개했다.

나사가 22일 공개한 이 영상에는 퍼시비런스가 화성 대기에 진입, 하강, 착륙(EDL)하는 3단계 과정이 3분여에 걸쳐 생생하게 담겨 있다.

고도 11km에서 낙하산이 펼쳐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열 차폐막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 고도를 낮추면서 실시간으로 지형을 분석해 착륙지를 조정하는 모습, 먼지를 일으키며 착지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선명한 컬러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카메라의 앵글이 위로, 아래로 전개되며 마치 영화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스티브 주르치크 나사 국장대행은 "화성 착륙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이 이상 보여줄 게 없다"며 "퍼시비런스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미 우주탐사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우리한테 제공했다"고 말했다.

고도 20미터에서 하강선이 줄을 내려뜨려 퍼시비런스를 착륙시키는 장면(왼쪽)과 역추진 엔진에 의해 먼지바람이 일고 있는 모습. 퍼시비런스의 카메라가 동시에 위와 아래 쪽을 향하면서 찍은 영상이다.

 

고도 11km 지점부터 카메라가 위로, 아래로

이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4czjS9h4Fpg&feature=emb_logo)이 시작되는 지점은 퍼시비런스가 시속 2만100km의 속도로 화성 상층 대기권에 진입한 지 230초 후다. 화성의 착륙 과정을 뜻하는 `공포의 7분' 3단계 과정 가운데 첫 단계를 지난 시점이다. 1300도의 뜨거운 열을 견뎌낸 퍼시비런스가 너비 21.5미터의 낙하산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 있던 카메라의 시야가 터지며 촬영을 시작한다. 카메라는 임무를 마치고 떨어져 나가는 열 차폐막도 앵글에 담았다.

 화성 정찰궤도선(MRO)에서 촬영한 퍼시비런스 착륙지역. 노란색 동그라미 안의 물체는 왼쪽부터 하강선, 퍼시비런스, 열 차폐막이다. 나사 제공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수석엔지니어 데이브 그루엘은 이번에 처음으로 소리까지 녹음한 이유에 대해, 시각 장애가 있는 우주 애호가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나사는 이와 함께 퍼시비런스 좌우 양쪽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카메라로 촬영한 첫번째 화성 파노라마 사진(맨위)을 공개했다. 퍼시비런스는 현재 시스템과 기기에 대한 광범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나사는 퍼시비런스의 7가지 장비 중 5개의 상태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메다(MEDA, 화성 환경 역학 분석기)로 첫번째 기상 관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사는 이어 앞으로 며칠 안에 마스트캠제트 카메라로 예제로 충돌분지의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할 계획이다. 곽노필 기자

유튜브 https://youtu.be/4czjS9h4Fpg

 

인간숨결 담긴 물품들 싣고... 화성 탐사로버, 착륙 2m 전 '찰칵'

    화성 운석,  60만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 기념판 등도 실려

   운석은 중동 사막서 발견된 지 22년 만에 퍼서비어런스 귀환

 

퍼시비어런스에 실려 60만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화성 운석. 나사 제공

 

18일 화성 땅에 안착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6륜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에는 이색 물건들이 몇가지 실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0만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화성 운석이다. ‘SaU008’란 이름의 이 운석은, 퍼시비어런스의 로봇팔 끝에 달려 있는 유기물질 분석 장비 ‘셜록’ 안에 들어 있다.

1999년 중동 오만의 사막에서 발견돼 그동안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에 귀향했다. 4억5천만년 전 화성에서 형성된 이 운석은 60만~70만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로 튕겨 나온 뒤 우주를 떠돌다 1천년 전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무암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가져간 것은 동전 크기 만한 조각이다.

나사가 화성 운석을 다시 화성으로 가져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분석기 셜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고 오류를 보정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화성 땅에서 어떤 표본을 수집할지 판별하는 기준 잣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의 셜록 장비에 코인 형태로 들어 있는 차세대 우주복, 헬멧, 장갑 소재들.

셜록에는 이것 말고도 향후 화성에서 사용할 우주복과 장갑, 헬멧 소재가 실려 있다. 나사는 실제 화성 환경이 이 소재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우주복 소재는 소방관 복장에 사용하는 내열성 소재인 노멕스, 통기성 방수 소재인 고어텍스,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케블라 3가지를 합쳐서 만든 것이다. 장갑 소재로는 잘 찢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진 벡트란(손바닥용), 손등 부분에 쓸 테플론을 보냈다. 헬멧 소재로는 잘 부서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실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에 쓰고 있는 소재다. 퍼시비어런스의 슈퍼캠에도 ‘자가미’라는 이름의 작은 운석 조각이 있다. 이것 역시 카메라 보정을 위한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의 운석이 화성으로 간 첫 운석은 아니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에도 운석이 있다.

왼쪽은 코로나19 의료진에 대한 경의의 뜻을 담은 상징물(빨간색 원이 부착 위치), 오른쪽은 1090만명의 이름을 새긴 마이크로칩이 부착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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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만명 이름 새긴 칩, 코로나 의료진에 대한 경의 담은 기념판

 

퍼시비어런스에는 또 캠페인을 통해 모은 1093만2295명의 이름을 새긴 3개의 마이크로칩이 있다. 이는 우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화성 탐사 때마다 해온 이벤트다. 2011년 큐리오시티에는 120만명의 이름을 적은 마이크로칩이 탑재된 바 있다.

코로나19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에 대한 경의의 뜻을 담은 알루미늄판도 퍼시비어런스 아래쪽 바퀴 옆 섀시에 부착돼 함께 갔다.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지팡이와, 이를 휘감고 있는 뱀을 형상화한 것인데 의술을 상징하는 이미지라고 한다.

마스트캠Z에 부착된 장식물. 나사 제공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 마스트캠Z에는 지구의 초기 생명체 이미지를 그려넣은 장식품이 있다. 나사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곽노필 기자

 

탐사 로버 하강 장면 첫 촬영… 주변 암석과 대지 사진도 전송

NASA "경이롭고 상징적"…2년간 생명체 흔적 찾는 임무 수행

 

미 탐사 로버의 화성 착륙 직전 모습 [UPI/NASA=연합뉴스]

 

미국의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이 공개됐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착륙 장면과 주변의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전송했다고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NASA가 공개한 첫 번째 사진은 탐사 로버가 '공포의 7분'을 무사히 통과해 화성에 안착하기 2m 전에 촬영됐다.

탐사 로버의 화성 대기권 진입·하강·착륙(EDL) 과정은 비행 중 가장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공포의 7분'으로 불린다.

NASA는 퍼서비어런스까지 포함해 5대의 탐사 로버를 화성에 보냈지만, 하강 장면을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탐사 로버 하강 장면을 공개하는 NASA 기자회견 [AFP/NASA=연합뉴스]

이 사진은 탐사 로버의 안전한 착륙을 도와주는 '제트팩' 장치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됐다.

사진에는 탐사 로버의 하강 속도를 늦춰주는 역추진 로켓 엔진 때문에 화성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먼지까지 담겼다.

퍼서비어런스는 NASA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사진은 저의 바퀴가 화성 표면에 닿기 직전 저를 공중에서 포착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 이제 현실이 됐다"고 소개했다.

NASA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진은 우리가 전에 본 적이 없는 것"이라며 "정말 놀랍고 경이롭다"고 밝혔다. 

탐사 로버가 보내온 화성 토양 사진 [로이터/NASA=연합뉴스]

이어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달에 남긴 발자국 사진, 보이저 1호가 찍은 토성 사진, '창조의 기둥'으로 불리는 허블 망원경의 독수리 성운 사진과 함께 화성 탐사 로버의 하강 사진도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NASA는 또 탐사 로버가 낙하산을 펼치고 착륙 지점인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로 빠르게 하강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 장면은 700㎞ 떨어진 화성 궤도 탐사선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잡아냈다. 

화성 궤도탐사선이 포착한 퍼서비어런스 하강 장면

아울러 탐사 로버는 주변의 암석과 대지를 담은 사진들도 NASA에 전송했다.

퍼서비어런스는 트위터에 "탁 트인 지평선, 탐험할 것이 너무 많다"며 "(주변의 암석들은) 화산암일까 퇴적암일까. 암석들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빨리 알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2년간 화성 토양과 암석을 채집해 보관하는 등 수십억 년 전 화성의 생명체 흔적을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연합뉴스 

화성의 지평선을 담은 사진

 

미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 성공…'붉은 행성' 생명체 흔적 탐사

 '공포 7분' 거쳐 고대삼각주에…안착신호 11분30초 지구 도착

  화성의 토양 샘플 채취해 보관… 유인 탐사 위한 장비도 시험

 

미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 상상도 [UPI=연합뉴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착륙에 성공해 '붉은 행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임무에 착수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18일(현지시간)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안착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뒤 4억7천100만㎞를 비행해 화성에 도달했다.

NASA는 퍼서비어런스가 엷은 오렌지색의 화성 대기를 통과해 가장 위험한 임무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전했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착륙 뒤 보낸 이미지

화성 대기권 진입, 하강, 착륙(EDL) 과정은 퍼서비어런스의 비행 중 가장 까다롭고 위험도가 높아 '공포의 7분'으로 불린다.

화성과 지구 간 거리가 멀어 퍼서비어런스가 NASA 관제소로 보낸 화성 안착 신호는 착륙한 뒤 11분 30초가 지나 지구에 도달했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지구로 가져올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예제로 크레이터는 30억∼40억 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돼 유기 분자와 기타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유기물을 찾아내고 암석과 토양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탑재된 퍼서비어런스는 토양·암석 샘플 등을 채취해 수십 개 티타늄 튜브에 담아 화성의 약속된 장소에 보관한다.

 미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AFP/NASA=연합뉴스]

이 샘플들은 추후 발사될 또 다른 로버에 의해 수거돼 다른 우주선에 전달된 후 오는 2031년 지구로 보내지게 된다. 지구에서 고성능 현미경 등의 장비로 샘플을 분석해 생명체 존재 여부를 연구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는 이와 함께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퍼서비어런스에 함께 실린 1.8㎏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는 화성에서 첫 동력 비행을 시도한다.

또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뽑아내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수행한다.

미국은 오는 2030년대에 화성 유인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길이 3m의 자동차 크기로 6개의 바퀴가 달렸으며, 카메라와 마이크, 레이저, 드릴 등 고성능 장비가 장착됐다.

지금까지의 NASA 화성 탐사 로버 중 가장 규모도 크고 정교하다. 연합뉴스

 

천문연 등 국제 공동연구팀, 백조자리 X-1 위치·질량 정밀 측정

VLBA 망원경 측정 "지구에서 7천200광년, 질량은 태양의 21배"

 

백조자리 X-1 쌍성계 상상도: 별질량 블랙홀(오른쪽)과 청색 초거성(왼쪽)이 쌍성계를 이루며 서로 공전하고 있는 모습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제공]

 

인류가 처음으로 발견한 블랙홀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10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미국 초장기선 간섭계(VLBA) 망원경을 이용해 백조자리 X-1 블랙홀의 정밀한 위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1964년 처음으로 발견된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X선 선체이다.

블랙홀과 동반성인 청색 초거성(질량은 태양의 최대 100배, 광도는 태양의 최대 100만배에 이르는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별)이 쌍성계를 이루며 5.6일을 주기로 서로 공전하고 있다.

    백조자리 X-1의 제트 분출 이미지(오른쪽)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청색 초거성의 물질은 중력장이 강한 블랙홀로 유입되는데, 이렇게 유입된 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X선을 방출하게 된다.

연구팀은 백조자리 X-1 블랙홀에서 나오는 전파 신호를 관측하는 한편 삼각 시차 측정법을 이용해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백조자리 X-1의 위치와 삼각 시차 측정법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제공]

그 결과 지구에서 백조자리 X-1 블랙홀까지의 거리는 그동안 알려졌던 6천100광년보다 먼 7천200광년으로 확인됐다.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21배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50% 더 무겁다는 것을 알아냈다.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탄생하는 '별질량 블랙홀'로, 무거운 별이 진화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일리아 맨델 호주 모나쉬대 교수는 "기존 가설보다 질량이 훨씬 무거운 것으로 볼 때 진화 과정에서 질량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수만 년 전 태양 질량의 60배에 달하는 별이 붕괴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태현 천문연 박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개 주파수 대역을 동시 관측할 수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이용해 후속 블랙홀인 백조자리 X-3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전날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